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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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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너도 맛있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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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인 인사를 하고는 밥을 한 숟가락 퍼서 입에 넣는다. 별 말 없이 진행되는 식사지만,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던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나름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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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는 이번주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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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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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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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권 있는지 좀 물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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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대답에, “고마워~” 라고 대답하는 혜인. 그는 겸연쩍은 듯 웃으며 계속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 한 큰술, 야채와 김치 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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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왠지 먹는 게 자꾸 땡긴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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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량은 확실히 늘었다. 하지만 체중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성장기일까? 고등학생이라면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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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사는 명전이었지만… 딱 하나, 체격이나 체력에 대해서는 좀 관심이 많았다. 키가 180이 넘던 ‘서명전’의 몸으로 사용하던 기타나 장비들. 어떻게 해도 ‘하수연’으로는 쉽게 쓸 수 없는 것들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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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170만 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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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달리기 5km와 악력 운동, 간단한 맨몸 운동 등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걸로는 체격의 한계를 벗어나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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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악기나 물건을 들 때 힘이 딸려 이서에게 “이거 좀 들어 줘.” 라고 부탁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휙휙 물건을 들어대는 이서를 보며 부러움을 느낄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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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따로 운동을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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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해보면, 이서의 체형은 불가사의했다. 스케줄상 - 명전은 코칭을 해야 했기에 이서의 스케줄을 대충 알고 있었다 - 운동을 할 짬이 거의 안 나올 텐데. 그런데 체격도 좋고, 힘도 좋고, 몸…매? 아무튼 그런 것도 좋다. 역시 유전자인가? 혜인의 키도 큰 편이 아닌 걸 보면, ‘하수연’도 똑같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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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너희는 그런거 안 만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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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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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같은 거. 이리저리 작곡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정작 엄마는 수연이 곡을 들어본 적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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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명전은 그 단어를 곱씹어보았다. 앨범이라. 지원사업에 합격했다면 모를까 떨어진 시점에서 앨범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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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확실히 필요성이 있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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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명전이 만든 곡들은 일부가 유튜브에 초판본만 올라가있는 정도였고… 그 곡들도 많이 바뀌었다. 오죽하면 파라독스에서 똑같은 곡을 들어놓고 “왜 그 곡은 안 하나요?”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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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을 한번 정리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팬들의 원활한 소비와, 홍보, 그 외 기타 등등… 밴드로써의 본격적인 한 걸음을 딛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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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차후에 오디션을 나갈 때에도 EP 하나쯤은 들고 나가야 면이 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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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계획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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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혜인에게 답을 들려주었다. 꽤나 기뻐하는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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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서면 엄마한테 말해줘. 엄마도 계획하고 있는 게 있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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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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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의미심장한 이야기에 명전은 턱을 살짝 긁었다. 무슨 계획하는 게 있다고… 홍보를 위한 단독 콘서트 같은 거라도 기획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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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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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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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끝난 후. 몇 주 동안 이어져왔던 ‘일련의 피드백 후 다시 연주 재개’를 기다리는 사람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드는 수연의 첫 마디는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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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스트링 파트 박지환 님. 김혁수 님. 이지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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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은 한명 한명의 이름을 거명하며 박수를 유도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쏟아지는 박수. 살짝 울컥한 사람도 있고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고 후련해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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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밖에 없다. 수연은 자신의 밴드를 다루듯이 콘서트 세션을 다루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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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링! 방금 전 연주에서 삑이 엄청 났어요. 그런 느낌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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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여기서 치고 달려야 된다고. 리듬 기타가 딩딩딩딩~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요. 이렇게 좡좡좡좡-! 하고, 풀스로틀 달려 나가듯이 들어가야 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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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여기서 주현님이 고음을 쫙 지르는 애드리브를 했잖아요. 그럼 어때요? 백그라운드도 폭발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를 줘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다른 곳은 다 잘 되는데 키보드 섹션에서 그게 제대로 안 나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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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세션 밴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사람들이 애드립을 하고 있는데. 맞춰주는 사람 있고. 그냥 나는 모르겠다 하고 원래대로 치는 사람 있고. 맞추는 것도 제대로 맞추는 게 아니라 어어어 하면서 휘청휘청대는 사람 있고. 그러니까 지금 어그러지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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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밴드에요. 그것도 주현 가수님 인생 최초로 시도하는 세션 밴드 콘서트. 차별성을 보여주려면 이런 애드립 같은 건 무조건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니까. 일단 맞출 생각을 하세요. 어그러지는 건 내가 다 커버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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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몰아치는 피드백.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실력과 논리에 전부 침몰당했다. 남은 것은 공허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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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빛이 돌아오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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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조금 더. 오케이. 지금 손가락이 너무 굳었어요. 이런… 이런 식으로. 쭉 펴고. 팔꿈치에 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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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립을 하려면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고. 이렇게 뚱땅뚱땅… 보다는. 살짝 스윙을 섞어서. 알겠어요? 지금 이 곡은 재즈 타입이잖아요. 여기서 스윙이 들어오면, 우리가 다 맞춰준다고. 과감하게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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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악기와 파트를 막론하고 들어가는 피드백. 그리고 그 피드백을 따르면 실력이 올라가는 신기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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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들이 수연을 존중… 아니 반쯤 숭배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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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밴드의 드럼 유서하, 키보드 정현아, 베이스 최이서까지. 모두 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연습 끝나고 깔끔하게 헤어지면 되는데, 굳이 고개 숙여가면서 분위기 만들다가 회식하는 뭐 그런 게 싫어서 지금 인사를 드립니다. 연습 끝나시면 바로 가시면 될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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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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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덧붙일 말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이제까지 진짜 수고 많으셨구요. 남은 시간 깔끔하게 연습 끝내고, 리허설 날 뵙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주현 님과 맞춰보고 끝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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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바람과는 다르게 세션 연습이 끝나자마자 전부 다 흩어지는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다들 끝나자마자 수연에게 붙어서 이런저런 말을 걸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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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가 꼭 연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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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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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선생님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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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딸이 기타 배우려는데, 혹시 레슨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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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단위로 세션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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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듯 명함을 돌리며 대응을 하고 있는 수연. 이서는 신기한 듯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분명 처음에는 “그냥 적당히 해야지.” 라고 말했었는데. 어느새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가르쳤고, 결국 저렇게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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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분 쯤 더 기다리자, 결국 흩어지는 사람들. 이서는 웃으며 수연에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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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폭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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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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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늘어나면 좋아해야 할 텐데, 수연은 영 퉁명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미 일이 많아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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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바빠. 시간이 좀 있으면 괜찮을텐데. 학교도 다녀야 하고, 다른 루트로 들어오는 일도 받아야 하고. 다 일이고 돈이니까 받긴 하겠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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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은 명함 하나를 들어보였다. 평범한 세션의 명함. 하지만 수연이 보여준 뒷면에는, [희귀 악기 및 이펙터 전문 도/소매] 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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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라도 하나 건졌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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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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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니, 명전 선생님 이펙터를, 좀 구해달라고 하려고. 어떻게 하나쯤은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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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윤과 세현은 주현의 팬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윤이 열성팬이었고 세현은 누나 혼자 불안하다고(심심하다고) 끌려다니는 것에 가까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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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남매는 오늘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세윤은 주현이 난생 처음 시도하는 ‘세션 밴드 콘서트’가 제대로 돌아갈까 하는 걱정에, 세현은 콘서트가 개판으로 끝나고 누나가 집에서 난장판을 벌일까 하는 걱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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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는 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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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잘 되겠지. 왜 자꾸 그래? 그 사람들도 프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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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주현 오빠 라방할 때 보면 진짜 이상한 거에 많이 속는단 말이야. 이번에도 뭐 이상한 사람들한테 속아서 밴드니 뭐니 한다는 거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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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동네 학예회도 아니고 그게 가능하겠냐는 말은 세현의 속으로 삼켜졌다. 그런 말을 해 봐야 등짝이나 맞을 것이 분명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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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런 걱정을 해. 년차가 얼마나 된 가수인데. 사기를 당하기도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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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잖아. 사기가 방심할 때 제일 당하기 쉽다는 거. 오빠도 그런 것일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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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윤은 쓸데 없는 걱정을 떠들며 세현과 콘서트장으로 걸어갔다. 암표 방지를 위해 신분증과 티켓을 교차검증하는 탓에 잔뜩 늘어선 줄. 지루한 입장 줄을 기다리며 세윤은 다시 한번 더 정보를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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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콘서트 왔는데 이번 서울콘 MR아니고 밴드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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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부분일까요? 콘서트 망쳐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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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수분들 밴드로도 콘서트 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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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가 라이브 느낌 살릴 수 있고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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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이면 너무 짜맞춘 느낌이 있죠 애드립이나 이런거는 아예 준비해오셔야 하니까 현장에서 느낌 오는대로 바로 갈 수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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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도 실력 안 좋은 밴드들 오면 영 그렇던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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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콘서트장에 가면 그런게 신경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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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은근 신경쓰여요 ㅠ 전에 팠던 다른 가수가 밴드 바뀌니까 약간 맛도 바뀌더라고요 그런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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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세션 서는 밴드는 아예 밴드가 따로 있던 것 같더라구요 http://x.com/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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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신과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세윤은 그냥 휴대폰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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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밴드가 아무리 개판친다 해도 주현 오빠가 커버를 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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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윤은 잘 모르지만… 밴드의 장점은 애드립 같은 것을 자유롭게 내지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MR로 할 때도 완벽했던 주현인데, 애드립의 고삐가 풀려버린 주현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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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기분나쁜데 좀 어떻게 하면 안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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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의 핀잔에 세윤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미 많이 줄어든 줄. 입구를 지나가니, 탁 트인 콘서트장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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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좀 콘서트장 큰데 잡아도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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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다 전략이라니까. 일부러 희소성을 높여서 노이즈를 일어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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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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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를 퍼트리는 무도한 자를 진압한 후 세윤은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1열이긴 하지만 살짝 구석인 곳. 그 탓에, 사람들이 말하던 ‘세션 밴드’가 잘 보이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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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가 나오고, 진행을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가수 주현의 자랑스러운 팬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팬들을 띄워주는 낯간지러운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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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윤은 ‘빨리 주현 오빠나 불러오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슬슬 등장하는 세션 밴드 구성원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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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저기 사람들 온다. 저 사람들이 밴드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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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 막 엄청 늙은 사람들은 아니네? 밴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늙지 않았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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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은 무대 한쪽을 가리켰다. 딱 봐도 성인은 아니어보이는 여자애 4명이 들어오는 모습. 스태프 아르바이트라도 하나 싶었는데, 계속 쭉쭉 들어오더니 세션 밴드 맨 앞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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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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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은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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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키 큰 사람은 잘 모른다고 해도, 다른 아이들은 아무래도 어려보이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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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애들을 밴드로 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진짜 누구한테 속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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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갑자기 이렇게 주현 오빠가 잘 되던 콘서트 방식을 바꿀리가 없다니까. 누구한테 속은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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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천재는 많다. 주현 역시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유명했다(고 팬카페 썰로 들었다). 그렇지만 천재가 많다 하더라도, 보이는 사람이 다 천재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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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에서 세윤은 지금 밴드로 나온 아이들이 연령대를 극복할만큼의 연주를 보여줄 것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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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콘서트만 망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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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에 세윤은 두 손을 모아 기대했다. 오랜만의 단콘인데 몰입이 깨질 정도의 사고만 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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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시간 후... 새로운 덕질 대상이 생겨날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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