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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시선을 길게 늘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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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진을 바라보는 모험가들의 표정을 살폈고, 또한 확신했다. 지금 저 청년이 쓰려는 기술을 알아본 모험가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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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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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 그녀조차 저 기술을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으니까. 세 번, 혹은 네 번 정도. 하지만 설령 본 것이 한 번뿐이라 한들 로젤린은 저 기술을 단번에 알아봤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기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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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사다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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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수장, 고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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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펼쳤던 검술을 로젤린은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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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이념 그 자체와 같은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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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다만 정면에서 꺾어낸다는 고집스럽기 짝이 없는 검술이지만, 그렇기에 가장 기사다운 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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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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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억을 곱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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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지금 저 청년이 펼치려는 검술은, 한낱 마물 따위에게 쓰여선 안 되는 것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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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보이려는 것은 아탕가의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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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계율에 묶인 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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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기억하기로 저 검술은 특정한 조건을 만족한 상대에게만 선보이는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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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도, 긍지도 잃은 기사의 이름을 더럽힌 이들을 벌하기 위해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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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상대를 자신의 호적수로 인정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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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부딪칠 만한 긍지 높은 상대라고 인정했을 때만 펼치는 검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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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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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지르는 저런 트롤 따위에게 쓰여선 안 될 검술이었다. 물론 자신이 참견할 바는 아니겠지만, 로젤린은 저 검술이 트롤 따위에게 쓰이는 광경을 썩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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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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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땅을 가볍게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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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진 사이의 거리는 제법 됐지만, 도약 한 번으로 로젤린은 나진의 바로 뒤에 섰다. 나진이 기척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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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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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진의 어깨를 붙잡아 뒤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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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검술은, 저런 마물을 상대로 써선 안 되는 거야. 나중에 이야기 좀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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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중얼거리며 그녀가 미소 지었다. 저 ‘이반’이란 이름의 청년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으니까. 핏빛 트롤에게 덤비는 깡다구도, 악착같이 달려들어 승리를 쟁취하려는 집념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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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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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을 뒤로 밀치곤 로젤린이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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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진에게 달려들려던 핏빛 트롤은 주춤, 하고 뒤로 물러섰다. 트롤 또한 느끼고 있었으므로. 눈앞의 상대는 자신이 덤벼선 안 될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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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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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이 뒷걸음질 치며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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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뒤흔드는 하울링. 직후 숲이 요란스레 흔들리며 트롤의 외침에 반응하듯, 마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로젤린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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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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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 역시 로젤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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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감을 빼앗긴 것이 불만이라는 듯, 혹은 한창 몰입해 있던 싸움을 방해받은 것이 기분 나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린 나진의 모습에 로젤린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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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모험가라면 이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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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마음에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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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의 롱소드를 뽑아 들려던 로젤린은 이내 웃음을 흘렸다. 이걸 썼다간 부단장 바르거가 또 한 소리 할 테지만, 그거야 뭐 알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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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이거 원래 잘 안 보여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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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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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좋은 걸 봤으니 보답은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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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제 등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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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에 매어둔 평범한 검이 아닌, 등허리에 일자가 되도록 묶어둔 두 개의 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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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 소리를 내며 두 개의 검이 뽑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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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소드의 절반만큼의 길이를 가진 짧은 두 자루의 검. 새까만 칼날을 가진 두 자루의 검이 요사스레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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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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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이네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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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허리춤에서 쌍검을 뽑아든 순간, 나진의 귓가에 멀린의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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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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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봐둬. 쉽게 볼 수 있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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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몰려드는 마물과 핏빛 트롤을 향해 걸어가는 로젤린을 보았다. 그녀가 늘어트린 새까만 칼날을 가진 쌍검. 멀린은 저것을 가리켜 걸작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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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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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대장장이가 신비(神秘)를 벼려내 만든 47개의 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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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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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 간단하게 말하면 그거야. 마법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는데 마법과 같은 효과를 일으키는 무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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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가 활동했던 시대보다 더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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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시대에 살았던 대장장이가 단조해냈다 알려진 47개의 무구. 어떠한 인간도, 별자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신비 그 자체라고 멀린은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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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신기한 무기야. 내 시대 때도 걸작을 다루는 놈들은 예상외의 변수를 만들곤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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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고 멀린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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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 여자가 들고 있는 걸작은 본 적이 있는 거네. 수백 년 전 연합국의 용사가 썼던 거 같은데··· 무기 이름이 분명 메아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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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멀린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을 무렵, 로젤린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몰려드는 마물과 트롤을 향해 다가서며 그녀가 두 자루의 검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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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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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두 개의 검을 맞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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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맞부딪치며 울려 퍼진 ‘카앙’ 소리는 한 번으로 끊이질 않았다. 검을 맞부딪친 것은 한 번뿐이나 소리는 몇겹으로 겹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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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메아리가 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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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려 퍼진 소음에 모험가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나진은 눈을 부릅떴다. 나진의 감각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으니까. 눈을 부릅뜬 채 나진은 로젤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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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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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늘어트린 쌍검 위로 검기가 치솟았다. 치솟은 검기는 여태껏 나진이 봐온 검기들과는 달랐다. 나진이 보아왔고, 만들어 낼 줄 아는 검기는 빛을 엮어 만든 단순한 섬광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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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이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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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의 쌍검을 휘감은 검기는 톱날과 같은 형상을 띠고 있었다. 짐승의 발톱 같기도, 어금니 같기도 한 기이한 형태를 가진 검기. 그것은 로젤린의 심상이 담긴, 오직 그녀만의 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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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에 심상을 담아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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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시커(Sword Seeker)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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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를 끌며 로젤린이 움직였다. 쿵, 땅에 발을 내려찍으며 그녀의 움직임이 한순간 가속했다. 부릅뜬 나진의 눈동자로도 쫓기 어려운 움직임. 그렇게 로젤린이 휘두른 쌍검이 완전한 궤적을 그린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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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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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치던 검의 마찰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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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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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거세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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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려 퍼지는 소음 속에서 나진은 보았다. 자신과 혈투를 벌이던 핏빛 트롤의 몸에 수많은 절단선이 내달리는 광경을. 트롤의 하울링에 모여들었던 마물들의 몸에 얇은 선이 그어지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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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가 잦아들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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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의 몸에 새겨진 얇은 선들이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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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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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핏줄기가 사방으로 치솟았다. 얇은 선을 따라 잘게 조각난 마물들의 시체가 허물어졌다. 일격이었다. 고작 한 번 검을 휘둘러 만들어 냈다곤 믿을 수 없는 광경. 나진은 눈을 크게 뜬 채 로젤린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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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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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으로 보고도 이해할 수 없는 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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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동작이야 따라 할 수는 있겠지만, 저 동작이 어떻게 저런 현상을 만들어 내는지 나진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진은 아직 검기(劍氣)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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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선보인 것은 자신의 검기와, 걸작의 특수성을 활용한 오직 그녀만의 기술이다. 검기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검로라는 개념을 깨우친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라야만 다룰 수 있는 기술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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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마주한 미지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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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도달해야 할 첫 번째 목표를 마주한 나진의 눈동자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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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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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소드 시커(Sword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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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이 도시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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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한 바퀴 돌려 납도 한 로젤린이 뒤를 돌아봤다.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진의 모습에 로젤린이 미소 지었다. 그녀는 소리 내 발음하지 않고 입 모양으로 나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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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개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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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해 보이는 그 모습은 썩 멋지지 않았지만, 로젤린의 검격에 압도됐단 사실만큼은 나진 역시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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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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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소동이 있긴 했지만 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은 마무리됐다. 삼림의 초입으로 모여든 용병단의 관리하에 모험가들은 보수를 받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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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약속했던 보수보다 조금 더 얹어주며 로젤린은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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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 용병단의 실수야. 핏빛 트롤이란 특수 개체의 등장은 변수였고, 변수를 통제하지 못한 건 용병단의 책임이지. 추가금과 더불어 사과하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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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핏빛 트롤의 등장으로 인해 부상자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 명의 모험가가 핏빛 트롤을 막아선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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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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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받아 가며 모험가들은 점수가 적힌 게시판을 곁눈질했다. 핏빛 트롤의 등장 전과 순위권은 바뀐 게 없지만, 그곳에 적힌 점수만은 바뀌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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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이반. (8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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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점수인 35점에 50점이 추가된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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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자신이 개입했을 뿐, 핏빛 트롤은 이반이 잡은 거나 다름없다 이야기했으며··· 핏빛 트롤의 점수를 50점으로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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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그 의견에 부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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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호각을 이루는 듯싶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진은 핏빛 트롤을 압도하고 있었으니까. 그 과정을 목격한 모험가들은 로젤린의 의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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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점이란 점수 역시, 추정 적색 등급인 핏빛 트롤에게 걸맞은 점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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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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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판을 보며 모험가들은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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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점이었던, 현재 붉은 눈 용병단의 부단장인 바르거의 기록을 압도하는 점수.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압도적인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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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없이 나진을 흘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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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머리에 묻은 핏물을 닦아내며 휴식하고 있는 청년. 그가 목에 매달아 둔 명패는 흑색이었지만, 그 누구도 좀 전처럼 나진을 비웃거나 깜댕이라고 깎아내리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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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두의 앞에서 실력을 증명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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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보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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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트롤에게 망설임 없이 달려들던 나진의 모습을 보고서도 그의 자격을 의심할 만큼 눈치 없는 모험가는 없었다. 나진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더는 경멸과 짜증은 없었다. 오직 경외만이 그 자리를 대신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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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서 고맙다. 나중에 술 한잔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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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나진 덕분에 목숨을 구한 모험가는, 휴식하고 있는 나진에게 제 명함을 건네곤 자리를 떴다. 다른 모험가들 역시 나진의 곁을 지나가며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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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가 아닌, 제 실력을 증명한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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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업자로 인정한단 뜻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나진에게 경외를 표하며 자리를 뜨는 가운데··· 오직 한 명의 모험가만큼은 그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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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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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등급의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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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에게 밀려 2위에 안착한 마르센.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나진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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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눈 좀 봐라? 싸가지 없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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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누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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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왜 있잖아. 아까 시작 전에 너한테 시비 걸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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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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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나진은 2위가 누구인지 이름조차 확인하지 않았으니까. 딱히 알아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런 나진의 반응에 멀린은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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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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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진이 휴식하고 있을 무렵, 마지막으로 나진의 이름이 호명됐다. 단상의 위로 올라간 나진은 로젤린이 건네는 보상금을 수령했다. 주머니의 무게가 꽤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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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에 맞게 정산했고, 거기에 수고금도 좀 더 넣었어. 고맙다. 네 덕분에 용병단 명성에 피해가 가는 일은 피할 수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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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나진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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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트롤의 등장은 용병단이 파악하지 못했던 변수였고, 변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뻔했으나··· 나진이 막아선 덕분에 아무런 인명피해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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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상황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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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에 로젤린은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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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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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나진에게 목함을 건넸다. 건넨 목함을 열어보자 곱게 접힌 검붉은 색의 가죽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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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냥한 핏빛 트롤의 가죽이다. 트롤의 가죽은 고급품이거든. 하물며 핏빛 트롤 같은 변이 개체의 가죽은··· 부르는 게 값인 수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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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기며 저항력까지 높은 트롤의 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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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구를 만드는 데 자주 쓰여 본래도 값이 꽤 나가는 소재가 바로 트롤의 가죽이다. 변이종인 핏빛 트롤의 가죽의 값어치야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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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 도첸베르크 삼림에서 사냥한 마물들의 소재의 소유권은 우리 용병단에 귀속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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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본래 의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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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별개지. 토벌 내용에 공지되지 않았던 마물이고, 길드에서 현상 수배를 건 마물이니까. 이건 온전한 네 사냥감이니 네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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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달리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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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나진은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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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과 동시에, 적색 등급의 현상 수배 의뢰를 완수한 거지. 우리 용병단과 길드까지 동행하도록 해. 네가 핏빛 트롤을 토벌했다는 증인을 서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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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씨익,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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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전해야 할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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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나진의 옆에 선 그녀가 나진과 어깨동무를 했다. 확, 하고 목에 감겨오는 팔에 나진이 저항하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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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술이나 한잔하면서 이야기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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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나진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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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검술. 그거 가지고 해야 할 대화가 좀 있잖아? 겸사겸사 1위 보상도 줘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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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꼬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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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과 어깨동무를 한 채 로젤린은 나진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바르거와 용병단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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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도 마음에 드셨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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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깨를 으쓱이며, 앞장서 걷는 단장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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