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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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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칸은 까다로운 적이다.

참 볼품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던 첫 등장과 달리 자르칸이 선보이는 무력은 무시할게 못 됐다.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랐으며 별 두 개를 손에 넣은 나진이 보기에도 그랬다.

‘성가시네.

전투를 이어가며 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르칸이 다루는 역장계열의 마법은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단순히 마법을 사출해 적을 맞춰야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여타 주문들과 다른 까닭이었다.

손가락 하나에 역장 하나.

인간의 손가락 열 개에, 악마의 손가락 21개를 더해 도합 31개의 역장.

그 역장 하나하나가 크고 단단한 둔기다.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둔기가 쉴 새 없이 땅을 내려치고, 나진의 검을 가로막았다. 공격과 방어 두 용도로 모두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원거리에서의 견제마저 가능한 역장. 그런 역장이 31개나 떠다니고 있다.

‘위력도 무시할 게 못 된다. 맞부딪칠 때마다 검기가 뭉텅이로 깎여나가는 걸 보면······.

하물며 저 역장들은 맨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으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나진도 착실히 역장을 깎아내고 있긴 하지만, 저쪽의 소모 속도보다 이쪽의 소모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대로면 패배하는 건 나진이다.

그래서 위기감이 느껴지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건 또 아니었다. 나진의 눈동자는 여전히 차분했다.

“······.”

나진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31개의 역장이 만들어내는 ‘쿵, 쿠웅! 따위의 둔중한 울림에 나진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귀 기울이는 것은 자신의 심장이 내는 소리. 제 박동에 나진은 집중했다.

쿵, 쿵, 쿵······.

심장 소리에 귀 기울여 보건대,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다. 옛날이었다면 이 정도가 나진의 한계였다. 이 이상으로 몸을 움직이려 하면 몸에 부하가 걸렸다. 지금도 걸릴 것 같긴 하지만, 왜일까? 더 과격하게 움직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진은 제 직감을 믿었다.

쿵쿵쿵쿵.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혈액이 빠르게 몸을 순환했다. 근육이 당겨지고 신경이 가속했다.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 당장에라도 끊어질 것 같은 근육을 마나가 감쌌다.

쾅!

나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렇게 땅을 박차고 ‘평소처럼’ 움직이려던 나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나진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이었기에.

평소에 땅을 박찰 때 ‘탁’ 하고 소리가 났다면 지금 나는 소리는 ‘쾅’ 하는, 꼭 포탄이 쏘아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스칵!

역장 하나를 베어 가르며 나진이 바닥에 쭉 미끄러졌다. 한순간의 가속. 그 가속에 놀란 것은 나진뿐만이 아니다. 자르칸의 눈동자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힘을 숨겼던 건가? 그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자르칸의 시선에··· 당황하던 나진은 이내 미소 지었다.

아, 이런 느낌이로군.

나진이 제 몸의 속도에 적응하는 데는 불과 몇번의 공방이면 충분했다. 나진은 제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슬슬 가닥이 잡혔다. 또한, 별과 용혈이 제 몸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켰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건 육체가 강화됐다기보단······.

-그릇의 크기가 커진 거지. 효율이 올라간 거고.

멀린의 말대로였다.

이건 나진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제 몸에 일어난 변화는 육체가 강화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릇 자체의 크기가 커진 것이다.

별을 얻으며 나진은 하늘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그 자격이란 개념적이고 관념적인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을 나진은 이젠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어떻게 사용할지 감이 안 잡히는 별. 이 별의 힘을 다룰 수 있게끔 몸에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릇이 커지고 더 많은 힘을 한 번에 다룰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하면 한계치가 높아진 것이요, 한 번에 많은 힘을 휘둘러도 육체에 가해지는 부하가 줄어들었단 것이다.

‘그리고······.

나진이 제 몸을 감각했다.

마나가 흐르는 통로. 그 통로의 크기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통로의 주위로 잔가지가 퍼져 있었다. 마치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이. 아직 그 크기는 작고 보잘것없지만··· 쓸모가 없진 않았다.

그 잔가지들이 마나를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만들어줬으니.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진이 땅을 박찼다. 전신에 골고루 퍼져있던 마나가 각력에 집중됐다. 다리와 발에 뻗어있는 잔가지에 마나가 한순간에 차올랐다. 자르칸의 역장은 나진의 앞이 아닌, 나진이 이미 지나친 자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좁혀진 거리.

그러나 자르칸의 시야는 엄한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 제 코앞까지 나진이 파고들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대가를 그는 비싸게 치러야만 했다.

쿵.

나진이 땅을 내려찍으며 마나를 움직였다. 각력에 집중됐던 마나가 다시 전신으로, 나아가서 팔과 어깨, 그리고 허릿심에 강하게 실렸다. 나진이 검을 휘둘렀다.

스칵.

검이 부드럽게 자르칸의 팔을 베어 갈랐다. 칼끝이 역장을 가르며 자르칸의 살에 닿았다. 살을 가르고 뼈를 끊으며 칼날은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왔다.

떨어져 나가는 팔에서 늘어지는 구정물, 마기(魔氣)가 팔을 붙이려는 순간.

콱, 하고 나진의 손아귀가 떨어져 나간 자르칸의 팔을 움켜쥔 채 땅을 박찼다. 나진은 자르칸에게서 거리를 벌리며 팔의 절단면에서 쭉 늘어진 구정물을 검으로 내려쳐 끊었다.

그 일련된 동작은 너무나도 빠르게 이루어졌고, 자르칸의 입장에선 나진이 제 옆을 스쳐 지나간 순간 팔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통은 뒤늦게 엄습했다.

촤아아악.

지면에 미끄러지듯 착지한 나진이 손에 들린 자르칸의 팔을 뒤로 휙, 던지며 말했다.

“일단 하나.”

나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나를 한 점에 집중시켜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가속. 육신의 한계를 넘어선 움직임이지만, 마나가 완충재로서 작용하기에 육체에 걸리는 부하는 크지 않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진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여태까지 간신히 나진의 움직임을 쫓아가고 있던 자르칸의 입장에선 날벼락이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팔 하나를 잃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잃어버린 것은 악마의 팔이 아닌 인간의 팔이었지만······.

그럼에도 손해가 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섯 개의 역장이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자르칸은 전투 경험이 풍부한 마법사다. 절단면에서 솟구치는 피에 당황하지 않고, 역장으로 절단면을 짓뭉개 지혈했다.

까득.

통증에 그의 표정이 구겨졌지만 딱 거기까지. 자르칸은 이내 나진을 노려보며 역장을 휘둘렀다.

카가가가가가각!

역장이 땅을 긁으며 나진에게 밀려들었다. 정육면체의 형태의 투명한 역장. 역장 주변으로 방출되는 힘은 역장에 닿는 것들을 박살 낸다. 닿기만 하면 저 팔이고 다리고 전부 뭉개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닿지 않는다.

나진의 움직임이 빨라진 까닭에? 아니, 그뿐만은 아니었다. 나진이 계속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전과 다를 것 없는 속도로 움직이다가 자르칸이 작은 틈이라도 보이는 순간에만 나진은 가속했다.

핏!

어깨에서 솟구치는 피에 자르칸이 이를 악물었다. 꼭 상대가 자기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상대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니 상대하는 입장에선 미칠 지경이었다.

공방을 계속할수록 상처가 늘어간다. 피가 흐른다.

여태까진 소모전으로 끌고 가면 우세한 건 이쪽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상황이 역전됐다. 그 사실을 자르칸은 깨달았다.

‘지랄 같군. 정말이지.

자르칸은 숨겨놨던 수를 꺼냈다.

소모량이 극심해, 결정적인 순간에만 사용하려 했던 수단. 악마의 권능이었다. 자르칸이 계약한 악마 마르포스(Marphos)는 ‘굴절’을 관장하는 악마다.

굴절. 휘어서 꺾이는 것. 비뚤어지는 것.

자르칸의 등줄기에서 뻗어 나온 악마의 손아귀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정육면체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역장이, 나진의 회피에 맞춰 굴절했다. 갑작스럽게 형태가 뒤바뀐 역장에 나진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으적!

그마저도 나진은 반응했지만, 완벽하게 반응해 내진 못했다. 나진의 어깨가 역장에 찍혔으니까. 살점이 뜯어져 나가 피가 철철 흘렀다.

그리고, 그런 식의 공격은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다.

26개의 역장이 제멋대로 날뛰며, 시시각각 형태를 변화하며 나진을 덮쳤다. 휘고 꺾이며 시도 때도 없이 굴절하는 역장. 물론 그것을 다루는 건 자르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주륵.

자르칸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그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7서클의 연산 능력을 모조리 역장을 움직이는 데 사용하고 있었으며, 그걸로도 모자라 악마의 손에 연산을 맡기고 있었다.

역장의 크기를 바꿀 때마다 마나가 뭉텅이로 깎여나갔다. 마나가 바닥을 보이기 전에 결판을 내야 했다.

3서클 마법, 파편화.

6서클 마법, 역장 폭풍.

21개의 역장이 쪼개졌다. 21개에서 42개로, 42개에서 다시 84개로 쪼개진 역장들이 불규칙한 궤도로 회전하며 일대를 휩쓸었다. 역장에 닿은 건물들이 ‘퍼석’ 소리를 내며 가루로 바스러졌다.

6서클 주문이 만들어내는 역장 폭풍.

피할 곳은 없었다. 나진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폭풍을 향해 뛰어들었다.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1초에도 몇번이고 백색의 섬광이 번뜩였다. 빛이 한번 번뜩일 때마다 폭풍의 크기는 줄어 들었다.

그리곤, 투확!

폭풍을 가르며 나진이 뛰쳐나왔다. 나진의 몸도 무사하진 못했다. 어깨며 다리며 살점이 뜯어져 나가 피가 흘렀으니.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치명적이진 않다. 폭풍을 뚫고 나온 나진이 자르칸에게 질주했다.

그 순간 나진은 보았다.

자르칸이 자신을 향해 쭉 뻗은 팔을.

자르칸은 26개의 역장 중, 21개의 역장만을 활용해 역장 폭풍을 일으켰다. 그럼 남은 5개의 역장··· 자르칸의 인간의 팔에 들려있는 역장은? 그 답을 알려주겠다는 양 자르칸이 중지와 엄지를 마찰시켰다.

딱, 하고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6서클 주문, 굴절.

5개의 역장이 마찰했다. 한데 뭉쳐져 나진을 향해 밀려들었다. 닿는 것을 모조리 꺾고, 굴절시켜 버리는 주문. 굴절의 악마와 계약했기에 그 주문의 위력은 가히 7서클에 근접해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면.

굴(屈)과 절(折)이란 글자가 나진과 상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단 한 번도 굴하지도, 꺾이지도 않았던 소년의 검기는 빛났다. 나진이 땅을 박차며 자세를 잡았다. 그건 굴절과는 반대되는 뜻을 가진 자세.

악마를 처단하기 위한 검(劍).

아탕가의 검이 역장을 정면에서 깨부쉈다.

자르칸. 과거 이름은 자르칸 블렌.

그는 한때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모든 이들이 사연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듯, 자르칸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그 사연의 무겁고 가벼움을 떠나 그에게도 삶은 있었다.

역장학파의 유망주 자르칸 블렌.

그에겐 재능이 있었다. 재능이 있었기에 그는 67세의 나이에 6서클에 도달했다. 한평생을 바쳐도 5서클의 벽을 깨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자르칸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재능이 있었다는 건 행운이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는 것이 그에게 불행이었다.

자르칸은 97세의 나이까지 정도(正道)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6서클의 위로 나아가지 못했다. 30년을 바쳤음에도 성과는 전무했다. 그쯤 해서 자르칸은 깨달았다. 내 재능은 여기까지란 사실을.

더는 그 누구도 자르칸을 유망주라 부르지 않는다. 그는 늙어버린 노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육체만큼은 자신이 가장 빛났던 시기에 고정된 노인.

소드 시커급의 강자는 노화에서 자유로워진다. 언제나 빛나던 시기의 육체로 평생을 살아간다. 그것은 얼핏 보면 영원을 허락받은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상이 결코 허락하지 않는 것이 바로 영원(永遠)이란 단어이니.

세상은 인간에게 120년의 세월을 허락한다.

120년, 평범한 인간의 한계 수명.

이를 넘어 살아있는 인간은 세상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오류에 해당한다. 이치에 걸맞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겠는가?

세상에서 밀어낸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차안에서 피안으로. 하지만 노화를 극복한 육체를 가진 이들은 밀려나지 않는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순환의 법칙을 거부한다. 그런 그들을 세상은 세상의 바깥으로 밀어냈다.

외륙(外陸), 세상의 바깥.

그곳으로 밀려나길 거부한 이들은 육체와 영혼이 바스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빠르고 느리고의 차이는 있지만 마모는 분명하게 찾아온다. 그것이 영원의 육체를 허락받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죽음이었다.

죽음을 피하려면 외륙으로 떠나야 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소드 시커급의 강자들은 제 발로 외륙으로 향한다. 세상을 구하느니, 영웅이 되겠다느니, 외륙을 정화하겠다느니 거창한 포부를 내세우지만 그건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더는 순리에 속하지 못하게 된 이들이고.

대륙에서 살아가지 못하게 된 이들일 뿐이다.

여기, 한 명의 늙은 마법사.

자르칸 블렌 역시 마찬가지다.

자르칸은 97세의 나이부터 마모가 시작됐다. 바스러지는 제 육체를 본 순간 그는 절망했다. 죽음이 다가왔다. 마탑을 떠나 외륙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 역시 죽음이다.

외륙에는 괴물들이 득실거린다.

캄란의 저주받은 것들을 닮은 마수가, 저 밤하늘의 빛나는 초월자들이, 인간의 영혼을 탐하는 악마가, 성좌가 되길 바라는 탐욕스러운 사냥꾼들이 그곳에 있다.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군인이 되어 그들과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자르칸은 마법사였고 탐구자였다. 그는 단지 더 많은 지식과 연구를 원했을 뿐이다.

주어진 시간은 끝났다.

자르칸은 선택해야 했다.

무엇으로 남을 것인지.

그리고, 자르칸은 선택했다.

신념을 버렸다. 양심을 버렸다. 먼 옛날 제 스승의 앞에서 했던 맹세를 저버렸다. 그 모든 것을 대가 삼아 그는 악마와 거래했다. 그토록 바라던 ‘다음 경지’에 발을 들였다.

7서클. 악마의 손. 더 고차원의 지식.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초월의 경지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가 한평생에 거쳐 바라던 것들이다.

그것은 일견 위대하면서.

“아.”

또한 초라했다.

자르칸은 보았다. 눈앞에서 제 한평생을 바쳐 연구한 마법이 찢겨나가는 것을. 별자리를 닮은 검기, 결코 꺾이지도 끊어지지도 않는 검기가 역장을 깨부수며 다가오는 것을.

대륙에서 밀려났으며.

외륙에서도 밀려나.

경계선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던 마법사.

도태되어 버린 어느 마법사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새하얀 빛이었다. 백색의 섬광이 자르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뒤이어 금색의 빛이 자르칸의 눈앞에서 폭죽처럼 튀어 올랐다.

서걱.

자르칸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