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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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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숲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체구의 마물이다. 사람의 세 배는 돼 보이는 체구와 굵은 팔다리. 칼로 벨 수 없을 것 같은 굵직한 목까지. 널리고 깔린 마물들과는 내뿜는 기세조차 달랐다.
트롤. 그렇게 불리는 마물이다.
모험가들 사이에선 청색 등급의 마물로 분류되며, 청색 모험가 서너 명이 달려들면 사냥할 수 있는 마물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니 이곳에 모인 청색 모험가들이 짝을 이루면 능히 사냥할 만한 마물이었지만······.
“저거······.”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핏빛 트롤이잖아. 저게 왜 여깄는데···?”
그야,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평범한 트롤이 아니었으므로.
핏빛 트롤.
그렇게 불리는 트롤의 변이종이자, 몇개월 전 청색 모험가 열다섯을 살해하곤 행적을 감춰 현상 수배된 마물이었다. 보통의 트롤과는 달리 영악하며 지능이 높은 특수 개체.
캄브리아의 중앙길드에서 핏빛 트롤에게 매긴 등급은 적(赤).
흑, 자, 청, 녹, 적, 백.
여섯 개로 분류된 등급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등급이며, 녹색 등급 모험가 여덟 이상이 모여야 상대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등급의 마물. 그 사실을 알기에 모험가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마물이었으니까.
그것은 이곳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녹색 등급의 모험가, 마르센이라 한들 마찬가지다.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이 사전에 ‘핏빛 트롤’을 사냥하겠다고 모인 토벌대라면 그녀가 앞장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르센은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가 발을 빼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들은 어디까지나 모험가였고 용병이었으며, 제 안위를 가장 우선시하는 존재였으니. 마르센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험한 일에 나서지 않는다.
손해 볼 일에 도전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신의 목숨.
그것이 이 도시의 불문율이다.
누군가는 이기적이라며 비웃을 테지만,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모험가나 용병이지··· 위험한 전장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기사나 영웅이 아니었다.
“···쯧.”
마르센이 혀를 차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이곳에서 가장 강한 그녀조차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모험가들은 천천히 트롤과 거리를 벌렸다. 핏빛 트롤은 이쪽을 노려보고 있을 뿐 아직 움직이진 않았으니까.
히죽.
그러나, 이윽고 트롤의 움직임이 변했다.
모험가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자 입꼬리를 축 치켜올린 핏빛 트롤이 걸음을 내디뎠다. 쿵, 소리를 내며 땅이 울린 순간 모험가들은 아예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쳐!”
“용병단, 붉은 눈 용병단은 뭐 하는데! 저건 용병단이 상대해야 할 마물이잖아···!”
혼란은 전염된다.
모험가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도망치던 와중, 누군가에게 떠밀린 모험가가 바닥에 엎어졌다.
“야, 씨발! 어떤 새···.”
모험가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핏빛 트롤은 노련한 사냥꾼이었고, 빈틈을 보인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으므로. 쿵, 소리를 내며 트롤이 바닥에 엎어진 모험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흐, 흐아아아아악!”
뿌리째 뽑아낸 나무를 닮은 곤봉.
그 곤봉이 모험가를 향해 휘둘러지려는 순간이다. 누군가 엎어진 모험가를 향해 달려들어, 콱 하고 그 목덜미를 잡아 뒤로 던졌다.
콰아아아앙!
곤봉이 땅에 처박히고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피어오른 흙먼지가 걷혀갈 무렵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핏빛 트롤과 대치하는 한 명의 모험가다. 도망치던 모험가들은 거리를 벌린 채 그곳을 바라봤다.
어떤 정신 나간 놈인가. 어떤 미친놈이, 스스로 미끼가 되기를 자처하는가.
그곳에 서 있는 것은 흑색 등급의 모험가다. 아직 이 도시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의 불문율조차 알지 못하는 초짜 중의 초짜다. 이번 소탕전의 관심을 독차지한 정체 모를 청년이 그곳에 서 있었다.
캉!
그가 칼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마치, 핏빛 트롤과 싸우려는 듯이.
“감독관님.”
검을 뽑아 든 나진은 단상에 서 있는 감독관을 바라봤다. 감독관 또한 당황한 듯 구조 신호를 날리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진의 기세에 눌려 걸음을 멈춘 채 그는 나진을 바라봤다.
“저건 몇점짜리입니까?”
“······뭐?”
나진의 질문에 감독관은 답하지 못했다.
이곳에 모인 모험가들조차 나진이 내뱉은 말을 한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점수를 묻는다고? 여기서?
“쓱 보니 덩치가 좀 큰데.”
나진이 제 앞에 서 있는 트롤에게 칼끝을 겨누며 히죽였다.
“30점 어때요?”
지금 나진의 점수에 30점을 더하면 65점.
그것은 역대 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의 최고 득점, 현재는 붉은 눈 용병단의 부단장 자리에 오른 바르거의 57점을 초과하는 점수였다.
···역대 최고점.
이 의뢰에 참가하기 전에 나진이 확인한 것은 토벌의 참가 인원이 아닌, 역대 도첸베르크 삼림 소탕전의 최고 득점이었다.
이미 1위가 확정된 상황이지만.
나진은 어중간한 1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2등과 근소한 점수 차이로 따낸 1등에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나진이 노리는 것은 압도적인 1등이다.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그 누구도 깎아내리지 못할 완벽한 승리.
“더 쳐주면 고맙고요.”
그리 말하며 나진이 옆으로 미끄러지듯 도약했다. 트롤이 휘두른 곤봉이 다시 한번 땅을 후려쳤다. 또다시 높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하지만, 이번엔 흙먼지가 걷히기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촤악!
흙먼지를 가르며 휘둘러진 검이 있었으니까.
나진의 칼날이 흙먼지를 갈랐다. 가른 것은 흙먼지뿐이 아니었다. 핏빛 트롤의 살가죽을 나진의 칼은 얕게나마 베어냈다.
튀어 오르는 핏물.
그러나, 튀어 오르는 핏물보다 이곳에 모인 모험가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달리 있다. 흙먼지를 갈라내며 튀어나온 나진이 쥐고 있는 검. 나진이 늘어트린 검날에 맺힌 광채에 모험가들은 주목했다.
새하얗게 빛나는 백색의 광채.
한없이 검기에 가까운 그것은, 노을빛으로 물든 숲에서 홀로 자신만의 색(色)을 빛내고 있었다.
2.
기회의 도시, 캄브리아.
이 도시에 온 아래 나진은 아직 강자와 전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볼크만과 대련을 해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련이었지 목숨을 건 전투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나진은 바라고 있었다.
자신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상대와의 목숨을 건 전투를.
그것이 제 실력을 빠르게 늘리는 길이라는 것을 나진은 알고 있었다. 강자와의 전투 경험만큼이나 값진 것은 없었으니.
‘물론 상대를 파악하면서 걸긴 해야겠지만···.
나진은 눈앞의 핏빛 트롤을 흘겨봤다.
확실히, 무척이나 강한 상대다. 엑스칼리버와, 백금색의 완전한 검기를 감춘 채로는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그것들을 쓰지 않더라도.
최소한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머지않아 숲의 중심에 있던 용병단이 지원을 올 테니 최악의 상황에는 몸을 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거야 일이 꼬였을 때의 이야기고.
당장 나진이 노리는 것은 승리다. 나진이 눈을 부릅떴다. 핏발이 선 눈동자로 읽어내는 것은 핏빛 트롤의 움직임. 곤봉의 움직임을 읽으며 나진이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나진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내뱉은 숨을 다시 삼킬 적, 나진은 사방에 퍼져있는 마나를 빨아들였다. 나진의 체내에 쌓인 마나는 극히 소량에 불과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수치는 아무짝에도 의미가 없다.
애당초 그것은 잔여물에 불과했으니.
멀린이 가르쳐 준 마나 연공법.
그 연공법은 마나를 쌓는 것을 제 1 목적으로 두지 않는다. 마나가 흐를 통로를 강화하고, 육체 자체를 강화해 마나에 최적화된 육체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둔 연공법이다.
그러니, 나진의 체내에 쌓인 마나는 육체를 강화하고 남은 잔여물일 뿐. 나진이 다룰 수 있는 마나의 양이 드러나는 것은 나진이 ‘호흡’을 한 순간이다.
콰앙!
호흡을 마친 나진이 한순간 가속했다.
넓어진 통로와 마나에 적응된 육체. 그것이 맞물리며 만들어 내는 속력은, 경지에 오른 지 십수 년이 지난 소드 엑스퍼트들과 비교해도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
완숙한 소드 엑스퍼트, 그 이상의 움직임.
한순간 가속한 나진의 검이 번뜩였다. 핏빛 트롤의 곤봉을 피해내며 그 살가죽을 그었다. 그러나 검을 휘두른 순간 나진은 느꼈다. 얕았다고.
‘제대로 베이지 않는다.
-그야 그렇겠지.
멀린이 중얼거렸다.
-트롤의 가죽은 질겨. 마법으로 지지려해도 잘 안 태워지는 게 저 가죽이야. 기본적으로 저항력이 높으니까. 검기로 베려면 요령이 필요할걸?
그녀가 말했다.
-알려줄까?
‘필요 없습니다.
나진은 거절했다.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며 나진은 다음 행동을 예측했다. 트롤이 들어 올린 곤봉, 트롤이 내디디는 걸음을 의식하며 나진이 움직였다.
‘저도 알 것 같으니까요.
나진이 검을 고쳐 쥐었다.
나진은 얼마 전 보았다. 검기를 뽑아내지도 않은 채 오크를 썰어대던 중위 사제 볼크만의 검을. 물론 오크의 가죽보다 트롤의 가죽이 더 질기다곤 하나···.
자신의 검에는 검기가 맺혀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저 트롤의 가죽 정도는 능히 썰어재껴야 하리라. 나진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쿠웅!
나진이 발을 내디딘 순간 그 기세가 뒤바뀌었다.
날렵하고 빈틈을 노리는 사냥꾼이 아닌, 오랜 세월 검술을 단련해 온 검의 사제와 같은 기세.
스겅.
강화된 육체와 검기를 두른 검으로 펼치는 검술의 위력은 이전과 비할 바가 못 된다. 완벽한 자세에서 펼친 검술. 번뜩이는 검이 트롤이 휘두르는 곤봉의 옆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저항력을 지닌 것은 트롤의 가죽뿐.
곤봉은 나무로 이루어진 둔기일 뿐이다.
당연하게도, 검기를 견딜 수 없다.
간결한 절삭음과 함께 곤봉이 반으로 갈라졌다. 매끄러운 절단면을 내리며 곤봉이 떨어졌다. 한순간 사라진 곤봉의 무게에 트롤의 자세에 빈틈이 생겼고, 그 틈을 나진은 놓치지 않았다.
촤아악···.
나진의 발걸음이 어지러이 찍혔다.
미끄러지듯, 혹은 춤을 추는듯한 발걸음. 그것은 중위 사제 볼크만의 검술이다. 네 개의 기본자세에 완전히 숙달된 중위 사제만이 전수받을 수 있는 응용기.
그 검술로 볼크만은 일격에 오크를 베었다.
그때 볼크만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나진이 굽혔던 무릎을 폈다. 튀어 오르듯이 검을 휘둘렀다. 누적된 발걸음으로 쌓인 흐름, 힘의 축적이 한 번의 휘두름을 통해 방출됐다.
촤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베는 감각이 느껴졌다. 트롤의 살가죽을 찢어발기며 선혈이 튀어 올랐다. 어지간한 트롤이라면 비명을 지르며 움츠러들었을 치명적 일격. 그러나 핏빛 트롤은 일반적인 트롤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오오오오오오!
트롤이 괴성을 내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검으로 주먹을 받아냈지만, 충격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쏘아지듯 날아간 나진이 나무에 콰직 하고 처박혔다.
하지만 나진은 곧장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마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것처럼. 컥, 퉷 하고 웅어리진 핏물을 뱉어낸 나진이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지긴커녕, 나진의 입가에는 웃음이 맺혀있었다.
그야 감이 잡혔으니까.
저 두꺼운 가죽을 어떻게 베어야 할지.
3.
도망치려던 모험가들은, 걸음을 멈춘 채 핏빛 트롤과 단신으로 전투를 벌이는 나진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나진을 미끼 삼아 도망칠 궁리를 하던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다만 침묵한 채 나진의 전투를 지켜볼 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위험도 적색 등급의 마물, 핏빛 트롤.
그것을 단신으로 상대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
나진과 트롤은 호각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흑색 등급을 달고 있을 뿐, 적색 등급의 실력자라도 됐단 말인가? 모험가들의 시선은 흔들리고 있었다.
“···도와줘야 하는 거 아냐?”
누군가 그리 말하며 앞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그 순간 휙 뒤를 돌아본 나진의 서늘한 눈동자가 모험가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건들지 마라.
이건, 내 사냥감이다.
그렇게 외치는듯한 섬뜩한 시선. 남의 사냥감을 가로채거나 건드리는 것은 해선 안 될 일. 그 또한 모험가들의 불문율이었다. 결국 모험가들은 말없이 나진의 사냥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오오오오오!
트롤이 울부짖으며 뿌리째 뽑아낸 나무를 휘둘렀다. 휘두른 나무가 땅에 처박히며 흙먼지를 일으킬 무렵, 나진은 이미 그 위치에 없었다. 옆으로 미끄러지듯 파고든 나진이 도약해 트롤이 쥔 나무에 발을 내디뎠다.
비스듬한 나무를 타고 나진이 달렸다.
트롤의 목덜미에 올라탄 나진이 한 손으로 검을 쥐었다. 다른 한손으로 움켜쥔 비수를 콱, 하고 트롤의 눈구멍에 박아 넣었다.
————!
트롤의 비명소리.
가죽으로 보호받지 않는 눈동자는 날카로운 비수에 너무나도 쉽게 꿰뚫렸다. 트롤의 눈구멍에 깊게 박아 넣은 비수에 의지해 트롤의 목덜미에 매달린 나진이 한손으로 쥔 검을 휘둘렀다.
촥, 촤악, 촤아아아악!
불완전한 검기가 연신 번뜩였다.
연신 휘두른 검날이 핏빛 트롤의 두꺼운 목을 몇번이고 할퀴었다. 두꺼운 목 가죽이 너덜너덜해지고, 사방으로 핏물이 튀어 올랐다.
트롤이 거칠게 몸을 흔들어도 나진은 떨어지지 않았고, 트롤이 손을 뻗어 움켜쥐려 해도 붙잡히지 않았다. 결국 트롤은 비명을 지르며 나무에 연신 제 몸을 들이받았다. 그제서야 나진은 트롤의 어깨를 박차며 뛰어내렸다.
그륵, 그르르륵···.
피거품을 무는 핏빛 트롤이 나진을 노려봤다.
한쪽 눈에는 비수가 꽂혀있었으며, 그 목 가죽은 너덜너덜해져 피가 흘러내렸다. 아마도 한두 번만 더 검을 휘두르면 완전히 베일 것 같은 모양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험가들은 섬뜩함을 느꼈다.
어느 때는 오랜 세월 검을 휘둘러온, 노련한 검사 같은 움직임을 보이다가··· 또 어느 때는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사냥개처럼 섬뜩한 모습을 보인다.
압도적이다.
압도적인 청년의 모습에 모험가들은 직감했다.
아직은 흑색 등급인 저 모험가는 결코 초짜라 부를 수 없는 존재임을. 초짜가 아니다. 이 모험가 도시의 정점에 오른 이들이 그렇듯, 순식간에 저 높은 곳에 다다를 신성(新星)이었다.
이 도시에 새로이 떠오르는 별.
그 별을 지켜보는 건 모험가들뿐이 아니다. 구조 신호를 받고 조금 전 이곳에 도달한, 캄브리아의 다섯 정점 중 하나 역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허.”
로젤린 아스칼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이네, 저거.”
그리 중얼거리는 로젤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자신과 동류(同類)를 찾아낸 이의 웃음이었다. 로젤린은 웃음을 흘리며 나진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나진이 자세를 잡았다.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기 위해서.
자신이 보았던 가장 강력한 일격. 그 일격을 흉내 내기 위해 나진이 자세를 잡는 순간, 로젤린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저 자세를 알고 있었으니까.
조금 더 지켜보려 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게 됐다.
저 청년은 모르고 있을 테지만.
저건 청년이 쓸 수 있어서도, 저런 마물에게 써서도 안 될 기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