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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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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룻밤만에 치솟아 있는 팬카페의 회원 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트위터의 팔로워도 확실히 증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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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무슨 일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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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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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팔려 있던 아윤에게 던져지는 교수의 질문. 생각해보니, 지금은 수업 중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가운데, 아윤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수업을 듣는 척 했다. 그러자 아윤에게서 사라지는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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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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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울 정도로 올라가 있는 수치들. 아윤은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게시물을 슬쩍 둘러보았다. [주현님 콘서트 보고 가입했습니다], [콘서트에서 너무 멋졌어요], [콘서트 최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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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콘서트? 나도 모르는 콘서트가 있었단 말인가 하고, 아윤은 생각했다. 콘서트 비슷한 것은 파라독스에서 하는 공연 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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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촬영 영상이랑 사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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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ho sold the world 치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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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님 보러 갔는데 진짜 하수연양 너무 이뻤어요. 이번 주 파라독스 공연도 티켓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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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장도 같이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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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면… 주현이 노래를 부르고, 그룹 사운드 아이들이 주현 주변에서 악기를 치고 있다. 강의 때문에 영상의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열기가 느껴지는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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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백 밴드? 서포트? 아무튼 그런 거로 출연했구나.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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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그녀도 잘 알 정도의 가수. 그런 가수의 콘서트에 지원을 나갈 정도면, 애들이 확실히 성장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윤은 스크롤을 슥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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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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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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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들이나 사용하는… 속칭 ‘대포’로 찍은 게 분명한 하수연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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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공 하나하나가 보일 것 같은 화질임에도 불구하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 살짝 숙인 고개, 엄숙해보이는 눈동자. 흐르고 있는 한 줄기 땀과 앙다문 입술은, 그녀가 얼마나 연주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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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밑으로도, 몇장 더 있는 멤버들의 사진들. 수연, 수연, 수연, 이서, 현아, 서하. 죄다 미소녀들이라, 아윤은 눈이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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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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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게시글을 탐방하며 정신없이 덕질 컨텐츠를 주워먹던 아윤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이 녀석들… 이제 내 경쟁자 아닌가? 다 파라독스에 몰려올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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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윤이 큰일났다는 심정으로 헐레벌떡 들어간 파라독스의 홈페이지는… 트래픽 다운으로 뻗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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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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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들어오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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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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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기타를 등에 맨 상태로 가게에 들어갔다. 코에 들어오는 건조한 공기. 쇳내음이 섞인 냄새. 왠지 눅눅해보이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항온항습을 완벽하게 갖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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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펙터에 구애받지 않으실 실력 같은데. 굳이 그런 희귀 이펙터를 찾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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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유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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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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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기 자신을 자신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데에 익숙해진 명전은,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 말에 살짝 숙연해진 상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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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스승님이 어떤 분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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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전 기타리스트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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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게를 슥 둘러보았다. 이펙터 수집가들이 오면 넋을 놓고 둘러볼 것 같은 환경. Peterson Strobe Tuner와 같은, 희귀하다고 하는 것들이 전시장 위에 놓여 있고… 이펙터 몇개는 뭔가 알 수 없는 문구와 함께 유리 장식장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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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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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건 제프 벡(Jeff Beck)이 Blow by Blow 녹음할 당시에 사용했던 Colorsound Overdrive입니다. 원본이고, 제가 제프 벡에게 컨펌까지 받은 물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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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런 물건이 있단 말인가? 아니 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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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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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Band of Gypsys를 녹음할 당시에 ‘사용했다고 이야기되는’ Arbiter FuzzFace에요. 이건 당시에 지미 헨드릭스가 죽어서 컨펌은 못 받았고, 확실치도 않아서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 생산되었던 물건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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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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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가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녹음했을 당시에 사용된 Colorsound Power Boost, 속칭 Mysterious Orange로 말해지는 이펙터랑 동일 제품이에요. 리이슈 버전이 아닌 1970년대 생산본이고, 18V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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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둘러봐도 눈이 돌아갈만한 제품 뿐이라 명전은 잠시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저 컬러사운드 파워 부스트는, 명전이 생전에 소문만 듣고 구경도 해보지 못한 물건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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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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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자신만의 톤을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 톤의 출처는 데이비드 길모어. 명전이 사용하던 장비인 빈슨 에코렉도, 빅 머프도, 이제 찾아야 하는 다이나컴프와 챈들러 튜브 드라이버도. 전부 다 데이비드 길모어가 사용하던 장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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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하나 정도 추가되는 건, 나쁘지 않은 것 아닌가? 게다가 ‘오리지널’ 데이비드 길모어의 톤에 가까워지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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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전은 이내 그 생각을 단념했다. 물론 길모어는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고(라고 명전은 생각했다) 그의 톤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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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 남을 따라하기만 할 것인가. 결국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남을 따라하기를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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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때문에 이전의 ‘서명전’은 실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패가 두려웠기에 검증된 길만을 가려 했고, 그 길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으며, 사고가 경직된 채로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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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나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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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수연’의 몸에 들어와 그녀의 재능을 가지게 된 것도 있겠지만… 음악을 즐기게 되면서, 더이상 남을 따라하지 않게 된 게 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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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는 남을 따라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사운드를 만들어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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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내 오리지널 장비는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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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앉자, 이내 나오는 커피. 카누의 밍밍한 향기를 느끼며 명전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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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dler Tube Driver를 찾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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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쪽에 좀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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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긴 한데, 제 스승님이 사용하던 물건이라서요. 작고하신 다음에 시장에 나온 튜브 드라이버가 있으면 한번 물건 알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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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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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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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오는 환호를 뒤로 하고, 명전과 아이들은 대기실로 향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객에 꽤나 흥분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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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보고 온 사람이 많나봐. 원래 저 정도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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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사장님이랑 이야기 해 봤는데, 홈페이지가 터질 수준이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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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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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을 금치못하는 이서와 현아. 그리고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서하를 두고, 명전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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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의 효과가 의외로 엄청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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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이 콘서트 세션 출연을 결정했던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적극적 음악 소비층에 대한 홍보를 위해서기도 했다. 콘서트에 올 정도로 적극적인 소비층은, 보통 팬층의 코어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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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껏해야 조금 늘어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객의 수는, 명전의 생각보다 훨씬 많이 늘어 있었다. 라이브클럽 입장권 완판이라는 흔치 않은 일을 해낼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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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내 유튜브 시청자도 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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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동안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던 명전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콘서트에 출연한 직후 팍 치솟았다. 아직 구독자 10만이 가시권에 보일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확실히 늘어나긴 한 구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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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고무적인 것은, 영상의 조회수도 확실히 늘었다는 것이다. 원래 조회수가 잘 나오던 커버 영상 외에도, 학교 3인방이 찍으라고 강권한 브이로그와 공연 영상에도 조회수가 들어가는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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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이벤트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 ‘신비로운 알고리즘’ 때문인가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콘서트가 개최된 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분명 콘서트의 영향이 유튜브까지 미칠 정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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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에 대한 관심이 엄청 많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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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에 대한 의견을 구했을 때, 다인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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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람들이 ‘그룹 사운드’에 대한 흥미 정도의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나 트위터 같은 곳에 검색하고 말 일이다. 검색결과가 잘 나오지도 않으니 버즈나 조금 일으키고 끝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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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추세를 보면? 유튜브 구독자도 늘어나고, ‘비공식’ 팬카페의 회원과 트위터의 팔로워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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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느정도 흐름을 탔다는 걸 의미한다… 고 나는 생각해. 왜냐하면 신규 유입된 사람들이 또 다시 막 이야기를 할 거잖아. 지금 이 그룹이 개쩔어요, 막 노래를 잘 해요. 속칭 ‘노이즈’를 막 만든단 말이야.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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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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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노이즈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또 유입이 되겠지. 그럼 그게 또 다시 반복되고, 반복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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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명전은 다인의 그런 해석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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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인터넷에 대해서 잘 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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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많이 하는 걸까? 명전은 그런 생각을 잠시 해보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갔다. ‘그룹 사운드’에 대한 늘어난 관심과 그들에 의해서 생겨날 노이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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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노이즈는 오래갈 수가 없다. 지금 ‘그룹 사운드’가 가진 것이 몇개 없으므로. 기껏해야 파라독스 공연(요즘은 커버곡과 잼으로 돌려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정도일까. 그 외에는 명전의 미발표곡, 드라마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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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해보면,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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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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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에 집중된 관심을 지속적으로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장작을 넣어줘야 한다. 그리고 밴드의 장작으로는, 좋은 노래만한 것이 없다. 명전은 그렇게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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