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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검, 엑스칼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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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제 주인을 선택하는 선별(選別)의 검은 제 주인과 함께 성장한다. 주인이 위업을 이루고 하늘에 별을 새길 때마다 엑스칼리버는 성장하며, 그 검신에 주인의 별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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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으로 만들어졌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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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연료로 삼아 강화되는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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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미완이었던 엑스칼리버는 제 첫 번째 주인이었던 대영웅 아서에 의해 완성됐다. 아서가 검신에 박아 넣은 13개의 별이 선별의 검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아서는 죽음을 맞이했으며 아서의 죽음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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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 열 번, 열 번이 다시 열 번 반복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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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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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년의 손에 의해 성검은 뽑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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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성검을 선별한 것인지, 성검이 소년을 선별한 것인지, 그 전후 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소년이 성검을 뽑았다는 것. 그리고 소년이 하늘에 별을 걸기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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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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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는 주인의 의지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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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위업을 이루어 영웅이 되고자 하는 소년의 의지에 엑스칼리버는 반응한다. 그렇기에 제 주인이 별을 손에 넣은 순간, 그리고 새로운 별을 손에 넣으려 하는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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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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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인의 부름에 엑스칼리버는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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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에 새겨진 첫 번째 별이 울렸다. 빛나는 별은 아서의 것이 아닌 나진의 것. 종소리와도 같은 울림과 함께 해방되는 것은 첫 번째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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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가진 회복력과 검기의 출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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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해지는 것은 방출(防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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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의 검날을 감싼 별빛이 크게 출렁였다. 출렁인 별빛은 마치 좁은 물길을 따라 격류가 흐르듯, 검날을 따라 검 끝에 모여들었다. 용의 심장에 박힌 검 끝이 백금색으로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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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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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타들어 가고 있기에, 시야가 흐릿했기에 나진은 엑스칼리버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단지 눈앞에 있는 용의 심장을 부숴버리겠노라는 생각으로 엑스칼리버를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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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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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뽑아낸 뒤 다시 내려치려 했건만, 무언가에 단단히 박힌 것처럼 검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진은 계획을 바꿨다. 손에 쥔 엑스칼리버를 심장의 깊은 곳까지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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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득, 까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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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광석과도 같은 용의 심장이 깎여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소리에 의지한 채 나진은 손에 힘을 주었다. 불길에 몸이 타들어 감에도, 열기의 중심에 있는 심장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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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게. 더 깊은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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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턱, 하고 엑스칼리버의 크로스 가드와 용의 심장이 맞닿았다. 엑스칼리버의 검신은 용의 심장에 박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밀어 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밀어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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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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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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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돌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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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무의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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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끝에 모인 빛을 방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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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칼자루를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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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손목을 돌려 엑스칼리버를 비틀었다. 어째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른다. 단지, 엑스칼리버를 처음 봤던 그날처럼 ‘이렇게 하면 된다’ 라는 강한 확신의 목소리가 울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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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防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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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를 비튼 순간 검 끝에 모여든 빛이 방출됐다. 검 끝에 맺혔던 것은 별빛만이 아니다. 나진의 검기. 별자리의 형상을 가진 검기가 한점으로 수축한 채 검 끝에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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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검기가, 마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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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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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서부터 터져 나온 빛을 용의 심장은 가두어두지 못했다.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가두어 둘 수 없는 빛이기에. 쩍, 쩌억 소리를 내며 심장에 균열이 내달렸다. 내달린 균열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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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색의 별빛이 새어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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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따르듯 백금색의 별자리가 가지를 뻗듯이 틈새 사이로 뻗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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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균열은 이윽고 한계를 맞이했다. 쩍, 소리를 내며 용의 심장이 균열을 따라 갈라졌다. 그 순간, 심장의 내부서부터 별빛이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왔다. 터져 나오는 빛이 용의 심장을 잘게 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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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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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따라 가지를 뻗는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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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된 빛이 용의 심장을 박살 내며 주변에 가득하던 불길 마저 밀어냈다. 불길만이 존재하던 적룡의 세계를 별빛이 가득 메웠다. 찬란한 별빛을 머금은 별자리가 적룡의 세계를 채운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적룡의 세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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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이 박살 났다. 세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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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의 세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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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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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용의 입을 향해 뛰어든 직후, 적룡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괴롭다는 듯 브레스를 사방으로 뿜어대며 발로 땅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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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이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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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호령하던 울림은 온데간데없이 추한 짐승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적룡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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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날뛰어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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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날뛰어대는 탓에 가까이 가지 못한 채, 토벌대가 거리를 두고 적룡을 지켜보고 있을 무렵이다. 하늘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던 적룡이 짧게 경련했다. 비명은 끊어졌고 불길 역시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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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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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곧게 세웠던 용의 머리가 땅으로 추락했다. 몸을 경련할 뿐 적룡은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제 몸을 움직이는 데 있어 근원이 되는 무언가를 잃었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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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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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적룡의 배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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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칼 한 자루가 튀어나와 있었다. 이윽고 칼날이 일자로 그어지며 적룡의 배가 갈라졌다. 갈라진 배 바깥으로 걸음을 내디딘 것은 숨을 몰아쉬는 나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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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용의 입 안에 들어가서 그 심장을 깨부수고 나왔단 말인가. 용의 배를 찢고 나온 소년의 모습에 토벌대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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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업이다. 별을 새길만한 위업이었다. 용살자 지크프리트의 신화를 재현해 낸 소년에게 기사들은 경악했고, 또한 감탄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 그들은 감탄과 환호를 내뱉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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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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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상태가 심각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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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는 화상의 흔적이 가득하며 아직도 그 몸에는 불길이 달라붙어 있다. 당장 숨 쉬는 것만 해도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이다. 팔의 피부는 녹아내려 흉하게 일그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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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익, 지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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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다리를 끌듯이 걸어 나오던 나진이 이내 바닥에 고꾸라졌다. 땅에 손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부러진 팔로는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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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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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폴셴이 나진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가 바닥에 엎어진 나진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나진의 몸에 들러붙은 불길에 제 몸이 타들어 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하르트는 나진을 부축하며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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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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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 뒤를 말없이 기사들이 따라 움직였다. 기사들이 퍼온 물을 리하르트는 나진의 몸에 들이 부었다.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불이 꺼지자 리하르트는 품에서 포션을 꺼내 나진의 머리에 들이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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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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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에선 잿더미 가득한 숨결만 나올 뿐이었다. 결국 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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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네 싸움은 끝나지 않은 것 같군. 내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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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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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리하르트가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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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럴 것 같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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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진을 부축한 채 용의 목 앞까지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용의 목 앞에서 리하르트는 나진을 놓아둔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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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용과 나진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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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유지한 채 침묵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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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을 잃은 채 서서히 바스러지는 용. 저 목에 칼을 꽂아 넣는 순간 용은 죽을 것이며, 내버려두더라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다 죽어가는 용을 끝장내는 것은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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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누구도 그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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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다 잡아둔 사냥감을 빼앗는 것은 모험가들의 도리가 아니었으며, 남의 공훈을 가로채는 것은 기사의 명예가 아니었으므로. 도리와 명예를 아는 이들은 조용히 나진이 용을 마무리 짓는 것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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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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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용의 목 앞에서 검을 들어 올렸다. 적룡은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두려운 눈동자로 나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는 더 이상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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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공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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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시선을 마주한 채 나진은 들어 올린 검을 내려쳤다. 검기가 다 사그라든 검이었기에, 손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다 바스러진 용의 비늘조차 나진은 제대로 베지 못했다. 나진은 들어 올린 검을 다시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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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두 번,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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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섯 번에 이르렀을 때 나진은 용의 목을 베어냈다. 절단면에서 용혈(龍血)이 솟구쳤다. 터져 나오는 핏물 사이로 나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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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로 쏘아 올린 광원은 이미 박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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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뿌려둔 광석등 역시 태반이 박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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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변은 어둡지 않았다. 저 밤하늘의 별들이 빛나고 있기에. 하늘에 수 놓인 수많고 수많은 별들 중에 나진은 자신의 별을 찾아냈다. 그토록 바라던 자신의 별이 하늘의 한구석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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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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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별 바로 곁에 또 다른 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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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재현한 소년에게 주어진 용살의 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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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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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新星)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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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혼란스러운 와중 새롭게 탄생한 별을 나유타는 흥미롭게 바라봤다. 갑작스레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저 별은 너무나도 환한 빛을 흩뿌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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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징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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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별이 탄생하리란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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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태어난 신성이 하나의 별을 더 손에 넣는다고? 그런 경우를 나유타는 본 적이 없었다. 역대 회색탑주들이 남긴 기록에도 없었다. 신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또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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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제국의 일천 년 역사에는 없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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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 년 만에 갑작스레 몸을 움직인 아서왕, 일천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마녀의 별자리, 역사적인 대사건들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난 신성은 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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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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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또 하나의 별을 손에 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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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얗게 빛나던 별이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리곤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빛과 함께, 별의 곁에 또 하나의 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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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두 개의 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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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별은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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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타는 넋을 놓은 채 빛나는 별을 바라봤다. 역사적인 순간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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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마녀의 별자리의 출현에 회색탑은 시끄러웠고, 마법사와 제국의 관리들이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집무실에 가득 울려 퍼졌지만······ 나유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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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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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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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난 별을 헤아려 신성(新星)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회색탑주의 역할이다. 별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의 귀에 언젠가 전임 회색탑주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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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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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자, 꼰대끼가 짙었던 마법사. 그 노인은 회색탑주 자리를 나유타에게 물려주며 이렇게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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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네게도 별에 이름 붙일 날이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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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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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흔한 별이 아닌, 찬란한 별에 이름을 붙일 날이 올 거란다. 그날 너는 깨닫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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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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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제일각, 게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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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 유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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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드 마스터의 별에 이름을 붙였던 노인은 나유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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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탑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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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이름을 붙일 권리를 가진 이 자리야말로, 가장 축복 받은 자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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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흰소리라고 생각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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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중얼거림이라 여겼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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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별이 그런 별인지 어떻게 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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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제자야, 별을 헤아릴 안목조차 없이 회색탑주에 오를 생각이냐? 때가 되면 딱 감이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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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이 바로 그 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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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가 지금 떠오르는 이유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직감이 왔다. 강렬한 직감이었다. 나유타는 저 하늘에 걸린 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새하얀 손가락 사이로 별은 잡힐 듯 말 듯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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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흔들린 하늘 속에서 제 자리를 잡은 채, 찬연하게 빛나는 두 개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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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탑주는 별을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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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그리고 용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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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이룬 위업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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