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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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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검, 엑스칼리버.

스스로가 제 주인을 선택하는 선별(選別)의 검은 제 주인과 함께 성장한다. 주인이 위업을 이루고 하늘에 별을 새길 때마다 엑스칼리버는 성장하며, 그 검신에 주인의 별을 새긴다.

별빛으로 만들어졌으며.

별빛을 연료로 삼아 강화되는 검.

본래 미완이었던 엑스칼리버는 제 첫 번째 주인이었던 대영웅 아서에 의해 완성됐다. 아서가 검신에 박아 넣은 13개의 별이 선별의 검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아서는 죽음을 맞이했으며 아서의 죽음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다.

십 년이 열 번, 열 번이 다시 열 번 반복되어.

천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

어느 소년의 손에 의해 성검은 뽑혀 나왔다.

소년이 성검을 선별한 것인지, 성검이 소년을 선별한 것인지, 그 전후 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소년이 성검을 뽑았다는 것. 그리고 소년이 하늘에 별을 걸기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엑스칼리버는 주인의 의지에 답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위업을 이루어 영웅이 되고자 하는 소년의 의지에 엑스칼리버는 반응한다. 그렇기에 제 주인이 별을 손에 넣은 순간, 그리고 새로운 별을 손에 넣으려 하는 지금 이 순간······.

구웅.

제 주인의 부름에 엑스칼리버는 답했다.

성검에 새겨진 첫 번째 별이 울렸다. 빛나는 별은 아서의 것이 아닌 나진의 것. 종소리와도 같은 울림과 함께 해방되는 것은 첫 번째 기능이다.

본래 가진 회복력과 검기의 출력 강화.

거기에 더해지는 것은 방출(防出).

엑스칼리버의 검날을 감싼 별빛이 크게 출렁였다. 출렁인 별빛은 마치 좁은 물길을 따라 격류가 흐르듯, 검날을 따라 검 끝에 모여들었다. 용의 심장에 박힌 검 끝이 백금색으로 번뜩였다.

치이이이이이익!

몸이 타들어 가고 있기에, 시야가 흐릿했기에 나진은 엑스칼리버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단지 눈앞에 있는 용의 심장을 부숴버리겠노라는 생각으로 엑스칼리버를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빠지지 않는다.

검을 뽑아낸 뒤 다시 내려치려 했건만, 무언가에 단단히 박힌 것처럼 검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진은 계획을 바꿨다. 손에 쥔 엑스칼리버를 심장의 깊은 곳까지 밀어 넣었다.

까득, 까드드드득!

단단한 광석과도 같은 용의 심장이 깎여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소리에 의지한 채 나진은 손에 힘을 주었다. 불길에 몸이 타들어 감에도, 열기의 중심에 있는 심장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더 깊게. 더 깊은 곳까지.

이윽고 턱, 하고 엑스칼리버의 크로스 가드와 용의 심장이 맞닿았다. 엑스칼리버의 검신은 용의 심장에 박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밀어 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밀어 넣은 것이다.

‘돌려.

그리고 본능적으로.

‘열쇠를 돌리듯이.

혹은 무의식적으로.

‘검 끝에 모인 빛을 방출해라.

나진은 칼자루를 비틀었다.

있는 힘껏 손목을 돌려 엑스칼리버를 비틀었다. 어째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른다. 단지, 엑스칼리버를 처음 봤던 그날처럼 ‘이렇게 하면 된다’ 라는 강한 확신의 목소리가 울린 까닭이다.

방출(防出).

엑스칼리버를 비튼 순간 검 끝에 모여든 빛이 방출됐다. 검 끝에 맺혔던 것은 별빛만이 아니다. 나진의 검기. 별자리의 형상을 가진 검기가 한점으로 수축한 채 검 끝에 서려 있었다.

별빛이, 검기가, 마나가.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방출됐다.

내부서부터 터져 나온 빛을 용의 심장은 가두어두지 못했다.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가두어 둘 수 없는 빛이기에. 쩍, 쩌억 소리를 내며 심장에 균열이 내달렸다. 내달린 균열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백금색의 별빛이 새어 나오고.

그 뒤를 따르듯 백금색의 별자리가 가지를 뻗듯이 틈새 사이로 뻗어 나왔다.

벌어진 균열은 이윽고 한계를 맞이했다. 쩍, 소리를 내며 용의 심장이 균열을 따라 갈라졌다. 그 순간, 심장의 내부서부터 별빛이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왔다. 터져 나오는 빛이 용의 심장을 잘게 분해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별빛.

별빛을 따라 가지를 뻗는 별자리.

방출된 빛이 용의 심장을 박살 내며 주변에 가득하던 불길 마저 밀어냈다. 불길만이 존재하던 적룡의 세계를 별빛이 가득 메웠다. 찬란한 별빛을 머금은 별자리가 적룡의 세계를 채운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적룡의 세계가 아니었다.

근원이 박살 났다. 세계가 무너진다.

적룡의 세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나진이 용의 입을 향해 뛰어든 직후, 적룡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괴롭다는 듯 브레스를 사방으로 뿜어대며 발로 땅을 굴렀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익!

하늘을 호령하던 울림은 온데간데없이 추한 짐승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적룡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미친 듯이 날뛰어대는군.”

하도 날뛰어대는 탓에 가까이 가지 못한 채, 토벌대가 거리를 두고 적룡을 지켜보고 있을 무렵이다. 하늘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던 적룡이 짧게 경련했다. 비명은 끊어졌고 불길 역시 사그라들었다.

그리곤, 쿠웅.

하늘을 향해 곧게 세웠던 용의 머리가 땅으로 추락했다. 몸을 경련할 뿐 적룡은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제 몸을 움직이는 데 있어 근원이 되는 무언가를 잃었다는 것처럼.

“엇, 저기!”

누군가 적룡의 배를 가리켰다.

그곳엔 칼 한 자루가 튀어나와 있었다. 이윽고 칼날이 일자로 그어지며 적룡의 배가 갈라졌다. 갈라진 배 바깥으로 걸음을 내디딘 것은 숨을 몰아쉬는 나진이었다.

정말로, 용의 입 안에 들어가서 그 심장을 깨부수고 나왔단 말인가. 용의 배를 찢고 나온 소년의 모습에 토벌대는 경악했다.

위업이다. 별을 새길만한 위업이었다. 용살자 지크프리트의 신화를 재현해 낸 소년에게 기사들은 경악했고, 또한 감탄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 그들은 감탄과 환호를 내뱉지는 못했다.

“후욱, 후으······.”

나진의 상태가 심각했으니.

몸에는 화상의 흔적이 가득하며 아직도 그 몸에는 불길이 달라붙어 있다. 당장 숨 쉬는 것만 해도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이다. 팔의 피부는 녹아내려 흉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지익, 지이익···.

제 다리를 끌듯이 걸어 나오던 나진이 이내 바닥에 고꾸라졌다. 땅에 손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부러진 팔로는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그때였다.

리하르트 폴셴이 나진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가 바닥에 엎어진 나진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나진의 몸에 들러붙은 불길에 제 몸이 타들어 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하르트는 나진을 부축하며 움직였다.

“······.”

이윽고, 그 뒤를 말없이 기사들이 따라 움직였다. 기사들이 퍼온 물을 리하르트는 나진의 몸에 들이 부었다.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불이 꺼지자 리하르트는 품에서 포션을 꺼내 나진의 머리에 들이부었다.

“정신이 드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에선 잿더미 가득한 숨결만 나올 뿐이었다. 결국 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네 싸움은 끝나지 않은 것 같군. 내 말이 맞나?”

다시 한번 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리하르트가 미소 지었다.

“왠지 그럴 것 같더군.”

그가 나진을 부축한 채 용의 목 앞까지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용의 목 앞에서 리하르트는 나진을 놓아둔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누구도 용과 나진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거리를 유지한 채 침묵하고 있을 뿐.

근원을 잃은 채 서서히 바스러지는 용. 저 목에 칼을 꽂아 넣는 순간 용은 죽을 것이며, 내버려두더라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다 죽어가는 용을 끝장내는 것은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리하지 않았다.

남이 다 잡아둔 사냥감을 빼앗는 것은 모험가들의 도리가 아니었으며, 남의 공훈을 가로채는 것은 기사의 명예가 아니었으므로. 도리와 명예를 아는 이들은 조용히 나진이 용을 마무리 짓는 것을 지켜보았다.

“후우······.”

나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용의 목 앞에서 검을 들어 올렸다. 적룡은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두려운 눈동자로 나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는 더 이상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공포뿐.

용의 시선을 마주한 채 나진은 들어 올린 검을 내려쳤다. 검기가 다 사그라든 검이었기에, 손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다 바스러진 용의 비늘조차 나진은 제대로 베지 못했다. 나진은 들어 올린 검을 다시 내려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다섯 번에 이르렀을 때 나진은 용의 목을 베어냈다. 절단면에서 용혈(龍血)이 솟구쳤다. 터져 나오는 핏물 사이로 나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광포로 쏘아 올린 광원은 이미 박살 났다.

땅에 뿌려둔 광석등 역시 태반이 박살 났다.

그러나 주변은 어둡지 않았다. 저 밤하늘의 별들이 빛나고 있기에. 하늘에 수 놓인 수많고 수많은 별들 중에 나진은 자신의 별을 찾아냈다. 그토록 바라던 자신의 별이 하늘의 한구석에서 빛나고 있었다.

이윽고.

자신의 별 바로 곁에 또 다른 별이 떠올랐다.

신화를 재현한 소년에게 주어진 용살의 별이었다.

신성(新星)이 나타났다.

하늘이 혼란스러운 와중 새롭게 탄생한 별을 나유타는 흥미롭게 바라봤다. 갑작스레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저 별은 너무나도 환한 빛을 흩뿌리고 있었으니까.

저것은 징조였다.

또 다른 별이 탄생하리란 징조.

방금 막 태어난 신성이 하나의 별을 더 손에 넣는다고? 그런 경우를 나유타는 본 적이 없었다. 역대 회색탑주들이 남긴 기록에도 없었다. 신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또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국의 일천 년 역사에는 없던 일이었다.

일천 년 만에 갑작스레 몸을 움직인 아서왕, 일천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마녀의 별자리, 역사적인 대사건들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난 신성은 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설마.

정말 또 하나의 별을 손에 넣나?

새하얗게 빛나던 별이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리곤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빛과 함께, 별의 곁에 또 하나의 별이 떠올랐다.

한 번에 두 개의 별이 떠올랐다.

떠오른 별은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나유타는 넋을 놓은 채 빛나는 별을 바라봤다. 역사적인 순간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갑작스러운 마녀의 별자리의 출현에 회색탑은 시끄러웠고, 마법사와 제국의 관리들이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집무실에 가득 울려 퍼졌지만······ 나유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허어.”

그녀가 웃음을 흘렸다.

새롭게 태어난 별을 헤아려 신성(新星)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회색탑주의 역할이다. 별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의 귀에 언젠가 전임 회색탑주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맴돌았다.

「나유타.」

스승이자, 꼰대끼가 짙었던 마법사. 그 노인은 회색탑주 자리를 나유타에게 물려주며 이렇게 말했었다.

「언젠가 네게도 별에 이름 붙일 날이 올 거다.」

「반드시 그날이 오겠지.」

「흔하디흔한 별이 아닌, 찬란한 별에 이름을 붙일 날이 올 거란다. 그날 너는 깨닫게 되겠지.」

검성, 카론.

제국제일각, 게르드.

살인귀, 유엘.

세 소드 마스터의 별에 이름을 붙였던 노인은 나유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회색탑의 주인.」

「별에 이름을 붙일 권리를 가진 이 자리야말로, 가장 축복 받은 자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노인의 흰소리라고 생각했던 것.

꼰대의 중얼거림이라 여겼던 것.

「떠오른 별이 그런 별인지 어떻게 아냐고?」

「못난 제자야, 별을 헤아릴 안목조차 없이 회색탑주에 오를 생각이냐? 때가 되면 딱 감이 올 거다.」

「저 별이 바로 그 별이라고.」

그 이야기가 지금 떠오르는 이유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직감이 왔다. 강렬한 직감이었다. 나유타는 저 하늘에 걸린 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새하얀 손가락 사이로 별은 잡힐 듯 말 듯 빛났다.

뒤흔들린 하늘 속에서 제 자리를 잡은 채, 찬연하게 빛나는 두 개의 별.

회색탑주는 별을 헤아렸다.

도전, 그리고 용살.

소년이 이룬 위업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