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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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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뭐야?”
아윤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룻밤만에 치솟아 있는 팬카페의 회원 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트위터의 팔로워도 확실히 증가해 있었다.
“학생, 무슨 일 있나요?”
“헉…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정신이 팔려 있던 아윤에게 던져지는 교수의 질문. 생각해보니, 지금은 수업 중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가운데, 아윤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수업을 듣는 척 했다. 그러자 아윤에게서 사라지는 시선들.
‘진짜 이거 뭐지?
당혹스러울 정도로 올라가 있는 수치들. 아윤은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게시물을 슬쩍 둘러보았다. [주현님 콘서트 보고 가입했습니다], [콘서트에서 너무 멋졌어요], [콘서트 최고였어요]…
무슨 콘서트? 나도 모르는 콘서트가 있었단 말인가 하고, 아윤은 생각했다. 콘서트 비슷한 것은 파라독스에서 하는 공연 밖에 없는데.
———
[콘서트 촬영 영상이랑 사진 올립니다!]
(The man who sold the world 치는 영상)
주현님 보러 갔는데 진짜 하수연양 너무 이뻤어요. 이번 주 파라독스 공연도 티켓팅했어요!!
사진 몇장도 같이 올려드립니다!
———
영상을 보면… 주현이 노래를 부르고, 그룹 사운드 아이들이 주현 주변에서 악기를 치고 있다. 강의 때문에 영상의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열기가 느껴지는 콘서트.
‘여기 백 밴드? 서포트? 아무튼 그런 거로 출연했구나. 대단하네.
주현은 그녀도 잘 알 정도의 가수. 그런 가수의 콘서트에 지원을 나갈 정도면, 애들이 확실히 성장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윤은 스크롤을 슥 내렸다.
그리고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 했다.
‘흐어악!
아이돌 팬들이나 사용하는… 속칭 ‘대포’로 찍은 게 분명한 하수연의 얼굴.
모공 하나하나가 보일 것 같은 화질임에도 불구하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 살짝 숙인 고개, 엄숙해보이는 눈동자. 흐르고 있는 한 줄기 땀과 앙다문 입술은, 그녀가 얼마나 연주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 밑으로도, 몇장 더 있는 멤버들의 사진들. 수연, 수연, 수연, 이서, 현아, 서하. 죄다 미소녀들이라, 아윤은 눈이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근데 잠시만.
그렇게 게시글을 탐방하며 정신없이 덕질 컨텐츠를 주워먹던 아윤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이 녀석들… 이제 내 경쟁자 아닌가? 다 파라독스에 몰려올 거 아냐.
그리고 아윤이 큰일났다는 심정으로 헐레벌떡 들어간 파라독스의 홈페이지는… 트래픽 다운으로 뻗어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들어오시겠어요?”
“감사합니다.”
명전은 기타를 등에 맨 상태로 가게에 들어갔다. 코에 들어오는 건조한 공기. 쇳내음이 섞인 냄새. 왠지 눅눅해보이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항온항습을 완벽하게 갖춘 공간.
“이펙터에 구애받지 않으실 실력 같은데. 굳이 그런 희귀 이펙터를 찾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스승님 유품이라.”
“아…”
이제 자기 자신을 자신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데에 익숙해진 명전은,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 말에 살짝 숙연해진 상대의 모습.
“혹시 스승님이 어떤 분이셨나요?”
“서명전 기타리스트님이요.”
명전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게를 슥 둘러보았다. 이펙터 수집가들이 오면 넋을 놓고 둘러볼 것 같은 환경. Peterson Strobe Tuner와 같은, 희귀하다고 하는 것들이 전시장 위에 놓여 있고… 이펙터 몇개는 뭔가 알 수 없는 문구와 함께 유리 장식장에 들어가 있다.
“저건 뭔가요?”
“아. 저건 제프 벡(Jeff Beck)이 Blow by Blow 녹음할 당시에 사용했던 Colorsound Overdrive입니다. 원본이고, 제가 제프 벡에게 컨펌까지 받은 물건이에요.”
명전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런 물건이 있단 말인가? 아니 이 무슨…
“그럼 이건요?”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Band of Gypsys를 녹음할 당시에 ‘사용했다고 이야기되는’ Arbiter FuzzFace에요. 이건 당시에 지미 헨드릭스가 죽어서 컨펌은 못 받았고, 확실치도 않아서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 생산되었던 물건은 확실합니다.”
“이쪽은요?”
“이건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가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녹음했을 당시에 사용된 Colorsound Power Boost, 속칭 Mysterious Orange로 말해지는 이펙터랑 동일 제품이에요. 리이슈 버전이 아닌 1970년대 생산본이고, 18V 제품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눈이 돌아갈만한 제품 뿐이라 명전은 잠시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저 컬러사운드 파워 부스트는, 명전이 생전에 소문만 듣고 구경도 해보지 못한 물건이었는데.
‘살까?
명전은 자신만의 톤을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 톤의 출처는 데이비드 길모어. 명전이 사용하던 장비인 빈슨 에코렉도, 빅 머프도, 이제 찾아야 하는 다이나컴프와 챈들러 튜브 드라이버도. 전부 다 데이비드 길모어가 사용하던 장비들이었다.
그 중에 하나 정도 추가되는 건, 나쁘지 않은 것 아닌가? 게다가 ‘오리지널’ 데이비드 길모어의 톤에 가까워지는 일인데.
하지만 명전은 이내 그 생각을 단념했다. 물론 길모어는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고(라고 명전은 생각했다) 그의 톤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 남을 따라하기만 할 것인가. 결국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남을 따라하기를 그만둬야 한다.
아마 그 때문에 이전의 ‘서명전’은 실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패가 두려웠기에 검증된 길만을 가려 했고, 그 길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으며, 사고가 경직된 채로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나은 시작이다.
이는 ‘하수연’의 몸에 들어와 그녀의 재능을 가지게 된 것도 있겠지만… 음악을 즐기게 되면서, 더이상 남을 따라하지 않게 된 게 큰 것 아닐까.
명전은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는 남을 따라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사운드를 만들어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래도 뭐, 내 오리지널 장비는 찾아야지.
테이블에 앉자, 이내 나오는 커피. 카누의 밍밍한 향기를 느끼며 명전은 입을 열었다.
“Chandler Tube Driver를 찾고 싶은데요.”
“저희 쪽에 좀 있긴 한데…”
“뭐 그렇긴 한데, 제 스승님이 사용하던 물건이라서요. 작고하신 다음에 시장에 나온 튜브 드라이버가 있으면 한번 물건 알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 * *
“감사합니다!!”
들려오는 환호를 뒤로 하고, 명전과 아이들은 대기실로 향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객에 꽤나 흥분한 아이들.
“콘서트 보고 온 사람이 많나봐. 원래 저 정도 아니었는데.”
“아까 사장님이랑 이야기 해 봤는데, 홈페이지가 터질 수준이었대.”
“진짜?”
경악을 금치못하는 이서와 현아. 그리고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서하를 두고, 명전은 생각에 잠겼다.
‘콘서트의 효과가 의외로 엄청 커.
명전이 콘서트 세션 출연을 결정했던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적극적 음악 소비층에 대한 홍보를 위해서기도 했다. 콘서트에 올 정도로 적극적인 소비층은, 보통 팬층의 코어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지만 기껏해야 조금 늘어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객의 수는, 명전의 생각보다 훨씬 많이 늘어 있었다. 라이브클럽 입장권 완판이라는 흔치 않은 일을 해낼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내 유튜브 시청자도 늘었어.
명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동안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던 명전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콘서트에 출연한 직후 팍 치솟았다. 아직 구독자 10만이 가시권에 보일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확실히 늘어나긴 한 구독자.
더 고무적인 것은, 영상의 조회수도 확실히 늘었다는 것이다. 원래 조회수가 잘 나오던 커버 영상 외에도, 학교 3인방이 찍으라고 강권한 브이로그와 공연 영상에도 조회수가 들어가는 모양새.
아무런 이벤트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 ‘신비로운 알고리즘’ 때문인가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콘서트가 개최된 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분명 콘서트의 영향이 유튜브까지 미칠 정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너희에 대한 관심이 엄청 많다는 거지.”
이런 현상에 대한 의견을 구했을 때, 다인은 그렇게 말했다.
만약 사람들이 ‘그룹 사운드’에 대한 흥미 정도의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나 트위터 같은 곳에 검색하고 말 일이다. 검색결과가 잘 나오지도 않으니 버즈나 조금 일으키고 끝날 일.
하지만 지금 추세를 보면? 유튜브 구독자도 늘어나고, ‘비공식’ 팬카페의 회원과 트위터의 팔로워도 늘어나고 있다.
“이건 어느정도 흐름을 탔다는 걸 의미한다… 고 나는 생각해. 왜냐하면 신규 유입된 사람들이 또 다시 막 이야기를 할 거잖아. 지금 이 그룹이 개쩔어요, 막 노래를 잘 해요. 속칭 ‘노이즈’를 막 만든단 말이야. 그러면…”
“그러면?”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노이즈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또 유입이 되겠지. 그럼 그게 또 다시 반복되고, 반복되고.”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명전은 다인의 그런 해석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은근히 인터넷에 대해서 잘 안단 말이야.
인터넷을 많이 하는 걸까? 명전은 그런 생각을 잠시 해보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갔다. ‘그룹 사운드’에 대한 늘어난 관심과 그들에 의해서 생겨날 노이즈들.
하지만 그 노이즈는 오래갈 수가 없다. 지금 ‘그룹 사운드’가 가진 것이 몇개 없으므로. 기껏해야 파라독스 공연(요즘은 커버곡과 잼으로 돌려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정도일까. 그 외에는 명전의 미발표곡, 드라마 OST.
그렇게 생각해보면, 확실히…
“EP를 만들어야겠다.”
‘그룹 사운드’에 집중된 관심을 지속적으로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장작을 넣어줘야 한다. 그리고 밴드의 장작으로는, 좋은 노래만한 것이 없다. 명전은 그렇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