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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ystica 김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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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차게 올라온 밴드의 리더. 꽤나 얌전하게 입었던 이전과는 다른 화려한 배색과 나풀나풀하게 날리는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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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Mystica의 멤버들이 그 시절의 Led Zeppelin마냥 찰랑찰랑하고 복슬거리는 장발을 가진 미남들은 아니다. 그 탓에 관객들 중 일부가 “아 뭐야 극혐…” 이라고 중얼거리긴 했지만, 아무튼 화장 기술이 발달해서 그런지 어떻게든 봐 줄 수는 있는 비주얼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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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이번 공연에서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은… 1970년대 초기의 헤비 메탈입니다. 하드 록에서 헤비 메탈로 넘어가던 그 시기의. 위대한 메탈의 시조에게 보내는 일종의 찬사와도 같은… 그런 느낌의 곡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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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의 말에, 관객들 중 일부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정통 헤비 메탈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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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들어주세요, Thunder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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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명이 외쳐짐과 동시에, 거친 베이스 리프로 시작되는 곡.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베이스 사운드가 공연장의 바닥을 후려치며 관객들의 열기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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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 이끌고 집에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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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세상을 탓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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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나에게 활력을 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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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방 구석 매일 나를 기다려주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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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적이고 강력한 드럼과 하이햇. 과할 정도는 아니지만 곡을 충분히 리드해나가는 기타 리프와 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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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곡을 이끌어가는 메인 악기는, 대놓고 곡명으로 묘사되듯이 베이스다. 더 후(The who)의 존 엔트위슬을 연상시키는 무지막지할 정도의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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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버드, 나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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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음역대까지는 아니지만, 단단한 보컬이 무대를 지배한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과할 것 없이 들어간 악기들. 보컬과 악기들의 조화가 맞물려 관객들은 점점 흥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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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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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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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아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 음악 시장 내에서 선호도가 명백히 낮다고밖에 할 수 없는 헤비 메탈. 그리고 헤비 메탈로 인디 시장을 헤쳐나간 저력은 쉽게 얕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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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저 사람들은 코피가 터져가며 이번 무대를 준비했을 것이다. 명백히 그런 흔적들도 보였다. 피곤에 절어 내려온 다크서클. 관중석에서 봐도 떨리는 게 보이는 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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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무대 정말 좋았는데요. 이런 무대를 보여주신 Mystica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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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처음 저들이 등장했을 때와는 영 딴판인 진심이 담긴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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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이 1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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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이 팀 안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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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애들은 탈락 아냐? 거의 자동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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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의 주위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람들. 그녀는 코웃음을 치고 싶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그룹 사운드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퍼포먼스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공연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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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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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녀는 단지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무대 위로 올라오는 그녀의 아이돌, 그룹 사운드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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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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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입고 다니던 일상복도, 공연 때 가끔 입던 아이돌 컨셉의 의상도 아니었다. 흡사 작업복… 자세히 보니 점프수트였다. 위아래가 결합된 작업현장에서 주로 입는 그런 옷. 이런저런 마크가 그러져 있고 조금은 어레인지된 그런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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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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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Mystica가 내려간 뒤. 살짝 엄숙해진 분위기 속에서 악기를 내려놓으며 준비를 하고 있는 그룹 사운드. 평소와 다른 점은 그다지 없다. 키보드를 맡은 현아 쪽 장비가 상당히 많아진 것을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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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준비가 끝나고는, 어둠이 내려앉는다. 불빛 하나 없는 무대. 어둠 속에서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온 차분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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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는 그룹 사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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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나지막하지만, 자신감이 있는 목소리. 그 울림은 아윤에게 안심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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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공연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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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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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밴드, Mystica가 일련의 설명 후에 공연에 들어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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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웅성일 틈도, 생각할 겨를도 없다. 깜깜한 세트장 내에 안개 끼듯 펼쳐지는 아트모스피어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통해 날아오는 웅- 하는 저음과 피아노 건반음은,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몽환적인 상태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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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짧게 끊어치는 피아노의 소리가 점점 익숙해질 때 쯤에, 본격적으로 멜로디가 들어오면서… 무대가 은은하게 밝아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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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히 흐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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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밖 안개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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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치듯 보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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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빛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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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하게 베이스를 어루만지며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 이서. 그 옆에는, 의자에 앉은 채 무릎을 끌어당기고 자기 몸만한 클래식 기타를 치는 수연이 있다. 경쾌한 듯, 혹은 자포자기한 듯한 단조의 클래식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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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시간 속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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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가는 감각 중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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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수평선은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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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빛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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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여버린 사람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노래. 어느 사람들이나 겪는 일들.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인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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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몰아치던 앞선 무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들 중 누군가는 눈을 감고 음악을 음미하고 누군가는 발을 까딱이며 멜로디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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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지는 클래식 기타 솔로는, 사람들의 감정을 뒤흔든다. 나지막한 연주로 묘사된 격렬하지만 서정한 멜로디는 사람들로 하여금 찬사를 바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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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악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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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도 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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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다른 밴드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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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이어지는 기타의 연주 속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러나 사람들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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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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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올라가는 배경 신스음의 음정. 고조되어가는 분위기. 사람들은 마치 천천히 끓어오르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이, 어느새 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를 목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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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개 너머 새벽의 바다가 머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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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디 고요한 움직임 없는 그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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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흐르고 있어 바다도 수평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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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흘러내려 저 담벼락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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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반쯤 억누른듯한 이서의 보컬. 그리고 그를 메우듯이 들어오는 3명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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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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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것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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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절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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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합리화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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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수연의 보컬이다. 끝모를 정도로 올라가며 분노를 표현하는 그녀의 목소리. 언젠간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상향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에 대한 분노와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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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본인이 겪어보기라도 한 듯한 감정선에 의해, 관객들은 점점 밴드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조되어가는 음악의 하이라이트를 기다리며 조금씩 기대감을 높여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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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던 것은, 그야말로 ‘강렬한’ 일렉기타 솔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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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라, 가난한 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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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고함소리와 함께 일렉기타의 솔로가 시작되었다. 키이잉-! 소리를 내며 기타의 극한까지 치솟는 고음. 몰아치는 벤딩과 아밍, 비브라토는 음을 한치도 가만히 있지 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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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폭풍우가 치는 한밤중의 부두와 같이 끝없이 음에 의해 침식된 관객들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관중석에서 일어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보았기에, 지금 이 분노는 눈 앞의 공연에서 주입받은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감정을 자신의 것이라고 믿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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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들은 분노한다. 희망을 빼앗아간 자들에게. 있지 않았던 것을 제시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일정하게 울리는 드럼의 박자를 발구름 삼아, 곡이 끝날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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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가 관객들을 원상태로 돌리느라 애를 먹는 사이 명전은 기타를 잠시 점검했다. 감정에 의존한 즉흥적인 연주를 펼친 탓에, 기타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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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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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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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명전은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Mystica의 리더이자 보컬, 김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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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 분들도 잘하시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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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가요? 흐허헣… 감사합니다. 영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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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잠시 말을 끊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하수연. 올해 고등학교 2학년. 기타를 배운지는 1년이 약간 안 되었다는 여자아이. 밴드의 기타리스트 정재혁의 말에 의하면, 서명전 기타리스트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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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천재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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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승부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래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베이스 하수결이 [Thunderbird]를 써왔을때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만큼 좋은 곡이었기 때문에. 공연을 마친 다음에는 더욱 더 그러했다. 상대도 잘 하지만, 이만큼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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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생각이 깨진 것은, 1절의 솔로 이후부터였다. 평가를 위해 냉정함을 유지해야만 하는 멘토들과 심사위원들조차도 감정을 가라앉히기 힘들게 만들고. 당장 대결 상대인 자신조차 격동하게 만드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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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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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여러분들 뽑았을 때 자신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결과가 되고 나니, 후회가 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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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승부가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자신들이 이기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생각되었기에. 그 말에 명전은 잠시 머리칼을 꼬며 말을 골랐다. 평소처럼 “후회할 짓은 하지 말았어야죠.” 같은 소리를 하긴 좀 그런 대목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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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승패가 없다고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저희는 오디션을 하고 있으니까… 승부라는 게 존재할 수 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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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계가 완료된 듯, 저 멀리에서 스태프가 MC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수연을 바라보더니,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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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길잖아요. 어찌되었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게 되겠죠.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좋은 음악 하시고 계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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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묘하게 연륜이 느껴지는 ‘하수연’의 말투.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승재는 정말 나이라는 것은 무의미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어린 아이인데도 이렇게 어른스러운 생각이라니, 정말 본받을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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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이전 2024]의 촬영일이라고 해서 인터넷이 특별히 시끄러워질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인베이전 2024는 결국 녹화방송이고, 사전에 결과를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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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객들은 내용을 사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 서약서와 녹화방송의 조합은, 인베이전 2024의 결과가 스포일러되지 않게 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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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은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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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날 발표된, 1:1 대결의 포맷. 그리고 1위와 2위의 대결이라는 흥미진진한 떡밥. 이는 커뮤니티 상주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지금 대결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같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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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커뮤니티에 던져진 첫 번째 인기글은, 그 떡밥을 더 가속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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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ca 공연 미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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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람들 다 난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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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헤비메탈이라고 해서 다들 미친 늙은이들 취급했는데 방청객들 다 뛰고 점프하고 어떤 사람들은 슬램질도 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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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방송의 방청객들을 슬램을 하게 만들었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지만 속속들이 들어오는 관객들의 증언은, Mystica가 Group sound를 쓰러트렸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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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룹사운드 애들 털리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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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노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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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빨 거품그룹 이제 안봐도 되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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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연 결과보면 3라만 뽀록이지 1라 2라는 그냥 하위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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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 천편이랑 그놈의 얼굴때문에 계속 최종보스 편집 ㅋㅋㅋ 어처구니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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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ca의 공연이 끝난 후의 짧은 시간. 경연의 결과를 바로 알 수 없는 사람들은, 그 동안 Group Sound를 무수히 씹어대었다.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만난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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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그룹 사운드의 공연 직캠 영상이 올라온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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