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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밥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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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은 문을 두드려보았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 기색 조차 없다. 어젯밤, 수연이 방에 들어간 이후로 이 문은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심지어 등교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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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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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이후로, 수연은 단 한번도 제시각에 일어나지 않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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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일어나야 하는 시각보다 더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고 커피를 마신다던지 하는 잡일을 먼저 처리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빗자루로 이런저런 곳을 청소하고. 그러다가 혜인이 일어나면, 혜인이 차린 밥을 같이 먹고. 항상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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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루틴이 깨졌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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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은 열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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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에 작업을 하다가 늦게 잔 걸까? 그래서 아직까지도 자고 있는 걸까? 그런데 이제는 일어나야 학교에 갈 텐데. 혜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문 손잡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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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수연이 자고 있다면, 학교에 연락해서 조금 늦는다고 하자. 하루쯤 지각한다 해도 별 일 없을 것이다. 수연이 대학을 평범하게 진학할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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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수연이는 예대를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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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발전해버린 생각을 하며, 혜인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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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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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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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을 낀 채로, 노트북 화면에 골똘히 몰입하고 있는 수연. 눈 밑이 퀭하게 내려온 것이, 설마? 혜인은 수연에게 달려가 어깨를 툭툭 쳤다. 느릿하게 혜인을 바라보는 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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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엄마. 방문 열지 말라고 부탁드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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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지금 아침이야. 설마 밤 샌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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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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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내려온 눈으로 노트북 가장자리를 응시하더니, 눈이 번쩍 뜨이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수연. 마우스로 이것저것 움직이더니, 바로 헤드폰을 내려놓고는 샤워실로 급하게 뛰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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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오늘 학교 쉬어! 밤 새 놓고 무슨 학교야. 엄마가 선생님한테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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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학교 가야돼요. 출석을 빼먹으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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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하는 소리가 화장실에서 들리고는, “악 차거!” 하는 수연의 비명이 들린다. 사고 이후로는 항상 침착하고 정리되어 있던 애가, 오늘은 왜 저러는지. 하지만 왠지 자기 나잇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서, 혜인은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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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 잿빛의 나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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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2,853회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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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사는 붙이지 않은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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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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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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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곡 들으면서 뭔가 울컥한 건 처음이네요. 아름다운 가사가 붙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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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느낌으로 쓰신 건지 알 것 같아요 ㅠㅠㅠ 허밍 진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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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는 이런 어른이 되어버렸을까? 왜 나는 이렇게 늙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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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염병떨고있네 씨발 ㅋㅋㅋ 중2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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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그냥 지나가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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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이런 새끼들때문에 우리나라 인터넷이 이모양 이꼴인거임. 이제는 조금만 감상적이어도 중2병이냐고 지랄을 함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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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식 발매 기원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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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약간 곡명이 옛날 느낌 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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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흠;; 그정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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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분 프로인가요? 알고리즘으로 들어왔는데 진짜 미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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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이돌 노래 밖에 없어서 진짜 지루한데 이런 노래 나와주니 정말 감사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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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 회사일에 지치고 그랬는데, 이 곡 들으면서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드네요 옛날 학교 다닐 시절의 저는 너무나도 활기찼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곡이 완성될 날만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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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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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은 댓글창에 글을 써 놓고, 입력을 누를지 말지 망설였다. 너무 주접으로 보이는 것 아닐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다 그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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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의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사라질때 멀어지는 효과가 나는 걸 보면 등교길이나 하교길 같네요. 아마 잿빛의 나날이라는 것은 그때 당시에는 지루하다고 느꼈던 어린 시절인 것 같습니다. 멜로디도 허밍도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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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 나오지 않은 곡을 가지고 벌써부터 추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걸 보면, 세현은 아직 양반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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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인 누나와 살면서, 오타쿠가 벌이는 오만 주접 행각들을 보고…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세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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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다 되어가지고 티켓팅에 열을 올리고, 굿즈를 사고. 자기 인생부터 살아야지 왜 남의 인생을 챙겨주는가? 세상에서 제일 쓸데 없는 것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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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다짐은 아주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누나인 세윤과 같이 갔던 주현의 콘서트에서 본 여고생 밴드. 메인은 주현이었지만, 세윤과 세현은 밴드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았고. 그렇기에… 그들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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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 곡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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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작성할지 말지 갈등하던 찰나 불쑥 들어온 누나. 무턱대고 턱턱 걸어오더니, 댓글창을 보고 연신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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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교 다닐 시절의 저는 너무나도 활기찼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프하핳ㅎㅎ흫헣ㅎㅎ헉ㅎ킇ㅎㅎ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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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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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한대 세게 때리자, “악 아퍼!” 라고 하며 슥 물러나는 세윤. 세현은 댓글을 지워버린 후,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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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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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 곡 들었나보네. 엄청 좋지? 나 진짜 눈물났어. 여기 봐봐. 눈시울 뻘거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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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왜 당신 눈시울을 봐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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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닥투닥대던 남매는 잠시 상황을 종료하고 다시 한번 곡을 들어보기로 했다.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곡을 어떻게 영업해야 할지 포인트를 떠올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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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생되지 않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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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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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더 눌러봤지만, 여전히 재생되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고침을 했을 때… 보이는 것은, 비공개 처리된 영상이라는 메세지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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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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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매는, 몇분 후 커뮤니티에 올라온 메세지를 볼 수 있었다. [실수로 영상을 올렸습니다 ㅠㅠ] 라고 되어 있는 공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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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빨리 다운로드 받아놓을 걸 하는 후회를 해 봐도,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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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말했던 것처럼, Ep를 만들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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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독스 공연을 위한 정기연습일. 하지만 왠일인지 수연은 연습을 빨리 끝내고는, 근처 카페로 향했다. 무슨 일인지 몰라 옹기종기 따라가던 세 명. 그런 그들에게 수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커피를 쭉 빨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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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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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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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그런 이야기 한번 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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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가 뭐지? 이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들어본 이야기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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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는 통상적으로 4~7곡 정도 넣는 음반을 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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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해하는 이서에게 들어온 서하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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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P는 앨범이 아닌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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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는 좀 다르지… 수록곡 갯수에 따라서 1개부터 3개면 싱글. 4개부터 7개면 EP. 일본에서는 미니앨범이라고도 부르고. 그리고 8개 이상이면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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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수에 큰 의미가 있나? 다 똑같은 앨범이고 음악이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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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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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는 종이 한장을 쓱 끌어오더니, 뭔가를 적었다. 싱글, EP, 앨범의 차이라고 하며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하는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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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앨범’을 정규 커리어로 쳐줘. 왜인지는 뭐 복잡한데, 아무튼 다른 거는 다 부가적인 거… 말하자면 외전 같은 걸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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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좀 다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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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싱글이고 EP고 다 커리어로 보지.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보면 우리가 EP 2개에 싱글 1개를 냈다? 그럼 한국에서는 그래도 음반 좀 낸 밴드잖아. 그런데 외국에서는 아무것도 한 거 없는 밴드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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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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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것들이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아무튼 나는 이번 EP는 그냥 내가 총괄해서 만들려고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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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사유를 설명했다. 시간이 부족하고, 의견 받아서 진행하면 통일성이 없고, 기타 등등. 꽤나 납득이 가는 이유였기에, 이서와 아이들은 별 불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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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곡은 이미 나왔어.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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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내미는 수연. 이서는 먼저 이어폰을 받아 곡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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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가지 충격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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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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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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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이서의 취향에 딱 맞는 음악이었다. 약간 일본 애니메이션이랄까, 그런 쪽의 느낌도 많이 나고. 나지막히 퍼지는 허밍과, 브릿지마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뭔가 알 수 없는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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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가 없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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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서 네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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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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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서 자신이 작사했던 가사가 마음에 드는 걸까? 작을 이번에도 맡기겠다는 수연에게 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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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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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좀 너무 늙은 느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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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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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왠지 모르게 화들짝 놀라는 수연. 이서는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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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 잿빛의 나날이여… 뭔가 너무 돌아오라 청춘아 뭐 이런 느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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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나는 약간 일본 풍의 제목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레퍼런스도 그 쪽에서 잡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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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이서는 약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나 [소년이여 내게로 돌아와] 같은 느낌인가. 말하고 보니 다 소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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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국어로 옮겨놓으니까 뭔가 너무 늙은 노래 같아. 帰れ, 灰色の日々라고 하면 뭔가 있어보이는데… 돌아오라, 잿빛의 나날이여 이러면 뭔가 좀 나이 든 분이 청춘을 되새기는 느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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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럼 이름은 바꿔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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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한번 더 당황하다가,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수연. 그때 봤었던 어머님이 지어준 제목인가? 그렇다면 탈룰라일 것 같다고 이서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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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유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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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만들기도 전에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좀 웃기긴 했지만, 아무튼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창작물이라는 것은 만든다고 다가 아니니까. 남에게 알려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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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홍보도 홍보지만 유통도 문제가 있었다. 디지털 싱글도 아니고 EP 정도면, 실물 음반을 찍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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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음반을 직접 만든다고 하면 CD 케이스 구매하고, CD 사와서 굽고, 프린트 부착하고, 내부 속지 넣고, 기타 등등… 그런 작업을 일일히 다 하거나. 혹은 그런거 해 주는 업체와 직접 컨텍을 해서 가격협상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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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걸 언제 다 하겠는가? 레이블에 맡기지. 그런데 레이블에 맡기자니? 이런저런 문제가 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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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를 발매하자니 이런 문제가 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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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 명전은 골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레이블을 들어갈까? 들어가면 아무래도 EP 뿐만 아니라 홍보나 여타 다른 부분에서 장점이 많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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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들어가자니 이런저런 부분이 걸린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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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레이블에 들어가게 되면 그 레이블의 음악적 성향에 제약을 당할 수 밖에 없고, 음반을 원할 때마다 낼 수도 없다. 그 외 다른 문제들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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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블을 들어가는 것 자체가 편한 것 또한 사실이기에… 명전은 여러모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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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저녁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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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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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내쉬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예를 들어 밥 먹기 같은. 명전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식탁에 앉았다. 꽤나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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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전에 엄마가 말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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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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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혹시 만들 계획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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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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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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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있긴 하죠. 만들려고 곡도 작곡하고 있구요. 전에 밤샜던 게 그 곡 만들려고 했던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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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대답에 얼굴이 밝아지는 혜인. 왜 그러냐고 명전이 묻기 전, 혜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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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다. 엄마가 얼마 전에 레이블을 하나 샀거든. 그쪽에서 앨범 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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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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