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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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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나진은 별다른 의뢰를 수행하지 않은 채 시간을 낭비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들이 보기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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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올지 모를 습격자에 두려워하는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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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사정을 아는 이들에게 ‘그렇게’ 비추도록 나진은 연기했다. 하지만 그리 연기하는 몇주의 시간을 나진은 결코 허비하지 않았다. 카론과 로젤린, 그리고 멀린과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나진은 반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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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내면과 심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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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반년간 나진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하나의 사건으로 하여금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고, 자그마치 18년의 세월 동안 지키고 살아왔던 규칙을 제 손으로 박살 내고 오랜 둥지를 벗어나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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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은 그 급격한 변화를 따라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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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영혼은 변화를 따라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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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육신의 괴리. 그것이 나진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으며, 나진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 괴리가 무엇으로 하여금 발생했나? 지난 몇주간의 고뇌 끝에 나진은 그 답에 가닿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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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윤곽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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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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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나진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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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란, 깨달음이란 것은 그리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골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하는 것 만으로 답을 손에 넣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인간의 성장에는 언제나 극적인 상황이 필요한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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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작에 불과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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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이 부릴 사냥개는 많거든. 몹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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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도 않고 널 죽이려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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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여기 좋은 기회가 있다. 얼마 전까지는 위기였을지언정, 이제 그것은 둘도 없는 기회가 되었음을 나진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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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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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감았던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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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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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면, 제 앞에는 금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앉아있다. 디에타. 그녀의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질문을 던졌고 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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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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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 테오시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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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냥꾼이 되고 누가 사냥감이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그가 남긴 하나의 문장을 나진은 진정으로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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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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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냥감과 사냥꾼을 뒤바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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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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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제롤드 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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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손가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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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악마들의 땅에서 활동하던 악마 사냥꾼. 허나 모종의 이유로 전장에서 은퇴. 은퇴이후 행적이 묘연했으나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 중인 것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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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의 테이블 위에는 네 장의 서류가 놓여 있었다. 서류에는 초상화와 함께 간략한 정보가 쓰여 있었는데, 디에타는 그것을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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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는 소드 시커. 무장은 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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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두 번째 손가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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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클라우스 아텐. 과거 프롤레아 왕국의 기마부대의 지휘관이었으나, 해당 부대의 해체 후 잠적. 무장은 3미터 가량의 랜스. 경지는 소드 시커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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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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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바사우스 말렉. 마경과 인접한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군인. 무장은 쌍검. 경지는 소드 시커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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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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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타일러 베르카니만. 군 이탈자를 처형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대, 해체 부대의 수장. 무장은 대궁. 경지는 소드 시커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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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마친 뒤 디에타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테이블에 놓인 서류들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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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발견한 인원은 대략 이 정도에요. 그 외에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들이 열댓명 정도 있는데, 소드 시커급은 아니에요.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오른 강자는 ‘반드시’ 제 경지와 정보를 제국에 보고해야 하는데··· 해당하는 부분이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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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진에게 서류 한장을 더 건넸다. 서류에는 로브를 눌러쓴 누군가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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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눈여겨볼 건 이 인물인데, 이 자에 대한 정보는 없어요. 신원도 경지도 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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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디에타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는데, 어이가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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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급이 최소 넷, 소드 엑스퍼트급이 열? 어지간한 귀족가 기사단이 단체로 움직여도 이것보단 덜할걸요? 아르베니아 공작가가 보유한 소드 시커가 셋인데,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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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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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당신을 죽여버리겠단 거네요. 이 정도로 초강수를 둘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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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사하면서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는 듯, 혀를 내두르는 디에타를 바라보며 나진 역시 놀라움을 느꼈다. 다만 그 놀라움의 방향은 디에타의 것과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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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다 어떻게 찾아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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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다 어떻게 찾아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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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나진도 ‘수상한 움직임’과 시선을 감지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엑스퍼트급 몇 명과, 소드 시커급 하나 정도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초인적인 감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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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디에타는 나진보다 더 많은 이들을, 더 정확하게 낚아채 내는 데 성공했다. 나진과 같은 날카로운 감각을 가진 것이 아님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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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잖아요. 여긴 제 영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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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진의 놀라움에 디에타는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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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구사하는 건 제 상단이에요. 제가 뿌린 금화는 하룻밤이면 도시를 한 바퀴 돌고도 남거든요. 그런 유통망을 구축하고, 이 도시의 물자를 장악하는데 5년이 걸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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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를 삼키는 뱀이 펼쳐놓은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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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을 모으고, 미끼를 던지고, 정보 꾼을 모으고, 다시 그들에게 금화를 풀어 소문을 만들어요. 그걸 몇차례 반복하다 보면 걸러지거든요. 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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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손바닥 위에 백금화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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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소드 시커급이라 한들 이 경우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에요. 교단과 소통할 수단이 있다고 한들 제한돼 있겠죠. 제 아무리 그들이 뛰어나다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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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히죽,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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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제 눈동자와 귀를 툭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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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는 한 쌍뿐이잖아요? 그에 비해 제 눈과 귀가 되어주는 정보꾼이 몇 명이라 생각해요? 심지어, 그들은 저 자신이 정보꾼이란 자각도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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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자신의 눈과 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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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 그들을 낚아냈는지에 대해 엿들은 나진은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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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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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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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말 잘 안 하는 거 알지? 근데, 너 지금 앞에 있는 애는 적군으로 두지 않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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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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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의 말에 나진은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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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아군이라서, 그리고 자신의 첫 친구라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으니까. 디에타를 적으로 돌렸다간 몹시도 까다롭고 섬뜩한 일을 당할 것만 같다고 나진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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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제 친구라 정말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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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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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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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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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튼 간··· 한번 낚았으면 그다음 정보를 얻는 일은 간단해요. 소드 시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건 생각보다 되게 쉬운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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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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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는 위험요소가 될만한 강자. 국가 입장에선 철저하게 관리하진 않더라도 ‘알고는’ 있어야 하는 강자들이에요. 소드 시커가 작정하고 난장판을 치면 영지 하나 말아먹는 건 순식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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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기사단장이든, 부대의 지휘관이든, 어떻게든 감투를 씌우고 관리하에 두고자 하죠. 그렇게 말하며 디에타는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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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급의 강자쯤 되면 여기저기서 활동한 기록과 신분, 인적 사항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있거든요. 뒤를 조금만 파봐도 우수수 나와요. 뭐, 제국의 로열 가드나 최전선의 특무대, 레인저 정도가 예외 사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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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심드렁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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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마저도 은퇴하면 예외는 없어요. 카프만 테오시스도 은퇴하자마자 정보가 다 공개됐잖아요? 그건 일종의 견제이기도 해요. 엄한 짓거리 할 생각 말라고. 그리고 현역 로열 가드와 특무대는··· 교단이 무슨 짓을 써도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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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바늘을 놓는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 그다음은 빠르게 마무리 지었노라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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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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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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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소드 시커에 오른다 하더라도, 상대는 최소 소드 시커 넷과 엑스퍼트 열댓명이에요. 혼자서 상대하기란 몹시도 어려운 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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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해야 했다. 나진의 생각보다 교단은 많은 수를 보내왔고, 그들 모두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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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계획을 짜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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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혼자서 상대하겠다고 대답했으면, 바로 멱살 잡으려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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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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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낚싯바늘을 드리우고, 낚시를 시작했을 무렵 나진은 그녀와 함께 몇 가지 계획을 짰다. 그리고, 이 경우 그 몇 가지 계획 중 무엇이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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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똑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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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해도 여전히 위험한 건 변함이 없네요. 결국 당신이 어떻게 하냐에 달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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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손바닥에서 굴리던 백금화를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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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걸어볼 만한 도박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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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튕긴 백금화를 나진이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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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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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는 못 말리겠다는 양, 나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에 나진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디에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승산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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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와 나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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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로 약속한 대로 움직여야 할 차례였으니까. 그렇게 행동하기에 앞서, 디에타가 나진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흐트러진 나진의 옷매무새를 정돈해 준 그녀가 나진의 가슴팍을 손등으로 꾸욱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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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지 좀 말고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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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생각하면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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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내가 어쩌다 이런 사람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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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투덜거렸다. 길게 숨을 내뱉은 그녀가 나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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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요. 이건 약속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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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약속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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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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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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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와요. 와서 인사하는 거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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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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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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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숨어든 교단의 사냥개들은 속삭였다. 그들은 도시의 각지에 흩어져 있으며, 도시의 외곽을 따라 움직이며 정보를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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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사냥개가 되어 움직이는 이들의 수가 스물에 이르렀으나, 그들은 결코 한자리에 모두 모이는 법이 없었다. 둘에서 셋씩 모여 정보를 나누고 그 정보를 다시 아래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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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들을 통솔하는 다섯의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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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만들어진 위계 서열과, 명령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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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권을 쥔 이들은 저마다의 전장에서 숱한 경험을 쌓았으며, 암습과 암살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은밀히 기회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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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는 12일 밤, 대상은 아흐메티 도로를 따라 북상한다. 의뢰를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동행한 모험가들이 있으나 방해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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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에 참가한 이들의 명단을 입수했으니까. 그 명단에는 위험시되는 인물은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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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소에서 습격한다. 변수는 있어선 안 된다. 교단은 경고했다. 전력 차이를 뒤집을 변수를 지닌 인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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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에 이르지 못한 애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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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송이를 잡기 위해, 소드 시커급 인력만 다섯이 투입됐다. 그러나 그 다섯은 교단의 판단을 불신하지 않았다. 악연으로 엮였든, 무슨 인연으로 엮였든 간··· 그들은 대사제 오를랑이 얼마나 지독한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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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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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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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입수한 정보를 교차해서 검증하고, 무엇보다도 디에타 상단의 개입을 눈여겨 확인했다. 교단이 건넨 정보에 의하면 의뢰 대상은 디에타 상단의 상단주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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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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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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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단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 의뢰는 중앙 길드에서 발주된 것이었으며, 나진이란 이름의 청년은 ‘적색 등급’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의뢰 수를 채우고자 도시의 바깥으로 나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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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의뢰. 그리고, 그간 나진의 행동반경에 대해 수소문한 결과 상단주와의 접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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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중앙에는 접근하지 못하지만, 나진은 이 도시에서 유명인이었으므로 그의 동향에 대해서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온갖 곳에서 나진에 대한 정보가 쏟아졌고, 그들은 그것을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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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쏟아지는 정보를 과신해선 안 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주기적으로 모여 수집한 정보를 교차해서 검증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스물에 이르는 이들 모두가 ‘똑같은’ 정보를 얻었음이 확인된 순간 그들은 움직일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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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감이 둥지 바깥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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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냥꾼이 움직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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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저들 스스로를 사냥꾼이라 여겼으며 그 사실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가지진 못했다. 방심하진 않았으나 이쪽이 우위에 서 있노라고 생각한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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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그들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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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정보가 조작됐단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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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만든 흐름에 휩쓸리고 있단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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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에 금빛 낚싯바늘이 꿰여있단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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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사냥꾼과 사냥감이 뒤바뀌었단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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