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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한국 메이저 음악 시장에는 의외로 밴드도 존재한다. 문제는… 그 밴드들은 대부분 다 아이돌 그룹처럼 사용된다는 것이고, 소비된다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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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획사에서 나오는 프로젝트형 그룹, 라이브에서의 립싱크, 음원 차트 싸움, 싱글 및 EP 위주의 발매 등등. 그들 자신과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냥 또 다른 아이돌 그룹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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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명 ‘류진’, 본명 ‘서진우’는 그런 그룹에 소속된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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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 여정은, 그가 받는 인식과 비슷했다. 어느 날 기획사의 스카우트를 받고 서울로 상경해서 연습하다 보이밴드로 데뷔해서 성공한 인생. 자기 자신은 ‘특별하다’ 라고 느끼겠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전형적이네’ 라고 생각할만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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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남들과 비슷하게, ‘내가 뭘 하는 거지?’ 같은 느낌으로,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을 살고 있는… 보이밴드 ‘Projeckt 6’의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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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작곡 하시나요? 네 합니다. 오늘은 어떤 곡 만들어볼까요? 좋은 곡 만들어달라고요? 제가 작곡은 이제야 공부하고 있어서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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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하루. 그가 인스타 라이브를 키는 시간. 은근슬쩍 올라오는 [퇴물] 같은 긁는 채팅은, 메이저 소속 몇년의 짬을 통해 본능적으로 시선 밖으로 내보내버리며, 진우는 팬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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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그거 뭐냐고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음료입니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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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며 진우는 오늘도 프로그램을 만졌다. 작곡보다는 팬들과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몇달 동안 뭔가를 한 보람이 있는 모양인지… 뭔가 조금 완성되어가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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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 까 하는데. 음. 더해달라고요? 방금 카톡 소리 뭐냐고요? 그러게요. 뭐지. 재현이형이 왜 이 시간에 카톡을 보내. 무슨 노래를 보냈는데? 틀어달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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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점은 처음으로 돌아온다. 아무 생각 없이, 술 한잔 걸친 진우가 그룹 사운드의 미공개곡을 유출시킨 그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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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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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속사의 작곡가 형, 성재현이 보내온 [잿빛의 나날들]이라는 노래. 진우는 맥주도 한잔 한 김에, 살짝 취한 상태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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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음에는 놀랐다. 그 다음에는 침묵했고, 끝날 무렵에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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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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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제목과, 가사도 붙지 않은 곡이었지만… 진우는 이 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곡의 분위기가,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아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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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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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스카웃을 받았을 때. 그는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 하며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작곡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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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연습, 연습, 연습. 젊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 눈을 감았다 뜨니 다가온 군대. 그의 청춘은 덧없이 사라졌다. 그런 억울함은 회한이 되고, 그 회한마저도 사라진 것이 지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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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그의 옛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 했다. 찬란했던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듯 했다. 그 시절에 누려야 했던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보상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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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 보여요? 막 눈물난다니까. 큽! 죄송합니다. 술… 머리가 맑아지는 음료를 한잔 했더니, 이게 감정 조절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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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진님 곡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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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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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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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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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올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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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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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드 보컬 분 노래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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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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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은 미발매곡을 유출한 것 아니냐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지만, 진우는 노래에 심취해버리고 술에 취해버린 탓에 그 채팅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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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네요. 이런 곡 받았으면 진짜 좋겠다. 밴드곡. 만드신 분이 누구지? 아, 그냥 재현이형이 보낸 거구나. 들어보라고. 어, 이름이 안 나와있네… 응? 이거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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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듯한 진우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3가지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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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Projeckt 6의 충직한 팬. 지금 뭔가 사고가 터진 것 같으니, 빠르게 커뮤니티로 달려가서 사건을 덮고 ‘류진’의 인스타 라이브를 종료시키기 위해서 전력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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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별 생각 없는 팬. 이건 미공개 유출곡이 분명하니, 빠르게 립을 따 놔야 한다. 미리미리 들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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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Projeckt 6의 안티팬. ‘류진’이 사고를 친게 분명하다. 빠르게 곡을 따놓고 이놈이 사고를 쳤다고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자. 프로젝트 식스 류진 논란.jpg 정도면 적절한 제목일 것 같다. 동네사람들 이것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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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되나 얼타면서도, 곡이 좋아 술 취한 머리로 한번 두번 더 재생한 진우. 그런 진우를 뜯어말리는 팬, 립을 따는 팬, 논란거리를 어떻게든 만들려는 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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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그룹이 뭉쳐 만들어낸 어처구니 없는 시너지는, 한밤의 인터넷 전체는 아니더라도 한 모퉁이 정도는 충분히 태울 화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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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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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 명전에게 와 있는 엄청난 양의 카카오톡. 보이스톡도 오고, 뭐 다른 톡도 오고. 잘때는 알림을 무음으로 설정해놨기에 망정이지, 진동이나 소리로 알림을 설정해놨으면 잠을 못 잘 수준이었겠구나 하고 명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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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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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는 사람한테도 막 카톡이 와 있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어디어디 인터넷 신문 기자입니다 같은 톡도 있고. 보이밴드 Projeckt 6 멤버 류진입니다… 이건 뭐야? 그런 사람이 나한테 카톡을 왜 보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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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머리를 굴려보다가, 그냥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급하면 전화 오겠지. 저런 일들보다 스트레칭하고 청소하고 하는 일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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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너 이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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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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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우당탕탕 뛰어들어온 이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할 틈도 없이 달려온 이서는, 명전에게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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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명전은 봤던 것이었다. 아니 봤던 것을 넘어, 당사자에게 연락도 받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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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왜 우리 곡을 광고… 뭐야, 광고? 아무튼 그걸 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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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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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자고 일어나니까 느닷없이 일어난 일. 세션 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은 [곡 판매한 건가요?] 라고 물어보고 있고. 인터넷 신문에 ‘Projeckt 6 류진 신곡 유출?’ 같은 기사가 떠 있고, 그 곡은 명전이 “이거 홍보좀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며 돌렸던 곡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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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잿빛의 나날들]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던 그의 곡은, 어느새 Projeckt 6인가 하는 그룹의 미발표곡이 되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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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White Room의 팬들에게 유튜브에 올렸었던 인디밴드 [Group Sound]의 [돌아오라, 잿빛의 나날이여]에 대한 표절곡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명전이 자꾸 곡 구성을 조금씩 바꾸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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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바람에 그 보이밴드는 밤새 표절밴드가 되어버린 상황. 제발 해명이든 도움이든 뭐든 우리랑 이야기좀 해달라고 막 기획사니 밴드 당사자니한테서 카톡이 날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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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역이 불탄다… 까진 아니라도, 당사자들은 꽤나 급해보이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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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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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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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물음에, 명전은 머리를 꼬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쉬운 것은, 그냥 “그거 표절 곡 아니고 우리 곡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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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좀 아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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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을 알아서 막 돌려주고 있잖아. 그 뭐야? 어… 홍보가 복사가 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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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과감하게 자신이 학습한 MZ 유행어를 사용했지만, 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살짝 낙담한 명전을 무시하며 이서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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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 사람들 곤란해 보이는데 좀 어떻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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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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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홍보를 해 주고 있는 마당에, 굳이 뭐하러 먼저 가서 그래야 하는가 하고 명전은 생각했다. 안 그래도 이 일이 좀 홍보가 되고 있긴 한가 싶어서 인터넷을 좀 찾아봤는데, 진짜 홍보가 되고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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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표절곡인지 뭔지 그거 들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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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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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돌이 눈물흘린 이유 알것같았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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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표절이면 좀 많이 실망스러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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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베꼈다고 밴드 팬들이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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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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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 아닙니다 그 밴드 분이 자기 곡 홍보해달라고 돌리신 정황 있습니다 자꾸 유언비어 퍼트리시면 PDF 따서 소속사에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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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네 PPT 많이 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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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나도 눈물찔끔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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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고등학생인데 노래 들으면서 눈물나는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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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고딩이 왜 그노래를 듣고 눈물이남? 웃기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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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곡 만든애들은 누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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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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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ㅊ 아무도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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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밴드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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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파라독스에서 매달 한두번씩 공연하는 인디밴드 Group Sound입니다!! 저희도 못 들어본 미공개곡이지만 ㅠㅠ 많이 들어주세요!! 트위터랑 팬카페도 방문해주세요! https://twitte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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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헐 기타 개이쁨 ㅅㅂ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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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조금 내버려두고 추이를 보자. 가만히 있으면 있을수록 우리가 이득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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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한정 그렇게 뭉개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중간 과정이 뭔가 이상해서 그렇지, 원론적으로만 보면 저쪽 아이돌? 밴드? 아무튼 그 멤버는 딱히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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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도 명전이 시작했고, 들어달라고 홍보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아 우리 홍보 되고 있는 중이니까 여러분이 난감하건 말건 나랑 상관 없음” 이라고 우기기엔 명전의 낯짝은 너무 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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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떻게 사과를 하고, 받아줄 것이고, 뒷일은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는 과정을 거쳐… 직접 얼굴 보고 사과하겠다고 온 그 류진인가 뭔가 하는 멤버의 표정을 봤을 때, 명전은 앞으로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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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류진, 서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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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하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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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정신이 빠진 것 같은 얼굴. 옆에 서 있던 남성이, 그런 표정을 한 진우을 툭 쳤다.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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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 곡. 잿빛의 나날들? 만드신 작곡가 님 맞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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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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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오~! 하며 옆에서 터져나오는 탄성. 명전은 한숨을 참으며 진우의 표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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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주현인가 걔도 자꾸 귀찮게 카톡 보내고 그러던데. 얘도 그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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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영 맛이 간 얼굴. 명전은 그냥 상대방을 빨리 돌려보내고, EP 작업이나 하고 싶어졌다. 이제 슬 다음 곡도 만들어야 할 차례인데. 어떻게 영감을 얻을 곳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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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이랑 편곡 실력 너무 좋던데. 혹시 밴드 그만두게 되면 연락해요. 유망주 자리는 항상 비어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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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상태에서 끌려나가는 진우를 뒤로 하고, 자신의 명함을 건네는 사람. 명함에는 [제작 2센터 차석 프로듀서 김승후] 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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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곡도 받으시나요? 데모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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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환영입니다. 그래도 그 잿빛 어쩌고 하는 곡 류는 좀, 우리 회사의 전문이 아니라서. 아무튼 연락 한번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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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을 팔아서 돈을 버는 루트도 있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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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하긴, 곡을 만들면 밴드에 가져다 쓰기 바빴지 다른 곳에 팔아넘길 생각은 한번도 못 했으니까… 뭐 그렇다고 곡을 팔 것 같진 않지만. 아무튼 뭔가 인맥 하나가 더 생겼다는 데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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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묘하게 담배가 땡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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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쓰는 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걸까. 금연껌이라도 사서 씹거나 패치라도 붙여야 하나. 그런데 미성년자한테 그런 걸 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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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다가… 갑자기 명전의 뇌리에 뭔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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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러고 있지 말고, 그냥 첫 번째 곡을 EP의 선공개 곡으로 내보내면 안 되나? 그러면 이 기세를 더 확실히 이어갈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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