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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웨에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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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의 등을 두들기던 나진이 급히 몇걸음 뒤로 물러섰다. 로젤린의 이름을 불렀던 디에타의 표정 역시 벌레를 씹은 것마냥 잔뜩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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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도시 캄브리아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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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다섯뿐인 백각(白角)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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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짝이는 명성에 심히 타격을 입힐만한 몇초가 흘렀다. 어젯밤 광란의 음주를 증명하는 소리가 멈췄을 무렵, 로젤린은 품에서 꺼내든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물통으로 입을 헹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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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이제야 좀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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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개를 든 로젤린은 세상 시원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제 가슴팍을 두들기며 햐, 하고 연신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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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야. 뱀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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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부른 소녀. 디에타의 얼굴을 확인한 로젤린이 고개를 기울였다. 평소에는 어쩌다 눈을 마주치더라도 인사 한번 건네기는커녕, 서로 혀를 차며 지나가는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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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건 동족 혐오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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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소속이 다른 탓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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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의 용병단을 후원하는 곳은 ‘가르체아’ 상단. 기회의 도시 캄브리아에서 디에타 상단과 1, 2위를 다투고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두 상단 간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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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후원을 받는 로젤린 역시, 디에타 상단의 상단주인 디에타와 사이가 좋을 리가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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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면전에 대고 뱀년이라 부르는 건 어느 집 예의일까요? 예절 교육을 못 받으셨나? 붉은 눈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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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는 아가씨도 나 못지않은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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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는 입가를 가린 채 미소 지었고, 로젤린은 뭘 꼬나보냐는 듯 입가를 틀어 올렸다. 그러다 문득, 로젤린은 디에타의 시선이 움직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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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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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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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나진. 그녀가 보증을 서줬다는 청년이었다. 그런 청년이 자신과 붙어있으니 의아함을 느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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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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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보란 듯이 팔을 휙 뻗어 나진과 어깨동무를 했다. 나진의 표정이 급속도로 구겨졌지만, 나진은 한숨 한 번을 내쉬곤 침묵했다. 중앙 길드에 보고하기 위해선 로젤린이 필요하긴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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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재밌었다. 다음에 또 한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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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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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딱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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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말한 ‘한 잔’이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한잔이 아님을 어젯밤 알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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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들어가자고. 후딱 보고해 놓고 해장이나 하고 싶네. 근처에 괜찮은 식당 아는데 같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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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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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고기 수프가 아주 맛도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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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에게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떠드며 로젤린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진과 함께 중앙 길드 건물로 들어가며 로젤린이 뒤를 흘겨봤다. 그곳엔 눈을 부릅뜨고 있는 디에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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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발이 선 샛노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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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동자를 바라보며 로젤린이 조소했다. 로젤린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디에타의 귓가에는 로젤린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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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후원한 모험가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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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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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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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는 웃고 있지만, 눈동자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나진과 어깨동무를 한 채 멀어지는 로젤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디에타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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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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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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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에 걸음을 내디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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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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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든 모험가와 상인들로 소란스럽던 길드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한순간의 정적이 찾아왔다. 침묵, 정적 속에서 나진은 자신에게 시선이 쏠림을 피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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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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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백각 등급의 용병인 로젤린과 함께 들어온 탓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내 그것이 아님을 나진은 깨달았다. 그들의 시선은 로젤린이 아닌 자신에게 향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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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험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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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등급 명패인 걸 보면 맞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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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 역대 최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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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속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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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깨지고, 모험가들이 수군대는 목소리로 길드 회관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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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트롤을 토벌한 그 흑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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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봤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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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핏빛 트롤을? 승급은 확정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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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에서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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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소문이 이미 길드에 퍼진 것이다. 하기야, 소탕전에서 일찍 귀환한 모험가들도 있었을 때니까. 그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퍼진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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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은 청색 등급 이상의 모험가가 위로 도약하기 위한 데뷔전이라고 불릴 만큼 파급력이 큰 의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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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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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그런 도첸베르크 소탕전의 역대 최고점이 갱신됐단, 그것도 흑색 등급의 모험가에 의해 갱신됐단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만큼 충격적이며 파급력을 가진 소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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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제법 따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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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을 끈다는 건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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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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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앞으로 견뎌야 할 무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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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에 서기를 각오했다면, 제게 쏠리는 시선의 무게 정도는 견뎌내야 하리라. 그것이 정점에 서고자 하는 이가 짊어져야 할 무게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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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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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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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수를 쓴 거겠지.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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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 상단이 보증했다며. 상단에서 작정하고 키운 인재겠지. 우리랑은 시작점부터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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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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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활약을 두 눈으로 보지 못한 이들은 나진의 업적을 깎아내리고, 그 시작점을 부정하려 든다. 그 목소리들이 귓가에 울림에도 나진의 표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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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겹도록 들어본 말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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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아닌 지하도시, 아트만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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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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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숨을 내뱉은 나진이 어깨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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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수그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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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바로 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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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과 어깨동무를 한 로젤린이, 나진의 귀에만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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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쓸 필요도, 귀에 담아 둘 필요도 없는 목소리들이지. 굳이 아래를 내려다볼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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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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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나진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는 듯 그녀는 나진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길드의 VIP 창구로 걸음을 옮겼다. 백각 모험가들에게만 허락된 창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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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표를 뽑고 대기 순번을 기다릴 필요 없이, 중앙길드의 가장 높은 곳에 일직선으로 보고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정점들을 위한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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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용병단의 단장, 로젤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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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나진을 동행하고 들어선 순간부터, 로젤린의 표정과 태도는 급변했다. 술에 꼴대로 꼴은 동네 누님이 아닌··· 캄브리아 최대 규모의 용병단을 이끄는 단장으로서의 로젤린 아스칼로로서의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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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모습을 나진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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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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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에 대한 보고 자체는 빠르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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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린 것은 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에서 나진이 세운 업적과, 핏빛 트롤을 토벌했다는 부분이었다. 이른 아침 용병단의 단원들이 수레에 끌고 온 마물들의 소재로 하여금 핏빛 트롤의 토벌 자체는 받아들여졌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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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토벌에 가장 크게 기여한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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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단독 토벌에 가까운 업적을 세운 모험가인 나진이 ‘흑색 등급’이란 점이 문제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적색 등급의 의뢰를 완수한 나진의 승급은 불가피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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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못 믿겠으면 참가한 모험가들에게 수소문해 보든가. 다들 비슷한 대답을 들려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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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감독관의 망설임은 오래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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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증해. 나 로젤린 아스칼로가 이 녀석의 실력을 인정한다고. 달리 뭐가 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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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정점. 그렇게 불리는 로젤린 아스칼로가 나진을 보증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나진이 승급을 담당하는 길드의 감독관 앞에서 검기를 뽑아내는 장면을 시연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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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뽑아낸 것은 여전히 검기의 편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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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것만으로도 숱한 세월 모험가들을 봐온 길드의 감독관은 알아차렸다. 나진이 한없이 소드 엑스퍼트의 경지에 근접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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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급 시험은 필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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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관은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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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청색 등급 이상으로의 승급은 그간 수행해 온 의뢰와, 그 의뢰를 발주했던 의뢰자의 만족도와 평가 등등 다양한 방면에서 점수를 매겨 감독관이 승급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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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진의 경우는 이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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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등급의 모험가가 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적색 위험도의 핏빛 트롤을 토벌했다. 이례적인 경우였으니 예외를 두는 게 옳다고 감독관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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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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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감독관에게 명패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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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관은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더니, 돌아왔을 때 나진에게 녹색의 명패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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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자, 청,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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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에서 녹색으로의 삼단 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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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백각 등급의 모험가인, 테첼 산맥 출신의 레인저 ‘카프만 테오시스’의 삼단 승급 이후 처음 있는 일. 그야말로 이례적인 승급이란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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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승급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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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 손에 들린 명패를 바라봤다. 녹색 등급의 명패. 이 도시에서 엄연한 ‘상급 모험가’라 불릴만한 등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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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애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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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나진의 목에 팔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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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아하니 이렇게 가면 얼마 안 가 적색 등급도 가겠는데? 네 나이를 생각하면 최연소 같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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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라는 위장 신분으로도, 적색 등급의 모험가에 오른다면 그건 최연소가 될 거다. 로젤린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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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각까진 좀 걸릴 것 같긴 한데··· 뭐, 그래도 십년 내로만 찍으면 거의 최연소일걸? 내가 서른아홉에 최연소 백각 등급을 찍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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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그것이 로젤린이 소드 시커에 도달한 나이였으며, 백각 등급에 오른 나이였다. 그 이야기를 듣던 나진은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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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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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 싹수없는 애송이 좀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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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큭큭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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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잘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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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등을 두들기며 로젤린은 나진과 함께 창구의 바깥으로 나섰다. 창구에 들어설 땐 흑색 등급이었지만, 나올 땐 녹색 등급의 명패를 목에 건 나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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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바깥으로 나온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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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목에 걸린 명패를 확인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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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있던 모험가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흑색 등급의 모험가가 자색, 청색을 건너뛰고 단숨에 녹색 등급에 올랐다. 저 청년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모험가였지만··· 이젠 모두가 그의 이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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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을 통해, 신문을 통해, 수많은 것들을 통해 저 청년의 이름은 이 도시에 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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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등급의 모험가,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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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각을 드러낸다는 나진의 목적은 달성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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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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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등급의 모험가가 된 지 며칠의 시간이 흘렀고, 그간 나진은 제법 바쁜 시간을 보냈다. 우선 가성비가 좋았던 여관을 나와 중앙길드와 가까운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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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는 몇 배로 비싸졌지만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돈이 차고 넘칠 만큼이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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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의 의뢰를 수행하고 받았던 돈이 아직도 남아있을뿐더러, 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의 보수, 그리고 핏빛 트롤 토벌로 벌어들인 현상금까지. 당분간 돈걱정 할일은 없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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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벌어들인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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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한 아침 수련을 끝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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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찬물로 몸을 씻어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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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나 맞추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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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방어구나 여분용 검을 준비해 두는 게 좋긴 하지. 포션 같은 것도 있어서 나쁠 건 없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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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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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바삐 움직이느라 느긋하게 장을 볼 시간이 없었던 나진이다. 하지만 이젠 여유가 생겼고, 등급도 충분히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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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등급은 상급으로 분류되는 모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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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모험가는 발도 디디지 못하는 장인들의 거리에 당당히 출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나진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장인의 거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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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이름난 대장장이, 마도구를 취급하는 상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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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나진은 장비를 맞춰볼까 생각중이었다. 최고급품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장비는 필요했으니까. 유사시에 다룰 수 있는 무기가 한둘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나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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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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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제 허리춤에 채워둔 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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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겔 영감이 단조해준 롱소드. 지하도시에서 추격자들을 상대할 때부터 시작해, 이반과의 결투, 그리고 핏빛 트롤까지 상대하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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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검을 제법 험하게 굴리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다.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눈에 띄는 결함은 없었다. 매일 같이 검에 기름을 먹이며 확인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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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 모를 결함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함이 있다면 수리를 맡기거나, 수리가 불가능하다면 여분용 검을 구매해 두는 것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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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나진은 가장 먼저 대장간을 찾아갔다. 캄브리아에서 이름난 대장장이가 운영하는 대장간. 디에타 상단이 후원하는 대장간이었고, 디에타의 소개가 있었기에 방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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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대장간에 나진이 제 검을 보여준 순간이다. 검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대장장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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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휴즈 영감님 불러와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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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검을 돌려보던 대장장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들고 대장간의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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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애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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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와 함께 찾아온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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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서 가장 실력 좋은 대장장이이자, 휴즈 영감이라 불리는 노인은 나진의 롱소드를 손에 쥔 채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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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 어디서 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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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대장장이분이 만들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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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는. 어디서 줍거나 뺏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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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즈 영감이 눈살을 팍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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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 기사단에게 납품되는 검을, 너 같은 애송이에게 만들어 주는 대장장이가 대체 어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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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롱소드의 검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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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놈들 눈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인다. 이건 명장의 작품이다. 아탕가 기사단과 계약을 맺고 검을 두들길 정도로 실력 좋은 대장장이의 작품이란 말이다. 이런 건 아무나 못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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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名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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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대장장이에게만 주어지는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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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준 사람이 있다면 어디 이름이나 말해봐라. 도대체 누구 작품인지 들어나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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