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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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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짐이 우수수 들어오자 눈살을 찌푸리는 택시 기사. 궁시렁대는 노인네를 무시한 채, 명전은 택시에 탑승한 후 목적지를 변경했다. 갑자기 장거리로 변한 운행에 택시 기사는 180도 태도를 바꾸었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강남.”

이서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후, 명전은 이혜인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지금 뭐 일 있어서 강남 가는 중이에요. 네. 태우러 오신다고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일단 보고 연락 드릴게요. 네.

“엄마?”

“응.”

“잘 챙겨 주시네~”

“가끔은 귀찮기도 하지.”

명전의 푸념에, 이서는 살짝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그래도 그렇게 챙겨주고 걱정해주시는데 귀찮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걱정해주고 챙겨주고 하는 건 고마운 거고, 귀찮은 건 귀찮은 거고. 둘은 다르지.”

저런 호로자슥을 봤나… 하며 속으로 궁시렁대는 택시기사. 하지만 여고생 둘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뭐, 다 걱정해서 그러는 거긴 하지.”

“그래. 너네 엄마만큼 막 어? 챙겨주고… 그런 엄마가 잘 없다니까. 우리 엄마는 뭐 신경도 안 써. 우리 아빠도…”

무심코 말을 내뱉다, 이서는 순간적으로 입을 멈췄다. 수연의 아빠는… 이서가 들은 소문으로는, 수연이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그래서 수연 앞에서 아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에 가까웠다. 본인이 지랄을 하는 것도 물론 있지만, 아무튼 가족이 죽은 사람 앞에서 그러긴 좀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수연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무표정 속에 슬픔을 숨기고 있지 않을까 해서 자세히 봐도, 딱히 그런 것은 없어 보였다.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런 건가?

‘아버지라…’

이서의 걱정과 달리, 명전은 별 생각이 없었다. 일단 남의 아버지 아닌가. 원래의 아버지와도 그다지 사이가 안 좋았는데 - 사실 그 시절 사람들은 다 이랬다 - 문득 들어온 남의 몸, 게다가 이미 죽은 사람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이 애의 과거를 뒤져봐도 뭐, 희미한 기억들 뿐이고.

‘하수연’이 어렸던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면, 꽤나 화목한 가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나서는 싸늘한 가정이 되었다. 이혜인 씨와 ‘하수연’이 틀어진 것은, 그 때문일까.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떠올리고 넘어갈 일에 불과하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반갑습니다. 호인예대 교수 채호근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 기타리스트 하수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그룹 사운드, 베이시스트 최이서입니다…”

강남의 어느 스튜디오. 명전과 이서가 들어가자, 준홍이 인사를 하며 그들을 안내했다. 들어선 방은 꽤나 고풍스러운 사무실. 고집이 세 보이는 노인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을 맞이했다.

“그래요. 앉아요 앉아 다들. 여기 임준홍 군은 다들 아시지?”

“네.”

“아 저는, 처음 뵙는데…”

그 말에 명전은 이서를 보고 한쪽 눈을 치켜들었다. 이런 상황이면 대충 아 예 예 해야지. 아무리 넉살 좋은 척 해도 인생 경험은 아직 부족한 아이긴 하다.

“그래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소개를 해 주게, 준홍 군.”

“아 네. 저는 세션 기타리스트 임준홍이라고 하구요…”

느닷없이 벌어지는 촌극. 명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색한 듯 소개를 하는 이서와 준홍. 호근은 그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일전에 공연은 잘 봤어요, 수연 양.”

“아 네, 감사합니다.”

“서명전 그 친구가 참, 안타깝게 갔지. 그렇게 건강이 안 좋은 줄 알았으면 연락이라도 해 볼걸 그랬어.”

“호근 선생님, 명전 선생님이랑 친분 있으셨습니까?”

“내가 말 안 했나?”

준홍의 질문에 호근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혀 안 했다는 듯 고개를 젓는 준홍.

“명전 씨랑은 흠… 뭐 그렇게 거창하게 ‘친분’ 이라고 말할 것 까지는 없긴 했지. 실제로 만난 건 일 하면서 많이 만났고, 그 외에는 오며가며 술자리에서 몇번?”

명전 또한 비슷한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술자리에서 몇번이라 해봐야 그다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었고, 일적으로 많이 만난 사이. 솔로 음반에 세션으로 많이 작업을 해줬던 정도인가.

“어떠셨습니까, 명전 선생님은?”

“어 음… 여기 뭐 직접적인 관계자가 있어서 뭐라 말을 하기가 힘들긴 한데.”

문득 튀어나온 준홍의 질문에, 호근은 꽤나 난감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준홍이 질문을 취소하기 전, 명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괜찮으니까 하셔도 됩니다. 그 어… 선생님의 평판이 좀 궁금하기도 하구요.”

“그런가. 하긴 뭐 나쁜 말을 할 것도 아니긴 하니까, 말은 해도 되겠지. 기타 실력 하나는 최고… 라고 말해봐야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이니까. 그건 안 와닿을 것 같고, 아무래도 내가 느낀 명전 씨는, 좀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랄까.”

호근은 커피 한잔을 살짝 들이킨 후, 입을 열었다.

“뭐랄까, 그 친구랑 이야기를 나눠보면 최신 트렌드에는 엄청 빠삭했어.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랐고. 그런데 정작 본인이 곡을 쓰거나 창작을 하거나 할 때는, 그 이상으로 나가질 못 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수연 양이 들려줬던 곡은… 수연 양이 좀 손을 봤다고 해도, 상당히 훌륭했어요. 참 그런 곡을 쓸 정도였다면, 좀 더 오래 살았으면 괜찮은 음반을 꽤나 만들었을 텐데.”

뭐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건 아니니까. 호근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수연을 바라보고 말했다.

“오늘 오라고 한 건, 준홍 군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수연 양이 명전 씨의 장비를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지요. 내가 얼마전에 중고로 이걸 샀는데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그가 올려놓은 것은, 빈슨 에코렉 2(Binson Echorec 2). 전 세계 음반 판매 2위, 록 음악 음반 판매 1위에 빛나는 전설의 명반인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녹음할 당시에,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가 썼던 에코 유닛.

물론 데이비드 길모어 또한 1977년 이후로 장비를 바꾸었고, 현재는 에코렉의 복각 장비에 가까운 부나 딜레이 이펙터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명전의 메인 톤은 1970년대의 데이비드 길모어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꼭 모아야 할 장비 중 하나였다.

“이걸 내가 어떻게 명전 씨 건지 알았냐. 여기 보면, 본인이 왠지 이름을 써 놨어요. 이 안에. 도난당할까봐 그랬던 건가?”

‘그랬던가?

명전은 다른 부분, 이를테면 개조 및 수리의 흔적 - 자신이 직접 했던 부분들이니 - 으로 이미 본인의 장비인 것을 확신한 상태였다. 그런데 저런 걸 했었던가?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명전은 과거를 떠올려보았다. 혹시라도 훔쳐가서 원래부터 자기것이었던 것 마냥 행세하는 사람들 잡으려고 저렇게 적어 놨었던 것 같은데.

“원래는 내가 그냥 수집용으로 산 거긴 하지만, 뭐 여러가지로 이걸 내가 수집용으로만 사서 묵혀놓는 것도 아니다 싶고. 어찌됐든 이펙터라는 건 쓰라고 만드는 물건이니. 이번에 만나기도 했고, 유망한 기타리스트에게 선물한다는 느낌으로 수연 양에게 주려고 하는데.”

환호를 하기는 약간 이른 이야기다. 명전은 마지막 문장에 주목했다. 주려고 하는 데와, 주겠다는 명백히 다른 말이니까.

“주려고 하시는데…?”

“이걸 찾고 있다면 알겠지만, 이게 한두푼 금액이 아니라서 말이지.”

준홍의 말에, 호근이 대답했다. 하긴, 쉽게 남에게 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긴 하지. 그렇게 생각하던 명전을, 이서가 툭툭 두드렸다.

“저게 얼마짜린데?”

“얼마에 샀을지는 몰라도, 중고가로 치면 몇백만원 하긴 해.”

“그 정도나??”

이서의 속삭임에, 명전 또한 속삭임으로 대응했다. 생각치도 못했던 가격에 경악을 하는 이서. 하지만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가격 아닌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유니크한 목적을 가진 대체불가능한 물건이 2024년도에도 작동을 한다? 어떤 것인들 비싸지 않을까.

“우선 수연 학생에게 물어볼게요. 내가 이걸 구매한 가격이 600만원입니다. 200 정도는 부담을 할 테니, 혹시 400만원 정도는 낼 수 있나요?”

“음… 무리죠.”

명전은 얼마 전 일본에서 직구한 미펜 텔레캐스터를 떠올렸다. 장난감처럼 쓸 겸 해서 산 기타였는데, 그 기타를 안 샀더라면 저 돈을 그대로 지불할 수 있었을 텐데.

“뭐, 당연한 이야기지. 학생 신분에 400만원이 있을 리도 없을 거고. 그럼 두번째 제안인데, 혹시 호인예대에 들어올 생각 있나요? 그럼 이런 이펙터 쯤 바로 줄 수 있지.”

“아뇨, 전혀 없습니다.”

명전의 단호한 대답에, 얼굴이 살짝 굳어진 준홍.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근은 거절당할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뭐, 이건 그냥 이야기를 해 본 거에요. 나도 교육자인 만큼 제자 욕심을 가질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럼 이건 어떤가. 내 앨범에 기타 세션을 서 주는 건?”


이펙터에 대한 댓가는, 대충 그렇게 정리가 된 것 처럼 보였다. 채호근 교수의 앨범 전곡에 기타 세션을 다 서 주고, 외주비 일부는 이펙터로 받는 것으로.

‘남는 장사긴 해.

채호근 교수 정도면, 그래도 아직 이름값이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앨범에 풀 세션을 선다는 것은, 돈도 돈이지만… 기타리스트로써 이름을 조금씩 알려나가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내가 준홍 군에게 들었는데, 밴드 그… 지원사업 참여한다고 했던가?”

“네.”

지나가듯 준홍에게 말했던 것이, 벌써 저기까지 갔는가. 저 양반도 참 말 옮기기 좋아한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나도 다른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봐서 알지만… 경연 비슷하게 이루어지는 것들은, 재미있는 일을 불러오긴 하지.”

호근은 이전의 일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그 아주 조금의 기회 하나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암투가 오갔던가. 떳떳한 것 부터, 그렇지 않은 것까지.

“규모도 작고, 정부에서 주관하는 것이다보니 그럴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하지만… 아무튼 밴드 끼리 서로 대결을 하는 거니까, 마음을 대차게 먹는 게 좋을 거에요. 수연 학생 밴드 말고도, 젊은 애들 중에 좀 하는 애들이 들어가긴 했더구만. 게다가 수연 학생은 전에 들어보니까, 개인 신상적으로 좀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하던데?”

“아 네. 반성하고 있습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에요. 아무튼 돈이 얽힌 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

호근은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뭐, 어느 정도 준비는 되어 있긴 한데.

명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잘 맞아들어가기만 한다면, 꽤나 흡족한 결과를 가지고 올 대책이었기에.

“지금 치면 될까요?”

명전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이서가 연주 준비를 마쳤다. “같이 온 학생은 베이스를 치나?” 라고 물어본 호근 덕에, 갑자기 예대 교수 앞에서 베이스를 치는 꼴이 된 이서.

“지금 쳐 보세요. 자신 있는 곡으로.”

호근의 말에, 이서는 베이스를 이래저래 뜯기 시작했다. 몇분간의 연주 후, 곡을 마친 이서에게 호근이 질문을 던졌다.

“음… 친지 얼마 안 됐죠?”

“네.”

“그런 것 같긴 해. 연주가 아직 거칠고, 튀어나가려는 점이 있어. 특이한 건, 어느 부분은 누가 콕 집어서 지도해준 것 마냥 가지런한데 어느 부분은 튀어나가 있단 말이지.”

이서의 연주를 평하는 호근. 그 평을 듣고, 이서는 슬쩍 수연을 쳐다보았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네.

“하지만 어찌됐든 재능 자체는 있어 보이는데. 레슨은 받고 있나?”

“최근에 그만뒀어요. 이래저래 뭐…”

“흠… 종로구에 산다고 했죠? 이쪽으로 한번 연락해봐요. 내 제자가 그 근처에 사는데, 꽤나 베이스를 잘 치는 애야.”

호근은 명함 한장을 이서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웬… 같은 느낌으로 명함을 받아든 이서는, 약간 떨떠름한 심정을 숨기며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광고는 아니겠지…?

“아무튼 밴드 파이오니어 힘 내길 바랍니다. 그리고 앨범 녹음 관련해서는, 일정 잡히는 대로 연락 줄게요.”

꽤나 괘씸한 생각을 하는 이서를 내버려둔 채, 호근이 남긴 말에 명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 며칠 간 쉬긴 했으니, 이제는 다시 달릴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