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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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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한국 메이저 음악 시장에는 의외로 밴드도 존재한다. 문제는… 그 밴드들은 대부분 다 아이돌 그룹처럼 사용된다는 것이고, 소비된다는 것이지만.

대형 기획사에서 나오는 프로젝트형 그룹, 라이브에서의 립싱크, 음원 차트 싸움, 싱글 및 EP 위주의 발매 등등. 그들 자신과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냥 또 다른 아이돌 그룹에 불과하다.

예명 ‘류진’, 본명 ‘서진우’는 그런 그룹에 소속된 뮤지션이다.

그의 인생 여정은, 그가 받는 인식과 비슷했다. 어느 날 기획사의 스카우트를 받고 서울로 상경해서 연습하다 보이밴드로 데뷔해서 성공한 인생. 자기 자신은 ‘특별하다’ 라고 느끼겠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전형적이네’ 라고 생각할만한 여정.

그 다음은? 남들과 비슷하게, ‘내가 뭘 하는 거지? 같은 느낌으로,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을 살고 있는… 보이밴드 Projeckt 6의 멤버.

“안녕하세요. 오늘도 작곡 하시나요? 네 합니다. 오늘은 어떤 곡 만들어볼까요? 좋은 곡 만들어달라고요? 제가 작곡은 이제야 공부하고 있어서요, 하하하.”

일주일 중 하루. 그가 인스타 라이브를 키는 시간. 은근슬쩍 올라오는 [퇴물] 같은 긁는 채팅은, 메이저 소속 몇년의 짬을 통해 본능적으로 시선 밖으로 내보내버리며, 진우는 팬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손에 그거 뭐냐고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음료입니다~ 아하하.”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며 진우는 오늘도 프로그램을 만졌다. 작곡보다는 팬들과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몇달 동안 뭔가를 한 보람이 있는 모양인지… 뭔가 조금 완성되어가는 곡.

“여러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 까 하는데. 음. 더해달라고요? 방금 카톡 소리 뭐냐고요? 그러게요. 뭐지. 재현이형이 왜 이 시간에 카톡을 보내. 무슨 노래를 보냈는데? 틀어달라고요? …”

그리고 시점은 처음으로 돌아온다. 아무 생각 없이, 술 한잔 걸친 진우가 그룹 사운드의 미공개곡을 유출시킨 그때로.

“와…”

같은 소속사의 작곡가 형, 성재현이 보내온 [잿빛의 나날들]이라는 노래. 진우는 맥주도 한잔 한 김에, 살짝 취한 상태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놀랐다. 그 다음에는 침묵했고, 끝날 무렵에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잿빛의 나날들.

짧은 제목과, 가사도 붙지 않은 곡이었지만… 진우는 이 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곡의 분위기가,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아 더더욱 그랬다.

“곡이 너무 좋다.”

맨 처음 스카웃을 받았을 때. 그는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 하며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작곡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며…

하지만 현실은? 연습, 연습, 연습. 젊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 눈을 감았다 뜨니 다가온 군대. 그의 청춘은 덧없이 사라졌다. 그런 억울함은 회한이 되고, 그 회한마저도 사라진 것이 지금이었는데.

이 곡은, 그의 옛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 했다. 찬란했던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듯 했다. 그 시절에 누려야 했던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보상해주는 듯 했다…

“여러분 저 보여요? 막 눈물난다니까. 큽! 죄송합니다. 술… 머리가 맑아지는 음료를 한잔 했더니, 이게 감정 조절이 안 되나?”

= 류진님 곡 뭐에요?

= 와

= 신곡인가요?

= 헐 유출;;

= 이거 올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 대박

= 가이드 보컬 분 노래 너무 좋네요

= 큰일났다

채팅창은 미발매곡을 유출한 것 아니냐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지만, 진우는 노래에 심취해버리고 술에 취해버린 탓에 그 채팅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너무 좋네요. 이런 곡 받았으면 진짜 좋겠다. 밴드곡. 만드신 분이 누구지? 아, 그냥 재현이형이 보낸 거구나. 들어보라고. 어, 이름이 안 나와있네… 응? 이거 어… 어?!”

당황한 듯한 진우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3가지로 나뉘었다.

첫째, Projeckt 6의 충직한 팬. 지금 뭔가 사고가 터진 것 같으니, 빠르게 커뮤니티로 달려가서 사건을 덮고 ‘류진’의 인스타 라이브를 종료시키기 위해서 전력을 다한다.

둘째, 별 생각 없는 팬. 이건 미공개 유출곡이 분명하니, 빠르게 립을 따 놔야 한다. 미리미리 들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Projeckt 6의 안티팬. ‘류진’이 사고를 친게 분명하다. 빠르게 곡을 따놓고 이놈이 사고를 쳤다고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자. 프로젝트 식스 류진 논란.jpg 정도면 적절한 제목일 것 같다. 동네사람들 이것 좀 보세요!!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되나 얼타면서도, 곡이 좋아 술 취한 머리로 한번 두번 더 재생한 진우. 그런 진우를 뜯어말리는 팬, 립을 따는 팬, 논란거리를 어떻게든 만들려는 안티…

세 그룹이 뭉쳐 만들어낸 어처구니 없는 시너지는, 한밤의 인터넷 전체는 아니더라도 한 모퉁이 정도는 충분히 태울 화력이 있었다.


“이거 뭔데?”

아침에 일어나자, 명전에게 와 있는 엄청난 양의 카카오톡. 보이스톡도 오고, 뭐 다른 톡도 오고. 잘때는 알림을 무음으로 설정해놨기에 망정이지, 진동이나 소리로 알림을 설정해놨으면 잠을 못 잘 수준이었겠구나 하고 명전은 생각했다.

“스팸인가?”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도 막 카톡이 와 있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어디어디 인터넷 신문 기자입니다 같은 톡도 있고. 보이밴드 Projeckt 6 멤버 류진입니다… 이건 뭐야? 그런 사람이 나한테 카톡을 왜 보내는데.

명전은 머리를 굴려보다가, 그냥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급하면 전화 오겠지. 저런 일들보다 스트레칭하고 청소하고 하는 일이 더 급하다.

“수연이 너 이거 봤어?”

“어. 봤어.”

1교시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우당탕탕 뛰어들어온 이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할 틈도 없이 달려온 이서는, 명전에게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이미 명전은 봤던 것이었다. 아니 봤던 것을 넘어, 당사자에게 연락도 받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왜 우리 곡을 광고… 뭐야, 광고? 아무튼 그걸 했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야밤에 자고 일어나니까 느닷없이 일어난 일. 세션 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은 [곡 판매한 건가요?] 라고 물어보고 있고. 인터넷 신문에 Projeckt 6 류진 신곡 유출? 같은 기사가 떠 있고, 그 곡은 명전이 “이거 홍보좀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며 돌렸던 곡이고.

그리고 [잿빛의 나날들]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던 그의 곡은, 어느새 Projeckt 6인가 하는 그룹의 미발표곡이 되었다가…

몇몇 White Room의 팬들에게 유튜브에 올렸었던 인디밴드 [Group Sound]의 [돌아오라, 잿빛의 나날이여]에 대한 표절곡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명전이 자꾸 곡 구성을 조금씩 바꾸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바람에 그 보이밴드는 밤새 표절밴드가 되어버린 상황. 제발 해명이든 도움이든 뭐든 우리랑 이야기좀 해달라고 막 기획사니 밴드 당사자니한테서 카톡이 날아오고.

인터넷 전역이 불탄다… 까진 아니라도, 당사자들은 꽤나 급해보이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

“글쎄…”

이서의 물음에, 명전은 머리를 꼬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쉬운 것은, 그냥 “그거 표절 곡 아니고 우리 곡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좀 아쉽지 않나?

“바이럴을 알아서 막 돌려주고 있잖아. 그 뭐야? 어… 홍보가 복사가 되고 있다고.”

명전은 과감하게 자신이 학습한 MZ 유행어를 사용했지만, 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살짝 낙담한 명전을 무시하며 이서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저 사람들 곤란해 보이는데 좀 어떻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

“뭐 그렇긴 한데.”

알아서 홍보를 해 주고 있는 마당에, 굳이 뭐하러 먼저 가서 그래야 하는가 하고 명전은 생각했다. 안 그래도 이 일이 좀 홍보가 되고 있긴 한가 싶어서 인터넷을 좀 찾아봤는데, 진짜 홍보가 되고 있긴 했다.

[나 표절곡인지 뭔지 그거 들어봤는데]

ㄹㅇ좋더라

그 남돌이 눈물흘린 이유 알것같았음ㅋㅋ

진짜 표절이면 좀 많이 실망스러울듯

완전히 베꼈다고 밴드 팬들이 그러던데

  • ㄹㅇ

  • 표절 아닙니다 그 밴드 분이 자기 곡 홍보해달라고 돌리신 정황 있습니다 자꾸 유언비어 퍼트리시면 PDF 따서 소속사에 보내겠습니다

ㄴ 네 PPT 많이 따세요~

  • 진짜 나도 눈물찔끔 나더라

  • 현직 고등학생인데 노래 들으면서 눈물나는거 정상?

ㄴ 고딩이 왜 그노래를 듣고 눈물이남? 웃기네 ㅋㅋㅋㅋ

[근데 그 곡 만든애들은 누구임?]

진짜 모르겠음

  • ㄱㅊ 아무도모름

  • 인디밴드라던데

  • 홍대 파라독스에서 매달 한두번씩 공연하는 인디밴드 Group Sound입니다!! 저희도 못 들어본 미공개곡이지만 ㅠㅠ 많이 들어주세요!! 트위터랑 팬카페도 방문해주세요! https://twitter.co~

ㄴ 헐 기타 개이쁨 ㅅㅂ 뭐임??

“일단, 조금 내버려두고 추이를 보자. 가만히 있으면 있을수록 우리가 이득이잖아?”


물론 무한정 그렇게 뭉개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중간 과정이 뭔가 이상해서 그렇지, 원론적으로만 보면 저쪽 아이돌? 밴드? 아무튼 그 멤버는 딱히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

배포도 명전이 시작했고, 들어달라고 홍보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아 우리 홍보 되고 있는 중이니까 여러분이 난감하건 말건 나랑 상관 없음” 이라고 우기기엔 명전의 낯짝은 너무 얇았다.

결국 어떻게 사과를 하고, 받아줄 것이고, 뒷일은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는 과정을 거쳐… 직접 얼굴 보고 사과하겠다고 온 그 류진인가 뭔가 하는 멤버의 표정을 봤을 때, 명전은 앞으로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류진, 서진우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하수연입니다.”

영 정신이 빠진 것 같은 얼굴. 옆에 서 있던 남성이, 그런 표정을 한 진우을 툭 쳤다.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진우.

“그, 그 곡. 잿빛의 나날들? 만드신 작곡가 님 맞으신가요?”

“네. 제가 만들었어요.”

그 말에 오~! 하며 옆에서 터져나오는 탄성. 명전은 한숨을 참으며 진우의 표정을 보았다.

‘요즘에 주현인가 걔도 자꾸 귀찮게 카톡 보내고 그러던데. 얘도 그러겠구나.

딱 봐도 영 맛이 간 얼굴. 명전은 그냥 상대방을 빨리 돌려보내고, EP 작업이나 하고 싶어졌다. 이제 슬 다음 곡도 만들어야 할 차례인데. 어떻게 영감을 얻을 곳이 없을까.

“작곡이랑 편곡 실력 너무 좋던데. 혹시 밴드 그만두게 되면 연락해요. 유망주 자리는 항상 비어있으니까.”

얼빠진 상태에서 끌려나가는 진우를 뒤로 하고, 자신의 명함을 건네는 사람. 명함에는 [제작 2센터 차석 프로듀서 김승후] 라고 적혀있었다.

“외주 곡도 받으시나요? 데모 형태로?”

“항상 환영입니다. 그래도 그 잿빛 어쩌고 하는 곡 류는 좀, 우리 회사의 전문이 아니라서. 아무튼 연락 한번 주세요.”

‘곡을 팔아서 돈을 버는 루트도 있긴 하네.

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하긴, 곡을 만들면 밴드에 가져다 쓰기 바빴지 다른 곳에 팔아넘길 생각은 한번도 못 했으니까… 뭐 그렇다고 곡을 팔 것 같진 않지만. 아무튼 뭔가 인맥 하나가 더 생겼다는 데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요즘 묘하게 담배가 땡기는데.

곡 쓰는 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걸까. 금연껌이라도 사서 씹거나 패치라도 붙여야 하나. 그런데 미성년자한테 그런 걸 팔던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다가… 갑자기 명전의 뇌리에 뭔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지금 이러고 있지 말고, 그냥 첫 번째 곡을 EP의 선공개 곡으로 내보내면 안 되나? 그러면 이 기세를 더 확실히 이어갈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