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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노리는 습격자들 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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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로 돌아가는 마차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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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는 팔짱을 낀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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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 내부에서 당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건 백각 등급의 모험가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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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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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급을 제외한다면 위험은 없다. 엑스퍼트를 수십 명 단위로 데려온다면 위험하긴 하겠지만, 그만한 인원이 단체로 움직인다면 나진에게도 대응할 만한 수단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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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치고 빠지기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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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와 추격, 그리고 전황을 뒤집어 반격하는 건 나진의 전문 분야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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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각 모험가는 총 다섯. 그중 카프만 테오시스가 사망했으니 남은 건 넷이에요. 그리고, 그중 셋은 절대로 당신을 노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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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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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로젤린 아스칼로. 만나봐서 알죠? 그 사람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순수해요. 이런 식의 추잡한 짓거리를 할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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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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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전(前) 제노벨스 가문의 기사단장 리하르트 폴센. 이 사람은 교단이 결코 섭외할 수 없는 인물이에요. 황실과 교류가 있는 인물이니까요. 행동 하나하나가 황실에 보고되는 인물이라··· 이런 식의 일을 벌이진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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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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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바셴 코르테. 정보 공개를 안 한 백각 모험가인데, 이 사람은 교단을 극도로 혐오해요. 교단의 고위 사제를 살해한 혐의로 기사 작위를 박탈당한 인물이거든요. 역시나, 엮일 확률은 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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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하고 그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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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셴 코르테는 저희 상단의 전속 모험가예요. 아마 이번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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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셋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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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손가락 하나를 가리키며 디에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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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젤 파라멜트. 이 사람은···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어서 확신할 수 없어요. 만일 캄브리아 도시 내에서 당신을 노리거든 그리젤이 유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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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는 주로 다루는 무기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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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버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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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버드라, 상대해 본 적이 없는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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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전 모험가 도시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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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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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교단이라면 이번에 사냥개를 전부 풀어버릴 것 같네요. 이미 카프만이 당했어요. 교단도 확신하겠죠. 당신이 간을 볼 상대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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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되나. 그리 중얼거리며 디에타가 제 팔뚝을 검지로 툭툭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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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지만··· 성휘 교단은 ‘절대 성기사들을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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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겁니다. 들키기 싫어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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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가정한다면 도시에 외부 인력이 발을 들일 경로는 그렇게 다양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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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지도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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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도시에 방문하려면,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해요. 그리고 이유 없는 방문은 티가 나는 법이죠. 기록으로도 남고요. 이 방법을 쓰려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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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정문이 아닌 후문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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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신분을 위장하고 후문으로 들겠죠. 월담을 하거나.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들이 당신을 노리기는 쉽지 않아요. 당신, 주거지역이 중앙교회에 인접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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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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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역은 최소 녹색 등급 이상의 모험가가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에요. 신분이 확실치 않은 인물은 출입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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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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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 내부에서 당신을 암살하기란 쉽지 않아요. 당신의 실력을 감안하면 더더욱. 중앙도시에서 싸움이 발생한다면 모험가들이 합류할 테고, 일이 커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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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건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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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들은 당신을 꾀어내려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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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바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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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제 턱을 매만졌다. 그렇다면 한동안은 도시의 내부에서 머물러야 하나? 하지만, 그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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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꼭 당하고만 있을 필요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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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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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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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제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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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캄브리아를 주름잡는 대상단의 상단주예요. 도시 내에서 금화와 물자 유통량만 따지고 보면, 제 상단을 넘는 상단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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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품에서 백금화 한 닢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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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검을 휘두르듯이, 사수가 활을 쏘듯이, 마법사가 마나를 흩뿌리듯이, 상인은 공중에 튕긴 금화를 휙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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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가능케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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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를 삼키는 뱀이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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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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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로 돌아온 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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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처를 디에타 상단의 바로 옆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디에타가 ‘그곳도 좋지만 거처를 더 가까이에 옮기는 편이 좋다’라고 강하게 주장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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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제 상단 근처에 아주 저렴한 가격에 좋은 매물이 하나 나올 ‘예정’이거든요. 그곳으로 이사하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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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하고 가까우니 자주 얼굴 볼 수도 있고 좋겠네요! 몸만 오세요. 짐은 사람들 시켜서 미리 옮겨둘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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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유가 꼭 ‘안전’ 하나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이곳이 안전하다는 디에타의 주장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사를 마친 나진은 디에타에게 짧게 인사를 한 뒤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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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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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요한 것은 나진 개인의 무력이기도 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믿을 것은 제 손에 들린 한 자루의 검일 테니까. 하루빨리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라야 한단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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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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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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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생긴 덕분에 나진은 지금까지의 자신이 행한 훈련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무작정 검을 휘두르는 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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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이나 육체 능력은 이미 소드 시커급에 한없이 근접해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무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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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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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 나진은 조언을 구할만한 인물을 찾아갔다. 때마침 적합한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까. 문을 두들기고 잠시 기다리자 끼이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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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런 아침부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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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한 머리칼을 긁적이며 나온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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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각 등급의 모험가, 로젤린 아스칼로가 나진을 알아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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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무슨 일이냐? 애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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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말했던 1회 부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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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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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쓰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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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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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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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불구하고, 로젤린은 잠시 기다리고 있으란 말을 남기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흐른 뒤, 털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로젤린이 슬리퍼를 찍찍 끌며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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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부탁이 뭔데 애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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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을 부탁드릴까 합니다. 최대한 실전에 가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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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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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허허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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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 봐라. 야, 이 누님은 소드 시커에 오른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어. 나름 실력자다 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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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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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전에 가깝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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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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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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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라니? 그러고 보니, 로젤린도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기사단장 그리핀하고 맞부딪치고도 생환했다고 했던가. 로젤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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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우화 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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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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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몰라? 우화(羽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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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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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심상의 편린을 깨우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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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말없이 검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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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 위로 새하얀 별무리가 피어올랐다. 소드 엑스퍼트의 검기를 벗어나, 시커에 근접해 있는 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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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미친 새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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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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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이에 소드 시커에 근접해 있다고?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엑스퍼트였지 않던가? 고작 한두 달 사이에 저렇게까지 성장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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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말해봐. 뭔 상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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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다리를 꼬고 벤치에 앉아 연초에 불을 붙였다. 연초를 태우며 그녀는 나진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나진의 설명이 끝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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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알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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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턱을 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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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에 오르려면 검기를 완전히 분해하고 재구성해야 한단 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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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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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과정이 꼭 번데기를 깨고 나오는 나비 같다 해서 우화(羽化)라 부르기도, 탈피라 부르기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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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제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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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머리칼이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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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은 사람마다 달라. 엄청 빠른 놈도 있고, 엄청 느린 놈도 있지. 그 이유가 뭔 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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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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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성숙하는 속도는 저마다 다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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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건 붉은 눈동자다. 지난번 저 눈동자를 마주할 때도 그랬지만, 나진의 귓가에 멀린이 숨을 헛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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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엑스퍼트니, 시커니, 마스터니··· 결국 그 일련의 과정이 의미하는 건 하나야. 영혼의 불순물을 덜어내고 완전해지는 것. 승화시켜 초월에 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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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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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엑스퍼트 때는 티가 안 나는데, 시커부터는 영혼이란 부분에 영향을 제법 많이 받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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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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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손가락에서 빙글, 돌린 검 위로 세찬 검기가 피어올랐다. 짐승의 발톱과도 같은 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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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지. 소드 시커란 제 심상을 검기에 담을 줄 아는 이. 영혼의 형태를 검에 투영할 줄 아는 경지인데, 영혼이 덜 성숙했다면 그 과정이 당연히 오래 걸릴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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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칼끝으로 나진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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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엔 네가 딱 이쪽이야. 심상의 편린을 깨우쳤는데, 거기서 전진이 없다는 건 무언가 걸렸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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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렸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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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뭐 미련이라든가, 심상을 그리는 데 방해되는 잡념이라든가, 그런 것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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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검기를 거두곤 길게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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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어봐서 알아. 난 심상을 깨우친 상태에서 소드 시커에 오르기까지 3년이 걸렸거든. 남들은 암만 늦어도 몇 개월이면 하는 과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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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으며 로젤린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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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경우엔 내가 도와줄 수 있지. 일단 검부터 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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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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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어진 검투(劍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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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나누며 나진과 로젤린은 저마다 놀라움을 느꼈다. 나진이 느낀 놀라움은, 로젤린이 자신의 상상 이상의 강자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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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베니아 공작가의 기사단장, 그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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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기사 베른하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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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 카프만 테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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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급의 강자와 몇 번 전투를 해본 나진이다. 그중에서 가장 강했던 상대는 그리핀이었고, 지금 다시 싸워도 이길 수 없으리라 확신하는 상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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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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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로젤린은 그리핀보다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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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리핀보다 한 단계 높은 곳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검이 파고드는 속도도, 그리는 궤적도, 무엇보다도 검기의 자유로움이 그리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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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으로선 알 길이 없지만, 나진이 직감적으로 느낀 그 평가는 정확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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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가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세 가지 과정. 발아(發芽), 개화(開花), 만개(滿開). 로젤린 아스칼로는 그중 발아를 마친 인물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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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이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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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이 물어뜯는 것만 같은 그녀의 검기는 공간을 후벼판다. 마치 그물을 펼쳐놓은 듯, 일대의 사냥감을 옭아매 할퀴고 물어뜯는다. 정교한 검기의 운용은 나진이 보기에 놀라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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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놈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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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로젤린 아스칼로 역시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름 아닌, 나진이 자신의 기술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 봤을 때도 뛰어난 애송이긴 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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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저 검을 잘 다루는 소드 엑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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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난 부분이 있는 어린 천재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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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없이 소드 시커에 근접한, 머지않아 자신과 어깨를 견줄만한 강자였다. 이미 저 육체 능력과 반응속도는 어지간한 소드 시커에도 밀리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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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개월 만에 이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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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되는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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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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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의 편린을 깨우쳤는데, 거기서 더 진전이 없다고 이야기하길래 진지하게 상담해 줬더니··· 그녀가 보기에 이건 성장이 너무 빠르기에 발생한 문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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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곤 경우가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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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에 로젤린은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하기야, 자신과 같은 경우가 어딨겠는가. 영혼의 절반에 그을음이 낀 사람이 또 어딨겠어. 이 저주받은 핏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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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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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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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파고들고, 시야의 사각을 점하며, 검기의 그물에서 빠져나가는 나진의 모습. 이건 단순히 재능이 있기에 완성되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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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 짧은 기간 동안, 어떤 새끼들이랑 싸워댔길래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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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경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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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강자와 마주한 경험이 나진의 움직임엔 담겨져 있었으니까. 그리 한동안 검투를 마친 뒤, 로젤린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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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거 진짜 재밌는 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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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웃으며 로젤린이 나진에게 다가왔다. 나진은 바닥에 검을 꽂아 넣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진의 옆에 로젤린이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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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너한테 필요한 건 검술이나, 육체 단련이 아니야. 오히려 너만의 시간을 가지고 네가 그리는 풍경을 정리하는 명상이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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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독방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봤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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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 아스칼로가 나진의 어깨를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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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해 봐라.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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