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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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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수도, 카멜롯.

불과 한 달쯤 전에 관광객으로 수도에 들렀던 나진은 이번엔 수도의 더 깊은 곳까지 들어서게 됐다. 그러니까, 본래라면 발을 디딜 수 없는 곳까지.

쿵!

관문의 경비병들은 황실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를 발견한 순간, 발을 구르며 경례를 올렸다. 그들은 마차가 멈추지 않고 지나갈 수 있게끔 길을 열었다. 신원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마차에 새겨진 황실의 문양이 곧 신원의 증명이었으니.

그렇게 마차는 수도의 깊은 곳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드높은 건물들을 지나쳐 중심으로, 다시 중심으로······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달라졌다.

황도의 중심에 들어선 것이다.

온갖 아티팩트와 마도구들로 철저히 보호되고 있는 제국의 중추. 결계를 지나친 순간 나진은 공기의 흐름이 뒤바뀌었음을 깨달았다. 한없이 맑은 공기. 대기 중의 마나는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마차의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면 드높게 솟은 탑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탑(魔塔), 그렇게 불리는 탑들이다. 제국의 중추에 들어왔음을 알리듯 우뚝 솟은 마탑들이 나진을 반겼다.

그리고 마차는 어느 마탑을 향해 나아갔다.

황실에서 관리하는, 오직 황실에 충성하는 궁중 마법사들만으로 채워진 마탑. 백금탑(白金塔)의 정문에 마차는 멈춰 섰다. 마차에서 내린 나진은 하늘 높이 솟은 백금탑을 말없이 올려다봤다.

‘뭔가 압도되는 기분이네요.

-금화를 아주 가져다 처발랐네. 돈 낭비다 돈 낭비야. 쯔쯧······.

멀린이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그녀는 ‘자고로 마법사란 굶주림과 간절함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데, 하여간 이래서 요즘 것들은···. 하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는데, 나진은 적당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쪽으로.”

로얄 가드, 솔티스의 뒤를 따라 나진은 걸음을 옮겼다. 몇 겹으로 걸린 보안 결계를 통과하고 나서야 나진은 마탑의 상하층을 오가는 차원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번쩍.

푸르스름한 차원문을 통과하자 나진을 반기는 것은 넓게 펼쳐진 공간이었다. 그 공간의 중심에 금발을 늘어트린 여인이 서 있었다.

팔환(八環)의 대마법사.

백금탑주, 시프리아 가체프스카.

제국의 대마법사가 심드렁한 눈동자로 나진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는 피곤함이 뚝뚝 묻어나왔는데, 방금까지 연구실에 처박혀있다가 억지로 끌려 나오기라도 한 듯 세상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하아······.”

그녀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로얄 가드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그녀는 나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앞으로 오라는 손짓이었다.

아르헤브츠 특별법은 황실에서 주관하는 법. 그런 법을 시행함에 있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몹시도 불경한 일이었으나, 로얄 가드 솔티스는 침묵을 일관했다. 보통의 마법사가 저랬더라면 불호령을 쳤을 테지만······.

시프리아 가체프스카는 예외였으므로.

오직 그녀만을 위한 특별법이 마련됐을 만큼 그녀는 제국 내에서도 이질적인 존재다. 수도 카멜롯에 깔린 아티팩트의 4할이 그녀의 손에 의해 탄생했으며, 관리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썩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거기 똑바로 서. 움직이지 말고.”

그녀의 말을 따라 나진은 회로의 중심에 바로 섰다. 발밑을 바라보면, 복잡하게 얽힌 회로들이 정교한 톱니 장치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딱.

시프리아가 손가락을 튕겼다.

회로와 회로가 맞물리며 끼릭,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나진의 앞에 불길이 타올랐다. 타오르는 불길은 흑색에서 적색으로, 적색에서 다시 백색으로 타올랐다.

‘캄브리아의 등급표를 보는 것 같네요.

-그거하고 비슷해. 영혼의 격(格)을 세분화해서 구별할 때 저런 색의 순서를 쓰곤 하니까.

‘영혼의 격이요?

-응.

멀린이 긍정했다.

-경지를 오르는 건 결국 영혼이 승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잖아? 영혼의 색이 꼭 저런 색이라는 건 아닌데, 그냥 구별하기 쉽게 저렇게 표현해.

흑색에서 백금색까지.

영혼은 승화를 거칠 때마다 별에 가까워지니 꼭 틀린 표현은 아니야, 하고 멀린은 중얼거렸다.

-흑색, 적색, 백색, 백금색. 크게는 이렇게 네 개로 나뉘는데, 네가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올랐는지 확인하는 거야.

나진은 앞을 보았다.

제 앞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백색.

-백색이면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랐다는 증거지.

멀린이 중얼거림과 동시에, 나진의 앞에 서 있던 시프리아가 눈짓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까딱였다. 마치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겠다는 듯이.

“······.”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시프리아의 시선이 향한 곳이 일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인식 저해 결계나, 그 비슷한 거로 막아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진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시프리아와 시선을 마주쳤는데, 그녀는 뭔가 떨떠름한 기색으로 나진을 바라보다가 이내 짧게 숨을 내뱉었다.

한숨을 내쉰 그녀가 허공을 움켜쥐었다.

어느덧 그녀의 손에는 지팡이가 하나 쥐어져 있었다. 들어 올린 지팡이로 그녀가 땅을 내려찍었다. 따악, 하고 울려 퍼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등 뒤로 서클이 떠올랐다.

여덟 개의 서클.

톱니바퀴를 닮은 서클이 천천히 회전함과 동시에 그녀가 나진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지팡이 끝에서 퍼져나간 파장이 나진의 몸을 휘감았다.

끼릭, 끼리릭······.

나진의 몸을 휘감은 톱니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톱니가 한 뼘 움직일 때마다 그 위로 글자들이 조합되기 시작했다. 저 톱니는 영혼에 새겨진 정보를 읽는다고 했던가? 설마, 하는 생각에 나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엑스칼리버 들키는 거 아니에요?

-뭐어?

멀린이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야, 너 눈앞에 있는 쟤 서클이 몇 개야?

‘여덟 개네요.

-그치. 8 서클이지?

멀린이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을 감지는 않았기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아마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으쓱이고 있을 것 같았다.

-난 열 개야. 열 개라구. 참고로 말하자면 8 서클과 9 서클 간의 차이도 거대하지만, 9 서클과 10 서클 간에 놓인 차이는 그 곱절은 되거든?

‘그래요?

-당연하지! 아홉은 불완전, 그러나 열은 완전함을 상징하니까. 난 완전무결한 대마법사야. 저런 애송이가 내 인식 저해를 뚫는다? 그럼 내가 시원하게 인정하고 은퇴할게. 진짜 다 걸고.

내 인식 저해를 뚫으려면 최소한 캄란의 마녀를 네 코앞까지는 데려와야 할 거야. 그리 중얼거리며 멀린이 코웃음을 쳤다.

-뭐, 그래도······.

멀린이 말했다.

-나이 정도는 들키겠지. 애초에 나이를 확인하려고 돌린 마법일 테니까.

‘그렇게 되겠죠.

-네 나이가 까발려지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돼. 그 정도는 알고 있지?

알고 있다. 나이가 밝혀지는 순간부터 온갖 관심이 쏠리기 시작할 테니까.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각오한 바이다.

‘나중에는 엑스칼리버도 깔 텐데, 지금부터 적응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여간 말은 잘해요.

멀린은 웃었다.

어느덧 톱니 위로 글자가 떠오르고 있었다.

-준비는 됐어?

준비, 준비라. 지하도시를 나왔던 그 순간부터 준비는 마친 거나 마찬가지다. 나진이 침묵으로서 질문에 답함과 동시에 톱니 위에 떠오른 글자가 완성됐다.

완성된 것은 두 자리의 숫자.

열여덟.

시프리아 가체프스카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백금탑주, 시프리아 가체프스카.

그녀는 몹시도 피곤했다. 며칠간 제대로 잠을 못 잤을뿐더러, 당장 조율을 마쳐야 할 아티팩트들이 한가득이었다. 얼른 일을 해치워버리고 휴식하고 싶은데 때아닌 소집령이 떨어진 게 아니던가.

-아르헤브츠 특별법의 시행?

-예, 부서에서 직접 지시가 내려와서······.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맡겨?

-법안 대상자가 워낙에 특별하다던데요?

아르헤브츠 특별법의 존재야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 법안을 시행하는데, 굳이 자신과 같은 거물을 사용할 일은 없지 않은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 아니 고블린 잡는 데 드래곤 잡는 대마법사를 쓰는 격이었다.

그래서 귀찮은 티를 팍팍 냈다.

투덜거리면서 꼭 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그런데도 아르헤브츠 특별법의 관리를 맡은 부서는 황실의 허가까지 들고 왔다. 대상의 정보와 기록을 살펴봤을 때 ‘위장된 신분이 진짜 나이일 수도 있다’ 라는 판단이 섰다나 뭐라나.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아주 그냥.

시프리아는 끌끌 혀를 찼다.

백금탑주의 시간은 몹시도 귀하다. 호들갑으로 밝혀졌을 경우 담당 부서에게 정식으로 항의하리라. 백금탑의 예산이 든든해지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눈앞의 청년이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올랐음은 영혼의 불길로 확인을 마쳤다. 남은 것은 나이였다. 위장 상의 나이가 스물여덟이라 하였던가? 28살에 소드 시커급의 강자라.

‘개 헛소리하고 앉았네.

시프리아가 헛웃음을 흘렸다.

어디 소드 시커급이 그리 만만하던가.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던 검성이 30세에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올랐을 때도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마찬가지로, 마법에게 사랑받는 소녀라 불렸던 자신이 34세에 6서클의 경지에 올랐을 때도 마학계가 크게 흔들렸었다.

그런데 그걸 20대에?

심지어 그걸 진지하게 고려해?

‘이 바닥이 만만해 보였을까.

말 같은 소리를 해라. 말 같은 소리를.

보나 마나 위장 신분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시프리아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을 기다렸다. 톱니 위로 정보가 조합되기 시작했다. 영혼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진 흔적은 없음, 순백(順白). 마기 역시 검출되지 않음······.

차례로 정보가 떠오르고.

마지막으로 영혼에 새겨진 시간이 떠올랐다.

열여덟. 거 봐라. 역시 신분을 조작하지 않았나. 28세가 아니라 18세··· 잠깐만, 뭐?

“······.”

깜빡, 시프리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제 앞에 떠오른 숫자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숫자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열여덟. 십팔.

“으응······?”

그런가. 내가 철야를 너무 했나?

잠을 안 자서 피곤한 게 분명하다. 헛것을 보는 것이 분명했다. 시프리아는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인식 저해 결계의 너머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감독관들이 있었다.

그들의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새햐앟게 물들어 있었다. 열여덟, 십팔, 하고 그들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시프리아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백금탑주, 시프리아 가체프스카.

제국의 위대한 대마법사인 그녀의 마법에 의문을 표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실례이며, 무례이다. 그렇기에 감독관들은 차마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 채 눈을 찢어져라 부릅 뜨고 있었지만······.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시프리아 본인 역시 납득하지 못헀다.

그녀가 숨을 가다듬고 지팡이를 다시 내려찍었다. 톱니가 빠른 속도로 다시 한번 나진의 몸을 휘감았다. 어느 때보다 정교하고 정밀하게, 영창을 생략조차 하지 않은 채 시프리아는 마법을 읊었다.

그렇게 삼십초 뒤.

똑같이 열여덟이라는 숫자만이 톱니 위로 떠 올랐다. 좌중이 침묵에 휩싸였다. 인식 저해 결계에 가로막혀있기에 감독관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정말로 침묵하고 있었다.

정도를 넘는 충격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대마법사도, 로얄 가드도, 수십 년간 이 일을 맡아온 감독관들도, 모두가 침묵했다.

“제 본명은 나진.”

오직 나진만이.

“올해로 열여덟입니다.”

웃음과 함께 그리 답할 뿐이었다.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는 나진의 목소리에, 몇 걸음 뒤에 서 있던 로얄 가드 솔티스가 제 이마를 짝 하고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시커.

전례도 유례도 없는 대사건이었다.

소문이 퍼지고 제국이 발칵 뒤집히는 데까진 단 하루의 시간조차 걸리지 않았다.

“뭐? 열여덟?”

제국의 중추.

브리튼 제국의 가장 높은 곳.

“본인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최연소 소드 시커가 30세 아니었소? 검성, 카론 경이 그 나이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옥좌에 앉은 사내가 눈을 부릅떴다.

그의 질문에 신하들이 고개를 숙여 긍정했다.

“최연소 소드 엑스퍼트 역시, 23세의 나이로 카론 경이 차지했던 걸로 기억한다만.”

그 역시 정확한 정보였다.

역대 최연소 소드 엑스퍼트, 시커, 마스터의 기록을 갈아치운 건 검성 카론이었으니까. 각각 23세, 30세, 47세. 그것이 카론이 남긴 기록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제국은 발칵 뒤집혔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카론은 사실 마탑에서 만들어낸 생체병기가 아닌가? 조작됐다. 거짓이다···.

당시에도 그런 소문이 가득하지 않았던가. 사내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다시 보고서를 읽었다. 그곳에 쓰여진 숫자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시커의 경지에 오른 검사. 나진.

이십 대도 아니고.

십 대의 나이에 소드 시커?

“허어······.”

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우습게도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가능성은 셋이다. 호문클루스, 악마 계약자, 캄란의 유충. 그러나 그 셋은 모두 기각됐다.

혼은 순백(順白).

인위적인 흔적 없음.

마기는 조금도 검출되지 않음. 이하 57종의 아티팩트로 재검사를 치렀으나 결과는 일치.

백금탑주 시프리아 가체프스카가 올린 보고서였다. 그녀의 말은 신뢰할만했다. 그러나 두 눈으로 보고도 쉬이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 사내는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출신지는?”

“불명입니다. 답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혈통은?”

“일치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제국 내에서는.”

“그런가.”

사내는 빠르게 판단했다.

출신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깊게 추궁할 필요는 없다. 제국 내에 일치하는 혈통이 없다면 외국 출신일 경우가 높다. 혹은 말 못 할 출신이라든가.

어느 쪽이든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제국이 바라는 것은 유능하며 제국에 충성하는 인재일 뿐. 그 출신지가 캄란과 악마의 땅만 아니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부분은 묻어두도록. 따로 조사대를 파견하는 편이 좋을듯 하군.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외국 출신일 경우 타국에서 명분을 앞세워 신원을 확보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이 부분은 은밀하게 이뤄져야 하리라.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내가 옥좌에서 일어섰다.

별빛을 닮은 백금발이 그의 몸짓을 따라 흐드러졌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존재, 제국의 황제가 웃음을 머금은 채 제 소매를 펄럭였다.

“그자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겠지.”

내 직접 확인하겠다.

그자를 이곳으로 불러오도록. 그리 외치며 제국의 황제가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언제나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국의 검이 서 있었다.

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이자.

제국제일각(帝國第一角).

제국의 첫 번째 기둥, 게르드를 바라보며 황제가 미소 지어 보였다.

“게르드 경.”

“하명하십시오.”

“소드 마스터들을 소집하게. 역사적인 순간에 제국의 세 소드 마스터가 함께해야 하지 않겠나.”

소집령이 떨어졌다.

21년 전 이루어졌던 떨어진 별 ‘만개의 달’ 토벌전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소드 마스터 소집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