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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엑스칼리버를 불러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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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시에 다시 한번 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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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서 검을 뽑아낼 때만큼은 아니지만, 엑스칼리버가 만들어 내는 빛은 지하도시에 깔린 안개와 어둠 따위로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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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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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시의 주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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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추격하던 암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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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교단의 기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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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 대신 의리를 선택한 용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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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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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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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았던 기사 역시 소년이 움켜쥔 별빛을 보았다. 이반은 감탄 어린 숨결을 토해내며 검을 고쳐 쥐었다. 전설 속의 검과 자신의 검을 맞댈 영광스러운 기회가 찾아왔음에 그는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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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검기가 싯푸르게 타올랐다. 그에 답하듯 소년의 검 역시 백금의 검기에 휘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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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검을 휘감은 별빛의 검기. 이 지하도시에 떨어지고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 별의 빛에 이반은 미소 지었다. 자신이 놓아버렸던 꿈이 저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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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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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말했고, 소년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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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쥔 소년과 별을 쫓았던 기사가 맞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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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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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자신이 가진 최선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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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낮추고, 땅을 박차며 질주해 가속이 붙은 검을 휘두르는 방어 따위 안중에도 없는 기술. 누군가 특별히 가르쳐준 것은 아니며, 기술이라 하기에도 애매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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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분명히 나진이 가진 최선의 일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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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나진이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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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진의 몸이 가속했다. 나진이 세걸음째를 내디뎠을 때 이반은 한순간이지만 나진의 움직임을 놓쳤고, 여섯 걸음째를 내디딘 순간 나진의 움직임은 이반을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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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눈에 나진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나진이 손에 쥐고 있을 별의 검이 그리는 궤적만이 시야에 들어올 뿐. 그리고, 이반에게 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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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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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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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받아쳐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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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다. 별의 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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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다. 별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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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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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디며 이반에게 파고들었다. 나진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 최고점에 도달한 속도를 그대로 받아낸 엑스칼리버가 가속했다. 별빛을 흩뿌리며 밀려드는 검 앞에 이반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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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기사,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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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평생 갈고닦은 기술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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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탕가의 상징과도 같은 검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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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기술을 정면에서 받아내며, 상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것이야 말로 아탕가의 방식이다. 결코 물러서지 않은 채 이반은 나진의 검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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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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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검이, 검기와 검기가 맞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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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받아낸 순간 이반은 생각했다. 단순하면서도 올곧고, 올곧기에 무거운 검이라고. 나진이 휘두른 검에 실린 무게는 이반의 상상을 초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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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디딘 발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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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굽혀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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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탕가의 기사는 부서질지언정 결코 굽히지도, 기세에 밀려 물러서지도 않는다. 무릎에 힘을 주고 밀려나려는 발을 더욱 강하게 내디디며 이반이 기합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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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가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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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이지만 이반의 검이 앞으로 나아갔다. 나진은 아직 검이란 무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지 못했다. 오랜 세월 검을 휘두르고 기술을 단련해 온 이반의 검은 그 부분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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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검을 받아내는 듯한 이반의 자세는, 어느샌가 나진의 검을 찍어 누르는 형태로 뒤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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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혀지려던 이반의 무릎이 펴졌다. 뒤로 밀리려던 이반의 발걸음이, 도리어 앞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이반이 나아간 만큼 나진은 뒤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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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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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세가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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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밀려나던 나진의 검격이 완전히 꺾이려는 찰나의 순간이다. 나진이 눈을 부릅떴다. 제 몸에 흐르는 흐름을 엑스칼리버에 무식하게 때려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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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서 밀린다는 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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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차라리 출력에서 승부를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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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있는 모든 걸 써서라도 이기고야 말겠다는 주인의 의지에 반응하듯, 엑스칼리버가 세차게 점멸했다. 한순간에 밀도가 올라간 백금색의 검기가 이반의 기술을 정면에서 깨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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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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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이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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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검이 이반의 검을 완전히 밀어냈다. 검을 붙잡은 이반의 손이 머리 위로 들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치명적인 빈틈. 이어질 이격(二擊)을 받아낼 여력이 이반에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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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검을 끌어들였지만 치명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 이반이 그렇게 자신의 패배를 직감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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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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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을 향해 휘두르던 나진의 검이 별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검이 사라져 갈 길을 잃은 검기의 편린이 이반의 몸을 할퀴었을 뿐, 각오했던 치명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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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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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치명상을 입은 것은 나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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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나진이 고꾸라졌다. 아직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을 썼기에. 소년은 엑스칼리버를 뽑아냈지만, 아직 엑스칼리버를 제대로 다루기엔 육체와 영혼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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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를 유지할 힘이 남지 않았기에, 이격째를 휘두르지 못한 채 고꾸라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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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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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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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둑, 하고 검기에 스친 상처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떨어치는 핏방울 사이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것은 이반의 오른쪽 눈을 가린 안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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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안대. 떨어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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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앞에 쓰러져 있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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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을 한쪽 눈으로 바라보며 이반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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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승리했고, 또한 패배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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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시의 지배자인 외눈의 이반은 소년에게서 승리했다. 마지막까지 서 있는 것은 자신이었고, 당장 검을 휘두르면 소년을 죽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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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탕가의 기사 이반은 소년에게 패배했다. 정면에서 결코 굽히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채 상대를 꺾는 것이 아탕가의 방식. 하지만 소년의 기세에 눌려 이반은 마지막 순간 물러섰고 굽히고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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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의 지배자로서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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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기사로서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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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어느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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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제 앞에 놓인 선택지 앞에 신음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다시 한번 세상은 이반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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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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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남을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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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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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이, 사람에게는 제 목숨이 가장 소중하다. 죽는다면 그걸로 끝이니까. 죽음은 두려운 것이니까. 그것은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을 근원적인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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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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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위기에서 인간은 얼마든지 비굴해지고, 잔인해지며, 모순적이게 변하고 만다. 삶을 향한 욕구를 내비치는 그 모습을 감히 그 누구도 비웃지 못하리라. 그건 모두가 가지고 있을 이면성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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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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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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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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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별을 보고 싶었고, 다시 한번 태양을 보고 싶었으며, 다시 한번 기사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이루어질 확률은 한없이 낮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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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다면 만약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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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죽음은 그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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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이를 악물었다. 제 앞에 쓰러져있는 소년을 죽여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니, 검을 휘둘러 끝장을 보는 것이 옳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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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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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움직이지 않는다. 들어 올린 검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쓰러져있는 나진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봤다. 나진과 눈이 마주친 순간 이반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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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는 다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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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쥔 채 빛나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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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자신이 짓밟아선 안 될 빛을 지닌 소년을 바라보며 이반은 신음했다. 무엇으로 남을 것이냐. 무엇이 될 것이냐.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이반은 답을 미루고 있었지만 이젠 답을 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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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나진의 검이 자신을 베어버렸다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그렇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반은 신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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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기사, 이반의 긍지에 걸고 맹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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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울린 것은 자신의 긍지에 걸고 맹세한 이야기. 이 검을 내려친 순간 자신은 긍지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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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긍지를 잃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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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를 기사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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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에는 명예도 긍지도 모르는 기사도 많다. 많지만, 적어도 이반은 그런 자를 기사라 여길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긍지마저 잃는 순간 자신은 기사가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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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이반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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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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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지를 져버리고 거짓된 명예를 품은 채 자신은 여전히 별을 쫓을 수 있는가? 당당하게, 자신을 아탕가의 기사라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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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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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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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바라는 것은 기사로서 별을 가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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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지고 명예를 잃은 쓰레기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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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지와 명예를 품은 기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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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사로서 별을 가지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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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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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고민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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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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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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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제 목숨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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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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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고 싶었던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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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긍지를 위해, 얼마든지 제 목숨을 내던지는 미련한 족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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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하지만, 그렇기에 그 무엇보다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 어렸을 적 기사를 동경하며 품었던 꿈을 떠올린 이반은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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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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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이 제 머리칼을 헝클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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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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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내뱉으며 그가 검을 납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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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에 검을 채운 채 이반은 쓰러진 나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진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이반이 뻗은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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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수는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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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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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의 물음에 나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반은 제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마치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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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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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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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내려갈 땐 물기를 조심해라. 발판이 자꾸 미끄러질 테니 그 부분을 주의해. 자칫했다간 훅 가니까. 그리고··· 아니. 아니지. 이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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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한숨을 내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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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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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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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늘 했던 말 기억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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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지 말라는 그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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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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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지 마라. 주제를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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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않는 것에 손을 뻗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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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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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잃어버린 제 오른쪽 눈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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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 떨어진 지 십년이 넘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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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월 동안 이반은 꿈을 버렸고, 기사로서의 자신을 깎아냈다. 선을 넘지 말고 주어진 대로 살라는 이야기를 말버릇처럼 달고 살았지만··· 그것은 이반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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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위로 오를 수 없게 된 자신에게 던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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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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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이반은 오늘에서야 고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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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라. 나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하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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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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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라. 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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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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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곳에 손을 뻗어라. 주제를 알라고 중얼거리는 놈들 얼굴에는 주먹을 꽂아버려라. 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오직 너만이 아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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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뱉었던 말들을 이반은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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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을 바라보고 달려라. 저 높이, 그 누구보다도 높게 올라라. 네게는 그럴 재능이 있으니까. 네가 가진 재능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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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동자밖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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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미래를 내다보는 눈동자도, 미래를 예감하는 날카로운 감각도, 그 무엇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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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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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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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소년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만의 별을 저 밤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걸어놓을 것이라고. 이반은 그 미래가 반드시 오리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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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했기에 이반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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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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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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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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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의 시작점에 내가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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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기사, 이반이 있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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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이야기의 서장을 장식할 수 있다면, 별을 쫓는 기사로서 과분한 영광이 아니겠는가. 긍지를 품은 채 영광을 탐하는 것. 기사로서 이보다 더 멋진 최후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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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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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이 나진의 등을 갱도 안쪽으로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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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또한 망설이는 소년의 모습을 이반은 더는 눈에 담지 않았다. 소년에게 등을 돌린 채 갱도의 입구를 지키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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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소년에게서 빼앗은 시간만큼은 벌어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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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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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를 끝으로 멀어지는 소년의 발걸음 소리.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앞쪽에서 새로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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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추격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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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이끌린, 빛을 묻어버리려는 추격자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들은 교단의 암부였고 또한 교단의 기사였으며 또한 오래전 자신의 선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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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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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흘려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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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다시 한번 칼을 뽑았다. 이번엔 멀어지는 소년이 아닌 소년을 쫓아온 추격자들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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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의 이반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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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안대를 이반이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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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가의 기사 이반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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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기사는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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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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