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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멋지게 베이스를 잡아 든 아이는, 시연용 스툴에 앉아 손을 잠시 풀더니 프렛리스 베이스를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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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음악이라기보다는 뚱땅거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치고 있는 곡 자체는 ZUTOMAYO의 잔기(残機) 인트로 같지만 영 음정이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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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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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거 엄청 힘드네. 소리도 잘 안나오고. 프렛이 없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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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이들. 베이스를 연주했던 아이는 자신만만하게 프렛리스에 도전을 해 놓고 소리가 이상하자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그 아이의 실력에 꽤나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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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폼을 보면 프렛리스를 한번도 안 쳐본 애 같은데, 뭔가 예사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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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렛리스 베이스(Fletless bass)는 넥 중간에 박혀 있는 프렛이 없는 형태의 베이스를 말한다. 프렛이 없음으로써 좀 더 클래식한 소리를 낼 수 있지만, 프렛이 없음으로써 훨씬 더 정확한 운지와 음정 감각을 요구하는 악기가 바로 프렛리스 베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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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저 아이가 저렇게 연주를 하는 것은 갈피를 못잡기보다는 오히려 대단한 것이라고 봐야 했다. 프렛리스를 처음 쳐 보면서도 그래도 뭔가 음악이라고 할만한 것을 만들어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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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슬랩과 비브라토를 적절히 넣으면서 치는 폼을 보면 꽤나 베이스를 잘 치는 아이로 보였다. 소리가 잘 나지 않은 것도 프렛리스 베이스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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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프렛리스 베이스라서 그렇습니다. 원래 그런 악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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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이? 음?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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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프렛리스라서 그렇다는데요. 원래 그런 악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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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리가토, 아리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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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아이는 그런 말을 한 후 베이스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뿔뿔히 흩어지며 악기를 막 보러 다니는 아이들. 그는 처음과는 달리 이 아이들에게서는 뭔가 큰 매출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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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개중 가장 이쁜 아이가 붉은 색 기타를 들고 왔을때 더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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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애플 레드의 57년 아메리칸 빈티지 리이슈의 펜더 스트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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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기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고 싶었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세컨 기타로 유명했던 모델이라던가 길모어는 EMG 픽업을 사용했다던가. 하지만 상대는 전혀 일본어를 못 알아듣는 것 같은 기색이라 말을 하는 것도 좀 그랬다. 그가 일본어로 말해도 그저 무표정으로 듣기만 할 뿐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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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깝네. 저런 기타를 집은 것 자체가 인연일텐데. 역사를 알고 치면 좀 더 살 생각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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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손짓발짓을 하는 여고생의 주문에 맞추어 시연용 세팅을 도와주었다. 자신이 톤을 맞춰 줄까 제스쳐로 물어보았으나, 고개를 저은 후 대충 앰프를 만지작거리며 톤을 만드는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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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 그는 정말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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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 아이의 손에서 펼쳐지는 것은… Pink floyd의 후기 명곡 중 하나인 Sorrow의 솔로였기 때문이다. 앰프 하나로만 만들어낸 블루지한 톤 위에서 펼쳐지는 강렬한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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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성인은 아니어보였다. 그가 보기에는 이런 기타보다는 오히려 남자애들과 친할 것 같이 생긴 외모. 혹은 아이돌 쪽으로 데뷔해서 K팝을 부른다거나 할 것 같은… 그런 고등학교에서 인생의 청춘을 보내고 있을 게 뻔한 그런 외형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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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아이의 손에서는 여자아이가 치고 있다고는 믿기 힘든 연륜이 느껴지고 있다. 한 음 한 음도 허투루 치거나 내버리지 않고 꼼꼼히 감정을 담아내는 대가의 영역에 다다른 것 같은 그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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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분, 혹은 3분… 그 정도의 연주가 펼쳐지는 동안 소리를 듣고 놀란 사장이 카운터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러다 연주가 끝나자, 사장은 자연스럽게 다가오며 박수를 쳤다. 작은 박수소리가 가게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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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데... 혹시 기타를 언제부터 쳤는지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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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상대. 그는 사장에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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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이 친구 한국인이에요. 일본어를 못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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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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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는 사장. 얼마전부터 자신의 취미 밴드에 기타가 없다고 그러더니… 보아하니 그 밴드에 기타로 채용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입맛을 다시는 사장을 두고는, 그는 핸드폰의 번역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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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타는 펜더 57년 리이슈 스트랫입니다. 83년에 재복각된 모델이구요. 데이비드 길모어 씨가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죠. 캔디 애플 색깔이니 컬러도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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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쓴 글을 보고는, 자신도 핸드폰을 꺼내어 번역기를 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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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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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엔입니다. 유명한 컬러이기도 하기 때문에, 꽤나 비싼 제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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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여준 글을 보고는 망설이는 듯 팔짱을 끼는 아이. 그는 뭔가 줘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치 슬램덩크의 신발가게 주인이 하나미치(花道. 강백호의 원작 이름)에게 당시에도 가치가 천정부지로 높던 조던 1 브레드를 선물해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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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슬램덩크는 창작물이고 그가 맞이한 것은 현실이다. 50만엔짜리 기타를 냉큼 줘버리면 그는 몇달동안 숙주만 먹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이 아이가 그와 연관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그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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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니? 괜찮은 악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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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 500만원 정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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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비싸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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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모인지 보호자인지 모를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살짝 어질러진 기물을 정리했다. 아까의 시연 소리를 듣고 가게에 기웃대는 사람들이 꽤나 늘어나 북적이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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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아까 프렛리스를 연주했던 아이가 다른 베이스를 가지고 내려오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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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나 이거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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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되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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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가지고 내려온 것은 리켄베커의 4001 모델이었다.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초기 모델. 연식이 오래 되어 하얀 색이 살짝 옅은 크림 색으로 변하기까지 한 왼손용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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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거 원래 쓰는 베이스랑 톤이 좀 다를 걸. 펜더 프레시전 쓰다가 리켄베커 쓰면 어색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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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이야 뭐 이펙터 먹이면 되지. 그보다 이거 엄청 이쁘지? 이 크림색이 진짜 이쁘다니까. 약간 아이폰 크림색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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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해보이는 기타의 아이와 활기차게 싱글거리는 베이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못 알아듣겠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 키 큰 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뭔가 의견을 구하는 듯 했다. 둘은 이런저런 소리를 하며 옥신각신하더니, 이내 대화를 멈추고 그에게 번역기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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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둘이서 연주를 해 봐도 될까요? 한번 맞춰볼 수 있을까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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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えー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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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맞춰본다라. 그는 잠시 망설이다 사장에게 물어보았다. 사장은 흔쾌히 허락했고, 그는 뭐 어떤 연주를 보여주려는지 궁금해하며 둘의 앰프 세팅을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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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곡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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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기 해보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거 가드 때문에 슬랩이 안 되네. 그냥 무난한 거 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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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중얼거리던 둘은, 이내 잠시 리듬을 맞추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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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두번째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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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놀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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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들어와 있던 관객들의 대부분이 두 여고생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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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곡. 음악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 이곡!”이라고 말할 것이고, 서브컬쳐계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 또한 “아니 이곡을?” 이라고 말할법한 바로 그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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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하면서 아름다운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 인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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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피크와 손가락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피킹과 함께, 쾌활한 멜로디가 시작되며 동시에 박진감 넘치는 베이스가 치고나온다. 왠지 [TO BE CONTINUED]라고 생긴 자막이 보이는 듯한 착각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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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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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맡은 아이의 보컬. 그는 첫 구절을 듣자마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일을 찍어야 된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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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한국 여고생 2명이 갑자기 걸어들어와서, 시연을 한답시고 둘이서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는데… 그게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에 유명한 서브컬쳐 밈 중 하나인 ‘Roundabout’일 확률. 그리고 이 둘이 미치도록 호흡이 잘 맞는데다가 연주까지 엄청 잘 할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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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확률이 존재하기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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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 가게 홍보가 엄청날 정도로 될 것은 매우 당연해보였다. 사장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급하게 촬영용 장비를 가져오며 그에게 눈짓을 했다. 어른에게 촬영 허가를 받으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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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죄송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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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You can record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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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죄송한 자세로 다가갔지만, 인솔자처럼 보이는 미녀는 싱글싱글 웃으며 ‘네가 무슨 말을 할지 안다’는 듯 빨리 녹화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감사함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그는 빠르게 장비를 세팅하고 녹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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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점장은 외부 스피커까지 작게 틀며 노래를 바깥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그 소리에 이끌려 온 사람들은, 이게 뭐냐는 듯 웃기도 하고 재미있다는 듯 촬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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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아수라장의 가운데에서 여고생 둘은, 주위 같은 것은 아무래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둘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일행으로 보이던 나머지 둘은 약간 심술이 난 표정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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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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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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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점에서 펼쳐졌던 웬 뜬금없는 연주를 마친 후. 저녁을 먹고 방에 모인 상태에서, 뜬금없이 이서가 뱉은 말이었다. 상당히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 진짜 재밌었던 모양이라고 명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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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만… 그렇게 재밌게 연주하고. 우리는 세팅이 필요한 악기니까… 내버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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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드럼과 키보드는 배려도 안 해주는 거야? 사람도 아니라는 거? 우리는 설치형 악기라서 천민이라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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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 왜 갑자기 그렇게 사람을 몰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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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닥거리는 세 명. 명전은 한가롭게 남의 침대에 누워 세 명이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을 쳐다보았다. “이 사태에 누구 책임이 크냐?” 같은 헛소리나 하고 있다가, 잠시 명전을 쳐다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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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거 없으면 잠이나 자. 나도 가서 자야겠다. 엄마랑 이야기나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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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거 있거든. 내가 아까 방에서 막 찾아보다가 찾아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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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그렇게 이죽이더니 서랍을 뒤적거리다 뭔가를 보여주었다. 술이 우르르 들어가 있는 서랍. 야마자키, 글렌리벳, 잭다니엘… 명전은 미성년자 숙박 방에 이런 게 왜 들어가 있는 건지 매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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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거 한잔만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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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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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서하 언니랑은 합의봤거든. 한잔씩만 마셔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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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 하지만 서하는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내밀었다. 마치 범죄행위라도 벌이는 듯한 그런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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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가 술 마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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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이서의 말에 그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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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옛날에 마셨잖아. 한번에 막 소주 두세병씩 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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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정연한 반박. 명전은 그저 입을 다문 채로 일탈을 원하는 두 사람이 모의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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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마셔봐야 별 맛도 안 나. 맛도 쓰기만 하고. 거기에다가 위스키니까 아마 니들은 바로 뻗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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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그럼 어른들은 왜 술을 퍼마시고 너도 예전에 왜 그렇게 먹었던 건데? 이게 뭔가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술을 먹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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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말해도 들을 것 같지 않은 이서. 명전은 ‘니가 좀 말려봐라’ 라는 표정으로 서하를 쳐다보았지만, 서하는 아닌 듯 하면서도 흥분된다는 표정으로 술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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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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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가 먹지 말라고는 안 할게. 그 대신 그거는 진짜 먹지 마라. 그거 까면 몇십만원 내야돼. 차라리 저기 냉장고 안의 맥주나 그런 걸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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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니가 먹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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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낙을 받았다는 듯 신나게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든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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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먹지 않겠다며 멀찍이 피신한 현아를 두고, 언제 사왔는지 알 수 없는 새우깡(한국 과자가 도대체 왜 있는 건지 명전은 알 수가 없었다)을 테이블에 깐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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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와 서하의 (불법) 음주 파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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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혜인은 아이들이 잘 자고 있는지, 수연은 왜 안넘어오는지 궁금해 아이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잠시 후 끼익대며 살짝 열리는 방문. 그 틈 사이로 보이는, 뭔가 죄 지은 듯한 현아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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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야,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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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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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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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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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이상해보이는 현아의 모습에, 혜인은 살짝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에 딸려가며 “히에엑…” 하는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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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들어간 방. 별 문제는 없었으나, 아이들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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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 왜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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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냉장고에서 술… 꺼내 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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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현아의 대답. 혜인은 놀라 수연을 쳐다보았다. 아니 아이들 부모님이 자신을 믿고 맡겼는데, 애들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그리고 수연이는 그걸 왜 안 말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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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그럼 말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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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떻게 말려요. 저도 옛날에 한 일이 있는데. 뭐라 해도 안 들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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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수연의 말에 혜인은 잠시 침묵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지금 상황을 보면 둘이서 맥주 500짜리 한캔조차 다 못 마신 채로 완전 헤롱대며 침몰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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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의 딸은 맥주 한캔이고 뭐고 소주를 병으로 들이부은 전적이 많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어떻게 저 애들을 말릴 수 있겠는가. 자기도 안 낀 것만 해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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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이번에 한번 마셔봤으니 버릇 고치겠죠. 둘이서 한 캔도 못 마신거 보니까 뭐… 이제 더이상 술 같은 건 입에도 안 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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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수연을 보며 혜인은 이마를 짚었다. 술을 잘 아는 척 하고 있는, 인생 다 산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의 딸은 미성년자다. 원래는 저렇게 한가롭게 ‘술 많이 마셔본 사람’의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 안 된단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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