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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파우베에 이어 카프만과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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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적과의 연전으로 지친 몸을 끌고 나진은 지하수로를 거닐었다. 걸음은 무겁고 눈꺼풀은 자꾸만 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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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맛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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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엑스칼리버의 회복력과 포션이 있다곤 하나, 정신적 피로와 치명상은 곧장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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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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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에게서 도주하며 내팽개쳤던 파우베의 시체를 회수해 나진은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 지하수로의 바깥에 발을 디뎠을 때는 이미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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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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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어두운 곳에 있다 바깥에 나오니 햇빛이 제법 낯설었다. 눈살을 찌푸린 채 나진이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햇빛에 적응을 하고 나서야 나진은 주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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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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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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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수로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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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모여있는 이들이 있었다. 성혈 교단의 이단심문관들이었고, 그들을 보조하기로 한 용병들이었다. 그들 중 몇이 나진을 발견하고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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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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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눈을 크게 뜬 채 나진을 바라봤고, 뒤이어 나진이 끌고 온 파우베의 시체를 확인했다. 그들의 눈동자가 조금 더 커다래졌으며 그들의 입 바깥으로 경악 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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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지하수로에 진입하기 위해 장비를 정비하고 작전을 되새기던 그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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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이 마주한 건 상황이 이미 정리됐단 소식이다. 나진의 손에 끌려온 흑마법사의 시체가 그 사실을 증거하고 있었다. 그 점잖은 이단심문관들조차 눈을 부릅뜨는 가운데, 나진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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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몇 걸음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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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단과 이단심문관 사이에 섞여 있는 자신의 고용주, 하이트에게 다가가 나진은 시체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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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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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가 장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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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시군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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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가 나진에게 요구했던 것은 가능한 빠르게 일을 처리해 줄 것. 혹은, 더 이상 이단심문관 쪽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게끔 선발대로서 파우베의 힘을 빼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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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진은 그 둘 모두를 완벽하게 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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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이트와 이 도시의 영주가 바란 대로 빠르고 깔끔한 일 처리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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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그들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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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바란 것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조용하게 마무리 될 수 없었으니까. 도시의 지하에서 칠환(七環)의 흑마법사 ‘케팔론’의 공방이 발견됐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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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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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혈(星血) 교단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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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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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상에 간단한 응급처치만을 한 뒤, 나진은 하이트가 마련해준 객실에서 하룻밤을 꼬박 골아떨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정신적 피로는 해소됐지만 몸에 뚫린 바람구멍들마저 그렇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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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크게도 뚫어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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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급의 무인이었던 카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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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 명성에 걸맞게, 카프만이 뚫어놓은 구멍들이 모두 메꿔지진 않았다. 물론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회복력이었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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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를 감아 회복되는 상처를 감추고, 나진은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접견실에 도착하자 설명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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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베의 토벌 과정과, 자세한 설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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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물음에 나진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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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베를 어떻게 토벌했는지, 그리고 도망치던 파우베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케팔론의 공방을 발견했다는 이야기까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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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케팔론의 공방은 이미 이단심문관들에 의해 그 위치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부자연스럽게 끊긴 핏자국으로 하여금 위치는 특정되고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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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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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용주 하이트는 신음을 흘렸다. 결국에 교단의 개입을 피할 수 없게 됐으니까. 그러나 그 책임을 나진에게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숨과 함께 하이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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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 테오시스 경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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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홀로 지하 수로에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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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프만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나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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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하셨습니다. 흑마법사와의 전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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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진이 선택한 대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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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만이 교단의 사냥개였고, 자신의 손에 의해 죽임당했단 사실을 밝혀봐야 일이 복잡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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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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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을 무너트릴 힘과 권력, 그리고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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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두를 가지게 됐을 때 비로소 카프만이 넘겨준 계약서는 다시 쓰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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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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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가 제 미간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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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베를 추격하는 과정, 케팔론의 공방으로 도주한 그녀가 발현한 4서클 주문 ‘망자의 굶주림’에 당해 카프만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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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진이 증언한 카프만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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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굶주림은 대상을 망자화시키며, 시전자가 사망할 시 망자들은 바스러지니 흔적이 남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단심문관들의 조사 결과와도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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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 준비된 제물들을 매개 삼아, 4서클 주문 망자의 굶주림을 시전한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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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가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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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프만의 죽음을 공표해야 하는 하이트의 입장에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백각 등급의 모험가의 죽음과 잘못 판정된 추정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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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의 불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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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 재단에 물어야 할 손해배상이 한두 푼이 아니리라. 하이트의 미간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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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의뢰 보수는 캄브리아 중앙 길드를 통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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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이트는 접견실을 나섰는데, 그 걸음걸이가 무겁기가 짝이 없었다. 속이 쓰린 듯 연신 한숨을 푹푹 쉬어대는 하이트를 흘겨보던 나진은 이내 접견실에 놓여있는 신문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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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잠들어있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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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룻밤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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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문을 펼치고 첫 장을 읽은 순간 나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이트가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였는지. 속이 쓰리다 못해 다 죽어가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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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겐오프 시의 지하로 도주했던 흑마법사 파우베, 추격 끝에 토벌에 성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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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레겐오프 시의 지하에서 발견된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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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제국을 두려움에 떨게 한 흑마법사 ‘케팔론’의 공방이 발견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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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정리한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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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그마한 문장들의 뒤에 이어지는, 큼지막한 문장이 나진의 시선을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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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혈 교단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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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처형인, 유엘 라지안 경께서 레겐오프 시에 방문 의사를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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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환의 흑마법사가 남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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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사특하고 사이한 것들을 심판하는 성혈(星血)교단의 본진이 움직일 명분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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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성혈 교단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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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가진 처형기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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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심판대라 불리는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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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처형인, 유엘 라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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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별을 가진 소드 마스터가 레겐오프 시에 걸음 한다. 나진은 아까부터 바깥이 소란스러운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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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명인을 맞이할 준비나, 축제와 같은 행사를 준비하는 소란스러움과는 다르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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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걸어 잠그고, 거리를 치우고, 가게를 닫고 노점상은 가판대를 모조리 치워버리고 있다. 소란스러움과 함께 거리는 정리되고 있다. 아마 몇 시간 뒤면 거리는 쥐 죽은 듯 고요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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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나진의 눈에는 마치 ‘윗동네’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지하도시의 주민들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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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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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처형인, 유엘 라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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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해선 나진은 아는 게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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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소드 마스터들에 대해선 전부 찾아본 나진이지만, 유엘 라지안에 대해선 놀라울 정도로 정보가 결여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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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첫 번째 기둥, 제국제일각 게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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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교단의 주인, 검성 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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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혈 교단의 처형인, 살인귀 유엘 라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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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가장 이름 높은 세 소드 마스터 중 일각을 차지하고 있거늘, 유엘 라지안에 대한 정보는 다른 둘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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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생애, 검술, 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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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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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쯤 되면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게 정상이거늘, 그녀의 유년기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었다. 고작 해봐야 이런 기록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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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전쟁에는 귀신이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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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백발을 끌며 돌아다니는 소녀가 있다. 소녀는 패잔병을 죽인다. 시체들을 뜯어먹으며 산다. 마주치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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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소드 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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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도 더 전에 일어났던 전쟁에서의 목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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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살인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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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가 이끄는 집단 하나가, 백발의 소녀의 손에 의해 박살이 났다. 육환의 흑마법사가 무참히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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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칠갑을 한 소녀가 성혈 교단에 흑마법사의 시체를 182구를 가지고 찾아와 보수를 요구했는데, 이에 대사제께서 크게 놀라 주저앉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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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의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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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혈 교단의 처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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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엘 라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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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제의 세례를 받고 십여년 만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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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녀의 삶에 대해 알려진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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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70년 전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인물. 소드 마스터쯤 되면 수명의 제한에서 자유로워지기에 그 나이 역시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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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게 불명이지만, 그녀가 피로 물들인 역사는 제국의 역사서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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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 악마, 사특하고 사이한 것. 그런 것들이 들끓는 곳에 유엘 라지안은 걸음 한다. 걸음 하여서, 관련된 모든 것을 쳐 죽인다. 살인 그 자체를 즐기는 듯 사람을 죽이고 해체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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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걸음 한 곳은 핏빛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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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세상은 그녀를 두려워하고 또한 경외한다. 그녀에게 살인귀라는 멸칭이 붙게 된 것도 그쯤이었는데, 정작 유엘 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 멸칭을 제 이명으로 삼았다. 마음에 든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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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미친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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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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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의 후보자에 들었을 때 나랑 베디비어가 얼마나 비명을 질렀는지 너흰 모를 거야. 그년은 그냥 걸어 다니는 인간 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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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색하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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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에 오르려면 검술에 통달해야 하고, 심상을 깨우쳐야 하고, 제 검으로 세상을 뒤흔들 줄 알아야 해. 그런데 내 시대에 어떤 미치광이가 이론 하나를 제시한 적이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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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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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정신 나간 이론이었는데 뭐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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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둘러 사람을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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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취하고, 그들의 영혼이 마지막으로 내지르는 비명에 귀 기울이며, 죽음 그 자체를 가까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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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파고들면 좀 복잡하긴 한데, 요점만 말하면 이거야. 수만, 수십만 단위로 사람을 검으로 죽이면 심상이니 검술이니 그런 거 없이도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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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나머지 나진이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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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 정신 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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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내 시대에도 그 이론을 제시한 학자를 미친년이라고 욕했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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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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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진짜로 행한 게, 유엘 라지안이라는 인간이야. 많이 죽여서 소드 마스터 경지에 오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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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묘리를 깨우친 것도 아니며, 제 심상을 세상에 그려내는 것도 아닌, 그저 단순히 많이 휘두르고 많이 죽여 정점에 오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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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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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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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저 멀리서 마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성혈 교단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 사람 하나 없이 한적한 거리에 마차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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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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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마차의 문이 열렸다. 화려해 보이는 마차의 외관과 달리, 마차에 타고 온 것은 한 명 뿐이다. 그 어떤 호위도 대동하지 않은 채 찾아온 귀빈이 마차의 바깥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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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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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묘령의 여인이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진 새하얀 백발과 하얗다 못해 창백하기까지 한 피부. 오롯이 하나의 색깔로만 이루어진 여인이었는데, 그녀의 눈동자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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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과 같은 붉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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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서 내린 그녀가 나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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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동자와 마주한 순간, 나진은 제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섬뜩함을 느꼈다. 제 목과 몸이 분리되는 환상이, 제 몸에서 피가 쏟아지는 환상이 나진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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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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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채워둔 검을 뽑으려던 왼손을, 나진은 간신히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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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느껴보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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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과는 전혀 다른 기세를 내뿜는, 갈무리되지 않은 살기를 흩뿌리는 유엘 라지안의 모습은 그야말로 섬뜩하기 짝이 없다. 나진이 제 옆을 바라보니, 함께 서 있던 고용주 하이트는 눈을 까뒤집은 채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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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미친년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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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기가 찬다는 듯 중얼거리는 가운데 나진은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엘 라지안. 한없이 무표정한 그녀의 입꼬리가 조금이지만 움직이는 것을 나진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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