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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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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하나 없이 유지되는 원곡의 떠들썩한 디스코 팝 멜로디와 보컬. 하지만 뒤에 깔리는 것은 인더스트리얼한 메탈 사운드. 흔히 말해 ‘어질어질한’ 곡을 들으며, 사람들은 이걸 뭐 어떻게 점수를 줘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웃음을 터트리고, 싫어하는 사람은 이게 뭔지 모르겠다며 질색을 하는 상반되는 분위기.

하지만 그런 느낌이 시종일관 유지되진 않는다. 2절 후반쯤 되어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자, 기타 솔로가 들어온다.

“우와아아아!”

와미 페달을 사용한 초고음역의 피치 시프팅 솔로가 쏟아지자,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는 몇몇 밴드들.

마치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어지러운 곡은 반전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것 마냥 솔로를 연주하는 수연. 복장은 여전히 헬멧과 플레어 스커트 그대로지만, 그녀의 손 끝에서 펼쳐지는 것은 웃음기 하나 없는 맹렬한 기타 연주.

솔로가 진행될수록 공연에 부정적이었던 관객들의 불만도 조금씩 잦아든다. 곡 초반부가 좀 이상했던 것은 그냥 웃기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이 곡을 살려보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에.

“감사합니다.”

연주가 끝난 후 응원의 박수가 쏟아진다. 찬사보다는 격려에 가까운 쪽. “잘 하는 애들 같은데 왜 이런 곡을 준 거야?” 같은 반응들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동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편집점을 잡을 수 있기는 한 공연이었기에.

“마지막으로… 그룹 사운드는, 총 24개 밴드 중! 관객 점수 68점! 밴드 점수 73점! 멘토 점수 82점으로…! 총 74.2점이므로…”

관객 점수 30%, 밴드 점수 20%, 멘토 점수 50%가 반영되는 이번 라운드. 100점 만점에 74.2점은 높은 점수는 아니었으나.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그룹 사운드가 16등을 차지하게 되면서… 자동으로 나머지 밴드들은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울림 스톤즈, NOTK, 2MAJOR …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MC. 탈락당한 밴드들은 고개를 푹 떨구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울림 스톤즈’의 리더는 왠지 불타는 듯한 눈빛으로 명전을 바라보고 있어, 명전은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뭐 맡겨놨나?

명전은 그냥 핸드폰이나 살짝 쳐다보았다. 뭐, 억하심정이 생길 수도 있긴 한데… 그걸 왜 하필 자신들에게 가지고 있단 말인가? 웃기는 놈들이구만.

그러는 사이 이런저런 멘트를 외치던 MC는 내려가고, 대신 스태프가 올라와서 안내사항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안내해드렸던 대로 다음 주 촬영은 1라운드와 2라운드 탈락 밴드 12팀이 패자부활전 분량을 촬영할 예정입니다. 그 다음 주는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한 밴드가 기존 밴드를 지목해서 대결을 펼칠 예정이구요.”

“이럼 우리 쉬겠네? 한 2주동안은?”

“그렇긴 하겠다.”

스태프의 이야기를 들은 이서가 싱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물론 확정적인 것은 1주 정도고 그 다음 주는 확정은 아니지만.

“미친 사람들 아니면 우리 지목 안 하겠지.”

명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16등을 하긴 했지만… 그 노래를 가지고 탈락을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성공한 것 아닐까. 게다가 이전 촬영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까지 고려하면, 감히 그들을 지목할만한 밴드가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럼 2주 동안 쉬는 걸까요…?”

“여행가자, 여행. 일본! 지금 시즌이잖아. 아니면 제주도라도!”

“쉰다고 해도 촬영은 나와야 되잖아. 거기다 아직 방학 안 했고.”

신나서 날뛰는 현아와 이서에게 핀잔을 주는 서하. 금새 시무룩해지는 둘을 보면서, 명전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열심히 따라오고 있긴 하지만 결국 얘들도 아이들.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녁 뭐 먹을래?”

“국밥.”

무신경한 수연의 목소리. 이서는 자동으로 화가 뻗쳐왔다.

“아니 뭔 국밥이야. 너 늙은이냐? 아니면 뭐 문신에 언더아머 이런 거 입고 다녀? 뭐만 하면 국밥 먹자고 해.”

“어차피 마라 아니면 떡볶이인데 국밥 먹는거랑 큰 차이 없지 않나?”

“뭔 소리야. 우리가 무슨…”

수연의 반론에 이서는 화부터 냈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보통 만나면 마라탕이나 떡볶이, 탕후루, 뭐 그런 비슷한 거 먹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국밥은 싫어. 너무 노인네같잖아.”

“국밥이 어디가 노인네같아.”

“깔끔한 곳이면 모르겠는데, 수연이 너는 무슨 맨날 시장이나 허름한 가게 보고 저런데가 진국이라면서 자꾸 가자고 하잖아. 너 옛날에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왠지 입이 불쑥 튀어나온 수연을 두고, 이서는 계속해서 불만을 토해냈다. 1년 전만 해도 엄청 깔끔떨던(물론 그 시절에는 이렇게 친하지 않았지만) 애가 사고난 다음엔 몸에 할아버지가 들어간 것처럼 국밥을 찾고 다니니.

“… 예전에도 이랬거든?”

“전혀 아니거든.”

“맞거든.”

“아니거든. 너 전혀 안 그랬거든.”

“야 본인이 그랬다는데 왜 자꾸 안 그랬대? 너 혹시 나냐?”

“옛날 일 기억도 못하면서 뭐 자꾸 맞다고 그래. 다인이도 너 입맛이 좀 이상해졌다고 그러더만.”

그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서와 수연은 약속장소인 명동역 포토시그니쳐 앞에 도착했다. 가게 바깥에서 손을 흔드는 현아와 서하.

“사람 너무 많아요… 이런 데 엄청 별로…”

“그렇다니까. 사진은 도대체 왜 자꾸 찍으려고 하는 거야?”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는 수연과 현아.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에, 서하와 이서는 둘을 끌고 가게 안으로 향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바글바글한 사람들.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끌려 온 몇명 밖에 안 보이고, 나머지는 다 여자.

“고데기 해, 고데기.”

“귀찮은데…”

“너는 진짜 이쁘게 태어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돼. 못생겼는데도 그러고 다녔으면 진짜 큰일났다.”

이서의 중얼거림에 수연은 아무 말 없이 이서를 쳐다보았다. 많은 말이 함축된 시선에, 이서는 “개년아!” 를 외치며 수연의 등짝을 후려쳤다. 비명을 지르는 수연. 그러는 사이, 서하에게 잡혀 얌전히 고데기를 받던 현아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도 우리 사진 찍었는데 오늘 또 찍을 이유가 있을까요? 이 시간에 다른 걸 하면…”

“다른 거 뭐?”

“요즘 홍대에 메이드 카페 재미있는 데 있다고 그러던데.”

서하의 물음에 대답한 현아.

“메이드 카페? 재미있겠다. 그거 뭐 일본어 쓰면서 언니들이 막 뭐 해주는 거 아닌가?”

이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중얼거리며 수연을 살펴보았다. 관심이 없어 보이는 수연이었지만, 끌고 가면 또 별 말 없이 잘 놀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대요, 빈님. 요즘은 손님들보다 메이드들이 더 덕력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손님들은 별 거 모르고 그냥 왔는데 메이드들이 막 오타쿠 이야기 하면서 그런대요.”

“가보고 싶긴 하네…”

이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수연의 머리를 계속 빗겼다. 점점 수연의 표정이 안 좋아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는 눈치를 못 채고 있던 와중에.

“어? 그, 혹시…”

옆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이서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 여자 세 명 정도가 이서와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왜 그러세요?”

“그, 어… 그, 밴드 하시는 분들 아니세요? 아, 아니신가… 죄송합니다…”

주저주저하며 말을 건 여자들은, 왠지 모르게 꼬리를 내리며 스르륵 사라지려고 했다. 이서는 무심코 옆을 바라보았다.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수연의 얼굴. 하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뭐 씨발년들아’ 같은 표정.

“어, 아! 저희 밴드 해요. 맞아요. 혹시 저희 방송에서 보신 거 아닌가요?”

“어… 그, 그룹 사운드 분들 맞죠?”

이서는 수연의 뒷목을 팍 때리고는, “켁!” 하는 수연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로 밝게 웃으며 여자들에게 대답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상대방의 질문.

“네, 저희 그룹 사운드 맞아요.”

“0화 공연 잘 봤어요!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이전부터 파라독스에 잘 하는 밴드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가질 못했는데… 0화 보고 진짜 놀랬어요.”

맞다고 긍정을 해 주자 마자 돌아오는 격렬한 대답. 주위에서 “유명한 사람들인가?” 하며 웅성대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이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파라독스 바깥에서 만나보는 첫 팬들 아닌가.

“공연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 너희들도 인사 좀 해.”

어느새 그녀의 뒤에 숨어버린 현아와, 살짝 거리를 벌리고 선 서하. 특유의 ‘별 생각 없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개빡친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수연. 이서는 한숨을 푹 쉬고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어, 아니, 다들 쉬시고 계신 거 같은데…”

“괜찮아요! 다들 낯가려서 그래요. 파라독스 오시면 얘들 얼마나 웃고 다니는데요 흐흫… 저희가 아직 바깥에서 저희를 알아보는 분들을 한번도 뵌 적이 없어가지고.”

이서의 강권에 비척거리며 일어나 인사를 하는 아이들.

묘하게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에 다들 쪽팔려하는 것 같았지만, 이서는 그런 것 까지도 좋았다. 이런 게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주위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고. 왠지 유명인이 된 기분이라, 상당히 뿌듯했다.


녹화 당일.

‘지겹다.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잠시 감았다. 아무래도 상관 없는 12팀의 공연을 보면서 리액션을 해주는 것은 꽤나 고역인 일이었기에. 이전까지는 그래도 ‘그룹 사운드’의 순위와 영향이 있는 밴드들이었기에 좀 나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어떻게 되든 아무런 상관 없는데. 어차피 우리 지목할 정신나간 애들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계적인 리액션을 했다. 박수를 치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솔직히 그와는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기에.

“어디가 이길 거 같아?”

“음… 잘 모르겠는데.”

이서의 질문. 명전은 솔직히 말해서 그게 그거 아닌가? 라고 입을 열 뻔 했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분명 편집점을 줄 터. 그는 억지로 이야기를 집어삼킨 후, “치열해서 예상이 안 되네.” 라고 대답을 했다.

그 이후로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 겨우 끝난 패자부활전.

“레파차지, 패자부활전의 우승자는 2MAJOR와 ‘울림 스톤즈’입니다! … 그리고 이 두 팀은, 각자 한 팀씩을 지목하여 대결을 펼칠 수 있습니다.”

MC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패자부활전의 방식이 타이포로 기재된 화면. 각자 1팀씩을 선택하여 대결하며, 대결의 승자는 해당 멘토의 팀으로 들어가게 되고 패자는 탈락하게 된다는 룰.

그 밑으로는 대결 방식이 적혀 있다. 제작진에서 선정한 특정 곡이 무작위로 선택되며, 똑같은 곡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승패를 겨룬다는 방식.

“그렇다면 이제! 지목의 시간입니다. 밴드2MAJOR! 2MAJOR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밴드를 지목하시겠습니까?”

“저희는… [COTRA]를 선택하겠습니다.”

오~ 하는 감탄사와 함께, 웅성임이 이어진다. COTRA. 명전이 기억하기로는, 그렇게 임팩트를 남긴 밴드는 아니었다. 멘토 픽때도 1팀만 픽했었고, 2라운드는 18위였던가.

최약체를 잡고 올라간다는 건 꽤나 현명한 선택이다. 가오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 라운드 진출이지 가오 같은 게 아니니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면 기회라도 있지 여기서 강팀 잡았다가는 진출도 못할 수가 있으니까.

“2MAJOR의 선택은… COTRA! 그렇다면 밴드 울림 스톤즈! 울림 스톤즈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밴드를 지목하시겠습니까?”

“저희는… 그룹 사운드를 지목하겠습니다.”

직전과는 다르게, 큰 웅성임이 일어난다. 명전은 순간 잘못 들었는가 싶었다. 누구를 지목했다고?

“제가 잘못 들은 것일수도 있는데요! 다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어떤 팀을 지목하신다구요?”

“그룹 사운드를, 선택하겠습니다.”

울림 스톤즈 리더의 말이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로 퍼져나왔다.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명확한 목소리.

… 뭐? 우리를 지목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