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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이 명전과 아이들에게 설명해준 마케팅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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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OST 곡을 선공개한다. 이 때 가수와 작곡가, 세션은 비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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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 휘석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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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가수는 유명한 사람 쓸 거야. 왜냐하면 내정이 되어 있으니까. 미공개인데 왜 유명한 사람 쓸 거냐고? 미공개 OST로 나가도 다 음색이나 목소리 들어보면 알음알음 다 알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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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의 말은 이러했다. 팬들에겐 ‘우리 가수님 정체가 공개되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줘서 자발적 홍보를 하게 만들고, 대중들에겐 가수와 작곡가를 추리하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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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수를 추리하면 추리했지 작곡가를 추리하는 사람이 있을까? 작곡가와 실연자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하는 아이들의 물음에, 휘석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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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당연히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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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는 아니라는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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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이 궁금해하는 사실은 진짜 대중들이 궁금해서 궁금해하는 걸까? 아니야. 대중들의 궁금증은 매체가 만들어낸 거야. 물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해서 근처에서 자꾸 이야기를 해 대면서 ‘궁금하지? 그렇지??’ 라고 하면 대부분 궁금해지기 마련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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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이 아는 척 하며 주워섬긴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대중매체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이야기였다. 21세기, 아니 그 전부터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보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와 그 제작자들이 보여주길 원하는 것을 보는 사회에 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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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여러분에 대한 떡밥을 뿌릴 거에요. 지금 만들어질 드라마는 뭐 엄청날 정도는 아니더라도, 꽤나 관심을 받고 있는 드라마거든. 그러면 이제 사람들은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어. 첫 번째는 가수를 공개하고, 그 가수가 그런데 같이 녹음했던 밴드 애들이 너무 좋더라, 이렇게 말을 하면 이제 사람들은 아니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데? 식으로 반응을 하게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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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OST와 가수를 공개하고, 그 기세를 몰아 여고생 4명이 결성한 밴드 + 곡 메이킹 영상 + 그 외 기타사항을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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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우리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었다면 정말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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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이야기했다. OST 메이킹 영상, 밴드 생활 영상,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등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연예인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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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은 그 모든 것을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 마냥 눈 앞에 두고 흔들어댔고, 다른 아이들은 은근히 거기에 혹하는 것 같았지만… 명전은 딱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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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낌새가 심상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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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날아왔던 카톡. ‘하수연’의 과거와 관련해서 사과를 했던 아이에게 온 것이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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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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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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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요즘 뭐 밴드 관련해서 하고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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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어? 뭐 지원 사업 같은 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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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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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도 그렇고 얼마전에 나한테도 은근슬쩍 너 옛날 일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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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 생각 없다고 말했는데 다른 애들은 어떨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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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듣고, 명전은 올 게 왔구나 싶었다. 물론 대책은 착실하게 세워놓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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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도 사과를 했고 - ‘하수연’의 기억이나, 다인, 채린, 수현 등의 친구들, 혹은 당시 피해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애들을 제외한다면 - 약간 위선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봉사활동도 꾸준히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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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동안 만난 음악계 대선배(명전은 이 표현이 참 미묘하다고 생각했다)들에게 명전의 과거에 대한 밑밥도 전부 깔아놓았고, ‘하수연 킥보드 사건’ 당시 술을 같이 마셨던 애들과도 이야기를 좀 해 놓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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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사실 자체를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성주희’라는 사람의 존재가 가장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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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게 이야기를 좀 맞추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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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정통한 것 같은 학교 3인방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자료를 정리해놓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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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전은, ‘음반제작사’에 소속되어 회사까지 참여하는 대난장판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자칫하면 ‘학폭 과거 숨기고 회사 들어갔다가 회사까지 망하게 만들었다!’ 라는 누명을 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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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하지도 않은 일 - 죽었다가 일어나보니 학폭 저지른 애 몸에 있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 에 고생하는 판에, 그런 누명까지 쓰면 진짜 돌아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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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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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턱을 괸 채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일이 전개되고 있었다. 휘석의 방송가 짬은 헛되게 먹은 게 아닌 모양인지, 진짜 그의 말대로 점점 선공개 OST의 밴드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씩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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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주현님 ㅠㅠㅠㅠㅠ 음색 개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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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진짜 재즈천재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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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ㅂ 이새끼는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도 잘부르고 곡도 잘뽑고 세상이 왜 이따구냐? 존나 불공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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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말은 험한데 죄다 주현님 칭찬인게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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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님이 인스타에서 이 곡 만드신 밴드 진짜 기대해도 좋다는데 혹시 아시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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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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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ㄹㅇ 개궁금… 인스타에 물어봐도 절대 안가르쳐주세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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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가수에 대한 관심만 못하긴 했지만, 어쨌든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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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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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아저씨 말대로 잘 되고 있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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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서 맥북을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걸려오는 이서의 이야기. 명전은 노트북의 화면에서 눈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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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공개되고 영상도 나오고 하면 이제 우리도 아이돌 밴드 비슷하게 될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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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 아니 뭐 될 수 있을지도 모르긴 하겠지만… 너도 알겠지만, 내가 과거가 뭐 이것저것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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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월 전이긴 했지만, 명전은 밴드 아이들에게 그의 과거사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아무튼 과거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학폭 관련해서 뭔가 이슈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밴드 관련해서 말이 나올 수 있고, 뭐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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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연’에 대해서 잘 알던 이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나머지 둘은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억에 남던 것은, “그게 진짜 실제로 있던 일이 아니었다고요?” 라며, ‘하수연’이 후배들 세워놓고 일열종대로 뺨을 쳤다는 소문을 이야기해주던 현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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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상식적으로 그런 일을 했겠냐고. 당연히 그런 적 없다. 명전도 그 소문 들었을 땐 기겁해서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 봤는데, 그냥 부풀리고 부풀려진 루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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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미성년자가 술 먹고 킥보드 타다 날라가서 죽지도 않으므로, 명전은 ‘하수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해하기를 그냥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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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제 곧 발표일이긴 해. 이제 그거 발표되면, 오프라인 공연 준비해야겠지. 그럼 지금처럼 이렇게 널널하게는 연습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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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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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말에, 이서는 죽는 듯한 시늉을 했다. OST 관련 녹음을 할 때, 분명 수연보다는 널널하게 해줄 줄 알았던 현아에게서 제 2의 수연을 느끼고 상당히 괴로웠던 차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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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그 지옥같은 연습에 돌입한단 말인가. 이서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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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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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가수님.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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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교수님 또 뵙네요. 일년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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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모처, [2024 밴드 파이오니어 심사]이라고 붙어 있는 회의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서로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해가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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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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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이제 웬만한 밴드들은 다 수상을 하지 않았나. 올해는 좀 유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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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뭔가 치열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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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은 네 명. 유명한 락 밴드의 리더, 음대 교수, 유명 프로듀서, 음악방송 피디. 두 명은 몇 년 동안 심사를 맡아왔고, 두 명은 새로 심사를 맡게 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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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방식은 별 것 없다. 정해진 양식과 기준에 따라 각자 채점을 하고, 동순위자가 생길 경우 토론을 통해서 의견 합의를 이끌어낸다. 마지막까지 의견 합의가 안 될 경우 다수결로 결정하지만, 웬만하면 이 지경까지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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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딱 들어보면 감이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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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일반적인 세금 나눠먹기형 공모전의 심사위원이 아니라, 꽤나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사업의 심사위원. 음악계에 두 발을 전부 넣어 놓은 사람들으로써, 그들의 판단이 빗나가는 일은 웬만하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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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올해 듣기로는, 유력한 우승후보가 한 팀 있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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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저는 못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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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혼성팀인데, 약간 제이팝쪽으로 해서 트랜드를 제대로 수입한 모양이에요. 올해 음반 낸게 대박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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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후배들이 또 나타난 모양이네. 이래서 밴드씬은 흥미롭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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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누군가가 서류를 뒤적거리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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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이야기 하나 들었어요. 재미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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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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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전 기타리스트님 제자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번에 밴드 시작했다고. 주현이 형이 추모 콘서트 갔다 와서 칭찬을 엄청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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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친구.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저도 만나봤어요. 꽤나 싹싹한 여자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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