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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이전 프롬 서울(Invasion from Seoul). 락 씬에서 인베이전이라고 하면 당연히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브리티쉬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비틀즈로 대표되는 영국의 락 밴드가 미국 음악 시장에 충격을 준 사건)에서 이름을 따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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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From Seoul을 붙인 것은, 이 밴드 오디션을 통해서 선발된 밴드가 서울 인베이전으로 불릴만한 파급력을 가지길 원해서일까. 일개 방송국의 오디션 따위에 ‘인베이전’의 칭호를 붙이다니 어찌 오만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하고 명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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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생각은 명전만 한 것이 아닌 듯 했다. 1회 인베이전 프롬 서울은 나름 락 애호가들에게는 꽤나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대중적으로 뭔가 크게 되진 않았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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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더 좋은 밴드를 뽑고, 더 큰 규모로 일을 벌이면 더 확실하게 반응이 올 것이다!’ 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냈다지만 명전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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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락이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 시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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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락은 곧 음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락은 음악의 한 갈래일 뿐이다.” 라는 배철수의 말처럼, 음악시장은 더 이상 락 밴드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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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작진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리고 한국 락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냐 같은 건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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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명전에게 중요한 것은, ‘엄마’가 출연해보라고 요청한 그 오디션에서 어떻게 우승하느냐지, 그 다음 일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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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나가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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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게 되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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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홀짝이는 명전을 보며, 주현은 이것도 먹으라며 쿠키를 밀어주었다. 꽤나 비싼 쿠키였고 맛도 있었기에 아무런 의도가 없다면 감사히 먹었을 명전이었지만… 이제는 그 호의가 어디에서 나오는 지 알기에, 굳이 손대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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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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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배 불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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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놓고 다이어트 하는 거 아니지? 너 진짜 뺄 곳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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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녹음을 하고 싶다며 밴드를 부르고는, 커피나 한잔 하자며 데려온 주현이 데려온 카페. 그 카페에서 이서는 주현이 밀어준 과자를 냉큼 받아먹고 있었다. 흐뭇한 웃음을 짓는 주현을 보고 명전은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양반이 저러고 싶나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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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이 모든 게 그냥 나의 과잉대응일 뿐인가? 그냥 30대 청년이 후배들을 위해서 뭐 먹이고 싶을 뿐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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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현은 불순한 의도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 맞았지만, 천 길 물속 조차 모르는 명전이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 있으랴. 명전은 그렇게 고민하다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선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자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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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밴드 오디션이라고 하면, 그 서울 인베이전인가 그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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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 아신다거나, 그쪽 관련해서 하시는 일이라도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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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질문에 주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도 방송가에 오래 있긴 했지만 모든 것을 다 아는 건 아니었다. 이 밴드를 소개시켜준 박휘석 피디라면, 방송가에 어느정도 연줄이 있으니 그런 것들을 잘 알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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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노래만 부르고 다니는 사람이라 그런 건 잘 몰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긴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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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무리 미성년자라도 그렇지 이 정도로 신호를 주면 생각은 해볼 법 하지 않나. 내가 당장 뭐 하자고 했나? 밥 먹고 좀 보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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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도 고생을 상당히 했던 만큼, 방송가에 발을 들여놓은 후배들을 위해서는 조언을 해 줘야 한다. 괜히 이상한 것에 말려들어서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 뭐 그런 고생을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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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는, 방송국 피디들이 묻거나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세번 생각하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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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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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물음.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이서는 아무 생각 없이 과자를 먹고 있었다. 명전은 주현의 말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방송가 놈들이 악랄한 것은 유명하긴 하다만, 그걸 세 번 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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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편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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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방송국 편집이라는게 악랄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오디션은 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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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옛날 일 하나를 떠올렸다. 사귀었던 오디션 출신 아이돌 한명이 말해주었던 이야기다. 자신은 분명히 쓸데 없는 주제에 “별 관심 없어요.”라고 대답했었는데, 돌고 돌아 보니까 그 대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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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목하고 있는 다른 참가자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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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별 관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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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예고편에 나가버려서(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다 준 채로 면피용 모자이크만 했다고 한다) 몰매를 맞고, 어떻게든 해명을 했더니 정작 본편에는 그런 장면이 없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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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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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있는 일이에요. 제가 직접 들었던 이야기고. 물론 그 오디션 프로는 너무 과해서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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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이나 약간 강도가 낮은 일 정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2024년의 방송가 사람들이다. 한번 두번 생각하라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세번 생각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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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죠. 적당히 자극적인 말도 해 줘야 방송에 들어가고, 인기도 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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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잘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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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현아의 말에 주현은 고개를 저었다. 방송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저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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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제작측에서 밀어주고 싶은 쪽은 분량을 더 주고, 영 아닐 것 같은 쪽은 분량을 줄인다. (조작까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범죄 취급을 받아서 요즘엔 좀 줄어들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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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찌되었든 최종 결과에는 개입하지 못하더라도 최종 결과를 내는 과정 자체에는 타인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이 방송이다. 음악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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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분량을 받을 수 없죠. 물론 여러분들 같은 경우는 인원 구성이라던지 외모라던지 하는 부분이 이미 스타성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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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서와, 쑥쓰러워하는 현아.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서하를 두고 명전은 당연히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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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목의 집중 정도는 다르겠으나, 요즘 세상은 미소녀 여고생 4명이 모여서 밖에서 막춤을 춘다거나 고래고래 소리만 지른다고 해도 다 쳐다보면서 응원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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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애들이 제대로 된 음악을 한다? 그리고 실력도 좋다? 음악도 근본이 있는 음악이다?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고 분량을 안 줄 수 있겠는가. 현대 문명에 어둑한 명전이라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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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인 인베이전 프롬 서울 - 약칭 인베이전 - 1회의 룰은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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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가 대상 밴드들은 10분 가량의 퍼포먼스를 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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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녹화된 퍼포먼스는 일정 시간대에 유튜브로 방송되고, 이 때 시청자들은 각 밴드의 퍼포먼스에 대해서 투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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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를 통해 선발된 16개의 밴드들은 본선에 진출하여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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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때 ‘멘토’들은 각 밴드를 선발하여 일종의 프로듀싱을 하고, 그를 통해 계속해서 경쟁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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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각 편마다 탈락자를 내는 방식으로 방송이 진행되며, 이 때 투표는 현장 관객 20%, 온라인 관객 50%, 전문가 30%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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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룰이 2회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1회차가 흥행했더라면 그대로 적용될 확률이 높으나, 1회차는 오디션 프로 치고는 범작이라는 결과를 내면서 방영이 종료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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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방식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본선 진출’ 부분이었다. 1회에는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사전에 참가 밴드들을 시청자의 손을 통해서 걸러냈으나, 2회에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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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유는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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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사람들이 특별하기를 원한다. 자신과 같은 시청자들이 투표해서 뽑은 사람이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심사해서 이미 ‘특별한 실력을 가졌다’ 라고 검증받은 사람들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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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 편이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의 안목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의 귀, 눈, 혀, 그 외 기타 등등은 좋아한다는 신호를 보냄에도 불구하고 뇌,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높은 예술 감각을 가지고 있소’ 라고 요약되는 ‘체면’이 거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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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거 좋아하는데?” 라고 방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그거 좆구린데 왜 좋아하냐?” 라고 하면 ‘근데 거짓말이고 사실 걔들 별로 안 좋아했어’ 같은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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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자신이 좋아하게 된 밴드가 ‘시청자 손에 의해서 뽑혀올라간 밴드’ 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 보다, ‘전문가들에 의해 뽑힌 특별한 밴드’ 라고 꼬리표가 달려있는 것이 여러모로 좀 더 좋아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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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까닭에 명전은 [인베이전]에 대해서 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 완전히 확실하게 대비를 하고 있진 못했다. 박휘석 음악감독이나 보이밴드 류진을 통해서 얻어온 소식도 ‘포맷이 변경될지도 몰라요.’ 같은 불확실한 소식들 뿐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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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다음 행선지가 오디션으로 정해졌다 한들, 아직 공고만 되었을 뿐 참가신청을 받고 있지도 않는 오디션에 참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명전도 그것을 알았기에, 우선 해야 할 일부터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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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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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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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의 홈페이지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하는 이서에게, 명전은 그런 말 밖에 해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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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악기라는 것은 본인의 만족. 자기가 원하는 사운드를 내는 것이 최고의 악기인 법이다. 명전 또한 당시의 벌이로 치면 수천만원짜리 기타도 살 수 있었지만, 굳이 펜더 커스텀 샵의 블랙 스트랫을 들고 다닌 이유가 있다. (물론 커샵 블랙 스트랫 또한 현재가 천만원이 넘어가는 고가 기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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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기가 일본이라면 직접 가서 쳐보라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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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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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챠노미즈라던지 가면 악기점 엄청 많으니까. 아니면 이시바시 같은 데 가면 되고. 어찌되었든 한국처럼 눈탱이 맞을 염려가 없으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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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악기 상가라고 할만한 곳은 낙원상가밖에 없다. 그리고 낙원은, ‘서명전’ 일 때에도 은근슬쩍 어떻게든 해쳐먹으려던 장사꾼들이 즐비하던 곳이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뭔가 찜찜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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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가서 '한번 쳐 봐도 될까요?' 이러면 바로 짜증부터 내는 곳이 낙원이다. 친절한 곳도 많다지만, 낙원에 뺀질나게 드나드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런 가게가 많은지, 친절한 가게가 많은지 알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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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일본은 한국에 비하면 거의 천국이라고 할만한 악기 시장을 가지고 있다. 악기 골라야 되는 사람이 오챠노미즈를 가면 악기 고르다가 밥때 놓쳐서 굶어죽는다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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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뭐 한국 웹사이트에서 보지 말고, 이시바시라던가 구매대행 웹사이트 쪽도 봐. 다른 건 몰라도 펜더나 희귀매물 같은 건 거기 통해서 구하는 게 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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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말에, 화면이 뚫어져라 워윅의 프렛리스 베이스 - 잭 브루스가 크림(Cream) 재결성 공연때 쓰던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 를 보던 이서가 눈을 돌렸다. 살짝 맛이 간 것 같은 표정에 명전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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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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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악기를 사는 건 포기해야겠어. 낙원에 사고 싶은 악기가 너무 없거나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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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쩌려고. 이제 애들 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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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은, 정산금을 가지고 낙원에 가서 쇼핑을 하는 것이었다. 비싼 감이 있지만 낙원밖에 만져보고 악기를 살 곳이 없으니, 출혈을 감수하면서. 그리고 장비 업그레이드도 하고, 커피나 마시면서 오디션을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할지도 생각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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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오늘을 그렇게 보낼 생각이었지만, 이서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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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백화점에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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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가서 뭐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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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용 옷 사야지. 그리고 좀 있으면 이제 완전 여름인데, 수영복도 사고. 수연이 너도 여름인데 놀러가야 할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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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복?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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