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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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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하지만 요새는 발 없는 말보다 번개 맞은 글자가 훨씬 빨리 돌아다니는 세상이다.
영상음악계에서 자신의 실력보다 호로잡놈이기로 더 유명한 김재훈 음악감독을 엿먹인 세션이 있다는 이야기는, 눈 깜짝할 새에 다 퍼져버렸다.
“훈발놈 이야기 들었어?”
“당일날 들었지. 크~ 그새끼 언젠간 한번 그런 일 당할 줄 알았다니까.”
대화주제 중 대부분은 공공의 적이었던 김재훈 감독을 엿먹인 것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대화들도 있었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당일날 참여한 스태프들에게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기타 녹음을 한큐에 다 땄다고? 뭔 개같은 소리야.”
“아니 진짜 제 친구가 그날 스탭 들어갔는데 그걸 눈으로 봤다고 했다니까요.”
“무슨 선생님들이 가신 거도 아니고 딱 봐도 여고생이었다며? 그런데 그런 애가 원큐에 녹음을 땄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근데 그게 진짜라니까요. 아 답답하네.”
같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빨리 녹음 따는 사람 있으면 다음 작업때 불러 쓰면 안 되나? 엄청 잘 하는 거 같다며.”
“네. 그, 보정작업 할때 좀 들어가봤는데 뭐라 후보정을 할 부분이 별로 없었어요. 그냥 쭉 따고 조금만 다듬고 하니까 끝나던데?”
같이, 자신들의 작업에 불러 쓸 생각을 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씬에 나타난 거짓말같은 ‘미소녀 여고생 기타리스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준홍아. 이번에 뭐, 좀 봐줄만한 애 한명 생겼다면서. 너도 들었냐?”
“아 그거, 제가 남들한테 이야기하고 다녔는데요. 그게, 그 애가 서명전 선생님 제자인 거 같아요.”
“뭐? 명전이 형이 제자가 있었다고? 아니, 그럼 지금 이야기 도는 그 여자애, 걔가 명전이 형 제자라고?”
같은 식의 대화가… 술자리에서 돌거나.
“아 바보킬러님 감사합니다. ‘진성이형님 요즘 한국 락씬 메탈씬에 주목할만한 기타리스트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음… 아무래도 이 씬에 대한 주목도가 좀 떨어지긴 하죠!”
= ㅠㅠㅠ
= 안그래도 불모지인 한국인데
= 락은 죽었다
= 언제쯤 한국의 G3 같은 거 볼 수 있으련지 후 제가 죽기 전까지는 좀 보고 싶네요
“G3같은 건 솔직히 말해서 힘들겠죠. 제가 뭐 겸손을 모르는 사람은 아닌데, 나름 전성기때 굉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시절에도 그런 건 무리였어.
그래도 뭐 요즘 제가 듣기로는, 꽤나 주목할만한 기타리스트가 있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명전이 형 아시나요? 일반인들은 다들 모를 수도 있는데.”
= 서명전 선생님 제 곡에 세션 들어와주셨을때 진짜 너무 잘 치더라고요
“아 규뢰님 맞죠. 명전이 형이 진짜 기타는 거의 국내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잘 치셨지. 여튼, 그 분이 제자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명전이 형이 살아돌아왔다고 생각될 정도로 잘 친대요. 근데 여고생이라고 하더라고?”
하나의 유령이 인터넷을 배회하고 있다. 천재 미소녀 여고생 기타리스트라는 유령이.
인터넷 전역을 달구지는 않았지만, 좁디 좁다 못해 사망 직전까지 몰려 있는 한국 밴드 씬 중 일부… 새로운 떡밥이 언제 공급되나 하고 수면 밖으로 입만 내밀고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소문으로만 돌던 ‘그 기타리스트’의 정체를 찾아냈다.
이름, 하수연.
성별, 여자.
나이, 고등학생(추정).
얼굴, 엄청 이쁨.
유튜브 채널, White Room을 운영 중. 구독자는 1만명 남짓. 조회수 최대 25만. 영상에 나온 실력은, 분명 상당한 수준.
그러나 본인이 편집한 영상은, 잘 나올때까지 계속 시도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이것이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한 판단 아래, 사람들은 실력을 입증해줄 수 있을 만한 자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영상 하나를 찾아냈다.
바로, 임준홍 기타리스트의 채널에서 연주했던 Eric Johnson의 Manhattan 라이브를.
사람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저 나이에, 저렇게 매끄럽게, 원본의 느낌을 살리는 연주가 가능하다고? 다른 연주는 없나? 영상의 말미에 보면, ‘그날의 너’라는 이름의 곡이 있다. 이 곡도 80년대 블루스 락이 떠오르는 상당히 좋은 노래다.
그런데 밴드 이름이 Group Sound라고? 근데 이 밴드가 공연을 한 적이 있나?
그리하여 사람들은, 시간을 거슬러올라갔다. 그리고 찾아낸 두 번째 공연. 애니메이션 곡을 연주했다는 정보와, [Group Sound라는 밴드 대단하다… 보자로 곡 연주했는데 진짜 반할뻔했음] 같은 SNS 게시물들을.
그걸 근거로, 그들은 결국 첫 번째 공연을 찾아냈다.
조악한 학교의 카메라와 마이크 품질로 담아낸, 하지만 밴드의 실력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는 영상. 그리고 그 영상을 먹으며, [야 이게 첫 공연ㄷㄷㄷㄷㄷ], [씹덕곡이지만 나쁘지 않네], [4인조 여성밴듣ㄷㄷㄷ] 같은 반응들이 오가는 와중에…
[야 근데 베이스는 존나 못치지 않냐? ㄹㅇ 거의 얹혀가는 수준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가 묻힐까봐, 뱀심 가득한 마인드로 던진 누군가의 한마디가… 좁디 좁은 씬의 인터넷 여론에 약간의 파문을 일으켰다.
* * *
“자, 잠시 쉽시다.”
명전은 스크래치를 한번 약하게 긁고는, 나머지 셋에게 말했다. 벌떡 일어나 커피를 마시러 가는 서하와,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로 피아노 연습 - 과연 그게 가능한진 모르겠지만 - 을 하고 있는 현아.
그리고 명전은, 소파에 앉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이서에게 다가섰다.
“오늘 왜 그래.”
“응?”
“무슨 일 있어?”
처음부터 영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던 이서. 연습은 궤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멘탈이 망가져버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해서… 따로 혼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물어는 봐야 할 것 아닌가. 밴드의 리더로서.
“어… 별 일, 없는데.”
“별 일이 없으면 달 일은 있나? 프하핳… 아니, 미안하다.”
전혀 털어놓지 않을 기세라, 명전은 분위기나 띄울 겸 농담이나 하나 던졌다.
하지만 더욱 더 가라앉는 분위기.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서하를 보고, 명전은 빠르게 사과부터 했다.
“아무튼 별 일이 없으면 그렇게 있지는 않겠지. 생리라도 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런 게 아니면 그냥 뭐, 우울한 날인가. 비도 안 오는데. 이유없이 슬픈 날? 글루미 선데이? 일요일도 아닌데 말이지.”
하지만 이서는 우울한 눈으로 명전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뭐, 알아봐달라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으면 말을 해야 알지…’
애새끼도 아니고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나, 생각했던 명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애들이 전부 다 아이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명전 자신도 정신만 나이가 들었을 뿐이지, 어린애였고.
‘그냥 나이에 맞는 일이었구만.
명전은 내적 한숨을 쉬었다. 그 요즘 뭐, 중2병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꼭 중학교가 아니더라도, 아무튼 이 연령대는 사춘기를 맞이하는 연령대다. 만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나이지.
그 역시도 사춘기때 오만 일을 다 저질렀었지. 통기타 한대 메고 이걸로 돈 벌어서 전국팔도 여행을 해 보겠다고 나갔다가 아버지한테 오지게 맞았더랬다.
그리고 그래놓고 부모님은 역시 내 마음을 모른다며 다른 음악하는 형한테 가서 푸념하고, “그래. 명전아. 음악은 원래 힘든 것이란다. 하지만 너도 나처럼 될 수 있어.” 라는 자랑 아닌 자랑을 듣고. 정작 그 양반은 나중에 보니까 쌀가게 하고 있던데…
아무튼 그에 비하면, 이서는 참 얌전한 편이었다. 누구도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패악질을 부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연습에 참여해서 그냥 안 좋은 얼굴만 하고 있지 않은가.
“무슨 일 있는지 말해줘야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 너 무슨 일 있다고 표정에 다 쓰여 있으니까. 가족 관련된 일이면 뭐, 우리 집 넓으니까 며칠 우리집에 묵어도 돼.”
그렇게 말하는 수연을 보고, 이서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 별 거 아닌 일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애들한테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 건가?
하지만 이서는 이야기를 하기로 생각했다. 아무튼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너 욕하는 걸 봤다고.”
“욕…은 아니지 않을까? 내가 베이스를 잘 못치는 건… 그냥 사실이니까.”
“뭔 소리에요! 소맛님 베이스 잘쳐. 소맛님 지켜! 누가 그딴 미친 소리 하고 있는 거야. 진짜 인터넷 악플러들 다 신고해야 한다니까.”
이서의 말에 와락하고 이서를 껴안는 현아. 명전은 머리칼을 살짝 꼬았다. 생각 같아서는, “너 실력 부족한 거 사실이긴 한데 늘고 있으니까, 그딴 좆같은 말은 신경쓰지 말고 연습에나 전념해라.”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이야기 했다가는 진짜 자기가 베이스 못 치는 줄 알고 탈주를 해버리겠지.
“그리고 딱히 욕도 없었어. 그냥 밴드에 얹혀간다, 다른 멤버보다 좀 못치네, 뭐 그런 수준…”
“그게 욕이지! 하여간 인터넷에서는 키보드만 잡으면 무슨 자기가 모짜르트고 베토벤이래. 피아노에도 그런 애들 많아. 근데 걔들 다 체르니도 못 쳐봤을 걸?”
그 말에 “체르니는 쳐보지 않았을까…” “호랑은 조용히 해!” 같은 만담을 주고받는 현아와 서하. 그런 그들을 놔둔 채 명전은 이서가 가르쳐준 커뮤니티 화면을 쳐다보았다. 베이스가 어떻다 저떻다 하는 댓글들.
‘뭐 딱히 전문적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원래 잘 모르는 놈이 제일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 명전이 보기에는 이 인터넷 상황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냥 아무튼 내가 보기에는 베이스가 별로임. 뭐 부족하고 뭐시기도 부족하고 뭐도 잘 안 맞고… 그런 말을 주워섬기는 몇몇 인터넷 유저들. 하지만 진짜 이들이 말한대로 그런 처참한 수준이었다면, 명전부터가 “그딴 실력으로 공연 절대 못해.” 라고 말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건 첫번째 공연이고, 요즘에는 예전에 있던 단점조차 많이 나아진 상태. 결국, 그냥 알지도 못하는 애들의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근데 뭐 이렇게 말해도 이서는 전혀 들을 것 같지 않고.
명전은 노트북의 인터넷을 끄고, 돌아서서 이서를 바라보았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객관적으로?”
“이서 너는 상당히 괜찮은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게 사실이야.”
이서는 내심 안심했다. 수연의 입에서 나오는 ‘객관적’이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냉정한 평가 그 자체였기에.
“물론 레슨이나 나한테 코칭 받는 걸 생각하면, 빠른 성장을 보여줘야 하는 게 당연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걸 고려했을 때도 너는 성장속도가 빠르긴 해. 일반인 수준에서 보면, ‘쟤는 프로해도 되려나? 같은 느낌이지.”
“어…”
“그렇지만 우리가 이런 사람들한테 실력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도 맞긴 하지. 두 번째 공연은 뭐 녹화가 된 게 없고, 첫 번째 공연은… 그것도 몇개월 전이니까. 너는 그 이후로도 많이 발전했고.
그러니까 결국 이 사람들은, 뭐 네 실력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도 못하는데 말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지.”
명전은 고개를 으쓱인 다음, 이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가가 신경쓰인다면… 이번 공연에 실력 한번 보여줘볼래? 저런 애들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