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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짐이 우수수 들어오자 눈살을 찌푸리는 택시 기사. 궁시렁대는 노인네를 무시한 채, 명전은 택시에 탑승한 후 목적지를 변경했다. 갑자기 장거리로 변한 운행에 택시 기사는 180도 태도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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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디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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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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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후, 명전은 이혜인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지금 뭐 일 있어서 강남 가는 중이에요. 네. 태우러 오신다고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일단 보고 연락 드릴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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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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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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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챙겨 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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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귀찮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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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푸념에, 이서는 살짝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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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래도 그렇게 챙겨주고 걱정해주시는데 귀찮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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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주고 챙겨주고 하는 건 고마운 거고, 귀찮은 건 귀찮은 거고. 둘은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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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호로자슥을 봤나… 하며 속으로 궁시렁대는 택시기사. 하지만 여고생 둘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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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 다 걱정해서 그러는 거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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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네 엄마만큼 막 어? 챙겨주고… 그런 엄마가 잘 없다니까. 우리 엄마는 뭐 신경도 안 써. 우리 아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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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말을 내뱉다, 이서는 순간적으로 입을 멈췄다. 수연의 아빠는… 이서가 들은 소문으로는, 수연이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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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연 앞에서 아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에 가까웠다. 본인이 지랄을 하는 것도 물론 있지만, 아무튼 가족이 죽은 사람 앞에서 그러긴 좀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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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연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무표정 속에 슬픔을 숨기고 있지 않을까 해서 자세히 봐도, 딱히 그런 것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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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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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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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걱정과 달리, 명전은 별 생각이 없었다. 일단 남의 아버지 아닌가. 원래의 아버지와도 그다지 사이가 안 좋았는데 - 사실 그 시절 사람들은 다 이랬다 - 문득 들어온 남의 몸, 게다가 이미 죽은 사람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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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의 과거를 뒤져봐도 뭐, 희미한 기억들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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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연’이 어렸던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면, 꽤나 화목한 가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나서는 싸늘한 가정이 되었다. 이혜인 씨와 ‘하수연’이 틀어진 것은, 그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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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떠올리고 넘어갈 일에 불과하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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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호인예대 교수 채호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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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 기타리스트 하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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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 베이시스트 최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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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어느 스튜디오. 명전과 이서가 들어가자, 준홍이 인사를 하며 그들을 안내했다. 들어선 방은 꽤나 고풍스러운 사무실. 고집이 세 보이는 노인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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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앉아요 앉아 다들. 여기 임준홍 군은 다들 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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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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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는, 처음 뵙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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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명전은 이서를 보고 한쪽 눈을 치켜들었다. 이런 상황이면 대충 아 예 예 해야지. 아무리 넉살 좋은 척 해도 인생 경험은 아직 부족한 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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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소개를 해 주게, 준홍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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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저는 세션 기타리스트 임준홍이라고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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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벌어지는 촌극. 명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색한 듯 소개를 하는 이서와 준홍. 호근은 그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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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공연은 잘 봤어요, 수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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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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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전 그 친구가 참, 안타깝게 갔지. 그렇게 건강이 안 좋은 줄 알았으면 연락이라도 해 볼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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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 선생님, 명전 선생님이랑 친분 있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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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 안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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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홍의 질문에 호근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혀 안 했다는 듯 고개를 젓는 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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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 씨랑은 흠… 뭐 그렇게 거창하게 ‘친분’ 이라고 말할 것 까지는 없긴 했지. 실제로 만난 건 일 하면서 많이 만났고, 그 외에는 오며가며 술자리에서 몇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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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 또한 비슷한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술자리에서 몇번이라 해봐야 그다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었고, 일적으로 많이 만난 사이. 솔로 음반에 세션으로 많이 작업을 해줬던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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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습니까, 명전 선생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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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여기 뭐 직접적인 관계자가 있어서 뭐라 말을 하기가 힘들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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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튀어나온 준홍의 질문에, 호근은 꽤나 난감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준홍이 질문을 취소하기 전, 명전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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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으니까 하셔도 됩니다. 그 어… 선생님의 평판이 좀 궁금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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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긴 뭐 나쁜 말을 할 것도 아니긴 하니까, 말은 해도 되겠지. 기타 실력 하나는 최고… 라고 말해봐야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이니까. 그건 안 와닿을 것 같고, 아무래도 내가 느낀 명전 씨는, 좀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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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은 커피 한잔을 살짝 들이킨 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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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그 친구랑 이야기를 나눠보면 최신 트렌드에는 엄청 빠삭했어.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랐고. 그런데 정작 본인이 곡을 쓰거나 창작을 하거나 할 때는, 그 이상으로 나가질 못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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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수연 양이 들려줬던 곡은… 수연 양이 좀 손을 봤다고 해도, 상당히 훌륭했어요. 참 그런 곡을 쓸 정도였다면, 좀 더 오래 살았으면 괜찮은 음반을 꽤나 만들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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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건 아니니까. 호근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수연을 바라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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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라고 한 건, 준홍 군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수연 양이 명전 씨의 장비를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지요. 내가 얼마전에 중고로 이걸 샀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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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며 그가 올려놓은 것은, 빈슨 에코렉 2(Binson Echorec 2). 전 세계 음반 판매 2위, 록 음악 음반 판매 1위에 빛나는 전설의 명반인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녹음할 당시에,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가 썼던 에코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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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데이비드 길모어 또한 1977년 이후로 장비를 바꾸었고, 현재는 에코렉의 복각 장비에 가까운 부나 딜레이 이펙터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명전의 메인 톤은 1970년대의 데이비드 길모어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꼭 모아야 할 장비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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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내가 어떻게 명전 씨 건지 알았냐. 여기 보면, 본인이 왠지 이름을 써 놨어요. 이 안에. 도난당할까봐 그랬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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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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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다른 부분, 이를테면 개조 및 수리의 흔적 - 자신이 직접 했던 부분들이니 - 으로 이미 본인의 장비인 것을 확신한 상태였다. 그런데 저런 걸 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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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명전은 과거를 떠올려보았다. 혹시라도 훔쳐가서 원래부터 자기것이었던 것 마냥 행세하는 사람들 잡으려고 저렇게 적어 놨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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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내가 그냥 수집용으로 산 거긴 하지만, 뭐 여러가지로 이걸 내가 수집용으로만 사서 묵혀놓는 것도 아니다 싶고. 어찌됐든 이펙터라는 건 쓰라고 만드는 물건이니. 이번에 만나기도 했고, 유망한 기타리스트에게 선물한다는 느낌으로 수연 양에게 주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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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를 하기는 약간 이른 이야기다. 명전은 마지막 문장에 주목했다. 주려고 하는 데와, 주겠다는 명백히 다른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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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려고 하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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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찾고 있다면 알겠지만, 이게 한두푼 금액이 아니라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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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홍의 말에, 호근이 대답했다. 하긴, 쉽게 남에게 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긴 하지. 그렇게 생각하던 명전을, 이서가 툭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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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얼마짜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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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에 샀을지는 몰라도, 중고가로 치면 몇백만원 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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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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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속삭임에, 명전 또한 속삭임으로 대응했다. 생각치도 못했던 가격에 경악을 하는 이서. 하지만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가격 아닌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유니크한 목적을 가진 대체불가능한 물건이 2024년도에도 작동을 한다? 어떤 것인들 비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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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연 학생에게 물어볼게요. 내가 이걸 구매한 가격이 600만원입니다. 200 정도는 부담을 할 테니, 혹시 400만원 정도는 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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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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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얼마 전 일본에서 직구한 미펜 텔레캐스터를 떠올렸다. 장난감처럼 쓸 겸 해서 산 기타였는데, 그 기타를 안 샀더라면 저 돈을 그대로 지불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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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연한 이야기지. 학생 신분에 400만원이 있을 리도 없을 거고. 그럼 두번째 제안인데, 혹시 호인예대에 들어올 생각 있나요? 그럼 이런 이펙터 쯤 바로 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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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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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단호한 대답에, 얼굴이 살짝 굳어진 준홍.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근은 거절당할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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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건 그냥 이야기를 해 본 거에요. 나도 교육자인 만큼 제자 욕심을 가질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럼 이건 어떤가. 내 앨범에 기타 세션을 서 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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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펙터에 대한 댓가는, 대충 그렇게 정리가 된 것 처럼 보였다. 채호근 교수의 앨범 전곡에 기타 세션을 다 서 주고, 외주비 일부는 이펙터로 받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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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장사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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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근 교수 정도면, 그래도 아직 이름값이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앨범에 풀 세션을 선다는 것은, 돈도 돈이지만… 기타리스트로써 이름을 조금씩 알려나가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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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준홍 군에게 들었는데, 밴드 그… 지원사업 참여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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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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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듯 준홍에게 말했던 것이, 벌써 저기까지 갔는가. 저 양반도 참 말 옮기기 좋아한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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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른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봐서 알지만… 경연 비슷하게 이루어지는 것들은, 재미있는 일을 불러오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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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은 이전의 일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그 아주 조금의 기회 하나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암투가 오갔던가. 떳떳한 것 부터, 그렇지 않은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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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도 작고, 정부에서 주관하는 것이다보니 그럴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하지만… 아무튼 밴드 끼리 서로 대결을 하는 거니까, 마음을 대차게 먹는 게 좋을 거에요. 수연 학생 밴드 말고도, 젊은 애들 중에 좀 하는 애들이 들어가긴 했더구만. 게다가 수연 학생은 전에 들어보니까, 개인 신상적으로 좀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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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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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는 게 좋을 거에요. 아무튼 돈이 얽힌 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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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은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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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느 정도 준비는 되어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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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잘 맞아들어가기만 한다면, 꽤나 흡족한 결과를 가지고 올 대책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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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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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이서가 연주 준비를 마쳤다. “같이 온 학생은 베이스를 치나?” 라고 물어본 호근 덕에, 갑자기 예대 교수 앞에서 베이스를 치는 꼴이 된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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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쳐 보세요. 자신 있는 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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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의 말에, 이서는 베이스를 이래저래 뜯기 시작했다. 몇분간의 연주 후, 곡을 마친 이서에게 호근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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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친지 얼마 안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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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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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긴 해. 연주가 아직 거칠고, 튀어나가려는 점이 있어. 특이한 건, 어느 부분은 누가 콕 집어서 지도해준 것 마냥 가지런한데 어느 부분은 튀어나가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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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연주를 평하는 호근. 그 평을 듣고, 이서는 슬쩍 수연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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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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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찌됐든 재능 자체는 있어 보이는데. 레슨은 받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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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그만뒀어요. 이래저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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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종로구에 산다고 했죠? 이쪽으로 한번 연락해봐요. 내 제자가 그 근처에 사는데, 꽤나 베이스를 잘 치는 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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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은 명함 한장을 이서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웬… 같은 느낌으로 명함을 받아든 이서는, 약간 떨떠름한 심정을 숨기며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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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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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밴드 파이오니어 힘 내길 바랍니다. 그리고 앨범 녹음 관련해서는, 일정 잡히는 대로 연락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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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괘씸한 생각을 하는 이서를 내버려둔 채, 호근이 남긴 말에 명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 며칠 간 쉬긴 했으니, 이제는 다시 달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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