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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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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라이브 클럽 앞. 그녀는 확연히 더워진 날씨에 무선선풍기로 바람을 쏘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각자 나름의 더위 방지책을 가지고 어떻게든 더위를 버티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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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더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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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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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는 그녀의 친구. 그녀는 잠시 친구를 다독이고는, 클럽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몰려온 사람들에 당황해 이리저리 오가며 “사장님 불러!”, “네 저희 파라독스인데요. 죄송한데 지금 손님들이 너무 많이 몰리셔서… 혹시 에어컨 긴급하게 대여 가능할까요?”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스태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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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 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오픈 예정 시간보다 한참 이른 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십명의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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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들 ‘그룹 사운드’를 알게 된 것은 실시간 음악 차트에서였다. 몇몇 곡을 제외하면 태반이 아이돌판인 실시간 음악 차트. 들을 곡 있나 뒤져봐도 항상 그게 그거인 그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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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그녀는 난생 처음 보는 곡을 발견했다. 24시간 차트 하위권, 90위 쯤에서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던 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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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이름은 ‘과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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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단지 이름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들어보지도 못한 ‘그룹 사운드’라는 가수와 밋밋한 ‘과오’라는 곡명. 또 어떤 발라드 가수가 바이럴 같은 걸 돌려서 순위권에 안착했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재생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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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생각은, 잠시 뒤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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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들어본(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한) 정통 락. 몽환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보컬. 그리고 무의미하게 흘러가지 않는 분명한 의미를 가진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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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홀린 듯 ‘그룹 사운드’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베이전 2024? 이건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오디션이야. 그렇게 생각한지 며칠만에 그녀는 오디션 영상을 전부 정주행했다. 그리고 EP도 샀고, 어떻게든 중고판으로 한정판 LP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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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모자라 하지도 않던 트위터를 시작하고, 그룹 사운드의 사진을 올리는 수상한 트위터 계정과 공식 팬클럽(결성된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트위터도 팔로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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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던 것은, 그녀와도 같은 루트를 밟아 그룹 사운드에 입문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차트인한 그룹 사운드의 곡 ‘과오’를 듣고 팬이 되었다. 그녀가 보기에 한 50%에서 60%는 그녀와 같은 신규 팬인 것 같아 뭔가 애착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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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규 팬들과 같이 ‘덕질’을 하던 그녀는, 얼마 전 트위터에 올라 온 소식을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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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명예구민집단 @GRPSNDFCL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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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오디션 참가로 인해 잠시 멈추었던 주말 패러독스 공연 오픈! 이번 공연에서는 선착순 100명 싸인 및 한정판 굿즈 판매가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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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4년 X월 X일 1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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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홍대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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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 인당 1.5만원 (이후 공연도 관람 가능. 1 프리드링크, 18:00전에는 술 주문 불가. 밴드원들이 전부 미성년자이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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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구매 방법 : 현장구매, 인터넷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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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전 곡이 자작곡은 아니고, 커버곡도 몇 곡 부릅니다. (보통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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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식을 들은 그녀는 토요일이 되자마자 한달음에 홍대 파라독스를 찾아 달려왔다. 공연 3시간 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 20명 정도가 서 있는 줄.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기줄에 선 결과가 지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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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이렇게 대기줄이 생길 줄 몰랐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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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이 어디선가 변종 코끼리처럼 생긴 냉풍기를 끌고 나타난다. 느닷없이 생긴 시원한 바람. 그녀는 간신히 핸드폰을 할 정신이 생겨났다. 트위터나 커뮤니티 등을 뒤져보니, [드디어 에어컨 같은 거 틀어줌 ㅠㅠㅠㅠ], [아진짜더워뒤질뻔했네] 같은 글을 쓰고 있는 그녀의 동기… 같은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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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줄을 서야 할 가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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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친구가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에 그녀는 다시금 친구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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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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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줄을 서야 할 필요가 있나? 솔직히 다른 인디 밴드 공연 봐도 그냥 그게 그거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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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니까. 진짜 공연 실망하면 내가 오늘 저녁 다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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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에 서 있는 온갖 사람들의 어그로가 다 끌릴만한 발언. 실제로 몇몇 사람은 돌아보기까지 했다. 그녀는 살짝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친구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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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공연 끝나면 나한테 고마워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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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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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도 가능해. 진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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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정말 그럴까,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친구. 정말 믿음이 없구나. 공연을 봤다면 이해를 할 텐데…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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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간 시간이 지난 후 들어온 클럽. 작게 마련된 싸인 코너에 앉아있는 4명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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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코너에는 꽤나 앙증맞고 작은 로고가 들어간 노트라거나, 캐릭터 스티커 등이 있었다. 쓸모가 있어보이는 굿즈들을 잔뜩 집어 계산한 후, 그녀는 아이들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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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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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 주는 이서와 수연, 현아와 서하. 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인사를 했다. 밝은 얼굴로 받아주는 밴드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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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공연 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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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연은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노래를 좋아했으나, 어느새인가 아이들 개인까지 좋아지게 된 그녀.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들어온 스테이지. 친구가 따라 들어온 후 그녀에게 빠르게 다가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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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뭐야? 얘들 뭐 대형 기획사 애들인가? 외모로 뽑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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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모이다보니까 이쁜 애들이 뽑힌 거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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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야, 사기. 특히 진짜 완전 개 미친 이쁜 애 한명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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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흥분한 채 주절주절거리는 친구. 그녀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공연을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간 기다리고 있으니, 이내 싸인 부스가 치워지고 세팅되는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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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아예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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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장담하긴 했지만, 그녀도 정작 공연을 본 적은 없었기에 살짝 긴장되는 마음이 있었다. 오디션 프로에서는 라이브를 상당히 잘 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방송과 실제는 또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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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오던 세팅 소리가 끝나고, 어느새 조용해지고 어둑해진 공연장.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밝은 조명이 확 비치고, 관객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드럼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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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리를 뛰어넘어,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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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의 외침과 함께 시작된 본격적인 연주. ‘과오’와는 살짝 다른, 미들로우를 확 날려버린 기타 소리. 템포에 맞춰 빠르게 달리는 베이스, 키보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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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난 그 날의 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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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파도와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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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를 조금 더, 나아가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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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바로 앞쪽에 자리한 관객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마치 떼창이라도 하듯 불러지는 노래를 들으며 베이스는 연신 손을 흔들고 점프를 했으며, 기타는 좀 더 다채로운 연주를 선보이며 공연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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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즐거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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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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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정말 고맙다. 역시 니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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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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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기자재를 정리하면서, 느지막히 나가는 두 여성을 바라보았다. 친구인 것으로 보였는데, 둘 중 한명이 나머지 한명에게 계속해서 감사와 호의를 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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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도 빌려 준 건가? 아니면 뭐 취직이라도 시켜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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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걸 왜 공연장에서 그러고 있는지. 명전은 페달보드에 이펙터를 집어넣다, 그를 쳐다보는 둘에게 싱긋 웃어주었다. 그 웃음을 보고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다가 나가는 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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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 대박이야,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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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 들어가자, 함박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맞이하는 파라독스의 오너 강성민. 습관처럼 밴드의 어깨를 두드리려다, 순간 흠칫하고는 손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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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짜 한계까지 관객 받았어. 사고 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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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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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오늘 대박! 그냥 초대박. 인당 몇십만원씩은 줄 수 있을 것 같아. 자세한 건 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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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을 칭찬하던 성민은, 정산일에 계좌 입금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신이 잔뜩 난 채로 사라졌다. 그리고 조용해진 대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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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금 언제 들어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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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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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중얼거림에 짐을 다 챙긴 채로, 아이들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던 명전이 대답했다. 윤동욱 피디 좌천설, Muzaku와 Velvet Monochrome 해체. 울림 스톤즈의 멤버들 몇몇이 그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는 찌라시도 있었다. 자못 비장한 내용이었지만, 이제는 무슨 인디밴드의 사소한 일들이 기사 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 정도가 그의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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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많이 들어올 것 같긴 한데. 이번에 앨범도 많이 팔았고, ‘과오’가 지금 몇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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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위. 내가 어제 밤에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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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다 체크하고 있어? 아무튼 뭐, 저 상태로 더 올라간다 하면 이제 그 돈도 들어올 거고. 그리고 상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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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상금! 얼마 들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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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고 있다가 이제 기억이 났다는 듯 소리를 지르는 이서. 명전은 ‘서명전’ 시절 잊고 있었던 세법을 꺼내려고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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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 상금은 기타소득으로 보던가. 내 기억에는 80%가 필요경비고 나머지 20%가 과세가 되던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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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은 1억. 4명으로 나누면 2500만원. 이것저것 떼고 나누고 경비 사용한 것들 정산하고 세금도 내고 그런 일들 하다보면 돈이 확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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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큰 돈임에는 확실했다. 상금 뿐만 아니고 이번에 앨범 수익금과 음원 정산금, 공연, 그 외 오늘 수익금 뭐… 그런 수입들을 다 치면, 수천만원은 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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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산은 뭐, 나중에 가서 하자. 필요하면 사람 불러서 수익 정산 깨끗하게 하면 되니까.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어떻게 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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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하지만 살짝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서하가 손을 슬쩍 들었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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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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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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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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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산 좀 빨리 해줄 수 있어? 급한 일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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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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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생각했다. 급한 일? 정산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 부모님이 다쳤다거나, 혹은 뭐… 그런 안타까운 일이라도 있는 걸까. 그런 일이 있었다면, 말을 해 줬으면 도와줬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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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해줄 수 있지. 왜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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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사고 싶은 한정판 옷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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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전의 그런 염려는, 서하의 말에 송두리째 산산조각이 났다. 뚱한 시선으로 서하를 쳐다보는 명전. 그런 시선에 서하는 자기가 뭘 잘못했나 하고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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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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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억! 억. 윽, 엑.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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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명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벌떡 일어나서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4시 경. 그를 깨운 것은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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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시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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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오늘 여행 가야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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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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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지. 명전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수없이도 많은 일을 겪고 난 다음, 드디어 맞이한 방학. “2학기부터는 예대 입시를 좀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라는 현아의 말에, “아니 그럼 우리 방학때 일본부터 가고 보자!” 라고 외쳤던 이서의 주도로 인해 시작되었던 일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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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미 짐을 다 싸놓고 샤워도 화장도 다 해놓은 것으로 보였다. 명전만 준비를 하고 나가면 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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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시에 일어난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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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됐어. 한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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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쌩쌩해보이는 엄마를 보며 명전은 생각했다. 내가 저때는 하루에 7시간 이상 안 자면 체력이 안 됐던 것 같은데. 역시 어머니는 강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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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제는 일본 여행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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