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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수도, 카멜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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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달쯤 전에 관광객으로 수도에 들렀던 나진은 이번엔 수도의 더 깊은 곳까지 들어서게 됐다. 그러니까, 본래라면 발을 디딜 수 없는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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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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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의 경비병들은 황실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를 발견한 순간, 발을 구르며 경례를 올렸다. 그들은 마차가 멈추지 않고 지나갈 수 있게끔 길을 열었다. 신원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마차에 새겨진 황실의 문양이 곧 신원의 증명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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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차는 수도의 깊은 곳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드높은 건물들을 지나쳐 중심으로, 다시 중심으로······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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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의 중심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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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아티팩트와 마도구들로 철저히 보호되고 있는 제국의 중추. 결계를 지나친 순간 나진은 공기의 흐름이 뒤바뀌었음을 깨달았다. 한없이 맑은 공기. 대기 중의 마나는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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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의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면 드높게 솟은 탑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탑(魔塔), 그렇게 불리는 탑들이다. 제국의 중추에 들어왔음을 알리듯 우뚝 솟은 마탑들이 나진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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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차는 어느 마탑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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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에서 관리하는, 오직 황실에 충성하는 궁중 마법사들만으로 채워진 마탑. 백금탑(白金塔)의 정문에 마차는 멈춰 섰다. 마차에서 내린 나진은 하늘 높이 솟은 백금탑을 말없이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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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압도되는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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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를 아주 가져다 처발랐네. 돈 낭비다 돈 낭비야. 쯔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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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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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녀는 ‘자고로 마법사란 굶주림과 간절함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데, 하여간 이래서 요즘 것들은···.’ 하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는데, 나진은 적당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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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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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가드, 솔티스의 뒤를 따라 나진은 걸음을 옮겼다. 몇 겹으로 걸린 보안 결계를 통과하고 나서야 나진은 마탑의 상하층을 오가는 차원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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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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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스름한 차원문을 통과하자 나진을 반기는 것은 넓게 펼쳐진 공간이었다. 그 공간의 중심에 금발을 늘어트린 여인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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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환(八環)의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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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탑주, 시프리아 가체프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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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대마법사가 심드렁한 눈동자로 나진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는 피곤함이 뚝뚝 묻어나왔는데, 방금까지 연구실에 처박혀있다가 억지로 끌려 나오기라도 한 듯 세상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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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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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로얄 가드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그녀는 나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앞으로 오라는 손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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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헤브츠 특별법은 황실에서 주관하는 법. 그런 법을 시행함에 있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몹시도 불경한 일이었으나, 로얄 가드 솔티스는 침묵을 일관했다. 보통의 마법사가 저랬더라면 불호령을 쳤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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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리아 가체프스카는 예외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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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만을 위한 특별법이 마련됐을 만큼 그녀는 제국 내에서도 이질적인 존재다. 수도 카멜롯에 깔린 아티팩트의 4할이 그녀의 손에 의해 탄생했으며, 관리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썩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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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똑바로 서. 움직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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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을 따라 나진은 회로의 중심에 바로 섰다. 발밑을 바라보면, 복잡하게 얽힌 회로들이 정교한 톱니 장치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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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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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리아가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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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와 회로가 맞물리며 끼릭,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나진의 앞에 불길이 타올랐다. 타오르는 불길은 흑색에서 적색으로, 적색에서 다시 백색으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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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의 등급표를 보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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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하고 비슷해. 영혼의 격(格)을 세분화해서 구별할 때 저런 색의 순서를 쓰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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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격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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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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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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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를 오르는 건 결국 영혼이 승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잖아? 영혼의 색이 꼭 저런 색이라는 건 아닌데, 그냥 구별하기 쉽게 저렇게 표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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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에서 백금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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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승화를 거칠 때마다 별에 가까워지니 꼭 틀린 표현은 아니야, 하고 멀린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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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적색, 백색, 백금색. 크게는 이렇게 네 개로 나뉘는데, 네가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올랐는지 확인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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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은 앞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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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백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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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이면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랐다는 증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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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중얼거림과 동시에, 나진의 앞에 서 있던 시프리아가 눈짓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까딱였다. 마치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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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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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시프리아의 시선이 향한 곳이 일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인식 저해 결계나, 그 비슷한 거로 막아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진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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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시프리아와 시선을 마주쳤는데, 그녀는 뭔가 떨떠름한 기색으로 나진을 바라보다가 이내 짧게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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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내쉰 그녀가 허공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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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그녀의 손에는 지팡이가 하나 쥐어져 있었다. 들어 올린 지팡이로 그녀가 땅을 내려찍었다. 따악, 하고 울려 퍼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등 뒤로 서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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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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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를 닮은 서클이 천천히 회전함과 동시에 그녀가 나진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지팡이 끝에서 퍼져나간 파장이 나진의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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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릭, 끼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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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의 몸을 휘감은 톱니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톱니가 한 뼘 움직일 때마다 그 위로 글자들이 조합되기 시작했다. 저 톱니는 영혼에 새겨진 정보를 읽는다고 했던가? 설마, 하는 생각에 나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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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엑스칼리버 들키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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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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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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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눈앞에 있는 쟤 서클이 몇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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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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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8 서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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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을 감지는 않았기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아마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으쓱이고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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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열 개야. 열 개라구. 참고로 말하자면 8 서클과 9 서클 간의 차이도 거대하지만, 9 서클과 10 서클 간에 놓인 차이는 그 곱절은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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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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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아홉은 불완전, 그러나 열은 완전함을 상징하니까. 난 완전무결한 대마법사야. 저런 애송이가 내 인식 저해를 뚫는다? 그럼 내가 시원하게 인정하고 은퇴할게. 진짜 다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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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식 저해를 뚫으려면 최소한 캄란의 마녀를 네 코앞까지는 데려와야 할 거야. 그리 중얼거리며 멀린이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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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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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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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정도는 들키겠지. 애초에 나이를 확인하려고 돌린 마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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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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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이가 까발려지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돼. 그 정도는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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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나이가 밝혀지는 순간부터 온갖 관심이 쏠리기 시작할 테니까.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각오한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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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엑스칼리버도 깔 텐데, 지금부터 적응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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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말은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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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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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톱니 위로 글자가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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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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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준비라. 지하도시를 나왔던 그 순간부터 준비는 마친 거나 마찬가지다. 나진이 침묵으로서 질문에 답함과 동시에 톱니 위에 떠오른 글자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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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것은 두 자리의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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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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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리아 가체프스카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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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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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탑주, 시프리아 가체프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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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몹시도 피곤했다. 며칠간 제대로 잠을 못 잤을뿐더러, 당장 조율을 마쳐야 할 아티팩트들이 한가득이었다. 얼른 일을 해치워버리고 휴식하고 싶은데 때아닌 소집령이 떨어진 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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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헤브츠 특별법의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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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부서에서 직접 지시가 내려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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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걸 왜 나한테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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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대상자가 워낙에 특별하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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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헤브츠 특별법의 존재야 알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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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법안을 시행하는데, 굳이 자신과 같은 거물을 사용할 일은 없지 않은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 아니 고블린 잡는 데 드래곤 잡는 대마법사를 쓰는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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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귀찮은 티를 팍팍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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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면서 꼭 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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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아르헤브츠 특별법의 관리를 맡은 부서는 황실의 허가까지 들고 왔다. 대상의 정보와 기록을 살펴봤을 때 ‘위장된 신분이 진짜 나이일 수도 있다’ 라는 판단이 섰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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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이란 호들갑은 아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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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리아는 끌끌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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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탑주의 시간은 몹시도 귀하다. 호들갑으로 밝혀졌을 경우 담당 부서에게 정식으로 항의하리라. 백금탑의 예산이 든든해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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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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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청년이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랐음은 영혼의 불길로 확인을 마쳤다. 남은 것은 나이였다. 위장 상의 나이가 스물여덟이라 하였던가? 28살에 소드 시커급의 강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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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헛소리하고 앉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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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리아가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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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소드 시커급이 그리 만만하던가.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던 검성이 30세에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올랐을 때도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마찬가지로, 마법에게 사랑받는 소녀라 불렸던 자신이 34세에 6서클의 경지에 올랐을 때도 마학계가 크게 흔들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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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걸 20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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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걸 진지하게 고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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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닥이 만만해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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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같은 소리를 해라. 말 같은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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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 마나 위장 신분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시프리아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을 기다렸다. 톱니 위로 정보가 조합되기 시작했다. 영혼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진 흔적은 없음, 순백(順白). 마기 역시 검출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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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정보가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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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혼에 새겨진 시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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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거 봐라. 역시 신분을 조작하지 않았나. 28세가 아니라 18세··· 잠깐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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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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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시프리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제 앞에 떠오른 숫자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숫자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열여덟. 십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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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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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내가 철야를 너무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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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안 자서 피곤한 게 분명하다. 헛것을 보는 것이 분명했다. 시프리아는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인식 저해 결계의 너머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감독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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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새햐앟게 물들어 있었다. 열여덟, 십팔, 하고 그들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시프리아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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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탑주, 시프리아 가체프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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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대한 대마법사인 그녀의 마법에 의문을 표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실례이며, 무례이다. 그렇기에 감독관들은 차마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 채 눈을 찢어져라 부릅 뜨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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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말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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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리아 본인 역시 납득하지 못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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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숨을 가다듬고 지팡이를 다시 내려찍었다. 톱니가 빠른 속도로 다시 한번 나진의 몸을 휘감았다. 어느 때보다 정교하고 정밀하게, 영창을 생략조차 하지 않은 채 시프리아는 마법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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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삼십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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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열여덟이라는 숫자만이 톱니 위로 떠 올랐다. 좌중이 침묵에 휩싸였다. 인식 저해 결계에 가로막혀있기에 감독관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정말로 침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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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를 넘는 충격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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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도, 로얄 가드도, 수십 년간 이 일을 맡아온 감독관들도, 모두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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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본명은 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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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진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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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열여덟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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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함께 그리 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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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는 나진의 목소리에, 몇 걸음 뒤에 서 있던 로얄 가드 솔티스가 제 이마를 짝 하고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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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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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도 유례도 없는 대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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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퍼지고 제국이 발칵 뒤집히는 데까진 단 하루의 시간조차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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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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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열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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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중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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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 제국의 가장 높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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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최연소 소드 시커가 30세 아니었소? 검성, 카론 경이 그 나이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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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좌에 앉은 사내가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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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질문에 신하들이 고개를 숙여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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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소드 엑스퍼트 역시, 23세의 나이로 카론 경이 차지했던 걸로 기억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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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정확한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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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연소 소드 엑스퍼트, 시커, 마스터의 기록을 갈아치운 건 검성 카론이었으니까. 각각 23세, 30세, 47세. 그것이 카론이 남긴 기록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제국은 발칵 뒤집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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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카론은 사실 마탑에서 만들어낸 생체병기가 아닌가? 조작됐다.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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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그런 소문이 가득하지 않았던가. 사내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다시 보고서를 읽었다. 그곳에 쓰여진 숫자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오른 검사. 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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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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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의 나이에 소드 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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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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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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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가능성은 셋이다. 호문클루스, 악마 계약자, 캄란의 유충. 그러나 그 셋은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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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은 순백(順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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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인 흔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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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는 조금도 검출되지 않음. 이하 57종의 아티팩트로 재검사를 치렀으나 결과는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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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탑주 시프리아 가체프스카가 올린 보고서였다. 그녀의 말은 신뢰할만했다. 그러나 두 눈으로 보고도 쉬이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 사내는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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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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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입니다. 답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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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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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제국 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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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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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빠르게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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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깊게 추궁할 필요는 없다. 제국 내에 일치하는 혈통이 없다면 외국 출신일 경우가 높다. 혹은 말 못 할 출신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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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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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 바라는 것은 유능하며 제국에 충성하는 인재일 뿐. 그 출신지가 캄란과 악마의 땅만 아니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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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은 묻어두도록. 따로 조사대를 파견하는 편이 좋을듯 하군.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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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출신일 경우 타국에서 명분을 앞세워 신원을 확보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이 부분은 은밀하게 이뤄져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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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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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옥좌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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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닮은 백금발이 그의 몸짓을 따라 흐드러졌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존재, 제국의 황제가 웃음을 머금은 채 제 소매를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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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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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접 확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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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를 이곳으로 불러오도록. 그리 외치며 제국의 황제가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언제나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국의 검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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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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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제일각(帝國第一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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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첫 번째 기둥, 게르드를 바라보며 황제가 미소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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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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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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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들을 소집하게. 역사적인 순간에 제국의 세 소드 마스터가 함께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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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집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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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이루어졌던 떨어진 별 ‘만개의 달’ 토벌전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소드 마스터 소집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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