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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 등 진군은 한데 모여 관청으로 향했다.
아무도 관청 소재지를 모르지만 상관 없었다.
등 진군이 길잡이 법술을 알고 있었으니까.
비행 도중, 서란이 물었다.
“길잡이 법술이라니, 신기하네요. 혹시 특정 대상을 콕 집어서 추적할 수도 있나요?”
“그런 방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길잡이 법술은 가장 가까운 등선명부만을 가리키거든요.”
“등선명부요?”
등 진군은 먼 곳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건 조금 있다가 설명해 드리죠. 생각보다 중심지와 가까운 장소에 정착한 모양이군요.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일단 속도를 좀 늦추죠.”
“예? 왜요?”
“당연히 저희끼리 미리 말을 맞추어 놓아야죠.”
담청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뭣하러 그러는 것이냐?”
“그러면 솔직하게 전부 말하시려고요? 류 수사님은 65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하계에서 비승했고, 담청 님은 법보를 지닌 채 특정 종족 전체와 동반 승천하셨다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을 겁니다.”
“과연, 일리가 있구나.”
잠시 고민하던 등 진군이 말했다.
“일단 류 수사님의 나이부터 바꾸죠. 열 배로 부풀려서 650살 정도면 적당하겠네요, 거짓말하는 입장에서 기억하기도 쉽고. 오죽문과 금작파는 처음부터 하나의 수도문파였다는 식으로 인원을 축소하면 되겠고... 담청 님은 다른 용들처럼 혼자 승천하신 걸로 합시다.”
담청이 물었다.
“어인족은 어찌해야 하겠느냐?”
“대충 미발견 선계 고유종이라고 치죠. 아시겠죠? 어인족과 담청 님은 선계에서 만나신 겁니다? 물론 법보 얘기는 절대로 꺼내시면 안되고요.”
“그래, 내 명심 하마.”
등 진군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 호칭에도 유의해 주세요. 진군은 준선경 이상의 초월자들에게만 허용되는 존칭이거든요. 함부로 사용하면 큰일 날 수도 있습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제 원수의 귀에 들어갈 수도 있고 말이죠.”
서란이 말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뭐라고 부를까요? 등 수사?”
“아예 가명을 하나 짓죠. 음... 백월, 백월이라는 어감이 어쩐지 마음에 드네요. 결정했습니다, 이제부터 제 이름은 등백월입니다.”
“성씨는 안 바꿔도 되나요? 보통 은원 관계라는 건 혈통이나 성씨와도 관련이 많을 텐데요.”
등백월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등씨는 선계 100대 성씨에 속합니다. 엄청나게 흔하다는 뜻이죠. 진군이라는 칭호만 사용하지 않으면 절대로 못 찾을 겁니다.”
서란은 등백월의 호언장담에 괜스레 불안해졌다.
일행은 얼마 안 가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란 일행이 정착한 곳의 명칭은 임6 구역이었다.
선계 국제 연맹, 도원향이 설치한 등선명부의 주변에는 마천루가 즐비했다.
이곳이 임6 구역의 중심지였다.
등백월이 고도를 낮추며 말했다.
“여기부터는 비행 고도 제한 구역입니다.”
“계속해서 높이 날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1회 경고 이후 곧장 대공 사격을 합니다.”
서란과 담청은 군말 없이 고도를 낮췄다.
마침내 목적지인 등선명부에 도착했다.
등선명부는 허공을 부유하는 비석의 집합체였다.
등백월이 관광 가이드 같은 태도로 말했다.
“지금 보시는 이 비석들이 등선명부입니다. 비석의 수효는 총 110개, 등선 의식을 무사히 마치고 진선경 수도자가 되면 저기에 이름이 새겨지죠.”
서란이 물었다.
“그러면 선계에는 현재 진선경 수도자가 110명이나 존재한다는 소리인가요?”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모양이 특이한 비석들을 자세히 봐 주시겠습니까? 10개 중에 3개가 텅 비어있죠?”
“아, 진짜네요.”
등백월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저번에 진선경은 두 단계 혹은 세 단계로 나뉜다고 말씀 드렸었죠? 준선경 수도자가 등선 의식을 치르면 시해선이 됩니다. 그 다음 경지는 지선이죠. 등선명부는 시해선비 100개와 지선비 10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신선이 탄생할 때마다 하늘이 무슨무슨 진군이라는 명칭을 비석에 새겨주는 방식이죠.”
등선명부를 유심히 관찰하던 담청이 말했다.
“그러면 현존하는 진선경 수도자는 일곱의 지선과 여든넷의 시해선뿐이라는 뜻이냐?”
“예, 맞습니다.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비석은 남은 자리를 의미하죠.”
“자리가 다 차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등백월이 대답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아마도 결원이 생길 때까지는 그 누구도 진선경에 도달할 수 없지 않을까요? 등선 의식 자체가 불가능하다든지...”
이번에는 서란이 질문했다.
“진선경의 세 번째 단계는 뭔가요?”
“아, 그거요? 시해선비가 100개고, 지선비가 10개니까, 규칙성을 고려하면 그 위에 비석이 하나 더 존재하지 않을까 추측하는 이가 꽤 많습니다. 그럴 듯하게 들리죠? 그래서 혹자는 지선 다음에 천선이라는 지고의 경지가 존재한다고 떠들기도 합니다. 물론 근거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요.”
“굉장히 잘 아시네요?”
등백월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상식이죠. 아, 시간이 꽤 늦었네요. 이만 관청으로 가죠.”
서란은 마지막으로 등선명부를 살펴봤다.
등선명부의 맨 상단, 열 개의 지선비 중 하나가 유독 서란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첨천답층진군이라는 칭호가 새겨져 있었다.
잠시 후, 일행은 표지판을 따라 관청에 도착했다.
서란은 벽에 걸린 달력을 멍하니 응시했다.
정말 놀랍게도, 선계에서 사용하는 역법은 서란이 태어난 인계의 것과 굉장히 유사했다.
선계와 명계, 하계를 통틀어 삼천 세계라 부를 정도라고 하니 이런 우연도 다 있구나 싶었다.
딸랑 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서란의 고개가 전광판을 향했다.
주변에 앉아 있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쉽게도 서란의 번호는 아니었다.
다시 한번 딸랑.
전광판에 뜬 숫자는 이번에도 서란의 번호패와 무관했다.
그 대신 담청과 등 진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구를 향해 다가가는 둘의 뒷모습을 보며 서란은 또다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딸랑.
전광판과 번호패를 번갈아 확인한 서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잽싸게 창구를 향해 달려갔다.
드디어 서란의 차례였다.
담당 관원의 영혼 없는 목소리가 서란을 반겼다.
“번호패 여기 놔 주세요. 어떤 용무로 오셨나요?”
건너편의 인간 관리는 무려 원영기 수사였다.
관리 임용에 필요한 조건이 종족별로 판이하다는 사실은 등백월에게 이미 들었다.
참고로 인간 수도자의 경우에는 원영기부터 서류 지원이 가능했다.
영혼이 한계를 초월하는 원영기부터 수면의 필요성과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관청의 미쳐 돌아가는 노동 환경 따위는 서란의 알 바가 아니었다.
“승천자 등록 문제로 왔는데요.”
“성함과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류서란, 650세입니다.”
관리는 서랍에서 옥두꺼비를 꺼냈다.
“두꺼비 입 안에 손을 넣어 주세요.”
“네.”
“예, 좋습니다. 빼지 말고 가만히 계세요. 조금만 더요. 네, 다 됐습니다. 이제 빼셔도 돼요.”
서란이 손을 빼자 옥두꺼비가 외쳤다.
“경지, 운무기! 체내에서 차원 전송 흔적 발견!”
담당 관리는 뭔가를 바쁘게 기록하며 말했다.
“확인되셨습니다. 이 안내문은 나중에 돌아가서 읽어 보세요. 비승 증명서 발급해 드릴까요?”
“네, 발급해 주세요. 그리고 무주지 점유 신고는 어디서 하나요?”
“그건 52층 토지과로 가시면 됩니다.”
서란은 비승 증명서와 안내문을 챙겨 일어났다.
관리는 잽싸게 종을 울렸다.
다음 민원인이 창구로 다가왔다.
담청은 등백월의 도움으로 승천자 등록을 마친 채 서란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 끝났느냐?”
“예, 등록 다 했어요. 이제 무주지 점유 신고하러 가죠. 52층에 있는 토지과로 가면 된대요.”
“52층! 그렇다면 승강기를 타 볼 수 있겠구나!”
가만히 듣고 있던 등백월이 말했다.
“아, 그 전에 먼저 들를 곳이 있습니다. 비승 증명서는 발급 받으셨죠? 아, 안 잊으셨군요. 그러면 바로 상업 지구로 출발합시다.”
등백월은 서란과 담청을 이끌고 관청을 나섰다.
일행이 당도한 곳은 관립 경매장이었다.
경매라면 안 좋은 기억뿐인 서란은 질색했다.
담청은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바빴다.
시설 안내도를 살펴보던 등백월이 말했다.
“물품 등록은 12층이네요, 가시죠.”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자 직원이 맞아 주었다.
서란은 소매에서 꺼낸 목함을 직원에게 건넸다.
상자 안에는 토선과 2개가 들어 있었다.
동대륙 십대문파한테 받은 5개에서 서란과 여무진, 금교월이 먹은 목선과를 제외한 나머지였다.
직원은 토선과 2개를 경매 물품으로 등록했다.
그리고 경매 시작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지급해 줬다.
낙찰가와의 차액은 수수료를 제하고 차후에 방문 수령하라는 안내 또한 받았다.
서란은 돈주머니를 안은 채 중얼거렸다.
“이게 맞나...?”
등백월이 말했다.
“당장은 자금이 급하니까요. 게다가 선과처럼 환금하기 용이한 물건도 드뭅니다. 유찰될 염려도 없고, 수수료만 해도 거금이죠. 관립 경매장이 괜히 경매 시작가만큼 선지급해 주는 게 아닙니다.”
“그 정도예요?”
“저 토선과 두 개는 높은 확률로 준선경 수도자 손에 들어갈 겁니다. 어쩌면 시해선 중 누군가일 수도 있고요. 자기 자식이, 어여쁜 후손이 오래 살길 바라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죠.”
담청만 무슨 소린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 채, 일행은 경매장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