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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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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주가 시작되었는데, 들려오는 소리는 익숙하지만 생소하다. 익히 들어본 멜로디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느낌으로 연주되고 있다. 분명 [어느 그늘진 날]인데.
MR이 아니라 밴드로 연주되기 때문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사운드의 느낌이 다르다고 세윤은 생각했다. 아예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느낌은 아니지만 흔하게 들어본 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의 음악.
[어느 그늘진 날] 또한 슬픈 느낌을 내는 발라드다. ‘락발라드’라고 하던가? 아픈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가사와 주현의 특기인 파워풀하고 호소력있는 고음이 잔뜩 들어가 있는 곡.
하지만 지금 연주되고 있는 [어느 그늘진 날]의 간주는 조금 달랐다. 이전의 [그늘진 날]이 여자친구랑 깨진 20대 남자애가 술 먹고 청승부리며 노래방에서 부를 것 같은 노래라면…
지금의 [그늘진 날]은 진짜 인생에서 크나큰 아픔을 겪은 사람이 그를 잊어버리기 위해 절규하며 부를 것 같은 노래라고 해야 할까.
어느 그늘진 날에
나는 너를 만나러 갔어
“꺄아아아악!!”
의문점을 가지던 와중 들려오는 보컬에, 세윤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는 천둥같은 함성소리.
그리고 무대 스크린으로 주현의 모습이 띄워지자, 다시 한번 또 크게 함성이 내질러진다. 세윤은 있는 힘껏 비명을 내지르다가, 귀를 막고 있는 세현의 등짝을 두들겼다.
언젠간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길을 걸었어
함성이 가라앉고 난 후 팬들이 처음 느낀 감정은 기분 좋은 당혹감이었다. 곡이 왜 이러지? 이런 곡을 낸 적은 없었는데. 특별히 콘서트판으로 편곡을 한 건가?
사람들은 당혹해하면서도 ‘특별 콘서트 버전 편곡’을 듣는다는 것에 행운을 느꼈다. [어느 그늘진 날]은 주현의 대표곡 중 하나이지만, 뭔가 특색있는 곡이라고 하긴 힘든 평범한 이지리스닝 락발라드 곡이었기에.
어느 그늘진 날에
너는 어디에도 없지만
점점 요동치는 멜로디. 몸서리쳐지는 상실감. 울부짖어지는 슬픔.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은 수면 아래로 꼭꼭 눌러담아져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을 보면 수면 아래의 거대함을 짐작할 수 있듯이.
이제 나는 누구와
그 날의 길을 걸어야 할까
‘평소보다 더 몰입되는 느낌이야.
세윤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수도 없이 많은 주현의 콘서트를 참석하면서 이렇게 초반부터 관객을 휘어잡고 몰입시킨 콘서트는 없었다. 초반부터 감정적인 노래를 불러서라기에는 이전에도 이런 구성은 많았다.
‘이유는 뭘까?
세윤은 실없이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바로 이유가 덮쳐들어왔다.
“너를 찾고 있-어-!”
원곡대로라면 끝도 없이 내질러져야 할 클라이막스. 하지만 들리는 것은 절제된 고음.
그리고 관객석의 고조된 감정들이 식어버리기 직전에,
—— 기타 소리가 폭발했다. 살짝 거칠고 중후한 톤을 가지고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음.
그와 함께 스크린에는 세션 밴드의 화면이 띄워진다. 시선을 살짝 내리깐 상태로 보컬의 감정을 그대로 이어받아 내지르는 기타 솔로. 직선으로 쭉 뻗어나가면서도 유려하게 굽이치는 그 연주를… 가느다란 두 손으로 구현해내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뭐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인물이 띄워짐으로 인해 생겨난 웅성거림.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이다. 관객들은 금새 연주에 몰입했다… 정확히 말하면 기타 연주가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잘 들으셨나요?”
관객석에서 네-! 라는 소리가 쏟아진다. 세윤 또한 대답을 내지르며 세현이 뭘 하고 있는지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대답 대신 고개를 연신 흔들며 감동의 박수를 치고 있는 세현.
“갑자기 익숙한 곡인데 전혀 다른 연주가 나와서 놀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곡이에요. 우선 그 전에, 세션 밴드분들부터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스트링 파트 박지환 님! 김혁수 님! …”
주현이 한명한명을 호명할 때마다, 스크린에 세션의 모습이 띄워진다. 저마다의 포즈를 하며 인사를 하는 세션들.
“그리고! 오늘 세션 밴드의 메인! 이 곡의 편곡을 맡아주신! 밴드 ‘그룹 사운드’ 의 메인 베이스 최이서 님! 키보드 정현아 님! 드럼 유서하 님! 마지막으로… 밴드 마스터 하수연 님!”
우레와도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밴드 멤버들의 반응은 각자 달랐다.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흔드는 최이서.
부끄러운지 키보드 뒤로 숨는 정현아.
드럼 연주를 짤막하게 보여주는 유서하.
엷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는 하수연.
“저희 밴드 세션들, 연습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하수연 님은 그야말로 천재 그 자체입니다. 방금 들으셨던 곡은, 하수연 님이 혼자서 [어느 그늘진 날]을 며칠만에 편곡해서 만드신 거거든요.”
연습 일화를 설명하다가 하수연의 천재성을 찬양하기 시작한 주현. 꽤나 감명이 깊었는지, 주현의 ‘하수연’ 찬양 토크는 스태프가 다음 곡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낼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 * *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드라마 OST [만남이 끝나기 전에] 를 연주한 후.
첫번째 곡보다 더 큰 박수와 함성을 뒤로한 채, 명전은 빠르게 스태프에게 손짓을 하며 장비 세팅에 들어갔다. 콘서트의 클라이막스가 되는 부분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 곡, 블루스 곡을 부르기로 됐잖아요? 이 김에 뭔가 발라드 가수로만 되어있는 제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데. 콘서트에서 부를만한 곡이 없을까요? 유명하면서도 안 유명하고, 뭐 그런 락 관련 곡 같은.”
연습 당시 주현이 명전에게 던졌던 질문. 명전은 ‘아니 왜 세션한테 이런 질문을 하고 앉아있나’ 싶었지만, 주현으로써는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딱 봐도 천재같아 보이는 아이 아닌가.
주현 또한 자신을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천재가 있다면 나이고 경력이고 간에 그런 사람에게 의견을 듣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유명하면서도 안 유명한 곡이요?”
“네. 좀 알려져서 노래 좀 파는 사람은 들어봤지만, 약간 좀 색다르고 신선한…”
참으로 곤란한 질문이었지만 명전은 몇초 정도 고민하다가 대답을 해 주었다. 주현은 그 곡에 대해서 “너바나 곡 아니에요?” 라고 말했지만, “데이비드 보위 곡이에요.” 라는 수연의 말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세션 밴드 구역은, 작은 라이브클럽처럼 꾸며져 있다. 옹기종기 세션 밴드들이 모여 앉은 가운데 주현은 작은 의자에 앉아 말을 꺼냈다.
“이번 곡은, 제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를 커버하려고 합니다. 커버곡은 꽤나 오랜만이고, 단콘에서는 완전 처음이네요. 오늘 처음으로 시도하는 게 뭔가 많은데…”
아하하 하며 웃는 주현과, 괜찮다, 좋다 등을 연발하며 박수를 치는 관객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The Man who sold the world 입니다!!”
반사적으로 터져나온 박수와 함께 곡이 연주되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보위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낸 듯한 사이케델릭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의 리프.
이후 들려온 나지막히 읇조리는 듯한 주현의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작은 충격을 주었다. 항상 발라드만 불러오던 주현이 이런 곡도 시도할 수 있구나. 확실히 바뀔때도 되었지.
그리고 기타, 하수연이 더블링을 시작했을 때… 관객들은 두번째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그냥 순수한 충격이었다.
너무 잘 어울렸기에.
세윤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주현의 유도에 따라 관객석에서 울려퍼지는 천둥과도 같은 박수 소리. 그녀 또한 무의식적으로 치고 있던 박수를 이어나가며…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쳤다. 미쳤다…!
십년이 넘게 주현을 덕질해오면서, 그리고 단콘을 다니면서, 음방을 사수하고 앨범을 들으면서.
세윤은 한번도 주현에게 이런 면모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원히 감미롭거나 슬픈 발라드를 불러줄 것이며, 그녀 또한 영원히 그런 곡을 들으며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의 담장은 오늘부로 허물어져버렸다. 바로 무대 중앙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여고생에 의해.
“뭐라고요!!”
“The Man Who Sold The World!!”
흥이 나는지 연신 2절을 반복하며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하고 있는 주현. 스크린은 빠르게 글자를 띄우며 관객들에게 어떤 부분을 불러야 할지 보여주었으며, 관객들은 떠듬떠듬이나마 리듬을 따라가며 난생 처음 듣는 노래를 떼창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저 여고생에 의해서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
세윤은 볼 수 있었다. 기타를 연주하며 연신 눈짓과 몸짓으로 밴드를 지휘하는 ‘하수연’을. 발구름과 고개, 그리고 세윤으로써는 알 수 없는 비언어적 동작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주현의 애드립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밴드를 유도하는 ‘하수연’을.
‘저 애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까 주현 오빠가 뭐라고 소개를 해 줬는데.
세윤은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떠오르는 게 없어, 그녀는 콘서트가 끝난 후 팬카페에 질문글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그녀와 같은 결심을 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상당히 많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 * *
“수고하셨습니다!!”
콘서트가 끝나자, 스태프들과 세션 밴드가 모여서 서로 우렁차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박수. 주현은 박수를 치다 바로 명전에게 걸어와 악수를 청했다.
“수연씨,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 뭘… 저는 별로 한 게 없는데요.”
‘이 돈 받고 이정도 일 해 줬으면 세상 사람들 다 굶어죽겠다’ 라고 명전은 생각했지만, 그런 말은 꺼내면 안 된다. 원래 신인은 손해봐가면서 일을 해 줘야 하는 법이니까.
“아니,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수연씨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만족스러운 콘서트는 못 했을 겁니다. 혹시 서울콘 말고 지방콘에 합류하실 생각은…?”
“제가 학교를 가야 해서요.”
“아 그렇죠! 학생이었죠!”
겸연쩍은 듯 웃는 주현. 머리를 살짝 꼬는 명전을 두고, 주현은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뭔가 이제는 좀 다른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있었는데… 수연 님과 우리 ‘그룹 사운드’ 밴드 여러분들 덕에, 동기부여를 받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주현이 꺼낸 것은, 명함 두장이었다. 주현의 연락처와 이메일이 적혀 있는 명함과, 뭔지 모를 명함 하나.
“혹시라도 음반이라거나 음원 발매하실 생각 있으시다면, 그리고 뭐 남자 보컬이 필요하시다면… 한번 연락주세요. 꼭 피쳐링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음반 관련해서 제가 잘 아는 분들인데요. 믹싱 마스터링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3대 기획사 포함하고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분들입니다. 스케줄이 꽉차계시긴 한데, 저랑 친하셔서 제가 소개했다고 하면 작업 해주실 거에요.”
명전은 두 명함을 받아들고는 주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멀어지는 주현의 모습을 보며, 이서와 아이들이 다가왔다.
“뭔데?”
“믹싱 스튜디오 명함. 그리고 연락 주면 피쳐링 해준다고 하는데…”
“와! 대박.”
환호하는 아이들을 두고 명전은 생각했다. 이런 것도 생겼으니 확실히 Ep 제작에 들어가기엔 적절한 시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