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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곡을 써야겠다며 카페를 박차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약간 당황한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 영감이라는 것은 떠올랐을 때 잡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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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구성. 일단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야겠지. 길이도 좀 길게 만들고. 7~8분의 길이라면, 어쩌면 방송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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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채점은 어디까지나 현장 관객들과 전문가, 멘토들이 하는 것이다. 방송으로 나가는 그림이 별로더라도 현장의 반응만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상관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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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분노의 감정을 담은 노래가 되겠지. 즉 말하자면, Sound and fury(소리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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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와 후반부를 지배하는 정서는 분노다. 처음은 체념을, 그 다음은 분노를. 체념을 형상화하는 초반의 멜로디와, 분노를 형상하는 후반의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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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기타와 피아노다. 드럼과 베이스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강한 노래가 되니까. 피아노는 사이케델릭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아득한 저 편 멀리서 연주하는 듯한 효과를 주고, 기타는 직접적으로 멜로디를 이끌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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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는 클래식 기타 솔로를 넣어준다. 감정을 일시적으로 표출하여 관객들이 답답해하지 않도록. 동시에 후반부에 대한 기대감을 자동으로 가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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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를 마무리하는 것은 일렉 기타 솔로다. 가지지 못한 자들의 투쟁. 그를 위해서 효과음도 어느정도 넣어주는 게 좋겠지. 어쩌면 합창이 나을지도. 분노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형상화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그 시절 락이라는 게 좀 좌파적인 음악이니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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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은 그 스러져간 사람들을 추억하며 쓸쓸하게 마무리한다. 블루스의 느낌을 섞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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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은 2명을 써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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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보컬은 이서가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보였다. 이서의 단단하고 낮은 목소리가 이 곡이 가진 분노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에 적합할 듯 해서. 대신 이서가 표현하지 못할 고음역대의 소리는 명전 자신이 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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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대략적인 구성을 마치고 기지개를 펴는 사이, 들려오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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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저녁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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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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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보니 이미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 엄마가 저녁 먹는 것 조차 도와주지 못할 정도로 집중을 했단 말인가. 명전은 자기 자신의 행실을 반성하며 식탁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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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는 잘 되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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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방송 같이 보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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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으로는 속사정이 다 안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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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의 말에, 명전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카메라 뒤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 중 단 일부만이 피디의 손에 선택되어 방송으로 송출된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는 모른다. 명전은 원래도 그랬지만, 이번 오디션을 겪고 나서는 조금 더 방송을 불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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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큰 일… 구체적으로는 육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건강에 지장이 간다거나 그런 일은 없긴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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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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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말했던 그, 예전 일 관련해서…” 명전은 항상 이 일을 ‘엄마’에게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그녀가 가장 상처입었던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쪽에 연락을 미리 해 놔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해야 할지도 모르고. 아무튼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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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말에 혜인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로서는 그다지 꺼내고 싶지 않은 화제였다. 하지만 피하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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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언제 한번 오라고 할게… 그거 외에 다른 건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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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그거 외에는… 자꾸 애들이 저를 괴롭힌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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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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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의 놀람이 가득한 반문에, 명전은 아무 생각 없이 대답을 해 주었다. 자꾸 애들이 자기를 무슨 장난감처럼 다룬다. 놀리고 간지럽히고 어딜 자꾸 가자고 하고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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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건 다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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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심하단 말이죠. 무슨 아직도 인형 가지고 노는 국… 초등학생들마냥 자꾸 잡아다가 뭐 시키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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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은 딸의 푸념에 푸흣 웃었다. 아무튼 즐겁게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당장 본인은 자기도 모른 채 볼이 복어처럼 부푼 상태로 수도 없이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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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곡을 들려준 후, 명전은 현아의 의견에 따라 FX(효과음)와 피아노 파트를 어느정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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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효과음이라던지, 합창 같은 게 풍부하게 들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보컬 파트에서도 피아노가 백그라운드를 아르페지오로 쳐준다던가 하는 쪽이 좋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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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베이스 파트가 좀 ‘근음셔틀’ 같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베이스가 활약하는 류의 곡은 아니었으니까. 서하는 그저 “필인은 내 마음대로 넣어도 되는 거지?” 같은 말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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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연습, 또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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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특기할 것은 없었다. 매일 잔소리를 듣던 이서도, 이제는 실력이 어느정도 궤도에 들었고… 게다가 그렇게 어려운 파트도 없었으니. 단지 신디사이저와 키보드를 쌓아두고 연주해야 하는 현아의 손이 바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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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FX 잘못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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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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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긴 하지만, 살짝 다른 느낌을 주는 효과음. 그래도 무대에 맞춰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노트북을 포함해 몇대씩 장비가 자기 앞에 있으니, 아무래도 헷갈릴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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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뭐라하고 현빈님은 그냥 지적만 하고 끝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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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은 이서가 현아에게 붙인 별명이다. 현아+세이빈이라고 해서 현빈에 님자를 붙인 거라던가. 참 별명 해괴하게도 짓는다 싶었지만, 요새는 전교에 다 퍼져서 선생들까지도 “하연수!! 졸지마라!!” 라고 하는 명전의 별명보다는 나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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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맨날 실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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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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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맨날 아닌가? 100일 중 99일을 실수하면 맨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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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 50일 정도로 줄었다고!” 라고 외치는 이서. 하지만 2분의 1도 과한 법이다. 아무튼 현장 라이브에서는 실수 안해서 다행이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도착한 방송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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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장비 이렇게 놓으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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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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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방송국 장비들. 이전까지는 방송국 연습실에서 ‘멘토 촬영’을 했었지만, 이번 편은 ‘진검승부’ 느낌을 내기 위해서 직접 촬영하러 왔다고 했다. 명전은 도대체 그게 무슨 상관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방송국 놈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그러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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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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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긴가민가했더니 역시 여기였네. 임준홍 선생님 작업실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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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멘토. [도화서]의 도연과 김진서. 그냥 들어와서 앉는 도연과 달리, 김진서는 뭔가 알아본 듯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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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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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확실히 전에, 준홍쌤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해. 천재 한명 있어서 작업실 무료로 쓰게 해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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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기 무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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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대답에, 들은 게 있는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진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도연을 무시한 채로, 진서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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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혹시? 그 뭐야. 그… 전에 내가 들은 게 있는데요. 그 무료로 쓰고 있는 천재가, 서명전 기타리스트랑 연관이 있다던데. 그럼 그것도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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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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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여기 완전 배분으로 보면 대선배님이 계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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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90도 직각 인사를 하는 김진서. 도연이 저거 뭐하는 거냐며 눈을 크게 뜬 사이, 명전은 진서를 급하게 일으켰다. 안 그래도 늙은이 취급받는데 이런 것까지 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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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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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씨는 모르는구나. 기타계에 보면 이제 존경받는 어르신들, 그러니까 대가들이라고 하죠. 그런 분들이 있는데… 그 대가분 중의 한분의 직계제자가 이제 이 하수연 학생이다. 예를 들어 신중현 선생님이 직접 길러낸 마지막 제자, 뭐 이런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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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완전 대단하신 분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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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스레를 떠는 진서와 달리, 도연은 진짜 그걸 믿은 모양인지 뭔가 큰일났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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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당신까지 왜 그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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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봐. 진짜 여고생이 아니라니까? 사고난 다음 좀 맛이 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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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다쳤을 수도 있으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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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그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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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해하는 명전을 두고, 다 들으라는 듯 소곤대는 이서와 서하. 명전은 남들 앞이라 소리도 못 지른 채 그저 이를 악물고 그런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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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상황이 진정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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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라고 했는데... 일단 제가 태어났던 시기는 아니라서요. 진서 씨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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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뭐, 그렇게 친숙한 해는 아니죠. 저때 태어나지도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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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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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름 80년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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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송출용 가벼운 멘트를 주고 받던 두 멘토는, 이윽고 화살을 그들 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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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 여러분은 어떤가요? 1970년대와 연관이 있으신지. 부모님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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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에 살았던 누군가가 이 방 안에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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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희 부모님이 78년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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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서하가 갑자기 이야기를 했다. 78년생? 맙소사. 그 때 태어난 사람이 낳은 아이가 벌써 서하만큼 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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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곡 준비하면서 그 시절 이야기 들어봤나요?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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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도 별 기억이 없다고 하셔서... 한참 어리실 때라. 그때가 좋았다~ 뭐 그런 이야기만 하시고. 다른 말은 없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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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의 대꾸. 두 멘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애들에게 질문을 넘겼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 마이크. 도연은 겸연쩍게 웃으며 자기가 준비해온 멘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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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제가 1970년대에 대해서 조사를 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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쫙 보이게 뭔가를 늘어놓는 도연. 디스코, 사이케델릭, 히피, 기타 등등. 풍요롭다, 넉넉하다는 이야기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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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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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내 관두었다. 시대를 놓고 개인간의 해석이 갈릴 수 있긴 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신난듯 “1970년대는 말이죠~” 라며 설명을 이어가는 도연의 말을 들으며, 명전은 마음을 비웠다. 색불이공공불이색. 색즉시공공즉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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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곡 컨셉을 일단 이야기를 해 보죠. 설명이 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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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대충 정리된 후,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도연의 방송 진행용 멘트를 이서가 받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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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시대상에 주목을 좀 했어요. 1970년대의 시대상. 음악적인 부분도 빌려오긴 했지만, 시대의 정서에 주목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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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 시절의 정서라. 흥미가 가네요.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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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에게 질문을 던지는 도연. 이서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마이크를 명전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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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아무래도 좀 격동의 시대였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좋은 시대였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그 시대에 대해서 받은 인상은 음. 여러모로 불안하기도 하고, 의롭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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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이 그런 느낌이었다는 걸까요? 의외로 참신한 해석이네요. 저희는 오히려 좀 밝고 활기찬 그런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나요, 진서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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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아무래도 그 시절이라고 하면 글쎄요, 왠지 모르게 뭔가 밝은 분위기가 있고. 고도성장기? 저도 잘은 모르는데. 어찌되었든 잘 먹고 잘 살아보세! 했을 거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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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웃는 두 남녀. 명전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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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그 때 그 시절 개 거지같았고 두번 다시 돌아가긴 싫고 좋은 거 하나도 없었고 그냥 지금이 최고고 그때 나오던 음악들도 암울한 현실 좆같다고 분노하던 시기의 음악이 많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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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반박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분했다. 당장 ‘하수연’의 연령과 저들의 연령 중 어느 것이 1970년대에 가깝겠는가. 또, 만약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지금 하이에나처럼 명전 자신을 노리고 있는 두 명에게 어떤 놀릴 빌미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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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요새 말하는 ‘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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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1970년대라는 게 그렇게 밝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펑크 문화도 그 시절에 나왔고. 경제나 정치 상황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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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어떻게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두 멘토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무튼 방송 분량은 찍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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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은 바짝 긴장한 상태로 입장 줄에 서 있었다. 이전과 달리 지금은 방청객 중에 누군가의 굿즈를 안 들고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일부는 아윤 자신이 도안을 짜서 만든 그룹 사운드의 굿즈였다. 비공식이라 재료비 정도만 받고 생산한 캔뱃지, 스티커, 열쇠고리나 뱃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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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굿즈 같은 걸 공식에서 내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애시당초 공식이라는 게 없는 그룹 사운드다보니 의사타진을 할 곳도 없었다. 레이블이 그런 것을 만드는 곳도 아니고, 그룹 사운드 근처에서 굿즈 비슷한 걸 생산하는 곳은 파라독스 뿐이다. 그마저도 그룹사운드 로고를 박은 티셔츠 정도나 팔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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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도 어떻게든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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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오디션 프로. 하지만 이 방송이 그룹 사운드의 인기에 도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아윤이 만들었던 비공식 팬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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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이 혼자서 단촐하게 꾸려나가던 팬클럽은, 어느새 사람이 훌쩍 늘어 회장을 뽑느니 공식화를 하자느니 하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커졌다. 어느 정도냐면, 실물 CD나 한정판 LP 등이 항상 [품절] 상태로 되어 있을 정도였다. 여유가 될 때마다 물량을 찍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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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애들 언제 나오는지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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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팜플렛에는 따로 안 나와 있는데. 그룹 사운드… 그룹 사운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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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 애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까지 생겼다는 것에 감격하며, 아윤은 방청석에 밀려들어가 앉았다. 어느새 꽉 찬 자리. 기대감에 가득 찬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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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처음, 혹은 다시 또, 혹은 오랜만에 뵙습니다. 지루하다는 말 나오기 전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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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관객들. MC는 씩 웃고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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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연의 주제는! 지금! 스크린에 표시된 바와 같이… 연도별 1:1 대결입니다! 각 6개 밴드들이 시기, 같은 연도를 테마로 지정하여 대결하는 형태가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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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뒤에 있는 스크린에 띄워지는 타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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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첫 번째 공연은… Group Sound, 그리고 Mystica 입니다! 대결의 테마는… 19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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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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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ca라고 하면, 오디션을 계속 봐 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 수 밖에 없는 실력파 밴드. 그리고 그런 Mystica와 그룹 사운드가 정면으로 대결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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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1위 대 2위의 대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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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한명은 떨어지는 건데. 미리보는 결승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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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수군대는 소리를 들으며 아윤은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먼저 올라온 쪽은 Mystic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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