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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커뮤니티에 업로드되었다. 어찌나 예고가 없었는지, 처음에는 허언증 걸린 놈들의 헛소리겠거니 해서 묻혀버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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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연 학교폭력 피해자로 지목받은 학생들입니다. 수연이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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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왔던 폭로와는 정 반대되는 제목. 글의 내용 또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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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날짜가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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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X월 X일에 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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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2교시 쯤 저는 교실 뒤쪽에서 잠을 자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수연이와 일진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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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잠을 더 자고 싶었지만,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무심코 그 아이들을 째려봤을 때 수연이가 저를 보고는 “뭘 야려 씨발. 좆같냐?” 라는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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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는 살짝 화가 난 상태에서 “좀 조용히 좀 해 줘.” 라는 말을 했고, 수연이는 “아오 씹찐따년 좆같이도 구네” 라는 말을 하며 저에게 다가와 “왜, 다이라도 까게?” 라고 말한 후 책상을 몇번 내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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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저는 겁이 나서 움츠러들었고, 수연이는 “야 이 좆찐따 쫄은거봐 ㅋㅋㅋ” 라고 한 뒤 자기들끼리 다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한 며칠동안 저를 괴롭히던 수연이와 아이들은, 이내 흥미를 잃고 저를 괴롭히기를 그만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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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 일은 작년 말까지 저에게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많은 아이들에게 ‘찐따’로 찍혀 무시당했고, 친구도 몇명 이외에는 만들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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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실제 저와 수연이 사이에 있던 일입니다. 부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이후로 수연이는 사고 전까지 저를 볼 때마다 비웃고 다녔습니다. 저는 자괴감을 느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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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년 말 수연이가 킥보드 사고를 당한 후, 언제부터인가 수연이가 사과를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수연이는 저에게 사과를 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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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당시의 내가 저질렀던 일들은 너에게 매우 상처가 되는 일들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사과를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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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날 저희 집에 찾아온 수연이에게 물을 부어버렸습니다. 홧김이기도 했고, 물을 맞으면 성질 그대로 나오겠지 싶어서요. 하지만 수연이는 가만히 있다가 자리를 떠났고, 그 뒤로 몇번 사과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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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이 반복되었고, 그 때마다 수연이는 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습니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는데, 저는 그날 수연이에게 “니가 그렇게 나에게 미안하다면, 반성문 대자보로 써서 학교 대문 앞에 붙여. 그러면 들어라도 줄게.” 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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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수연이는 제 말 그대로 했습니다. 저는 매우 놀랐고, 다른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수연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였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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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수연이는 저에게 진심으로 대해주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수연이 일로 인해 친구가 없었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수연이는 친구가 없던 저에게 말을 걸어주고, 친구를 만들어주었고,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학교 생활을 아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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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끝난다면, 그냥 개과천선한 아이의 미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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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수연이는 킥보드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고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후 기억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사람도 성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에게 했던 일 같은 것은 어렴풋이 기억만 나는 상황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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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연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사과를 했고, 자존심을 굽혀가며 대자보도 붙였습니다. 저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했던 일도, 전부 사죄하고 사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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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는 억울한 감정이 들기 마련입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인데 왜 사과를 해야 하는가 할 법 합니다. 하지만 수연이는 사과를 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더라도, 내가 저지른 일이라면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냥 그게 옳기 때문에 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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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당하기 전의 수연이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뒤의 수연이는, 한승고등학교에서 제일 착한 아이 중 한명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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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고 졸업생이라고 밝힌 그 선배분이 글을 쓰는 것에 저희 피해자들은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만난 적 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자기 멋대로 수연이가 학교폭력 가해자이니, 퇴출되어야 한다느니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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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수연이가 더 빛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더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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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의 일을 마음대로 자기 ‘폭로’에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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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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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 자체는 있었다. 폭로글이 올라왔을 당시에 달렸던 몇개의 댓글. [저 한승고 1학년인데 ㅋㅋㅋ 수연 언니가 무슨 ㅋㅋㅋ 어처구니없네요], [수연이 개과천선했음], [이거 쓴거 누구인지 알 것 같은데 존나 한심하다 ㅋㅋ] 같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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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댓글들은 대부분 언플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묻혀버렸다. 그리고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냥 언플이었겠거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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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에 갑자기 이 글이 업로드된 것이다. 글은 무수한 반향을 일으키며 인터넷을 혼돈 그 자체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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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명이 있으면 백명이 의견을 제시했고, 천명이 있으면 천명이 의견을 제시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며 인터넷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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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 씹조지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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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했다는데 문제 없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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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했던 일이라는데 그럼 결국 학폭범이라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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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던 사람은 평생 대가리 처박고 살아야되냐? 그딴게 어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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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ㅋㅋ 그냥 방송으로 뜨고 싶어서 사과한 척 하는거지 그걸 믿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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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별 문제 없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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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인터넷이라는 것은 싸울 상대가 있으면 있을수록 더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하수연과 그룹 사운드를 패는데 10의 힘이 쓰였다면, ‘하수연의 학교폭력’에 대한 논쟁에는 100의 힘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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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인기글 중 1~20%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던 그룹 사운드 사건은 50%를 훌쩍 넘겨버리기 시작했고, 나무위키에서는 사건에 몰입한 사람들이 밤을 새가면서 뭐가 옳고 그르니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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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잠시 쉬었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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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말에 연주를 멈추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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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만 좀 줄이고, 집중 좀 하고. 페이스 자체는 문제 없으니까 이대로만 가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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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의 페이스는 명전의 계획에 맞춰져 있었다. 사건의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했던 아이들의 심리상태는 의외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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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에 손을 가져가다 멈추었다. 명전은 그런 이서를 보고 쓰게 웃으며 생각했다. 저런 것만 빼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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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확인해. 뭐 문제 될 거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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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터진 후, 아이들은 그의 눈치를 봤다. 처음에는 ‘하수연’이 그 정도의 아이였을 줄 몰랐다는 시선이었으나, 중반 즈음에 ‘하수연’에게 가해지는 욕이 정도를 넘자 자살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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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그렇게까지 사과를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그를 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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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일이 언제 끝나려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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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래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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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중얼거림에 명전은 천장을 바라보며 답했다. 사건이 터진 이후로 현아는 조금 더 명전과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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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웃기다. 수연 너 이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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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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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가 보여준 영상은 짧은 클립 같은 것이었다. 조회수 백만 정도. 핸드폰에는 왠지 모르게 수연과… 다인 패거리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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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을 은근슬쩍 치대고 괴롭히며 “하지마.” 라고 말하는 수연에게 “흐즈므~”, “흐즈므르그~” 같은 소리를 하며 계속해서 수연을 괴롭히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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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또 언제 찍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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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한숨을 내쉬며 댓글을 눌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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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가 어떻게 학폭을 한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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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여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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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찐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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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힘내 ㅠㅠㅠㅠ 이상한 사람들 이야기는 듣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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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추천을 받은 댓글들은, 대부분 ‘하수연’을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몇몇개의 댓글은 [이거 학폭범 걔 영상 아닌가요?] 라거나 [컨셉샷 오지네 ㅋㅋ] 같은 내용이었지만, 이미 몇명이 붙어서 싸움박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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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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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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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던져진 이서의 질문. 명전은 잠시 말을 골랐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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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계획대로는 되어가고 있어. 이렇게 사건이 커질 거라고 생각은 안 하긴 했는데… 아무튼 뭐, 문제될 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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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답하던 명전은, 느껴지는 핸드폰의 진동에 말을 멈추었다. 들어본 핸드폰에 뜬 전화번호는 모르는 것이었지만, 왠지 기억 속에 남아있는 듯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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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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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명전은 받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돌아온 목소리는, 뭔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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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받네. 의외네? 전화를 다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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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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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아~ 기억 잃었느니 뭐니 이상한 소리 하고 있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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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이야기에, 명전은 끊을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상대는 이내 자신의 이름과 용건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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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성주희야. 알지? 그 글 누가 쓴 건지. 우리 어디서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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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만나자고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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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 쓰는거 닭살돋네. 왜 안 어울리게 그래? 아… 여기까지도 기억 잃은 컨셉이야? 그냥 컨셉에 미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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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방의 모 카페. 아무도 없는 구석에서 명전은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쓴 채로 주희를 만났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고, 장소도 명전 본인이 지정한 곳이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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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건만 말하시죠. 핸드폰은 녹음 하지 말고 올려놓으시구요. 저희가 그렇게 살가운 사이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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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하네. 그때도 그러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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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투덜대며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녹음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명전은 자신 또한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물론 초소형 녹음기는 주머니에 넣어놓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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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희는 말을 하는 대신, 노트를 하나 꺼냈다. 예민한 이야기는 필담으로 하겠다는 말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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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두철미하네. 이런 인간이 왜 다른 사람들 돈을 뜯고 그랬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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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희를 바라보았다. 연신 그를 비웃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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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5천만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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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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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요구에 명전은 되물었다. 주희는 큭큭 웃어대더니 다시 연필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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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 주면 증언 번복 해 줄게 사실 거짓말이었다고 하고 내 망상이었다고 해 줄게 저쪽에서는 돈을 안 줬거든 근데 내가 너한테는 원한이 있어서 공짜로 해 준거야 근데 너한테는 돈을 받아야겠어 부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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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입을 다물고 주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 동기였던 건가.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사람이, 갑자기 만나자고 한 이유가 있을 법 했는데…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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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쪽…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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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는 분명 뭔가를 암시하고 있었다. 이 일을 계획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필담으로 하는 것도 그쪽의 아이디어일까. 하지만 명전은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런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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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주희가 꺼내든 노트의 한쪽 페이지를 찢고는, 자신도 펜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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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 금액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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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달라고? 부자인데 왜 그래 못 깎아줘 그냥 5천만원 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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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그걸 줄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냥 마음대로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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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슬쩍 주희의 표정을 쳐다보았다. 살짝 붉어지고 굳어지는 얼굴. 연필을 놀리는 손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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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 친구 애들 막 꼬셔가지고 증언 반박해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본데 돈 안주면 후회하게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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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보세요. 누가 후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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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한번 맞아볼래? 제대로 아프게 맞을텐데 맞기 싫으면 돈 내는 게 좋을 거야 아 5천만원으로 안되겠다 7천만원으로 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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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게 쳐다보는 주희의 눈.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는 행간에서는 무엇인가가 암시되고 있었다. 5천만원을 넘어, 7천만원을 부를 수 있게 하는 뭔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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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전은 그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기에 명전은 이렇게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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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좆대로 해봐 씨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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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펜을 내려놓고 중지를 주희에게 보여주었다. 주희의 얼굴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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