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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적룡이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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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각 모험가들과 기사단이 퍼붓는 맹공에 비늘이 벗겨지든 말든, 적룡은 날개를 쫙 편 채 하늘로 솟구쳤다. 마치 처음부터 이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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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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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의 날개를 해체하고 있던 나진이 눈을 부릅떴다. 등줄기를 타고 내달리는 오한. 직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선 제 직감을 따라 움직이는 게 대체로 옳음을 나진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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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콰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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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의 날갯죽지에 깊게 박아 넣은 검을 나진은 시계 방향으로 비틀었다. 살가죽이 찢어지고 드러난 백룡의 새하얀 뼈가 ‘드드드드득!’ 소리를 내며 갈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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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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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백룡이 몸부림쳤지만, 한쪽 날개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을 수는 없는 법이다. 백룡의 몸부림은 추락의 속도를 조금 늦췄을 뿐이지만··· 나진에게 그 정도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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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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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죽지에 박아 넣은 검을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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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처럼 솟구치는 핏물 사이로 나진이 몸을 던졌다. 백룡의 날개 뒤로 미끄러지듯 이동한 나진은 다시 한번 검을 쑤셔 박았다. 칼자루에 매달린 채 나진은 백룡의 날개 뒤에 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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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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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친 적룡이 쩌억 벌린 아가리에서 불길을 토해냈으므로. 용의 숨결, 브레스(Breath) 따위로 불리는 용종의 전유물. 최소 6서클의 주문과 같은 위력을 지녔다는 불길이 적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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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와 열풍, 그리고 밀려드는 화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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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은 망설임 없이 백룡을 향해 브레스를 뿜었다. 제 반쪽이자, 동족인 아군을 공격한 것이다. 그 이유를 나진은 알 수 없지만 상황을 이해하는 것보다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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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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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의 날개 뒤로 숨은 나진이 몸을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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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맞았더라면 분명 녹아내렸을 불길. 하지만 백룡이 한번 불길을 걸러주었기에 간신히 견딜만했다. 날개를 관통해 느껴지는 열기에 나진의 살갗이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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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부짖은 백룡의 비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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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의 살갗이 타들어 가는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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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난도질한 상처 위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백룡의 비늘은 불길을 견뎌낼 수 있지만, 나진이 억지로 찢어 벌린 틈새를 따라 흐르는 불길이 백룡을 불태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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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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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멀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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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로서도 예상 못 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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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틀어졌음을 나진은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믿어야 할 것은 자신의 직감이다. 제 감각이 경고하는 대로 나진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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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은 나를 노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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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을 노렸다. 내가 아니라 백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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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브레스로 끝날 리가 없다. 불길은 백룡을 좀먹을 뿐 끝장낼 수 없으니. 다음이 온다. 다음은 무엇인가? 불길이 옅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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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반동을 이용해 나진이 자세를 바꿨다. 아직 열기가 남은 백룡의 등 위에 나진은 바로 섰다. 꺼져가는 불길의 잔열만으로도 신발의 밑창이 녹아내렸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눈을 부릅뜨고 나진은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너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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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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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진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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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 백룡을 향해 돌진하는 적룡의 모습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적룡이 제 손아귀를 앞으로 뻗었다. 브레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백룡의 목을 적룡이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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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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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이 백룡의 목을 물어뜯었다. 용의 이빨이 용의 비늘을 박살 낸다. 비늘이 비산하고 핏물이 솟구쳤다. 백룡이 고통에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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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에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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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의 목을 물어뜯은 채 적룡이 하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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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두개의 날개를 펄럭이며 땅을 향해 돌진을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땅에 처박히고 만다. 제아무리 소드 시커라 한들 이런 높이에서 이만한 속도로 처박힌다면 뼈가 부러져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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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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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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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이해할 수 없지만 행동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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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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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트린 사슬을 나진이 적룡을 향해 내던졌다. 백룡에게 정신이 팔린 적룡의 팔에 사슬이 걸렸다. 걸린 사슬을 한번 팽팽하게 당겨본 나진은 이내 백룡의 등을 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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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역풍을 몸으로 받아내며 나진은 사슬을 잡아당기며 달렸다. 백룡의 등을 박차고 뛰어올라 적룡의 머리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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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서로 물어뜯고 지랄인진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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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검을 역수로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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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음은 너도 떨어트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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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의 목에 나진이 검을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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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박아 넣은 검을 움켜쥔 채 나진은 충격에 대비했다. 이윽고 뒤엉킨 백룡과 적룡이 땅에 처박혔다. 굉음과 함께 흙무더기가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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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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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쿠웅, 쿠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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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 곤두박질친 두 마리의 용이 땅을 파헤치며 미끄러졌다. 흙무더기가 튀어 오르고, 무너진 돌기둥들이 잘게 부서졌다. 충격에 땅이 뒤흔들리고 서 있던 기사들이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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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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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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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미끄러지는 방향에 있던 기사들이 고함을 외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넘어져 도망치지 못한 이들은 백각 모험가들의 도움을 받아 후퇴했다. 그들이 땅에 설치해 둔 거궁(巨弓)이 용의 몸에 부딪혀 박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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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가가가가가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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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미끄러진 용 두 마리가 멈춰 섰을 무렵이다. 하늘까지 피어오른 흙먼지 너머로 소음이 들려왔다. 콰득, 콰직······ 짐승이 사냥감을 물어뜯는 듯한 소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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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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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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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가 걷히며 드러난 모습에 토벌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백룡의 목을 물어뜯고, 피와 살을 탐하는 적룡의 모습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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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과 적룡. 본디 저들은 한 쌍을 이루는 용이 아니었던가? 저들이 이처럼 서로 다투었다는 기록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는 기록만이 한가득 남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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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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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대에 당황스러움이 번지는 가운데, 그들은 문득 적룡의 눈동자를 보았다. 붉게 소용돌이치는 눈동자. 흉흉하기 짝이 없는 눈동자였다. 제 동족의 목을 물어뜯고 피를 삼키는 용의 눈동자는 기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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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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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동자를 알아본 것은 오직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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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치는 용의 눈동자와 정확하게 같은 것을 지닌, 붉은 눈 로젤린 아스칼로 뿐이었다. 그녀는 불길함을 느꼈다. 제 영혼의 절반을 이루는 마녀의 혼이 떨리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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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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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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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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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으로 이변을 느낀 것은 적룡의 목에 올라타 있던 나진이었다. 적룡이 백룡에게 정신이 팔린 틈에, 그 목을 끊어내고자 검을 휘두르려던 나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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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도 불길한 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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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이 일대를 찍어 눌렀다. 기사와 백각 모험가를 비롯한 토벌대 전원이 경직했다.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은 나진뿐이었다. 나진은 ‘이런’ 종류의 압박감을 일찍이 느껴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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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과의 첫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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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보여주었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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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진은 이것과 똑같은 감각을 경험했었다. 속박에서 벗어난 나진은 곧장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반사적으로 바라본 하늘. 드넓게 펼쳐진 밤하늘에 이 거대한 존재감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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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고 수많은 별 사이에 자리 잡은 공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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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게 물들어, 평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 별이 떠 있었다. 지하도시에서 탈출한 아래 매일 같이 밤하늘을 봐온 나진이지만 저 별을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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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야 할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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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해선 안 될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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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리를 벗어난 망가진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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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보통의 별과는 다르다. 백금색으로 빛나는 별들과 달리 저것은 붉었다. 검붉은색으로 빛나는 별자리가 공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별자리는 아서와 같은 열세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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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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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나진의 귀에 맴돌았다. 멀린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제야 나진은 저 별자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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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성(凶星), 캄란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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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의 마녀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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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별을 떨어트리고 숱한 대영웅들에게 끝을 안겨준 가장 두려운 별자리. 그 별자리가 불길한 빛을 흩뿌렸다. 한 번의 점멸. 한순간의 빛.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낸 별자리는 이윽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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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별이 흩뿌린 빛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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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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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이 포효했다. 알 수 없는, 그을음이 낀 듯한 목소리가 일대에 울려 퍼졌다. 포효와 함께 밀려드는 풍압에 나진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적룡의 몸에서 떨어져 바닥을 나뒹군 나진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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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적, 찌이익··· 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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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소용돌이치는 적룡의 눈동자가 흉흉하게 빛났다. 백룡의 목을 부러트린 적룡이 손아귀로 그 살가죽을 찢어 벌렸다. 백룡의 갈비뼈를 부수고 그 안에서 박동하는 용의 심장을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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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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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이 백룡의 심장을 씹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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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적룡의 몸이 격변했다. 뼈가 비틀리는 소리. 근육이 찢어지고 비대해지는 소리. 기괴한 소음들 사이로 적룡의 골격이 변하고 그 덩치가 거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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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득, 드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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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비늘이 돋아나고, 날개는 더욱 거대해졌으며, 생물이 지닌 격(格)이 한단계 승화했다.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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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 승화.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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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하나였다가 둘로 쪼개진 용은, 남은 하나를 삼킴으로써 완전해졌다. 심장을 빼앗긴 백룡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적룡의 고개가 돌아갔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아가리를 벌린 적룡의 시선이 나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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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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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완전해진 용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것은 나진이었다. 나진의 검에 휘감긴 백색과 금색의 별자리를 본 순간 적룡의 동공이 쫙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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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과 금색. 백금색.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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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들의 역린(逆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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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이 포효와 함께 나진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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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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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이 땅을 내려찍은 순간 땅이 뒤흔들렸다. 날개를 쫙 편 채 적룡이 나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체구를 십분 활용한 돌격. 질량 그 자체를 무기 삼아 돌진하는 적룡의 모습에 나진이 숨을 헛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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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질 시간 따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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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회피할 곳은 없다. 저 돌격을 받아내거나 쳐내야 했다. 나진의 검에 별자리가 휘감겼다. 한계까지 압축된 검기가 빛을 흩뿌렸다. 그렇게 나진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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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이 제 팔다리를 땅에 내려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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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선회. 돌진의 기세를 줄이지 않은 채 적룡이 제자리에서 반회전 했다. 흙무더기를 퍼 올리며 적룡의 꼬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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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드드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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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헤집고 공기를 가르며 휘둘러진 용의 꼬리. 가공할 속도로 밀려드는 꼬리를 향해 나진은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충돌의 순간 나진은 역사의 한 구절을 떠올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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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꼬리는 제아무리 거대한 성벽이라도 깨부순다. 하늘의 짐승 앞에 인간이 쌓아 올린 것들은 한없이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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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검을 쥔 손가락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검기의 반발력에 의지하고자 했으나, 용의 비늘이 가진 저항력이 검기를 흐트러트려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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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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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 엄습한다. 뼈가 비틀리고 근육이 찢어졌다. 채찍처럼 휘둘러진 꼬리가, 완전한 궤적을 그리며 그 끝을 가볍게 퉁긴 순간 나진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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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쿠웅.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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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돌기둥들을 박살 내며 나뒹군 나진이 잔해 속에 처박혔다. 단 일격. 일격을 허용한 결과였다. 돌기둥에 부딪힌 머리가 깨져 피가 흘렀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피에 나진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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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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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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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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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대가 무언가 소리쳤지만 그 목소리가 나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삐이이이, 하는 이명만이 고막을 울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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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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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머리가 무거웠다. 시야가 흔들렸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나진이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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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내 말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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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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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의 목소리는 들렸다. 고막을 통해 듣는 목소리가 아닌, 영혼의 울림이었으므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진은 검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이 부러진 탓일까, 검을 쥔 오른손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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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우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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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쥔 오른손을 왼손으로 말아쥐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을까, 혹은 맞춰지는 소리였을까.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손이 더는 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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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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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용(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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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룡, 드라이그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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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에 이른 용을 노려보며 나진은 돌무더기를 해치며 바깥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지르며 땅을 뒤흔드는 용을 향해 나진은 한 걸음 더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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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도마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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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이 씹어뱉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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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잡아 족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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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별 얻는 게 어디 쉬울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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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되어야 위업을 세우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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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나진이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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