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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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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타 배운지 1년밖에 안 됐다고요?”

“음… 뭐. 그렇긴 하죠.”

페스티벌 2일차.

1일차 18시 타임에 일어났던, 그야말로 폭풍과도 같은 무대.

그리고 그로 인해 “제가 평소에 이런 거 절대 안하는데요…” 라고 말하며 호응을 유도하고 팬서비스를 하며 어떻게든 열기를 끌어올리려 했던 19시 타임의 [윤현준밴드]나, “오늘 공연 보러 온 분들, 전부 멀쩡하게 집 못 갑니다!!” 를 외치며 필살기를 꺼내들었던 1일차 헤드라이너 [메르키쉬드]의 조우현과 같이,

그 무대에 자극을 받아 자존심을 지키고자 필사적으로 공연을 했던 다른 밴드들.

최선을 다한 1일차 밴드들과 2일차 밴드들은 웃고, 아직 공연을 하지 않은 밴드들은 부담감에 시달리며, 공연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초대권을 받아 들어온 밴드들은 ‘나도 이렇게 열띤 공연을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런 저녁 자리에서 던져진 질문. 아니, 질문보다는 비명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수연이 겸연쩍은 듯 대답을 하는 광경.

익숙해질만도 했으나… 사람들은 계속해서 수연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을 듣고 기절할듯이 놀랐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다. 1일차 18시에 보여졌던 [그룹 사운드]의 퍼포먼스는 분명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드럼과 키보드, 베이스. 그리고 그 위에서 춤추듯이 연주된 기타.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사람조차 쉽게 할 수 없다 할 정도의 감성을 담은 블루스 연주.

그러나 이후 던져진 질문들에 수연은,

“음악 시작한지 얼마나 됐어요?”

“1년이요.”

“밴드 시작한지 얼마나 됐어요?”

“몇개월 안 됐어요.”

“작곡 시작한지 얼마나 됐어요?”

“몇개월 안 됐어요.”

“혹시 뭐 어릴 때 음악 하셨나요?”

“저는 이미 어린데요. 그리고 안 했어요.”

같은 대답만을 했다.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를 따지는 것 이전에… 1년 약간 안 되는 경력으로 저정도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과연 가능은 한 것일까? 저것이 천재성이라는 걸까?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품은 채로 수연의 근처를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꽤나 괜찮은 재능을 가졌다’ 라고 생각되는 베이스 소녀 최이서에게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로.

“아 맞다. 수연 학생 그, 서명전 기타리스트한테 배우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네, 그렇긴 해요.”

그 말에 서명전이 누구인데? 라고 묻는 사람들. 기타리스트 몇몇은 아연한 기색을 내비치며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서명전을 모를 수가 있냐? 너 그럼 채호근이 누군진 알어? 같은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수연 학생. 혹시 안 되는 일정 있어요? 내가 다음 투어 오프닝 밴드를 구하려고 하는데, 해 볼 생각이 있는지 해가지고.”

철연의 그런 말에, 다들 “오오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바이테일러드 페스티벌 참가와 함께 테일러드 투어의 오프닝 밴드 참가는, 한국 락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테일러드가 밀어주는 밴드라는 명확한 징표였다.

“어… 확실하겐 모르겠네요. 이번에 그 오디션 프로… 인베이전인지 뭔지 그거 참가하게 될 것 같아서.”

다시금 들려오는 감탄사. 테일러드의 제의를 거절하는 인디밴드가 있을 지 몰랐다는 느낌의 절반. 그리고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인 인베이전 프롬 서울(Invasion from Seoul)에 참가하냐는 느낌의 절반.

“아, 나 거기 나가려고 했는데.” “너 나가면 무조건 광탈이지.” “다른 밴드한텐 말 안해줘야겠다. 걔들도 한번 혼나야지 킄킄컥” 같은 소리들이 오가는 가운데…

‘저 녀석들은 또, 내 앞길을 막는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한명의 사람이 있었다. 모던 락 혼성 밴드인 [울림 스톤즈]를 이끄는 리더이자 보컬인 정우진.

정부지원사업 [밴드 파이오니어] 당시, 하수연의 학폭 의혹을 심사위원들에게 익명으로 제보함으로써 [그룹 사운드]의 탈락을 이끌어냈던 사람. 그리고 그러고도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던 사람.

“쟤들 그때 걔들 맞지?” “그런 것 같은데.” “그럼 우리 오디션 그냥 포기할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같은 멤버들의 이야기가 그의 옆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유력 우승후보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했던 밴드 파이오니어 이후, 영 패기를 잃은 것 같은 멤버들. 우진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튼 다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오디션엔 나가야지. 그리고 쟤들도 탈락시켜야 할 거고.”

“뭐?”

우진의 말에, 밴드 멤버 중 한명이 무슨소리 하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진은 그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탈락시킬 수 있는 애들은 빨리 탈락을 시켜야지. 한명이라도 줄이는 게 이득 아냐?”

“오빠. 그거 별 근거도 없는… 뭐 그런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그리고 쟤들 진짜 잘하는 애들인데 그렇게 해봐야 무슨 의미야. 같이 참가해도 그냥 냅두는게 낫지.”

“야. 너는 학폭범을 그대로 냅둘 거냐? 학폭은 영원한 학폭이야. 그리고 내가 다 생각이 있어. 알아놓은 것도 있고…”

멤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진은 이야기를 듣지 않고 오히려 성을 냈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자신이 잡아먹혀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진은 주위에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어딜 말이야. 다들 진지하게 하고 있는데. 자기는 1년밖에 안 되었다고 깝싸질 않나. 음악이 좆으로 보여? 저런 새끼들이 있어가지고 내가 결국 못 뜨는 거라고. 씨발련…”


“야 진짜 개쩔지 않냐? 좋은 셀카봉을 쓴 이유가 있다니까. 이 누나가 괜히 몇만원 들여서 산거 아니라는 거 알겠지?”

“아 좀 그만해. 몇번을 이야기하는거야.”

세윤의 촬영본을 보며, 세현은 그렇게 세윤에게 핀잔을 주었다. 또다시 날아오는 등짝 스매쉬. 하지만 세현의 감각은 그 고통보다는 화면에 집중되어 있었다.

“진짜 애들 이쁘다.”

“그렇다니까.”

멘헤라 패션처럼 차려입은 이서. 메탈헤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입은 서하와, 단정하게 입은 현아. 그리고 공연 중앙의 수연은… 그 음악 답게 뭔가 복고풍으로 입은 느낌이었다. 검정색 슬랙스와 구두. 버튼 하나를 푼 하얀색 셔츠. 살짝 오버핏의 원버튼 재킷을 어깨에 걸친 모습.

“음악도 그냥 미쳤어. 파라독스에서 이런 식으로 공연을 했던가?”

“안 했지.”

세현은 핸드폰을 켜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만 해도 그룹 사운드가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냐, 그냥 완전 낙하산 아니냐, 김철연한테 뭘 해줬길래 그러고 있는 거냐… 같은 소리를 하던 커뮤니티들.

[한국 락의 창시자.jpg]

(그룹 사운드 공연 영상)

맞으면 개추 ㅋㅋ

  • 바로 개같이 추천

  • ㄹㅇㅋㅋ

  • 또또 근들갑떠네 ㅋㅋ

ㄴ 그룹사운드를 몰라? 씨ㅣㅣㅣㅣㅣㅣ발

  • 솔직히 근들갑 거르고 그냥 공연 자체가 또라이였음 기타 ㅅㅂ 그냥 존나잘침 존메이어 강림한줄

ㄴ 씹메이어가 누군데? 이시대의 기타히어로는 ‘하수연’이다

[어이 에릭 왜 회의를 시작하지 않는거지?]

(4대성인 짤)

아직 ‘하수연’이 오지 않았소

  • 롤링스톤즈 선정 21세기 최고의 기타리스트 ‘하수연’

  • 솔직히 노망난 노인네보다 하수연이 더 잘치면 개추 ㅋㅋ

ㄴ 안티백서보다 잘치는거는 그냥 개 팩트인데?

이것 외에도, 트위터나 다른 SNS를 봐도 호평 후기가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었다. 불평 후기 같은 것들은 10:1이니 100:1이니 하는 비율 이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

“야 빨리 이거 보라고. 편집 잘 했는지 못 했는지 봐야 할 거 아냐!”

“아 그냥 니가 알아서 하면 되는데 왜 지랄이야.”

누나의 잔소리에, 세현은 그렇게 답하면서도 화면을 보았다. 이 개같은 ‘누나’의 일이라면 죄다 훼방을 놓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룹 사운드]와 관계된 일이라면…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기에.


잠시, 한국에서 음반을 판매할 시 수익이 어떻게 분배되는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단 최종 소비자가에서 세금이 제해지면 90%의 금액이 나온다. 이 다음 ‘보통’ 유통사는 50퍼센트 정도를 받고, 기획사가 30%정도를 받는다. 나머지는 실연자와 저작권자가 나눠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룹 사운드의 EP에는 기획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도매/소매상 또한 존재하지 않으며, 유통사는 매우 후하게 계약을 체결해주었다. (여기서 독자들은 이래서 부모를 잘 둬야 한다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 그리고 실연자와 저작권자는 [그룹 사운드]로 동일하다.

그리고 그룹 사운드는 바이테일러드 페스티벌 공연 이후로, 인디씬을 뒤흔들만큼 경이적인 EP판매량을 기록했다. 일반 앨범과 한정판인 소장용 바이닐을 포함하여 2,500장 정도를 판매했는데, 이는 데뷔밴드라는 걸 감안했을 때 불가능한 기록에 가깝다. 그렇다면 과연 밴드에게 돌아갈 수익은 얼마일까?

“천만원 정도?”

“그래.”

명전은 커피를 빨대로 쭉 빨아들이고는, 어안이 벙벙해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물론 여기서 천만원이 그대로 너희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아니지. 저작권자는 나니까, 거기에 따라 수익이 분배될 거고. 통상적으로 저작권자와 실연자의 수익 배분율은 10:6. 그러니까 일단 인당 백만원 정도 분배되고…”

그 말에 환호성을 지르는 세명의 아이들. 하지만 명전은 손을 들어 막고는 다시 말했다.

“나머지 6백만원 중 나한테 일단 240만원이 들어오고. 이서한테도 240만원.”

“응? 나한테 240만원을 더 준다고?”

“작사료.”

다시금 환호성을 지르는 이서. 그러고 있는 아이를 뒤로한 채, 명전은 “나머지 120만원 중 30만원씩 너희들에게 돌아가. 그러므로 서하 130만원, 현아 130만원 정도겠네.” 라고 말했다.

“어… 이렇게 음반수익 많이 받는 밴드는 처음 보는데.”

“진짜?”

“보통 인디밴드는 음반 하나 팔아봐야 십만원 정도 들어오나? 그 정도 수준이니까.”

서하는 그렇게 중얼거리다 현아에게 대답을 해 주었다. 하긴, 요새는 피지컬 음반이 아니라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시대라 음반 수익이라는 걸 기대하기 어렵긴 하지.

‘내 몫은 400만원 정도인가.

음반 판매라는 걸 제껴놓고 보면 큰 돈이라고 할 수 있다. 4백만원은 분명 거금이니까. 하지만 코피 터져가며 음반 제작에 매달리고 녹음비용까지 들여가며 번 돈이 4백만원이라고 하면?

객관적으로 볼 때는 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당장 명전이 세션 돌면서 번 돈만 해도 4백만원을 훌쩍 넘으니까. 만약 그 시간동안 세션을 풀로 돌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몇배는 더 벌었을 것이다.

“이 돈으로 뭐 하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국에서 음악이라는 것이 그런 것인데. 그리고 저렇게 아이들이 돈을 어디 쓸지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최저시급도 안 나올 돈임에도 불구하고 행복해하는 걸 보니 더 그랬다.

“악기나 사 다들.”

“안 그래도 나 포데라로 바꿀까 고민이었어. 포데라가 엄청 좋다던데…”

“4백만원으로는 포데라 못 사지 않나요?”

현아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이 된 이서. 서하는 낄낄 웃으며 여행이나 가자고 제안을 했다. 4명이서 여행 가면 재밌지 않겠냐는 이야기. 물론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일단은 올해 끝나고 생각을 해 보자. 당장 입시도 있고, 중요한 것도 있고 하니까.”

“중요한 게 있나?”

“있지.”

명전은 이전 바이테일러드 페스티벌 2일차 저녁에 자신이 남들 앞에서 이야기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것저것 부탁하는 일이 그다지 없으나, 이것만은 좀 하지 않을래? 라며 강요 아닌 강요를 하던 이혜인 씨의 얼굴과,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이제까지 해왔던 ‘평판 좋아지기 작업’을 떠올렸다.

“드디어 오디션 프로에 나갈 때가 됐다.”

케이블에서 방송할 예정인 오디션 프로그램, [인베이전 프롬 서울(Invasion from Seoul)]. 그룹 사운드의 다음 행선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