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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 이거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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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친구 둘과 놀고 있던 다인에게, 옆 반 아이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핸드폰 화면에 띄워져 있는 페스티벌 시간표. 그곳에는 ‘Group Sound’ 라는 이름이 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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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처음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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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수연이네 밴드 아닌가? 뭐 전에 밴드 한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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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반 친구의 말에, 다인은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뭔가 건수가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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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전에 이야기했던 게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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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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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수가 막 자기 어디 나가게 됐다고 그랬잖아. 페스티벌인가 뭔가. 그게 이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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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의 말에, 다인은 어렴풋이 그런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면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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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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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고 있으면 초대권 같은 거 있나 물어보려고 했지. 원래는 수연이 찾아왔는데 수연이가 없어가지고. 혹시 다인이 너한테라도 있나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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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쭈뼛대며 물어보는 모습에 다인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입학 당시만 해도 수연에게 툭툭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였고, 그 때문인지 수연이 바뀐 다음에도 믿지 않으며 거의 마지막까지 사과를 받아주지 않던 애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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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수연이를 직접 찾으며 초대권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단 말인가. 수연이의 평판이 엄청 회복하긴 했다고 다인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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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초대권 받은 거 같음. 원하는 애들 있으면 주라고 했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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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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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때 없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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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현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종이를 꺼내 옆반 애에게 건네주었다. 뛸 듯이 기뻐하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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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바뀌긴 했다 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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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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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다인은 창밖을 잠시 쳐다보았다. ‘평판을 개선한다’ 라는 수연의 전략은 확실히 먹혀들어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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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퍼진 소문까지는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피해자… 또는 한승고 아이들이 더이상 수연을 ‘학교폭력을 일삼는 일진’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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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헛점들 또한 존재한다. 그런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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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써, 내가 도와줄 수 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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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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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들이 걔들이라고? 우리 전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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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락을 표방하는 인디 밴드, [윤현준밴드].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현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 밴드의 멤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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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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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돌아오는 답변. 저 애들이 테일러드의 김철연 선배가 꽂아넣은 ‘그룹 사운드’ 애들이 맞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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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이쁘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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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중 한명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현준 또한 동감이었다. 어떻게 죄다 저런 애들을 뽑아온 것인지. 실력이 아니라 외모로 밴드를 결성한 건가 싶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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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들 곡 들어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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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은 들어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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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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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이지리스닝 같던데. 곡이 안 좋은 건 아닌데 뭔가 너무 무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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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의 말에, 현준은 머리를 긁었다. 인디씬에 들려오는 소문 - ‘김철연이 드디어 노망났다’, ‘김철연이 바람 피운다’, ‘김철연이 대형 기획사랑 연결돼서 신생 아이돌 밴드 만든다더라’ - 같은 것들은, 현준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다. 다른 밴드의 이야기 따위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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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별 신경 안 쓰고 싶어도, [윤현준밴드]의 리더인 윤현준으로써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현준은 다른 페스티벌에 한두번 나가보긴 했지만, 바이테일러드로 치면 저 애들과 마찬가지로 첫 출전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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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띄우는 건 솔직히 자신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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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밴드는 무난한 모던 락을 하는 밴드였다. 한 곡이 끝나고 박수는 받을 수 있을 지언정 뛰어노는 분위기는 만들 수 없는 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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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그들과 다르게 노는 분위기 자체는 끝내주게 조성한다는 펑크록 밴드. 라이브도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어, 그 분위기를 이어가면 되겠구나 하고 안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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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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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대기실 밖으로 나섰다. 리허설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 안면 있는 밴드들 몇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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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윤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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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공연 준비 잘 되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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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딱 어? 그냥 맞춰보기만 하면… 딱 살아있네~ 되는 거지. 방금 하고 왔는데 다 맞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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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몇년 전 유행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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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금을 시시덕거리던 현준과 상대 밴드. 말이 끊긴 타이밍에, 상대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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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전 타이밍 밴드가 걔들이라매? 그 뭐시기, 여고생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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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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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냐? 얼굴은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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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현준은 살짝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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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미새 새끼. 잘하냐 뭐 그런 소리도 아니고 그냥 바로 얼굴 어떻냐? 이야기부터 박네. 여친도 있는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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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 인간도 생물이야. 그리고 생물의 어? 최중요사명이 뭐냐? 자손 번식이라고. 나는 그런 번식의 사명을 수행하는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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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미친 소리를 하는 상대를 두고, 현준은 외모를 설명해주었다. 한 명은 가슴이 크고, 히메컷이고, 화장이 진하고, 개성있는 복장을 하고 있다. 한명은 가슴이 작고, 긴 머리고, 머리를 반쯤 깠고, 화장이 연하고, 온통 검은색 복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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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은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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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멜론차트 들어갔다는 곡 들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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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Sound]라는 이름이던가. 현준도 가끔 가는 파라독스에 매달 정기적으로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라이브를 가서 공연을 들어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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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또한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 밴드 세션의 이야기를 듣고 [그 거리를 뛰어넘어]라는 곡을 듣긴 했지만, ‘잘 만든 곡’이라는 느낌은 받았어도 엄청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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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쳐줘도 수작, 딱 그 정도일까. 락에 친숙하지 않은 통칭 ‘갓반인’들은 좋아할 노래긴 하지만… 글쎄, 현장 관객들이 좋아할까. 그냥 찬물 확 끼얹는 노래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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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철연햄 픽이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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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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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들은 거 있는 거 아닌가? 아니면 진짜 뭐 받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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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바에 의하면, [에코사운드]를 산 사람이 저 그룹 사운드 밴드 가족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던데… 라고 중얼거리는 상대. 현준은 어처구니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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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사운드 성사장님이 자기 레이블 관리 엄청 할텐데 그걸 왜 팔아? 팔렸다는 거도 헛소문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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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라니까. 얼마전에 내 친구가 에코사운드에서 릴리즈할라고 방문했는데 직원들이 다 바뀌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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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명 그냥 나갔나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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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중얼거리며 현준은 한숨을 쉬었다. 이걸 어떻게 하나. 내 공연만 잘 하면 되는 거긴 하지만, 아무래도 관객들을 만족시키려면 전 타임도 중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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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쟤들 올라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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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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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올라가는 아이들. 키보드가 두세대 설치되고, 기타도 한두대 올라가고. 전반적으로 꽤나 무거워보이는 라이브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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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할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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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른 밴드들보다도 훨씬 라이브 세팅이 무거워보이는 그런 느낌. 저걸 다 쓸 수도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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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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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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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이돌을 덕질할 때에도 이런 페스티벌 공연 같은 것은 와본 적이 없었는데. 사인회 가려고 시디를 열심히 산 적은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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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런 비싼 돈을(1일권이 8만원이나 했다) 주고 락페에 오게 된 건지 모를 일이었다. 이래서 덕질 대상은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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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건… 그렇게 교통이 불편하진 않았고, 날씨도 마찬가지라는 것. 약간 덥긴 하지만 뭐 이정도면 버틸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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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4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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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이미 공연은 시작된 모양이었다. 속되게 말해서 ‘뽕을 뽑으려면’ 저런 공연도 보면서 놀아야겠지만, 굳이 그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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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나 할 겸 산책이나 좀 하다가, 그룹 사운드 애들 보고. 그 다음 후반부에 유명한 밴드들 공연 보고, 집에 간다. 그것이 아윤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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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빨리 가보자. 지금 빨리 자리 잡아야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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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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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 호들갑을 떨며 지나가는 남녀. 커플은 아닌 것 같고, 남매인가? 아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맥주 판매 부스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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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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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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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은 그 가격을 듣고 놀랐다. 의외로 싸네? 이런 데에서 파는 음식들은 대부분 다 후려친다는 인상이 있는데, 맥주 가격은 전혀 아니었다. 500ml에 5천원이면 뭐 커피라고 생각하고 마셔도 될 수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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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야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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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알에 만삼천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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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아윤의 생각은, 순식간에 개박살나버리고 말았다. 30분동안 줄을 서서 받은 타코야끼는 20알에 만삼천원이라는 미친 가격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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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나라 타코야끼가 20알에 만삼천원이냐고. 그러나 아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음식을 받아들었다. 어찌되었든 저녁은 해결을 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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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다음에 소크라테스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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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연장 뒤쪽에 주저앉아, 타코야끼를 우물거리며 다른 팀의 공연을 구경하고 있던 아윤. 그녀의 귀로 불만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공연장의 타임테이블을 보며 왜 이렇게 되었냐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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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럴거면 안 왔지. 얘들은 누군데? 뭔 또 듣도 보도 못한 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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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즈밴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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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걸즈밴드야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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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로 내뱉는 욕과 불만들. 아윤은 하늘을 바라보며 타코야끼를 다시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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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바뀐지 한참 됐는데 왜 아직도 그걸 모르지? 이 정도면 그냥 지능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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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 하며 뺨이라도 한대 후리고 싶었지만, 민주시민으로써의 훌륭한 자세를 가지고 있는 아윤은 그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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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말하든가. 우리 애들만큼 라이브 잘하는 애들이 어디 있다고. 진짜 이서, 현아, 서하, 수연이 죄다 연주력도 미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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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대던 아윤은, 핸드폰을 열어 SNS를 켰다. 그리고 #바이테일러드를 검색하니, 방금 전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룹사운드가 누구냐, 김철연 돈 받은 거 아니냐(이 이야기는 계속 나오더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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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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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제로도, 앞쪽 밴드의 마무리 인사와 동시에 빠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른 밴드와는 다르게 눈에 띌 정도로 빠지는 사람들. 아윤은 타코야끼 상자와 맥주컵을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는 일어서서 앞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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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공연 안 보면 나는 앞에서 놀 수 있어서 좋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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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씁쓸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애들만큼 공연 잘 하는 애들 없는데. 같이 보면 분명 재미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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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팬이 많이 늘어나면 파라독스에 자리 없을 것 같고…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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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누구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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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짜증나네. 소크라테스 왜 안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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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이 왜 올라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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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얘들 음악 들어본 적 있냐?” “음악 개쩌는데. [잿빛의 나날들] 진짜 완전 개 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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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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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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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쟤들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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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를 헤쳐가며, 아윤은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룹 사운드를 아는 사람들은 소수. 나머지는 누구인지 모르거나, 아무 생각 없거나, 불만을 표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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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윤이 생각하기에 이 모든 것들은… 일거에 뒤집어지리라. 우리 애들이 연주를 시작하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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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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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이 완료되었는지, 수연의 건조한 말소리가 스피커로 나지막히 흘러나온다. 약간의 반응만을 보이는 관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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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누구인지 잘 모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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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는, 조금 더 큰 반응이 돌아왔다. 약간의 웃음들, “너희가 누군데!!”하는, 술에 취한 듯한 고성과 다시 쏟아지는 웃음. “알아요!!” “그룹 사운드요!!” 하는 일부 팬들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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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에요. 우리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굳이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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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신호 없이, 수연의 등 뒤에서 드럼이 조금씩 울리기 시작한다. 심벌과 탐탐이 낮게 소리치며 연주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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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중요한 건 음악이니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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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기타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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