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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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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 이거 봤음?”

점심시간. 친구 둘과 놀고 있던 다인에게, 옆 반 아이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핸드폰 화면에 띄워져 있는 페스티벌 시간표. 그곳에는 Group Sound 라는 이름이 띄워져 있다.

“아니. 처음 보는데?”

“이거 수연이네 밴드 아닌가? 뭐 전에 밴드 한다고 했잖아.”

옆 반 친구의 말에, 다인은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뭔가 건수가 있었던가…

“아 얼마전에 이야기했던 게 그건가?”

“그게 뭔데?”

“그, 연수가 막 자기 어디 나가게 됐다고 그랬잖아. 페스티벌인가 뭔가. 그게 이거 아냐?”

채린의 말에, 다인은 어렴풋이 그런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면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왜?”

“아… 알고 있으면 초대권 같은 거 있나 물어보려고 했지. 원래는 수연이 찾아왔는데 수연이가 없어가지고. 혹시 다인이 너한테라도 있나 해서…”

친구가 쭈뼛대며 물어보는 모습에 다인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입학 당시만 해도 수연에게 툭툭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였고, 그 때문인지 수연이 바뀐 다음에도 믿지 않으며 거의 마지막까지 사과를 받아주지 않던 애였는데.

이제는 수연이를 직접 찾으며 초대권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단 말인가. 수연이의 평판이 엄청 회복하긴 했다고 다인은 생각했다.

“아 나 초대권 받은 거 같음. 원하는 애들 있으면 주라고 했던 거 같은데?”

“나는 못받았는데?”

“너는 그때 없어서 그래.”

그 와중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현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종이를 꺼내 옆반 애에게 건네주었다. 뛸 듯이 기뻐하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친구.

“많이 바뀌긴 했다 애들이.”

“그러게.”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다인은 창밖을 잠시 쳐다보았다. ‘평판을 개선한다’ 라는 수연의 전략은 확실히 먹혀들어간 것 같았다.

외부에 퍼진 소문까지는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피해자… 또는 한승고 아이들이 더이상 수연을 ‘학교폭력을 일삼는 일진’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헛점들 또한 존재한다. 그런 것들은…

‘친구로써, 내가 도와줄 수 밖에 없겠지.

다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 애들이 걔들이라고? 우리 전 타임?”

모던락을 표방하는 인디 밴드, [윤현준밴드].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현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 밴드의 멤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네요.”

그리고 돌아오는 답변. 저 애들이 테일러드의 김철연 선배가 꽂아넣은 ‘그룹 사운드’ 애들이 맞단 말이지.

“죄다 이쁘게 생겼네.”

세션 중 한명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현준 또한 동감이었다. 어떻게 죄다 저런 애들을 뽑아온 것인지. 실력이 아니라 외모로 밴드를 결성한 건가 싶은 느낌.

“저 애들 곡 들어본 사람.”

“타이틀은 들어봤는데요…”

“어땠어?”

“그냥 좀, 이지리스닝 같던데. 곡이 안 좋은 건 아닌데 뭔가 너무 무난하고.”

베이스의 말에, 현준은 머리를 긁었다. 인디씬에 들려오는 소문 - ‘김철연이 드디어 노망났다’, ‘김철연이 바람 피운다’, ‘김철연이 대형 기획사랑 연결돼서 신생 아이돌 밴드 만든다더라’ - 같은 것들은, 현준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다. 다른 밴드의 이야기 따위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문제는… 별 신경 안 쓰고 싶어도, [윤현준밴드]의 리더인 윤현준으로써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현준은 다른 페스티벌에 한두번 나가보긴 했지만, 바이테일러드로 치면 저 애들과 마찬가지로 첫 출전인 상태.

‘분위기 띄우는 건 솔직히 자신 없는데.

그의 밴드는 무난한 모던 락을 하는 밴드였다. 한 곡이 끝나고 박수는 받을 수 있을 지언정 뛰어노는 분위기는 만들 수 없는 곡들.

그러나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그들과 다르게 노는 분위기 자체는 끝내주게 조성한다는 펑크록 밴드. 라이브도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어, 그 분위기를 이어가면 되겠구나 하고 안심했는데.

“큰일났네.”

현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대기실 밖으로 나섰다. 리허설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 안면 있는 밴드들 몇이 보였다.

“어~ 윤영감~”

“대가리 공연 준비 잘 되가나?”

“우리야 딱 어? 그냥 맞춰보기만 하면… 딱 살아있네~ 되는 거지. 방금 하고 왔는데 다 맞더라.”

“그거 몇년 전 유행어냐.”

그렇게 조금을 시시덕거리던 현준과 상대 밴드. 말이 끊긴 타이밍에, 상대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너희 전 타이밍 밴드가 걔들이라매? 그 뭐시기, 여고생 밴드.”

“응.”

“이쁘냐? 얼굴은 봤어?”

그 말에 현준은 살짝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 여미새 새끼. 잘하냐 뭐 그런 소리도 아니고 그냥 바로 얼굴 어떻냐? 이야기부터 박네. 여친도 있는 놈이.”

“야. 어? 인간도 생물이야. 그리고 생물의 어? 최중요사명이 뭐냐? 자손 번식이라고. 나는 그런 번식의 사명을 수행하는 거라니까.”

언제나처럼 미친 소리를 하는 상대를 두고, 현준은 외모를 설명해주었다. 한 명은 가슴이 크고, 히메컷이고, 화장이 진하고, 개성있는 복장을 하고 있다. 한명은 가슴이 작고, 긴 머리고, 머리를 반쯤 깠고, 화장이 연하고, 온통 검은색 복장을 하고 있다.

“곡은 어떤데.”

“아까 그 멜론차트 들어갔다는 곡 들어봤는데…”

[Group Sound]라는 이름이던가. 현준도 가끔 가는 파라독스에 매달 정기적으로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라이브를 가서 공연을 들어본 적은 없다.

곡 또한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 밴드 세션의 이야기를 듣고 [그 거리를 뛰어넘어]라는 곡을 듣긴 했지만, ‘잘 만든 곡’이라는 느낌은 받았어도 엄청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잘 쳐줘도 수작, 딱 그 정도일까. 락에 친숙하지 않은 통칭 ‘갓반인’들은 좋아할 노래긴 하지만… 글쎄, 현장 관객들이 좋아할까. 그냥 찬물 확 끼얹는 노래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 근데 철연햄 픽이라매.”

“그렇긴 해.”

“뭐 들은 거 있는 거 아닌가? 아니면 진짜 뭐 받기라도 했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에코사운드]를 산 사람이 저 그룹 사운드 밴드 가족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던데… 라고 중얼거리는 상대. 현준은 어처구니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웃어넘겼다.

“에코사운드 성사장님이 자기 레이블 관리 엄청 할텐데 그걸 왜 팔아? 팔렸다는 거도 헛소문일 걸.”

“아니 진짜라니까. 얼마전에 내 친구가 에코사운드에서 릴리즈할라고 방문했는데 직원들이 다 바뀌었대!”

“몇명 그냥 나갔나보지 뭐.”

그렇게 중얼거리며 현준은 한숨을 쉬었다. 이걸 어떻게 하나. 내 공연만 잘 하면 되는 거긴 하지만, 아무래도 관객들을 만족시키려면 전 타임도 중요한데…

“어? 쟤들 올라가나보다.”

“그러네.”

무대에 올라가는 아이들. 키보드가 두세대 설치되고, 기타도 한두대 올라가고. 전반적으로 꽤나 무거워보이는 라이브 세팅.

“저렇게 할 게 있나?”

현준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른 밴드들보다도 훨씬 라이브 세팅이 무거워보이는 그런 느낌. 저걸 다 쓸 수도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휴, 죽겠다.

아윤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이돌을 덕질할 때에도 이런 페스티벌 공연 같은 것은 와본 적이 없었는데. 사인회 가려고 시디를 열심히 산 적은 있었어도.

어쩌다가 이런 비싼 돈을(1일권이 8만원이나 했다) 주고 락페에 오게 된 건지 모를 일이었다. 이래서 덕질 대상은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

다행인 건… 그렇게 교통이 불편하진 않았고, 날씨도 마찬가지라는 것. 약간 덥긴 하지만 뭐 이정도면 버틸 만 했다.

“지금이 4시니까…”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이미 공연은 시작된 모양이었다. 속되게 말해서 ‘뽕을 뽑으려면’ 저런 공연도 보면서 놀아야겠지만, 굳이 그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구경이나 할 겸 산책이나 좀 하다가, 그룹 사운드 애들 보고. 그 다음 후반부에 유명한 밴드들 공연 보고, 집에 간다. 그것이 아윤의 계획이었다.

“야 빨리 가보자. 지금 빨리 자리 잡아야 된다고~!”

“아 밀지마.”

그러던 와중, 호들갑을 떨며 지나가는 남녀. 커플은 아닌 것 같고, 남매인가? 아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맥주 판매 부스에 이르렀다.

“맥주 한잔 주세요.”

“오천원입니다.”

아윤은 그 가격을 듣고 놀랐다. 의외로 싸네? 이런 데에서 파는 음식들은 대부분 다 후려친다는 인상이 있는데, 맥주 가격은 전혀 아니었다. 500ml에 5천원이면 뭐 커피라고 생각하고 마셔도 될 수준 아닌가?”

“타코야끼 주세요.”

“20알에 만삼천원이요.”

물론 그런 아윤의 생각은, 순식간에 개박살나버리고 말았다. 30분동안 줄을 서서 받은 타코야끼는 20알에 만삼천원이라는 미친 가격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어느나라 타코야끼가 20알에 만삼천원이냐고. 그러나 아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음식을 받아들었다. 어찌되었든 저녁은 해결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뭐야. 이 다음에 소크라테스 아니었어?”

그렇게 공연장 뒤쪽에 주저앉아, 타코야끼를 우물거리며 다른 팀의 공연을 구경하고 있던 아윤. 그녀의 귀로 불만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공연장의 타임테이블을 보며 왜 이렇게 되었냐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

“아니 이럴거면 안 왔지. 얘들은 누군데? 뭔 또 듣도 보도 못한 애들이…”

“걸즈밴드래.”

“뭔 걸즈밴드야 씨~~~발~~”

마구잡이로 내뱉는 욕과 불만들. 아윤은 하늘을 바라보며 타코야끼를 다시 씹었다.

‘아니 바뀐지 한참 됐는데 왜 아직도 그걸 모르지? 이 정도면 그냥 지능 문제 아닌가?

우리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 하며 뺨이라도 한대 후리고 싶었지만, 민주시민으로써의 훌륭한 자세를 가지고 있는 아윤은 그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공연을 보고 말하든가. 우리 애들만큼 라이브 잘하는 애들이 어디 있다고. 진짜 이서, 현아, 서하, 수연이 죄다 연주력도 미쳤고…’

궁시렁대던 아윤은, 핸드폰을 열어 SNS를 켰다. 그리고 #바이테일러드를 검색하니, 방금 전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룹사운드가 누구냐, 김철연 돈 받은 거 아니냐(이 이야기는 계속 나오더라) 등등.

“감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앞쪽 밴드의 마무리 인사와 동시에 빠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른 밴드와는 다르게 눈에 띌 정도로 빠지는 사람들. 아윤은 타코야끼 상자와 맥주컵을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는 일어서서 앞을 향해 걸었다.

‘니들이 공연 안 보면 나는 앞에서 놀 수 있어서 좋긴 하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씁쓸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애들만큼 공연 잘 하는 애들 없는데. 같이 보면 분명 재미있을텐데.

‘그런데 또, 팬이 많이 늘어나면 파라독스에 자리 없을 것 같고… 오묘하다…’

“얘들은 누구야?” “몰라.”

“아 개짜증나네. 소크라테스 왜 안나옴?”

“여자애들이 왜 올라오지?”

“너 얘들 음악 들어본 적 있냐?” “음악 개쩌는데. [잿빛의 나날들] 진짜 완전 개 돌았음.”

“그룹 사운드 파이팅~!”

“여고생들인가?”

“와 쟤들 이쁘다~”

인파를 헤쳐가며, 아윤은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룹 사운드를 아는 사람들은 소수. 나머지는 누구인지 모르거나, 아무 생각 없거나, 불만을 표하거나.

하지만 아윤이 생각하기에 이 모든 것들은… 일거에 뒤집어지리라. 우리 애들이 연주를 시작하기만 한다면.

“아. 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입니다.”

세팅이 완료되었는지, 수연의 건조한 말소리가 스피커로 나지막히 흘러나온다. 약간의 반응만을 보이는 관중들.

“저희가 누구인지 잘 모르시죠.”

그 말에는, 조금 더 큰 반응이 돌아왔다. 약간의 웃음들, “너희가 누군데!!”하는, 술에 취한 듯한 고성과 다시 쏟아지는 웃음. “알아요!!” “그룹 사운드요!!” 하는 일부 팬들의 반응.

“사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에요. 우리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굳이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무런 신호 없이, 수연의 등 뒤에서 드럼이 조금씩 울리기 시작한다. 심벌과 탐탐이 낮게 소리치며 연주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더이상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중요한 건 음악이니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수연의 기타가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