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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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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나진은 후작가의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사건은 일단락됐고, 이다음부턴 자신의 무대가 아니었으니까. 디에타를 이곳까지 데려다줌으로써 제 역할이 끝났음을 나진은 알고 있었다.
이다음에 이어질 것은 정치와 명분의 싸움.
그리고 복잡한 제국법의 조항을 뒤적이며, 상대에게 비수를 찔러넣는··· 세 치 혀와 몇 개의 글줄로 싸우는 정치가들의 싸움이다. 그런 부분에 나진은 무지했으므로 딱히 나설 생각은 없었다.
‘그쪽 전문가는 따로 있으니 뭐···.
금화를 삼키는 뱀, 디에타.
어느새 냉철한 상인으로 돌아온 그녀는 에델마르 후작의 도움을 받아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상단을 되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걱정 마세요. 여긴 제 무대니까요.」
「캄브리아로 돌아가면 꼭 사례할게요.」
날붙이를 휘두르고 피를 봐야만 싸움이 아니다. 디에타에겐 디에타 나름의 전장이 있었다. 바삐 움직이는 디에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나진은 후작가의 영지를 산책하곤 했다.
후작이 건넨 훈장을 가지고 있는 한 어딜 가든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그렇게 산책을 하다말고 벤치에 걸터앉은 나진은 문득 눈앞을 바라봤다. 그곳엔 높게 자란 나무가 있었다. 비록 눈앞에 놓인 것이 가시나무는 아니었지만, 높게 자란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며칠 전의 전투가 떠오르고 만다.
붉은 가시나무의 검기를 휘두르던 그리핀.
버거운 강자였고, 몇 번이고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던 상대였다. 나진에게 소드 시커란 무엇인지 똑똑히 각인해준 기사이기도 했고. 소드 시커, 심상, 내면의 풍경. 그런 단어들을 나진은 곱씹었다.
그리곤, 깜빡.
나진이 두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제 내면에 집중하노라면, 그곳엔 그리핀과의 전투에서 간신히 싹을 틔운 자신의 심상이 존재했다. 아직은 몇 걸음의 폭에 불과한 공간.
새까만 공간에 자리 잡은 지하도시 아트만의 풍경.
그곳에는 두 개의 별이 각각 하늘과 땅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어느 소녀가 담장 위에 걸터앉아 하늘에 뜬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진은 제 내면에 자리 잡은 풍경을 거닐었다.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담장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던 소녀가 고개를 돌려 나진을 바라봤다.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청백색의 머리칼.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싯푸른 눈동자. 나진과 눈을 마주치자 그녀의 눈꼬리가 휘었다.
“뭐야, 왔어?”
호수의 마법사, 멀린.
나진의 내면에 자리 잡은 그녀가 나진을 반겼다.
2.
“뭔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뭐, 얼굴을 마주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긴 하네. 한 넉 달 만인가? 석 달 만이던가?”
“그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멀린이 손바닥으로 탁탁, 제 옆을 두들겼다.
나진은 담장을 기어올라 멀린의 곁에 앉았다. 하늘에 높게 뜬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였다.
“이제 이런 식으로 마주하는 것도 가능합니까?”
“자주는 아니지만, 네가 눈을 감고 집중하면 가능은 하겠지.”
멀린이 답했다.
“내 의식체는 네 심상에 자리 잡고 있고, 네가 그리는 심상이 선명하고 구체적이게 될수록 뚜렷해질 거야. 아직은 조금 흐릿하지?”
그녀가 나진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확실히, 아직은 수면에 비춘 것처럼 멀린의 모습이 흐릿하긴 했다. 그녀의 성역(星域)에서 마주했을 때와는 차이가 있다.
“그건 그렇고 말야.”
멀린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가 자리 잡고 있는 나진의 내면.
나진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자리 잡은 풍경을 둘러보며 그녀는 짧게 숨을 뱉었다.
“삭막한 풍경이네.”
“그렇습니까.”
“응. 숲도 안 보이고, 호수도 없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고. 어두컴컴하고 칙칙하네. 이게 네가 살았다던 지하도시의 풍경이겠지?”
“그런 셈이죠. 사실 이것보단 조금 더 밝긴 합니다.”
나진이 쓰게 웃었다.
“저쪽 주점의 앞에는 노을빛 광석등이 많이 매달려있습니다. 이폴리 누나가 매일 같이 나와서 간판을 닦고, 광석등을 점검하거든요.”
깜빡, 하고 주점의 주변에 광석등이 생겨났다.
어스름한 노을빛이 그 주위에 얕게 깔렸다.
“저쪽은 창구로 향하는 길입니다. 저기까진 아직 그려지지 않은 모양인데··· 저 길 너머에는 조금 더 화려해요. 지하도시에서 가장 밝은 곳이거든요.”
어둠 속으로 이어진 길.
그 길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저 너머까진 아직 구현하지 못했지만, 새어 나오는 빛 정도는 떠올려 볼 수 있었으니까.
“그래?”
“네. 그리고 저긴······.”
“그런 것도 있어?”
“이곳의 사람들은 윗동네를 그리워하니까요. 조금이라도 윗동네와 닮은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던 거겠죠. 잘은 모르겠지만.”
멀린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진은 풍경을 둘러봤다. 캄캄하기만 했던 도시에는 크고 작은 등불들이 걸려 조금 더 정교한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물론 나진이 조금만 집중을 흐트러트리면 그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아직 심상에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것들이니까. 나진은 씁쓸하고, 조금은 그리운 듯한 감정을 느끼며 제 내면에 자리 잡은 풍경을 바라봤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네요.”
나진이 중얼거렸다.
“거지 같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한 곳인데, 이렇게 보고 있자니 조금 그리운 듯한 기분도 들어요.”
“원래 고향이란 게 그래.”
“멀린도 그래요?”
“내 고향이 거지 같은 곳이긴 했어도, 마녀한테 불타 재가 되어버린 다음엔 좀 그립긴 하더라.”
멀린이 쓰게 웃었다.
“아무튼, 이렇게 종종 머릿속으로 심상을 가다듬는 게 좋을 거야. 네가 계속 의식하지 않는다면 심상은 조금씩 깎여나가다가 바스러지고 마니까.”
그녀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망각이고 마모야. 그러니 네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이 풍경을 소중히 간직해.”
멀린이 턱을 괸 채 아련한 눈동자로 지하도시 아트만의 정경을 바라봤다. 무언가를 떠올리는듯한 눈동자였고, 무언갈 추억하는 듯한 눈동자였다.
“잃어버리고 나선 후회할 수도 없거든. 떠오르지가 않아서.”
“제가 그렇게 기억력이 나쁘진 않습니다.”
“뭐라는 거야. 기억력하곤 다른 이야기거든?”
멀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꼭 있거든. 심상을 더럽히려는 놈들이. 기억을 망가트리고, 머릿속을 손가락으로 휘저어대는 거지 같은 놈들이 있어. 그러니까 조심하란 이야기였지.”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네요.”
“혹시 모르지. 가까운 이야기일지도.”
뭐어, 하고 멀린이 담장 위에서 뛰어내렸다. 지하도시 아트만의 거리를 거닐으며 그녀가 말했다.
“네 풍경도 나쁘지 않네. 아늑한 느낌이야.”
멀린이 뒷짐을 진 채 나진을 돌아봤다.
“기왕이면 호수도 하나 있음 좋겠는데, 언제 하나 만들어줘.”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피식, 하고 웃으며 나진이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지하도시의 풍경은 사라지고 후작가 정원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 높이 솟아있는 나무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나진은 이내 걸음을 옮겼다.
3.
에델마르 후작의 집무실.
제 주인에게 보고를 올리던 기사단장, 울프힐드는 마지막으로 제 주관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평가하기에, 소드 시커에 근접해 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예, 객관적인 기준에서 아르베니아 공작가의 기사단장 그리핀 경은 강자입니다. 최대 5m가 넘어가는 검기로 ‘아르타 트리가디언’의 검술을 펼치는 그리핀 경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울프힐드가 말을 이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붙는다면 제 필패일 것이고, 먼 거리에서도 홀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핀 경에게 공작가의 첫 번째 검이라는 이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그리핀은 강자다.
그는 이제 막 심상을 깨우친 소드 시커가 아닌, 제 심상을 온전히 다룰 줄 아는 노련한 검사였다.
“그런 강자의 검을 그 청년은 받아냈습니다. 하물며 검기의 편린이나마 베어냈죠. 소드 엑스퍼트 수준에서 가능할 리 없는 묘기를 부렸습니다.”
“그건···.”
“소드 시커에 근접했거나, 심상의 편린을 붙잡은 게 분명합니다. 순간적인 육체 능력은 이미 시커의 경지에 오른 것 같더군요.”
그리핀과 나진이 맞부딪치는 광경을 지켜본 울프힐드다. 그는 대궁을 다루는 기사였고, 궁사에게 요구되는 관찰력과 통찰력을 십수 년간 갈고닦은 인물이다.
그의 눈동자를 후작은 신뢰했다.
신뢰했기에 에델마르 후작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후작이 허어, 하고 길게 숨을 뱉었다.
“놀랍군. 그 나이에 그만한 경지를?”
“신분상으론 28세이긴 합니다만···.”
“그 나이로 쳐도 최연소 소드 시커이지. 검성, 카론 경을 방불케 하는 재능이로군.”
혹은 카론 경을 능가하는 재능이다.
세간에 알려진다면 분명 거센 여파가 불어올 것이 분명했다. 아직은 그 청년의 이야기가 캄브리아 안에서만 돌고 있다곤 하나······.
“곧 두각을 드러내겠지. 바깥으로도.”
캄브리아 안에서 머무를 자가 아니다.
곧 더욱 넓은 무대로 나아가겠지. 저만한 재능을 가진 이가 하나의 무대에 오래 묶여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에델마르 후작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런 인재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나 원 참.”
출신지도, 진명도, 진짜 나이도.
그 모든 게 감춰진 청년이다. 심지어 뒤적여봐도 나오는 정보라곤 하나도 없다. 정말 어디 기록 말살된 가문의 자제라도 된단 말인가? 이렇게까지 정보가 깔끔하게 지워진 이는 없을 텐데.
“신원은 불명에, 기사도를 중시하고 뛰어난 검의 재능을 지닌 청년······.”
그 정보를 곱씹던 후작이 무심코 웃었다.
제 주인이 소리 내 웃자, 울프힐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후작에게 질문했다.
“왜 그러시는지···?”
“내 요즘 연극을 너무 즐겨봤나 보네. 어이없는 생각이 떠올라서 말일세.”
눈을 깜빡이는 제 기사에게 후작은 헛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어이없는 망상이지만, 곱씹다 보니 왠지 그럴싸했기에.
“그 청년, 꼭 아서왕을 보는 듯하지 않나?”
“···예?”
“신원불명.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 기사도를 중시하고, 명예와 긍지를 무겁게 여기지. 뛰어난 검의 재능을 지녔으며··· 젊은 나이에 높은 경지에 올라있어.”
청년이 가진 특징.
“거기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위치가, 바로 기회의 도시 캄브리아야. 이 도시에서 그 여정을 시작하려 하는 게··· 꼭 아서왕의 일대기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하나 하나를 따지고 보면 흔한 이야기지만, 그 모두가 겹치면 보기 드문 이야기가 나오는 법이다.
“수백 년이 흘러 기회의 도시에 나타난 아서왕을 닮은 청년. 크으, 이 얼마나 가슴 뛰게 만드는 이야기인가?”
후작이 빛나는 눈동자로 제 기사를 바라봤다.
“어떻게 생각하나, 울프힐드 경?”
“외람되지만, 연극 감상을 좀 줄이실 필요가 있다고 사료되옵니다.”
“쓰읍. 그런가? 확실히 요 몇 개월간 극단에 밥 먹듯이 들르긴 했지. 줄일 필요가 있나······.”
“극단에 대한 지원도 조금 줄이실 필요가···.”
“어허. 그건 안 되네.”
후작이 정색했다.
“내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란 말일세. 극단이 커지면 관광사업으로 트레바체의 이름을 날릴 수 있을 테니,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인 셈이야.”
그거야 뭐 어쨌든 간.
그리 중얼거리며 후작은 제 테이블에 놓인 서류를 바라봤다. 캄브리아 중앙 길드에서 보내온 서류. 서류의 최상단에는 [승급 심사 최종 승인]이란 글자가 적혀있다.
에델마르 후작은 말없이 심사 내용을 훑어봤다.
해당 모험가가 활동한 기록은 그리 많지 않으나 그 행적은 하나같이 굵직한 것밖에 없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감독한 승급 시험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냈다.
이쯤 되면 승급은 확정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적색 등급 모험가쯤 되면, 캄브리아에서 보증하는 실력자이기에 재단의 대표에게 의례상 허가를 받는 것이다. 후작은 서류에 적힌 ‘이반’이라는 이름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신원불명.
알려진 것 없음.
신분 위장의 위험 있음.
그와 같은 ‘위험 요소’가 적힌 부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후작은 서류에 제 이름을 사인했다. 그리곤 후작가의 문양이 새겨진 도장을 쾅, 하고 찍었다.
나진의 적색 등급 승급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 * *
며칠의 시간이 흘러 사건은 마무리됐다.
지난 며칠간 복잡하고, 질척하고,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더러운 정치판에서 춤을 춘 디에타는 흐느적거리며 침대에 뻗었다.
그래도 사건은 일단락됐다.
상단주 자리로의 복귀도 확정됐고, 하루 이틀쯤 뒤에 캄브리아로 향하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앞으로 공작가의 견제를 받게 되긴 하겠지만, 그건 잘 헤쳐 나가 봐야 할 문제였다.
그렇게 침대에 뻗어 창밖을 바라보노라면 휘황찬란한 달이 떠 있다. 샛노랗게 반짝이는 달을 바라보며 디에타는 문득 미소 지었다.
달이 참 아름답다.
나진과 도망치며 보았던 샛노란 달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괜스레 머릿속에 단단한 나진의 등판이 떠오르기도 하고, 자신을 안아 들었던 팔이 떠오르기도 해서 디에타는 제 머리칼을 배배 꼬았다.
‘그러고 보니······.
영지를 떠나기에 앞서, 후작께서 연회를 열어준다고 하셨던가? 본래 연회나 축제 같은 귀족들의 자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디에타다. 언제나 그곳에선 멸시만을 받아왔으니.
하지만 이번 연회에선 아닐 것이다.
후작이 개최하는 연회고, 후작의 손님으로서 나진과 함께 참가하게 될 것이니까. 감히 후작의 앞에서 그 손님을 욕보이는 행동을 하는 이는 없으리라.
‘연회, 그러니까··· 춤.
디에타가 마른침을 삼켰다.
연회외 무도회. 그리고 춤.
달콤한 로맨스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다.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서 춤을 추는 연인. 연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부분이다. 그런 것들을 떠올리고 있자니 자신을 향해 능글맞게 윙크를 날리던 후작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이 꼭 ‘누구랑 춤출지는 알지? 하고 외치는 듯했다. 연극을 좋아하는 후작답게 달밤의 도주극을 마무리 지을 무대를 마련해준 것이겠지.
그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이지만, 그래서 싫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괜스레 얼굴에 열이 올라 디에타가 마른 세수를 했다.
“춤, 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이랑?
디에타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침대에 얼굴을 파묻은 채 디에타는 괜스레 발로 침대보를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