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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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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도저히 알 수 없는 신비한 알고리즘의 인도를 받아 정화가 맨 처음 본 영상은,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쇼츠 영상이었다.

  • 성지순례합니다

  • ㅠㅠㅠ 수연아 ㅠㅠㅠㅠ 이런시절도 있었구나 ㅠㅠㅠㅠ

  • 기타 너무 잘치네요.

  • 재능있는 청년.

  • 한국. 음악계의. 자랑, 입니다.

내용은 별 것 없었다. 그냥 여고생 한명과 남자 두 명이 올드 락을 부르는 것이 전부. 버스킹 치고는 잘 한다, 그런 수준의 감상밖에는 들지 않았다.

두 번째 영상. ‘서명전 추모공연 하수연’을 쳐서 나온 것이었는데, 하수연이 Eric Clapton의 Tearing Us Apart를 부르는 내용이었다.

‘잘 하네.

그 영상은 처음의 것과는 따르게 꽤나 봐줄 만 했다. 명곡에 대한 리듬감 있는 해석. 막연하게 원곡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원곡 그 이상의 뭔가를 창조해낸 느낌.

특히 솔로 파트는 정화가 듣기에도 매우 경쾌했다. 그냥 막연하게 ‘멋지게 치기’나 ‘잘 치기’, ‘빠르게 치기’ 같은 그런 궤를 벗어난, 듣는 사람의 기분 자체를 즐겁게 해주는 솔로. 이렇게 핸드폰으로 녹화를 뜬 것이 아니라, 직접 공연장에 가서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근데 이런 수준의 사람들은 세상에 많아.

하지만 정화는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왠지 모르게 생긴 오기. 이 아이를 인정하기 싫다는 그런 이상한 감정.

정화는 그런 막연한 느낌을 받으며 계속해서 수연의 영상을 탐방했다. 세 번째 영상, ‘바이테일러드 그룹 사운드’. 바이테일러드 페스티벌에서 그룹 사운드가 연주를 하는 영상. 네 번째 영상, ‘그룹 사운드 EP. 그룹 사운드가 발매한 [그 거리를 뛰어넘어]나 [잿빛의 나날들] 같은 곡들.

그렇게 영상을 보면 볼수록, 정화는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만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는 게 된다고?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이게 어떻게 기타를 배운지 2년도 안 된 사람의 실력인가. 수연의 손에서 만들어진 음 하나하나가 모두 쓰임새를 가지고 있었다. 단 하나 허투루 낭비되는 것이 없고, 단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모든 음을 전부 자신의 의도대로 통제하는 연주.

이런 것은 불가능하다. 정화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이건 사기다.

미술사 최고의 천재 중 한명으로 꼽힐 피카소도, 손에 붓을 잡을 수 있을 시절부터 끝도 없는 연습과 노력을 기울였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겠는가.

그녀는 수연에게 왠지 모를 반감을 가진 채로, 그렇게 인터넷을 뒤져갔다. 분명 그렇지 않을 것이며… 2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저런 실력을 이뤄낼 리가 없다고.

하지만 그런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에 정화가 찾은 것은 다른 영상이었다. ‘하수연 학폭 의혹 논란?! 같은 제목을 가진, 자극적인 내용의 영상. 이 아이는 예전에 학생들을 괴롭히며 삥을 뜯었고 어쩌고 저쩌고.

“뭐?”

정화는 순간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과,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사기꾼이니 학폭까지 했겠지’와 ‘이렇게 천재적인 실력을 가진 애가 그럴리가 없는데…’의 충돌. 그런데 학폭이라니. 그때 지연 언니가 했던 ‘학폭’ 이야기가 그거였단 말인가.

‘아니, 근데 그럼 애초에 방송을 못 나올 텐데? 어떻게 된 거지?

그랬다. 학교폭력이라는 큰 문제를 저지르고, 저렇게 뚜렷하게 증거까지 남은 아이가. 어떻게 몇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김지연의 음악편지’ 같은 메이저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을까.

그 궁금증은, 다음 영상을 봤을 때 풀렸다. ‘화제의 기타리스트 하수연은 누구인가?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영상. 그녀의 과거, 당했던 사고, 그 이후의 행보.

[이때까지 밝혀진 이야기를 대충 짜집어보면, 서명전 선생님은 자기가 돌아가실 걸 대충 짐작을 하고 하수연 학생을 제자로 맞이한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학폭 일진 짓거리에 쓰는 걸 용납하지 못하셨던 것이죠.]

… ‘스승’인 ‘서명전’과 하수연 사이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정화는 관련 내용을 모두 잡히는 대로 읽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져 가고 있는 상태. 컴퓨터를 붙잡은 건 분명 아침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린 걸까.

“마지막 영상만 보고 밥 먹어야지…”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지막 영상을 틀었다. [인베이전 2024 결승전 : Group Sound - 과오(過誤)]. 그리고 그녀는 그 곡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눈부신 재능에 눈이 멀었던 자신에 대한 참회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이야기 때문에.

그러나 정화는 수연에게 세션을 맡기지 않았다. 참회의 눈물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하지만 정화는 알았어야 했다. ‘지금부터 당신은 코로 숨을 쉬는 것을 의식하게 됩니다’ 같은 문장을 봐서는 안 되는 이유를. 부정이든 긍정이든, 의식은 그 자체로 반응을 불러온다.

‘세션으로 부를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촬영 현장에서,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에 빠져 스태프가 그녀를 부르는 것 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로.

‘세션으로 부를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닌가?

녹음실에서,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크 서클이 내려와 매니저가 무슨 일 있는지 걱정할 정도로.

‘세션… 아니 아닌 것 같은데.

집에서 자기 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3시간 동안 침대에서 구르며 생각할 정도로.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겪은 결과, 정화가 내린 결론은 바로.

‘세션… 으로 부를 정도였어…!

의미없이 흘려보낸 고민의 시간에 대해 저주를 퍼부으며, 그녀는 철연에게 전화해 즉각 수연의 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어 답변을 얻어냈다.

“네? 그 때요? 죄송하지만 저 최근 세션 스케줄이 다 차서, 안 될 것 같습니다.”

“… 네? 혹시 어떤…”

“제가 공부도 해야 되고, 학교도 가야 돼서 그렇게 막 세션을 뛸 수 있는 날이 많지가 않습니…에요.”


[이전에 연락드렸던 가수 정현입니다. 전에 전화드렸을 때 스케줄이 다 차셨다고 답변 듣긴 했지만, 꼭 한번 모시고 싶어서 연락을 다시 드립니다. 저희 쪽은 언제든지 비어 있고, 최대한 편의를 봐드릴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문자 메세지. 길이가 너무 길어 MMS로 올 정도의 문자를 보며, 명전은 살짝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정현이라고 하면…’

전에 ‘김지연의 음악편지’에서 봤던 그 애인가. 본명은 김정화. ‘서명전’일 시절에 이미 이름을 들어봤던, 지금은 꽤나 연차가 쌓이고 히트곡도 꽤나 낸 여가수.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는 걸까. 굳이 수십살이나 어린 ‘하수연’에게 수십줄이나 되는 문자를 써가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있는가.

그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스케줄 빠질 때 있으면 답장 드리겠습니다.] 라고 문자를 썼다가 [스케줄 빠질 때 있으면 답장 드릴게요.]로 고쳤다. 요즘 일거리는 꽤 많았기에, 굳이 저런 일거리에 연연할 필요까진 없었다.

‘그보다 우리도 편집자 같은 걸 구해야 하나? 너무 힘든데 이거.

명전은 프리미어를 어떻게든 조작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일본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정하고, 영상을 편집하고. 책을 사서 보고 강의를 수십개는 더 봤지만 여전히 영상 편집이라는 것은 그에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이서한테 시킬까. 왠지 잘할 것 같고.

그는 근거도 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MZ세대 아닌가. 컴퓨터로 하는 거라면 뭐든지 명전 본인보단 잘 하겠지. ‘하수연’ 또한 MZ이며, 명전 또한 MZ로 1년 넘게 살아왔다는 걸 간과한 생각이었다.

“어. 난데.”

[“나가 누구야?”]

“이름 다 뜨잖아. 아무튼 너 요즘 뭐 하냐? 연습 안하고 맨날 놀러다니는 거 아니지? 쉬라고 해도 연습은 해야 돼.”

[“아니 네가 쉬라며…”]

밴드 휴식을 선언한 후, 첫 번째 통화. 명전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이서의 근황을 우다다다 들어주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너 혹시 영상 편집 할 줄 아냐?”

[“알지. 왜?”]

“이번에 우리 밴드 유튜브랑 내 유튜브 용으로 영상 올리려고 하는데, 그거 좀 편집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너 놀고 있으면 그거좀 하라고 말하려고 그랬지.”

[“나는 안 놀고 있는데? 나도 밴드 홍보 하고 있어.”]

“뭔 개 뜬금없는 소리야.”

[“아니 진짜인데.”]

잠시 후 날아온 카톡. PC로 확인해보니 틱톡 영상이었다. 이서가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코스프레 한 채로, 애니메이션 곡의 베이스 리프를 짧게 어레인지해서 치는 숏폼 영상.

[“조회수 완전 돌았다니까. 몇만은 기본임. 돈은 얼마 안 줘도 리플에서 막 언니 누구냐고 물어보는 거에 ‘그룹 사운드’ 라고 답해주고 있다니까요 제가. 완전 홍보 머신임.”]

“MZ하네.”

[“너도 MZ 아냐? 그리고 그거 알아? MZ라는 말은 늙은이들이나 쓰는 거야.”]

요즘에는 얘가 알고 그냥 공격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하며, 명전은 상처의 쓰라림을 진정시켰다. 아무튼 자신은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는 말로 통화를 끊은 이서.

‘누군가한테 시키긴 해야 할 텐데…’

그리고 그 김에 매니저 같은 역할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고.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일단 이번에는 본인이 다 편집을 해야 할 것 같았기에.


“헉 대박.”

아윤은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보다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보기 드문 유튜브 알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수연의 개인 유튜브 채널 [White Room]과, 그룹 사운드의 공식 오피셜 채널의 알림.

[안녕하세요.

오디션 이후로 따로 저희가 소식을 드린 적이 없어 죄송합니다. 공연 한번 하고, 트위터나 유튜브에 이야기를 전달한 적이 없어 많은 분들이 저희의 근황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 동안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일본을 다녀왔고, 정말 더웠습니다. 다시는 여름에 일본을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올린 이 영상은, 그때 당시에 찍은 짧은 영상과 사진들, 그리고 브이로그 영상을 편집해서 올린 것입니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막 인코딩되어 올라온 것이 명백해보이는 영상. 수도 없이 화질이 깨지는 화면을 일단 내버려둔 채 그녀는 영상의 소개문을 읽었다. 딱 봐도 수연이가 쓴 것 같은 글.

“왜 이렇게 귀엽지?”

“뭐가 귀여워?”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윤의 옆에 다가온 것은, 그녀의 친구였다. 얼마 전 그룹 사운드에 입덕시킨 애. 소개문을 보여주자 덩달아 “미친 씨발. 존나 귀여워서 벽부술뻔함.”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는 그녀.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고등학생인데 입니다. 습니다. 막 이러고 있는 거 보면 진짜 무슨 만화나 웹소설 캐릭터 같애.”

“그러니까.”

그렇게 조잘거리던 그녀들. 잠시 화장실을 간다고 나선 친구를 보낸 후, 아윤은 영상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팬카페로 접속했다. 그녀와 같은 감상을 가진 사람을 찾아 호들갑을 지구가 진동할 정도로 떨어버리고 싶었기에.

하지만 그런 그녀를 맞이한 것은, [님들헉ㅎㅓㅓㅓㅓㅓㄱ대대대배댇대대박] 이라는 수상쩍은 게시물이었다. 적적한 팬카페에 쓰여진 얼마 안 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수십개의 리플이 달린 그런 글.

무슨 내용인가 해서 들어가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저진짜대박소식들음

제친구가테일러드팬이라음악편지방청갔는데요

수연이가그날테일러드기타쳤대요

미친]

“…뭣?!”

수많은 리플이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같은 내용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아윤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외쳐버렸다. 강의실의 시선 전체가 그녀에게 집중되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