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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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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헤브츠 법안에 따라, 자진 신고한 소드 시커의 정보는 제국 전역에 공개된다. 이는 해당 인물에 대한 견제이자 광고이기도 했다.

내가 이러이러한 무장을 다루며.

이러이러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것을 공표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광고다. 소드 시커쯤 되면 쓰이지 않는 곳이 없으며, 온갖 집단에서 눈에 불을 켜고 가져가려 하는 최고급 인력이다.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사방에서 서신이 날아온다는 뜻이다. 제발 좀 우리 집단에 들어와 달라고.

······물론,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모든 일이 갑작스레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하루아침에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오르는 인물은 없으니까. 소드 시커의 경지에 근접한 인물은 당연하게도 사방에 소문이 퍼지고, 그 소문이 퍼지고서도 몇개월쯤은 지나야 소드 시커에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 그 몇개월간 각 집단과, 귀족가, 기사단들은 해당 인물의 스카우트를 준비한다.

충분한 뒷조사를 거쳐 대상이 만족할 만한 제안을 건네기 위해서. 그렇기에 소드 시커급 강자의 명단이 갱신될 때 집단들은 ‘아, 드디어 그자가 올라갔나? 하고 준비된 제안을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난데없이 갱신된 명단. 그리고 그 명단에 실려있는 인물은··· 소문으로는 한 번씩 들어봤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인물이다. 엑스퍼트 급으로 알려졌으며, 활동을 시작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접촉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소드 시커에?

실력을 숨기고 있기라도 했나?

해당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적었다.

무엇을 제안해야할지 알 수 없다. 간혹가다 재야에 숨은 고수들이 이런 식으로 깜짝 등장하곤 했는데, 이 역시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각 집단은 얼떨떨한 심정으로 정보를 열람했고······.

『본명 - 나진.』

『전(前) 활동명 - 이반.』

『활동 지역 - 캄브리아.』

『경지 - 소드 시커(Sword Seeker)』

정보의 마지막에 쓰인 숫자를 읽은 순간.

『연령 - 18세.』

제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검에 재능을 가졌으며.

충분한 지원을 받은 이들.

그런 이들을 기준으로 평균을 냈을 때, 소드 엑스퍼트의 평균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소드 시커의 평균 연령대는 50대 후반으로 측정돼 있었다. 이는 제국이 건국된 이래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켜져 온 상식이었다.

물론 간혹가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천재들이 나타나곤 하지만, 그리 큰 폭을 그리진 못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경지를 올리는 것은 곧 영혼의 격을 높이는 행위다. 오랜 시간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영혼에 묻은 때를 닦아내고, 승화(昇華)를 이룰 수 있으니··· 재능과는 별개로 경지를 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검성 카론은 이질적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빠르게 경지에 올랐다. 막힘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역대 최연소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질주했다. 처음에는 질투, 의심, 의문으로 가득했던 시선도 카론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을 때쯤에는 동경과 선망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불세출의 천재다.

향후 천년간 다시 없을 천재다.

카론에게 그런 찬사가 쏟아진 것이 십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제국은 다시 한번 충격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시커에 오르다.』

『캄브리아의 모험가, 나진.』

고작 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시커에 오른 소년이 나타났다.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던 카론의 기록을 자그마치 12년이나 단축했으며, 평균에서 40년에 가까운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언가 잘못됐다!”

숱한 이들이 언성을 높였다.

그들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낸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다름 아닌 제국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들이었다. 검성 때도 언성을 높였던 이들이었고, 자신들이 제국의 살아있는 역사라 믿는 이들이었다.

역사서를 뜯어고쳐야 할 판국이다. 검성때도 숱한 역사서를 개찬해야 했던 그들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결과는 잘못됐다. 이치에 맞지 아니하니 이는 괴이(怪異)한 경우다!”

“사교도의 영향을 의심해 보아야.”

“검사가 잘못된 것. 재검사를 필요로······.”

그 표현이 다소 과격하긴 했으나, 그들의 의견은 세간의 공감을 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기록을 갱신해도 이런 식으로 갱신하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가?

“그 검성조차,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던 검성조차 검의 교단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단단한 기반을 두고 성장했단 말이다. 그러나 저 소년은 어떠한가? 아무런 기반이 없다. 난데없이 나타났다. 심지어는 그 출신지조차 불분명하다!”

“수상한 것투성이다!”

“활동 기간이 반년밖에 되지 않는다. 마탑이 만들어낸 호문클루스가 아닌가?”

숱한 이들이 무언가 잘못된 거라 주장했다.

세간이 시끄러워지자 제국은 심사의 내역과 심사를 담당했던 인물의 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언성을 높였던 이들은 옳다구나, 박수를 치며 감독관을 헐뜯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시프리아 가체프스카.』

감독관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모두 그 입을 닥쳐야만 했다. 여태껏 감독관의 기량을 의심하고, 의문을 제기했던 이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건 덤이었다.

제국의 위대한 대마법사.

제국의 네 번째 기둥.

영휘각(永輝角), 시프리아 가체프스카.

그녀의 실력을 의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녀가 그 사실에 불쾌함을 표할 경우, 어지간한 집단은 공중분해 된다는 사실 또한. 결과적으로 제국은 침묵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거짓 한 점 없는 진짜란 말인가?

정말로, 고작 열여덟에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 나타났단 말인가?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세간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결정타가 떨어졌다. 황제가 소드 마스터들을 소집한 것이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겠다는 명분이었다. 황제가 직접 개입한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은 진실이 된다.

······나진이 황실로 불려 갔다.

황실에서 새로운 소식을 공개하기 전까진,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숱한 이들이 숨을 참은 채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소식은 빠르게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최연소 소드 시커의 등장을 알리기 위해서.


트레바체의 주인.

에델마르 후작은 서신에 대문짝만하게 쓰인 ‘최연소 소드 시커, 나진’ 이란 문장을 확인하자마자 기립박수를 쳤다.

“브라보, 브라보!”

보았는가. 내가 점찍어둔 청년이다. 내 두 눈이 정확하지 않았던가! 크게 사고를 칠 청년이라 하지 않았나! 그리 외친 후작은 아껴둔 포도주를 병째로 빨아 재끼며, 후원하던 극단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이를 연극으로 만들라고.

나진과 디에타의 일화를 연극으로 제작하라고.

트레바체가 관광지로 발돋움 할 기회라고.

이번만큼은 휘하 기사들도 후작을 말리지 못했다.

실제로 트레바체 후작가는 나진과 가장 먼저 접촉한 귀족가였고,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으니까. 미래를 내다본 투자의 귀재, 라는 명성을 얻을 기회를 에델마르 후작은 놓치지 않았다.

소드 시커, 로젤린 아스칼로.

그녀는 이미 나진이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랐단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모험가 도시가 시끄러운 가운데 다소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님, 그거 보셨습니까?”

“얀마, 다 알아. 이 누님은 어? 딱 보면 알아. 그놈 그거 내가 큰일 친다고 했잖아..”

“아니 그때부터 여기까지 내다보셨습니까?”

“물론이지 인마. 단장 아무나 하는 거 아냐.”

“그 이반이란 녀석이··· 열여덟살이란 것까지 말입니까?”

“당연··· 뭐? 잠깐만, 뭐라고?”

로젤린은 제 부하가 읽던 신문을 낚아챘다. 그리곤 그곳에 대문짝만하게 쓰인 ‘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시커에 오른······. 이란 문장을 확인한 순간 제 두 눈을 부릅떴다.

열여덟? 십팔?

아니, 못해도 스물 중반은 될 줄 알았는데?

로젤린이 얼빠진 표정을 지은 채 눈을 깜빡였다. 그녀마저 혼란에 빠진 가운데, 모험가 도시는 나진의 귀환을 기다리며 소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금화를 삼키는 뱀.

디에타 상회의 회주, 디에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회실로 들어왔다. 그야 즐거울 수밖에. 그녀의 상회는 실시간으로 주가가 폭등하고 있었다.

나진과 디에타가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매우 긴밀한 관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덕에 모험가 도시 안에서뿐만이 아닌, 바깥에서도 그녀에게 정보를 얻고자 찾아오곤 했다.

그녀는 상인이었고 때로는 형태가 없는 정보 또한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단 사실을 잘 알았다. 금화를 두둑이 챙긴 덕에 그녀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뭐, 그건 그거고.

자신이 점 찍어둔 남자가 잘나간단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사방에서 관심이 쏟아지는 걸 보면 조금 속이 쓰리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첫 번째 자리는 내 건데.

첫 번째 투자자이자 첫 번째 친구.

어딜 가던 첫 번째 자리가 가지는 가치는 굉장한 법이다. 그리고 다른 첫 번째 자리도 하나하나 가져갈 생각이었고. 그런 망상을 하며 디에타는 가지고 온 신문을 집무실 책상에 촥 펼쳤다.

그러고 보니 나이, 끝까지 말 안 해줬었지?

이번에야말로 나이를 확인할 차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디에타는 신문을 확인했고······.

“어?”

숨을 헛삼켰다.

막힌 숨에 켈록, 하고 그녀가 숨을 뱉어냈다. 몇번의 기침 후 그녀가 제 가슴팍을 두들기며 신문을 다시 확인했다.

열여덟. 변하지 않는 숫자.

디에타의 나이는 스물이었다. 그러니까, 나진이 자신보다 두살 어리다는 뜻이었다.

“연하였어? 진짜?”

디에타가 눈을 부릅떴는데, 그녀의 곁에 서 있던 호위 기사 파시온 역시 눈을 부릅떴다. 두 가지 이유에서. 하나는 나진의 나이에서였고, 둘은 제 주인의 눈동자가 저렇게 커질 수 있단 이유에서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두 사람은 신문을 바라봤다.

검의 교단의 주인, 검성 카론.

그는 오랜만에 교단의 정복을 차려입은 채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평소에는 헐렁한 도포를 입고 훌쩍 떠나곤 하는 그지만, 이번에는 자리가 자리다 보니 그리할 수는 없었다.

황제가 검주(劍主) 소집령을 걸었다.

별들의 전장이나 마경에 매몰된 소드 마스터들은 예외였으나, 카론과 같이 내륙에서도 활동하는 소드 마스터들은 소집령에 응해야 했다. 물론 의무가 없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했으리라.

“그놈 이름이 나진이었군.”

카론이 피식 웃었다.

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시커라, 젊다는 것은 예상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다. 자신이 세운 기록이 갈아치워졌단 사실에 카론은 웃음을 터뜨렸다.

일단은 비공식적으로 스승이지 않은가.

제자의 데뷔를 축하해줘야겠지.

“맨손으로 가야 어디 쓰나.”

카론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대기하고 있던 대사제가 한 자루의 검을 가져왔다. 검의 교단에 속한 명장이 두들긴 올해의 야심작. 이 정도면 선물로 적당할 것이다.

성혈 교단의 처형인, 유엘 라지안.

마경과 인접한 곳에 있는 악마 계약자들의 은신처에 단신으로 쳐들어갔던 그녀는, 급히 날아온 전보를 확인하고선 미소 지었다.

“올 게 왔군요.”

나진의 나이와 경지를 이미 알고 있었던 유엘이다. 그때도 소드 시커에 근접해 있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경지를 올린 겁니까. 대단하군요. 그리 중얼거리며 유엘은 검을 휘둘렀다.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핏물이 튀었다. 악마 계약자들이 공들인 마법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가고 그들의 육신이 잘게 해체되었다.

그녀는 ‘소집령에 응하겠다’라는 답장을 매단 전서구를 날려 보내고선 술병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알딸딸한 취기를 즐기며 그녀가 검을 고쳐잡았다. 이단들을 베어 넘기는 일도 즐거우나, 그 소년과의 만남이 더더욱 즐거울 것 같았기에.

악마 계약자들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메아리치는 비명 사이로 유엘의 검이 번뜩였다.

제국제일각, 게르드.

황제의 뜻을 받들어 소드 마스터들에게 서신을 날린 후, 그는 자신만을 위해 마련된 초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검을 휘둘렀다. 제국 전역이 발칵 뒤집힌 와중에도 노인의 일과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노인은 다만 검을 휘둘렀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묵묵히.

나진은 안대를 쓴 채 어딘가로 안내받았다. 온갖 술식이 새겨진 안대였는데, 안대 속에서 눈을 깜빡여봐도 사방이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눈에 힘을 주면 풍경이 선명해지긴 하나, 안대에 새겨진 술식들이 ‘치이이이익!’하는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기에 나진은 그냥 눈을 감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앞장서 걷던 로얄 가드가 멈춰 섰다.

그리곤 구웅, 하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안으로 들어서자 로얄 가드가 나진의 안대를 풀어주었다. 나진은 눈을 몇번 깜빡였다. 휘황찬란한 불빛에 적응하기 위해서.

그렇게 눈을 뜨고 나진은 주변을 둘러봤다.

재판을 하는 법정 같기도, 결투를 하는 투기장 같기도 한 구조의 공간이었다. 원형의 공간 한가운데에 나진은 서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검성 카론.

살인귀 유엘 라지안.

제국제일각 게르드.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카론은 나진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유엘은 대놓고 나진을 향해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정작 얼굴은 무표정해서 다소 어색한 동작이 됐지만 말이다.

그리고, 게르드는.

제국제일각의 노인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나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엘보다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색의 시선이었다.

‘그렇다면······.

나진은 조금 더 고개를 들어 소드 마스터들보다 한층 위에 앉아있는 인물을 향했다. 별빛을 닮은 백금발을 늘어트린 사내. 그자가 누구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소드 마스터들의 위에 앉을 수 있는 이는 제국에 단 한명 뿐이었으니까.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나진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아예 고개를 조아리려 하는 순간 그쯤 하면 됐다, 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들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나진은 고개를 들었다.

“그대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겠지.”

제국의 황제가 미소 지었다.

“그대는 영혼의 격(格)으로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허나 그대는 검의 구도자, 즉 검사이지.”

그가 팔을 휘둘렀다.

옷깃이 펄럭이며 빛무리가 흐드러졌다.

“검사란, 검을 한필의 붓으로 삼아 자신을 이야기하는 자. 칼끝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자다.”

흐드러진 빛무리가 나진을 비추었다.

“그대, 제국의 자랑스러운 검주(劍主)들의 앞에서 증명해 보도록.”

요컨대 소드 시커의 증거를 보이란 뜻이었다.

제국의 황제를 알현함에도 검을 압수하지 않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는가. 나진은 꿇었던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꺼이.”

나진이 발검(拔劍)했다.

소드 마스터 셋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진은 그 어느 때보다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깔끔한 궤적을 그리며 들어 올린 칼끝은 천장을 향했다. 하늘과 일자 되게끔 놓인 한 자루의 검.

검으로 나진은 제 얼굴의 반을 가렸다.

이반에게 배운 검례(劍禮).

두 눈을 감은 채 나진은 제 내면에 집중했다.

칼끝으로 그리는 것은 별. 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꿈꾸었던 별이다. 나진이 감았던 두 눈을 뜨며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파스스슷!

칼끝을 따라 금색과 백색의 빛무리가 흐드러졌다. 금색의 빛은 한데 뭉쳐져 작은 원을 이루고, 백색은 원과 원을 잇는 선이 됐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은 백색과 금색으로 이루어진 별자리다.

나진을 비추던 빛무리들은, 나진이 만들어낸 빛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게 됐다. 오직 나진의 검기가 만들어내는 빛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세 소드 마스터와 황제는 눈을 부릅떴다.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백(白)과 금(金).

별을 이루는 두 가지 색이 공존하고 있으며.

별자리의 형태를 닮은 검기.

두 가지 색이 뒤섞여 백금색을 이루지 않았을 뿐, 소년이 그려낸 것은 한없이 별빛에 가까운 검기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아마도, 제국 어느 곳을 뒤져도 없을 것이다.

소년의 검기는.

아서왕의 검기를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