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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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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魔女), 신비로부터 태어난 종족.

겉보기엔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으나 그들이 마녀라는 특수한 종(種)으로 분류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인간을 닮았지만 마녀들은 본질적으로 인간과는 달랐으니까. 다만, 그들이 처음부터 마녀라 불리던 것은 아니었다.

-마법에게 사랑받는 종족.

-신비로부터 태어난, 신비 그 자체.

-기적을 부릴 권리를 세계에게 인정받은 종.

종말의 신비를 가진 마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들을 가리키던 문장들. 언젠가 멀린이 중얼거렸던 말들을 곱씹으며 나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곳에 마녀가 있었다.

불길을 연상케 하는 붉은 머리칼. 붉은 눈동자. 그을음이 남은 새하얀 피부. 불길을 떠올리게 하는 여인은 지팡이에 걸터앉은 채 하늘을 부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만 무표정했고, 무표정하게 사람을 불태우고 있었다.

불길이 만들어낸 열기도.

열기에 일렁이는 아지랑이도.

재로 사위어 흩날리는 인간이었던 것들도.

그 모든 게 마치 마녀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불길이 인간의 형태를 얻으면 저런 느낌일까? 나진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갈 무렵이다.

-도망쳐.

서늘한 목소리. 나진의 귓가에 멀린의 서늘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옆을 돌아보면 멀린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건 네가 상대할 만한 수준의 적이 아니야. 도망쳐.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어서.

다급할수록 목소리가 차가워지고 차분해지는 이들이 있다. 멀린 역시 그런 부류였고, 지금 멀린의 목소리는 여태껏 나진이 들었던 멀린의 목소리 중 가장 낮은 온도를 품고 있었다.

-명멸의 마녀, 에르미나.

-천 년 전에 이미 8서클,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랐던 마녀야. 분명 내가 서클과 별을 죄다 박살 내놨던 것 같은데······.

멀린이 혀를 찼다.

-마법에게 사랑 받는 또라이들답게 방법을 찾아낸 모양이지. 최악이야. 도망쳐 빨리. 다음 마법이 오기까진 시간이 남아있을 테니까.

나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멀린이 이유 없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나진은 잘 알고 있었다. 나진은 멀린을 신뢰했고, 신뢰한 만큼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탁.

나진은 곧장 고개를 돌렸고 걸음을 돌렸다. 퇴각하는 병사들을 따라 도주할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걸음을 내딛으려다 문득 나진은 제 옆을 돌아봤다.

“······.”

그곳엔 침묵하고 있는 질레트가 있었다. 질레트는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질레트 경.”

“어. 신입.”

“안 가십니까? 퇴각하라고 명령이······.”

“가고 싶긴 한데.”

질레트가 쓰게 웃었다.

“누군가는 남아서 시간을 벌어야지 않겠냐.”

“······.”

“이대로면 전멸이거든. 저 잘나신 마녀님이 손가락 한번 까딱할 때마다 분대 단위로 쓸려나갈 텐데, 꽁무니 빠지게 도망쳐봐야 별 의미가 없지. 잘 알아. 몇 번 당해봤거든.”

질레트 레긴퍼트.

오랜 세월 전장에서 살아온 군인답게 그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종 경험했고, 그때마다 제 상관이나 선배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봐 왔으니까.

‘이젠 내 차례가 왔다, 이거지.

선배들이, 상관들이 그러했듯.

이제 자신의 차례가 왔다. 그저 그뿐인 이야기였다. 빌어먹을. 전역을 지금 하게 생겼군. 질레트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겼다.

“잘 들어라.”

질레트가 외쳤다.

나진에게 들으라고 외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지시를 따르는 와이번 사냥 부대에게 전하는 외침이었다. 그가 챠르륵, 소리를 내며 사슬을 늘어트렸다.

“지금부터 우리 부대는 영멸의 마녀, 에르미나의 시선을 끈다. 접근하지 마라. 요격할 생각은 버려라. 철저하게 시선을, 그리고 시간을 끈다.”

애당초 이길 수 없는 상대다.

그러니 하다못해 시간을 끌어라. 아군이 퇴각하고 지원군을 불러올 때까지 저 마녀의 옷깃을 붙잡고 늘어져라.

“키르호프 경께서 전장에 걸음 하기까지 우리 부대는 저 마녀를 붙들어둔다.”

상대가 비대칭전력을 꺼내왔다.

그렇다면 아군의 비대칭전력이 전장에 도착할 때까지 누군가는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 역할을 우리 부대가 맡게 됐노라고 질레트는 외쳤다.

그의 지시를 따르는 병사들. 와이번 사냥 부대의 병사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질레트의 곁에 바로 섰다. 챠르륵, 소리를 내며 병사들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사슬 말뚝을 늘어트렸다.

“어이, 신입.”

질레트가 연초를 꼬나물었다.

불을 붙일 필요는 없었다. 사방에 흩날리는 잿가루에 연초 끝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연초에 불이 붙었으니까. 그가 연초를 태우며 나진을 돌아봤다.

“가봐라. 지난 일주일간 수고했다.”

그가 피식 웃었다.

나진은 지원을 온 용병일 뿐, 이 전장에 목숨을 걸 의무도 책임도 없었다. 그렇기에 질레트는 나진에게 어서 도망치라고 손을 휘저었다.

“······.”

나진은 침묵했다.

-어서.

멀린의 재촉. 타오르는 불길.

그리고, 질레트를 필두로 한 죽음을 각오한 병사들. 그와 반대로 도망치는 병사들. 메아리치는 비명소리와 연신 퇴각을 외쳐대는 목소리.

『퇴각, 퇴각하라!』

『어서!』

『도망쳐라!』

그 흐름에 나진은 떠밀렸다. 아직 나진은 초월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고, 전장에서 나진이란 단지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는 일개 개인에 불과했다.

저 하늘에 떠 있는 마녀와는 다르다. 지금의 나진은 저 마녀처럼 전장을 지배하지도, 흐름을 휘어잡는 거대한 존재감을 지니지도 못했다. 최연소 소드 시커. 위대한 업적이지만 전장에서의 나진이란 인간은 뛰어난 병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것이 소드 시커와.

초월에 오른 마스터들의 차이다.

‘알고 있다.

쿠웅, 하고 나진이 걸음을 내디뎠다.

퇴각을 외치며 후퇴하는 병사들 사이에서 나진은 균형을 잡았다.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땅에 발을 디딘 채 자리를 지켰다.

‘도망치는 게 옳다는 것도, 상대가 안 된다는 것도, 승산이 없는 싸움이란 것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래서 도망칠 거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나진은 쉽게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강적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칠 것인가? 승산이 없다고 도주하고, 도망쳐 물러설 것인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아니, 그건 아니지.

그래서야 의미가 없다. 그런 이를 세상의 그 누가 영웅이라 부르겠는가. 대영웅 아서는 어느 전장에서도 도망친 적이 없다. 아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쳤고, 저항했으며, 처절할 정도로 망가지고서도 기어코 승리했다.

그렇기에, 아서는 대영웅이라 불렸던 것이다.

나진이 되고 싶은 건 그런 대영웅이었지, 제 살길 찾아 도망가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

멀린은 더는 나진에게 도망치라고 외치지 않았다. 나진의 독백이, 감정이 흘러들어왔으니까. 그녀가 침묵한 가운데 나진이 속으로 말했다.

‘멀린.

-말해.

‘시간을 끈다는 걸 전제로 덤빈다면, 어떻습니까?

저 마녀를 이기지 못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건 결투가 아닌 전쟁이었다.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만이 승리하는 방법이 아니란 뜻이었다.

-하아······.

멀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추천하지 않아. 너무 위험해. 죽을 가능성이 높아. 알고 있어? 상대는 마녀야. 내가 활동했던 시대부터 살아온 마녀(魔女).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도 굳이 싸우겠다고?

나진은 침묵함으로써 긍정했다.

멀린은 환장하겠다는 듯 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왜 인지,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아서나 너나,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건 똑같네. 하긴 그러니까······.

뒷말을 그녀는 내뱉지 않았다.

한탄은 그쯤 하면 충분하다는 듯 그녀가 숨을 고르고 나진을 바라봤다. 차분히 가라앉은 눈동자로 나진을 바라보며 그녀는 말했다.

-선택은 네 몫이야.

-네가 무엇을 선택하던, 그 선택에 따른 최선의 길을 찾아내는 게 내 몫이겠지.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멀린이 피식 웃었다.

-죽지는 않게 도와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고마운 줄 알면 잘해, 좀.

툴툴거리면서도 멀린은 마녀를 상대하는 법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숱한 마녀들의 서클을 박살 내고, 그들의 신비를 바스러트린 대마법사의 조언.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진은 내디뎠던 발을 들어 올렸다.

퇴각하는 병사들이 만들어내는 흐름.

그 흐름을 거슬러 나진은 마녀가 있는 쪽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아직은 흐름을 뒤바꿀 만큼의 강자가 되진 못했지만, 흐름을 거스를 정도는 된다고 이야기하듯이.

질레트 레긴퍼트.

전장에서 수십 년을 살아남은 군인이자,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오른 강자. 그는 자신이 속한 ‘와이번 사냥 부대’라 불리는 사슬부대의 지휘관들이 썩 좋지 못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알고 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사슬부대는 뛰어난 병사들이 모이는 곳이었고 유격대로써 활용되는 부대였다. 그리고 유격대가 으레 그렇듯, 사슬부대는 와이번 사냥뿐만이 아니라 변수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하는 역할을 맡곤 했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처럼.

질레트는 연초를 태우며 표정을 구겼다.

‘질리지도 않는군, 정말이지.

소드 시커는 분명한 강자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외륙(外陸)에 머물다 보면, 소드 시커란 생각보다 별 대단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싫어도 알게 된다.

구세대의 영웅.

수백 년을 살아온 괴물들.

판을 치는 별자리들.

그리고, 신화시대에나 나올법한 강자들.

그런 것들이 득실대며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내는 게 이 외륙이란 곳이었다. 당장 저 하늘에 떠 있는 마녀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저런 거대한 존재들 앞에서 소드 시커란 한없이 작은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작은 존재라 하더라도.

화륵.

저 잘나신 괴물들의 시선을 끄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질레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명멸의 마녀, 에르미나가 새로운 주문을 터뜨리려는 순간이다. 질레트를 필두로 한 사슬부대가 허공을 향해 사슬을 투척했다. 전장의 벽에 사슬을 박아 넣고 공중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마녀는 눈살을 찌푸리곤 손을 가벼이 휘둘렀다.

그녀의 손끝을 따라 불길이 너울 친다. 거대한 화염이 사슬을 녹여버리고, 공중으로 도약한 병사들을 집어삼켰다. 몇몇은 새까만 잿더미가 되어 떨어지지만 끝내 몇몇은 허공으로 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한 번의 손짓을 허비시켰다.

마녀가 한번 손짓할 때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의 병사가 쓸려나감을 감안했을 때 이는 나쁘지 않은 교환비다. 그렇게, 질레트는 생각해야만 했다. 전장에서 견디려면 이런 식의 사고가 필요했으니.

빙글, 하고 질레트도 사슬을 돌렸다.

부하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그 역시 이미 죽음을 각오했으니. 절벽에 사슬을 걸고 고속으로 이동하며 마녀의 시선을 끌고, 그녀의 손짓을 유도하는 병사들. 그들의 사이에 질레트는 끼어들었다.

한 번의 실수가 곧 죽음이다.

굳이 실수하지 않더라도, 죽음은 찾아온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발버둥 쳐주리라.

거대한 불길이 절벽을 휩쓸었다. 벽이 녹아내리고 뜨겁게 달궈진 진흙처럼 물렁해졌다. 아슬아슬하게 불길을 피해낸 질레트는 헛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괴물 같은 마법사이지 않은가.

‘괴물을 상대하는 건 같은 괴물이다.

키르호프 경께서 오신다면.

그 괴물 같은 사내가 전장에 도착한다면, 흐름은 다시 뒤바뀔 것이다. 그때까지 발버둥을 쳐주마. 그리 생각하며 질레트는 절벽을 박차고 달렸다.

화륵!

후끈한 열기가 일대를 휩쓸 때마다, 함께 전장을 질주했던 병사들이 한둘씩 잿더미가 되어 바스러진다. 마녀에게서 몇 초의 시간을 붙들기 위해선, 한명의 목숨이 바스러져야 했다.

질레트는 벽을 박찼다. 박차고 또 박찼다.

하지만 그에게도 끝은 온다.

사슬을 걸고 달리던 질레트는 문득 마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마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흉흉한 붉은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질레트는 죽음을 직감했다.

5서클 주문, 작열 광선.

마녀의 주변에 떠오른 붉은 화염.

응축된 화염에서 압축된 열선이 쏘아졌다. 열선은 하나가 아니었다. 마녀에게 있어 서클의 수는 곧 동시에 영창 할 수 있는 주문의 수를 의미했으니.

키이이이잉!

일곱개의 열선이 질레트에게 쏘아졌다. 피할 수 없다. 회피가 불가능하다. 찰나를 쪼개며 접근하는 열선의 앞에 그가 죽음을 직감한 순간이다.

쾅, 하고.

질레트는 등 뒤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 터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 벽을 박차고 접근하는 소리였다. 등 뒤에서 무언가 접근했다. 짓쳐 드는 작열 광선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그리곤 번쩍.

질레트는 제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빛을 보았다. 그것은 백색과 금색으로 이루어진 별자리다. 하늘에 떠 있어야 할 별자리가 왜 눈앞에 있는가? 뒤늦게 질레트는 그것이 누군가의 검기임을, 누군가 제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검을 휘둘렀음을 깨달았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검기와 열선이 맞부딪쳤다. 불똥이 튀어 오르고 검기의 편린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목덜미를 붙잡혀 뒤로 던져진 질레트는, 그제야 검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최연소 소드 시커, 나진.

퇴각하던 군대 사이에 섞여 도망쳤을 소년이 다시금 전장에 발을 디딘 것이다. 나진이 이를 악물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 일곱갈래의 열선 중 기어코 세갈래를 쳐내고, 나진은 자리를 이탈했다.

치이이이이이익!

이윽고 나진이 서 있던 자리를 남은 네 개의 열선이 꿰뚫었다. 벽이 녹아내리고 거대한 구멍이 뚫린 가운데, 나진은 미끄러지듯 땅에 착지했다.

“너······.”

나진에게 내던져졌던 질레트 역시, 땅에 착지하며 나진을 바라봤다. 왜 다시 왔나. 그런 질문을 반사적으로 입에 담으려는 그보다 먼저 나진이 입을 열었다.

“그 키르호프란 사람.”

조금 전 스쳐 지나가듯 들었던 이야기.

이 전황을 뒤엎을 수 있는 강자.

맥락상 아군의 지원군일 ‘키르호프’란 이름을 입에 담으며 나진은 질문했다.

“언제 옵니까? 얼마나 시간을 끌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최대 십오분 정도 되겠군.”

“십오분이라. 알겠습니다.”

나진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마녀를 바라봤다. 마녀와 시선을 마주한 채, 나진은 피식 웃었다.

“까짓거 한번 해보죠.”

나진이 그리 외친 순간 마녀의 손끝이 나진을 향했다.

일곱개의 서클이 동시에 빛나며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이러나저러나 이야기를 길게 나눌 시간은 없었다. 질레트와 나진이 산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