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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도 동요를 보이고 있지만 보다 더 큰 웅성임은 밴드들에게서 나온다. 그 누구도 ‘울림 스톤즈’가 ‘그룹 사운드’를 지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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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은 매우 당연했다. 보는 눈, 듣는 눈이 있는 사람 모두가 그룹 사운드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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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에서 관객 점수 62점을 받고, 2라운드에서 16등으로 통과했다 한들… 그 점수나 등수가 밴드의 실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으로 말할 수 없는 ‘진정한 실력’. 그룹 사운드는 그 진정한 실력의 소유자라고 진작부터 참가밴드 사이에서 평가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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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사실은 다른 밴드들 뿐만 아니라 ‘울림 스톤즈’의 멤버들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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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미쳤어요? 무슨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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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의 예상에 없던 그림이었기 때문인지 잠시 중단된 촬영. 그 사이 울림 스톤즈는 촬영장 한 구석에 모여 격렬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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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상의 없이 상대를 ‘그룹 사운드’로 결정지어버린 리더, 정우진. 울림 스톤즈의 멤버들은 도저히 리더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올라온 패자부활전인데 혼자서 이런 일을 저지르고 앉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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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빨리 가서 취소한다고 해. 잘못 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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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씨발…! 그게 말이 되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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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지른 일이야. 수습할 생각을 해야지 그렇게 화만 내고 있으면 어떻게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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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 으르렁거리며 우진에게 달라붙었다. 그를 떼어내며 말을 거는 베이스이자, 우진의 여자친구인 황은지. 하지만 은지 또한 전혀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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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빠. 진짜 무슨 생각이야? 아까는 다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면서. 그게 이거야? 우리 엿먹이는 거? 이럴 거면 패자부활전 준비는 왜 하자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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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은지의 말. 하지만 우진은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 채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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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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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있는 거 뭐요. 그냥 무턱대고 오디션 갔다가 좆발리는 거? 형. 정신차려! 포맷 이야기 들었잖아요. 그냥 완전히 1:1이라니까? 은지 누나 말대로 지금이라도 가서 피디한테 빌라고요. 잘못 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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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그때 기억 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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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이 폭발하기 직전 뜬금없이 던져진 우진의 질문. 타이밍을 뺏듯이 들어온 이야기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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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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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밴드 파이오니어 때 있잖아. 쟤들 하차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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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는 결국 별 근거 없는 거로 마무리된 거 아니었어요? 뭐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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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의 말에 드럼을 맡은 멤버가 질문을 던졌다. 우진은 대답 대신 웃음을 돌려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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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증인도 있고, 계획도 있고. 당장 조금 있다가도 한번 찔러 볼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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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정신 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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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타는 그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말에 기타를 노려보기 시작한 우진. 하지만 기타는 그런 것 상관 없다는 듯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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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가 됐든 왜 자꾸 그런 요행에 기대려고 해요? 그게 안 통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럼 이제 쟤들 상대해서 발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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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통할 수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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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뭔 말도 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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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다시 소리를 질렀으나 은지의 손에 뒤로 잡아끌려갔다. 남은 밴드원의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우진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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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통할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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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말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확신을 주려는 듯한 느낌의 중얼거림. 그 모습에 밴드 멤버들은 잠시 굳은 채로 우진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밴드 파이오니어 이후로부터 사람이 이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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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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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재개된 녹화. 새로운 장면을 뜨려는지 스태프들은 상대 밴드에게 이전과 똑같은 장면을 녹화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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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를, 선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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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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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들었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화들짝 놀랐다는 듯 반응하는 MC. 저것이 프로인가. 명전은 머리를 꼬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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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생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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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스톤즈. 기억에 남지도 않는 밴드고 그렇게 잘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서가 이야기하기를 “저 사람들 밴드 파이오니어 때도 같이 했었대! 바이테일러드 때도 왔었고!” 라고 하던데. 그 말인 즉슨 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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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선 2MAJOR와 COTRA의 대결! 그에 앞서서, 각오 한 말씀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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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의 진행을 뒤로 한 채,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단상에서 내려가 무대 뒤 쪽으로 향한다. 울림 스톤즈도 그들의 뒤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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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은 왜 우리를 지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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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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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속삭임에 명전은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움찔하는 울림 스톤즈 멤버들. 그러나 리더는 아까처럼 맹렬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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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뭔가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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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기억을 헤집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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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경연 곡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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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의 외침과 함께 무대 스크린에서 룰렛이 돌아가다 곡 하나를 가리킨다. 꽤나 유명한 아이돌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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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이 선택되었습니다! 이제, 2MAJOR와 COTRA는 해당 곡으로 진검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과연! 살아남는 밴드는 누가 될 것인가? 관객들은? 또 밴드들은? 멘토들은? 온라인 투표는? 어떤 밴드를 선택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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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녹화. MC는 계속해서 진행을 하고, 앞선 차례의 밴드들은 리액션을 보였다. 소감과 각오. 이 자리에 오게 될 수 있기까지의 팬들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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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패자부활전의 대결 상대가 된 두 밴드들은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의 긴장감은 뒤쪽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명전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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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다음 순서… 떠오르는 신성, 그룹 사운드와!! 그들에게 도전장을 던진, 지옥에서 돌아온 울림 스톤즈!!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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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쪽으로 가서 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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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의 외침에 밴드들을 안내하는 스태프. 무대 위에 양 리더를 중간에 놓고 일렬로 죽 늘어선 동안 스크린에서는 영상 자료가 재생된다. 급하게 준비한 것이 느껴지는 ‘그룹 사운드’와 ‘울림 스톤즈’의 무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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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하품을 하려다 필사적으로 표정을 갈무리했다. 밴드 좌석이나 세트 뒤쪽이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무대에서 그렇게 하기는 좀 그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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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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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 타이밍은 명확한 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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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쳐다보는 무대. 표정 관리도 할 수 없고 회피조차도 할 수 없다. 타인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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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고에서 일진으로 유명하셨죠? 애들 괴롭히고, 학폭도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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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이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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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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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표정을 보며 우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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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면밀하게 계산된 타이밍. 전 시즌 패자부활전의 진행방식도 참고하고 앞선 팀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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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대의 대답도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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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부인. “그런 적 없어요.” 라던가,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같은 반응. 아니면 둘째, 분노. “미쳤어요?”, “뭐라는거야 씨발새끼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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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어떤 반응이 돌아와도 좋다. 아니 어떤 대답을 해도 좋다. 녹음을 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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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적 없다 부인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몰아세우고, 화를 내면 증거가 있다고 반문한다. 이야기가 잘 돌아가면 증인이 있다는 말로 협박해서 미션을 포기시키고, 잡아떼거나 화를 내거나 아무튼 반응을 보이면 녹음을 통해서 증거를 만들고 그것으로 더 옭아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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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우진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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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라거나 길가에서 만나면 얼버무리고 도망칠 수 있겠지. 하지만 이 무대 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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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하는 순간 걸릴 수 밖에 없고 걸리지 않더라도 증거를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는… 마치 거미줄과도 같은 완벽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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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하수연’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오지 않는 반응에 우진은 말을 한번 더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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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하수연 씨. 전직 일진이셨잖아요. 학폭 해 놓고 방송 뻔뻔하게 출연하고. 윤지민, 김지원, 이서연, 성주희. 왜 모른 척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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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수연은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듯 아무 말 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는 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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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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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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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에 학폭을 해 놓고도 뻔뻔하게 개과천선 한 척 하며 음악을 하겠다고 기어오는 인간. 자신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전형적인 인간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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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그가 보는 ‘하수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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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전에 ‘밴드 파이오니어’ 건으로 하차까지 했으니 억하심정이 쌓여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반응할 수 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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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한번 걸려서 하차하셔놓고. 이번엔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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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번 더 수연을 흔들었다. 욕설이든, 부인이든, 어떤 식으로든. 청소년기에 남을 괴롭히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일진’의 반응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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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침묵이었다. 우진이 생각지도 못했던 경우였기에,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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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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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평범한 상상력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기에… ‘하수연’에게 있어 한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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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하수연’은 이전의 ‘하수연’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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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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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들었을 때는 무슨 소리인가 하고 흘려넘겼다. 그냥 헛소리 하는구나 싶었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 명전은 확신했다. 이 놈이 밴드 파이오니어 때 심사위원에게 이야기를 흘린 놈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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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반응하려던 입과 표정을 잡아챈 것은 ‘서명전’의 나이에 쌓인 경험과 직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수연’이라면 무조건 반응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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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떠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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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지나가는 벼락과도 같은 깨달음. 굳이 이 시점, 이 순간에 자신에게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하는 이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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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여 상대에게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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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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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협박이 언제 가장 잘 통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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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은 상대가 자신의 무기를 두려워 할 때 성립된다. 총을 들이밀고 “쏜다!” 라고 할 때. 칼을 들이밀고 “찌른다!” 라고 할 때. 그 때 협박당하는 사람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두고 두려워하고, 협박하는 사람은 그 두려움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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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즉, 협박을 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무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쏘거나 찌른 다음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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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기에, 협박을 하는 사람에게 제일 꺼려지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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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었다. 우진은 이미 ‘나는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 라는 무기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상대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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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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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트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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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피디라면 “오히려 좋다!”를 외치며 그룹 사운드를 끌고 갈 수도 있었다. 시청률에 미친 사람이니까. 게다가 ‘기권’이나 ‘일부러 패배’ 같은 게 아니라면, 무조건 다른 팀을 붙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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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울림 스톤즈가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 정의구현 같은 건 우진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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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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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차후에 써먹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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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어떻게 쟤들을 이기고 올라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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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우진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이 불어닥쳤다. 그도 잘 알았다. 자신들의 실력이 그룹 사운드에 견줄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믿었다. 상대를 흔들고, 기권승이나 고의패배를 노려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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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렇게 판을 짜 왔다. 패자부활전 이전에 학폭을 터트리지 않았던 것도, 대결 직전에야 학폭을 이야기한 것도… 다 이 타이밍을 위해서였다. 상대를 흔들어 확실하게 라운드를 승리할 수 있는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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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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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갑자기 눈 앞의 시야가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에만 몰두하고 있던 감각이 확장되면서, 끝없이 넓어지는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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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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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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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의 말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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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를 지목한 것에 대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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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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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눈 앞을 바라보았다. 넓은 무대. 그리고 그들을 내려보고 있는 다른 밴드들. 어둠 속에 가려진 관중들.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대 밴드와, 너 지금 뭐하는 거냐는 느낌으로 그를 쳐다보는 울림 스톤즈의 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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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허술한 계획이었다. ‘상대는 자신의 말에 반응한다’ 는 전제를 깔고 간 계획. 하지만 우진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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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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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상대가 자신의 계획에 무조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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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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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그 물음에 당장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 대신, 그는 어떻게든 목 안의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꺼내든 말은 그 두 단어 밖에 없었다.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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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패자부활전에서 이길 것이라면! 우승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최강의 상대를 선택하겠다는 그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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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선택을 포장해주는 듯한 MC의 멘트. 이후 돌아가는 룰렛. 우진은 마지막으로 기도했다. 자신들이 유리한 쪽의 곡이 선정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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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된 곡은… 바로 이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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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룰렛에서 나온 곡은 정 반대였다. 197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사이케델릭 락 곡. 우진도 들어보긴 했지만, 특유의 감성을 잘 살릴 자신은 없는 곡. 쳐다보지 않아도 밴드원들이 탄식하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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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고개를 든 채로 곁눈질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수연 특유의 무감정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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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에게 그 표정은 조소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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