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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는 노래처럼, 나머지 밴드원들이 코러스를 넣으며 외치고. 쟁글쟁글한 기타 솔로와 함께 보컬은 박수를 치고 떼창을 유도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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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반복되는 후렴구. 그에 자신들의 좌석에 앉아 무대를 관람하고 있는 밴드들도, 방송용 리액션으로든 뭐든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호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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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속될 것 같은 후렴구에도 끝이 다가온다. 조금씩 힘이 빠져가며 나지막한 읇조림이 되어가는 보컬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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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꽉 채운 기타 사운드는 사라지고, 마지막 드럼 필인과 함께 소리는 서서히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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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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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끝을 알리는 인사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 응원을 보냈다. MC가 무대 위로 올라가기까지 이어지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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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셨습니까? 보셨다면 다시 한번 ‘울림 스톤즈’에게 큰 박수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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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의 박수가 다시 한번 쏟아진다. MC는 타이밍을 노려 능숙하게 관객들의 반응을 끊어내고는, 다시 입을 열어 진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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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대결, 2MAJOR와 COTRA! 정말 재미있는 대결이었죠. 그리고 두 번째 대결, 울림 스톤즈와 그룹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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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을 집중시키려는 의도인지 잠시 말을 끊고 들어가는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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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을 타 관객석 외곽에서 최애그룹 2MAJOR와 한승윤의 사진을 찍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MC에 의도에 유도된 채 무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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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대가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무대라면, 두 번째 무대 또한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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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스톤즈인가? 쟤들도 나름 괜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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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 패자부활전에서 대결해야 하는 상대가 되자 알아본 정도였고, 막상 패자부활전에서도 그렇게 잘한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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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녀가 듣기에도 확실히 칼을 갈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곡의 루즈한 앞부분은 덜어내고 보컬 부분만 살려 기승전결을 확실히 넣고 클라이막스까지 강화한 곡. 락에 대해서 잘 모르는 그녀가 들어도, 왠지 신나고 재미있는 그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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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들이 이 무대를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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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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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눈으로 봤던 1라운드 공연도 그렇고, 소문으로 퍼졌던 2라운드 공연도 그렇고. 공개된 0화나 1화 분량에서는 분명 엄청난 퍼포먼스와 공연을 보여주었던 애들이었는데… 정작 본선에 와서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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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승윤 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밀면서도, 왠지 모르게 그룹 사운드를 응원했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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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그룹 사운드의 무대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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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이에 세팅이 완료된다. 무대 위에 올라간 사람은 4명. 드럼과 키보드가 뒤에 위치하고, 평상시와 다르게 베이스가 중앙에서 살짝 왼쪽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이크까지 앞에 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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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저 애가 보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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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옆을 보면… 언제나처럼 고개를 살짝 숙인 기타리스트, ‘하수연’이 있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수연의 사진을 찍는 그녀. 그런 와중에 수연의 옆에 놓여있는 뭔가가 보였다. 책상처럼 보이는 물건 뒤에는 앉을 수 있게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저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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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입니다! 오늘의 보컬은 저! 최이서입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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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엄청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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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잠시 만지더니, 다시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조작하고 있는 수연. 수연을 대신해 무대의 마이크를 잡은 것은 베이스였다. 완전 처음 들어본 목소리. 큰 덩치와 선이 굵은 인상과는 정 반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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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울림 스톤즈 여러분들이 너무 좋은 무대 보여주셔가지고 저희가 너무 긴장이 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 수연이가 가져온 악기가 좀 세팅이 안 되고 있나봐요. 이 친구가 조금 긴장을 하는 체질이라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응? 긴장한 거 아니라고? 네 아니라네요~ 아무튼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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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할 말만 하고 공연을 시작하던 수연과는 정 반대의 분위기.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붙임성 좋은 말투가 살짝 긴장되었던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풀어놓는다. 이서의 그런 언행에, 카메라가 홀린 것 처럼 이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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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악세사리가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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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 다 된 거 같구요! 그럼 이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도 똑같은 곡!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잘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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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잦아드는 소리. ‘울림 스톤즈’의 공연과는 다르게, 전주를 그대로 살린 듯한 베이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들리는 것은 원곡의 뭉툭하고 간결한, 그야말로 ‘베이스’라고 들릴만한 소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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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울리기 시작한 것은 저음역을 깎아낸듯한 베이스 슬랩. 그 소리는 잔상을 남긴다. 마치 탁구공을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에 던져넣은 것 마냥, 계속해서 튕겨대는 소리에 원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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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끼어드는 날카로운 기타 사운드. 평소에 수연이 들던 것과는 전혀 다른, 노란색과 검은색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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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쏴버리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는, 베이스와 같이 튕기며 불안감을 조성한다. 어느새 들어온 아르페지오와 심벌즈 소리도 똑같다. 이것이 진정 아까 울림 스톤즈가 불렀던 노래와 같은 것인지 궁금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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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다른 곡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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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이 나오지 않는 초반의 분위기와, 보컬이 나오기 시작하는 후반의 분위기가 완전 다른 곡이긴 했다. 촬영 초반에 곡을 소개할 때 한번 음악이 나왔었고, 그녀 또한 그룹 사운드 애들이 이 곡으로 대결을 한다기에 몇번 들어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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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다른 느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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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곡의 분위기. 길고 지루하다고 느껴졌던 곡의 초반부 간주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유형의 사운드에 압도되는 사이 어느새 지나간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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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올라가는 음정. 빨라지는 템포. 살짝 바뀐 베이스와 기타 리프.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드럼의 필인과 함께, 스피커에서 처음으로 보컬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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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다렸던 그 무엇인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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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만 봐서는 터져나와야 했던 보컬. 그러나 이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단조로운 읇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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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보컬 파트가 그런 형식으로 펼쳐지자, 관객들 사이에서 내심 탄식이 흘러나온다. 분명 처음 듣는 형태의 곡이고, 새로운 사운드였으며, 좋은 노래였는데. 아쉽다는 느낌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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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그녀는 어느새 기타의 연주가 멈추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대 위의 수연은, 기타를 옆에 둔 채 책상 같은 것에 앉아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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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나오는 소리는, 하늘 높이 치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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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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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멤버 중 하나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며 외쳤다. Mystica의 보컬, 김승재는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쭉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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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기타 소리와는 전혀 다른, 강렬하디 강렬한 사운드. 상승하고 하강하며 멈추었다 떨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리는,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것이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같은 현악기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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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넥으로 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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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거는 랩스틸 기타인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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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의 중얼거림에는 밴드의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대답은 옆쪽에 앉아 있는 밴드에서 나왔다. WEKIDS이라고 했던가. 대형 기획사의 밴드였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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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스틸 기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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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슬라이드로 연주하는 그런 거. 저거 손으로 훑고 있는 거 자체가 연주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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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설명을 하다 말고, 갑자기 멋쩍은 듯 손을 내미는 상대. “WEKIDS의 태영입니다.” “김승재입니다.” 그렇게 악수를 나누고는, 태영은 다시 눈 앞의 연주에 집중했다. 승재는 뭔가 말을 붙여 볼까 하다가, 자신 또한 다시 그룹 사운드의 연주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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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나도 저 연주를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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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은, 곡의 클라이막스를 모두 보컬이 장식한다. 전주의 빌드업이 보컬을 통해서 폭발하는 그런 구조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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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울림 스톤즈는 빌드업을 없앤 뒤, 보컬만을 취해 활기찬 모던락으로 만들었다. 그를 통해서 얻은 것은 쾌활하고 신나는 분위기. 그러나 그런 작업에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주를 없앰으로서 줄어든 폭발력과 무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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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룹 사운드는 정 반대의 편곡을 선보였다. 원곡과는 전혀 다른, 불길할 정도의 사이케델릭한 빌드업.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패닝과 딜레이가 걸린 기타와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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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런 걸 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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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생각했다. 빌드업을 무겁게 가져간 만큼, 클라이막스도 더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저런 편곡을 했겠지. 원곡처럼 보컬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것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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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기다리는, 보컬이 터져나오는 타이밍을 읇조림으로 바꿔 한 템포를 더 쉰 후… 대부분의 사람들(밴드를 하고 있는 승재 본인조차도 모르는)이 알지 못하는 악기를 통해 임팩트를 터트리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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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끝을 알리려는 듯 계속해서 치솟다 어느 지점에서 마무리되는 랩스틸 기타의 소리. 그리고 거기에 덧칠되어 안개 속을 헤메는 듯한 느낌을 주는 리버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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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는 어느새 나지막한 코러스가 자리잡고 있다. 잦아드는 밴드의 연주와 함께 작아지는 목소리들. 그리고 그 목소리와 교차해서 관객석에서 조금씩 새어나오는 박수. 한명의 박수는 열명을 깨우고, 열명의 박수는 스무명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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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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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박수지만 승재는 알고 있었다. 이전의 박수와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아까 전 공연에서 나왔던 박수는 격려와 응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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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이런 공연을 보여주어서 고맙다는 감사, 혹은 찬사. 주위를 둘러봐도 마찬가지였다. 참가자 입장의 밴드들조차도 방금 공연에 대해서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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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 또한 박수를 치며, 속으로는 골치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저 애들은 강하다. 그렇다면 저 아이들을 어떻게 이겨야 할 것인가. 다음 미션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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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전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빠져나간 공연장에서 발표된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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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말이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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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스크린을 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한글로 써 있는 말이지만, 자신이 제대로 읽은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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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해는 된다. 이해는 되는데, 이해가 된다고 해서 다 말인 게 아니다. 저런 미션이 도대체 왜 주어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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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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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의 중얼거림은, 지금 촬영장에서 스크린을 보고 있는 밴드들을 대변하는 듯 했다. 본인도 믿지 못한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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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다시 한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패자부활전이 끝난 3라운드! 3라운드 미션은 바로… 프리 포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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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행 싸인이 이어지고, MC는 당황한 듯 말을 살짝 더듬다 다시 진행을 시작한다. 이내 스크린에 뜨는 라운드 진행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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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살아남은 18개 밴드! 18개 밴드는 모두… ‘해체’되며! 18명의 팀장이 선정된 후, 해체된 밴드원들을 모아 임의의 밴드를 꾸려 경연을 진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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