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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로 인해 음향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고만 말하고, 그냥 지나가도 되는 일이다. 그러나 Group Sound는 전액 환불만을 해 준 것이 아니라,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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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그 날 저녁의 무료 공연이었다. 야외 공연장 안에 사람들이 다 못들어가서, 바깥에서 우산이나 우비를 쓰고 노래를 들어야 했던 그 공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듣고싶어했던 그런 공연. 관객들과 진정으로 호흡하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던 그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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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무조건 기사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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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그 공연에 참석했던 기자가 찍어온 사진을 보고… 지역 언론의 편집장이 그렇게 말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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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동안 이런 전례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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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는 많다. 아티스트 본인의 책임이든, 천재지변이든, 지역 문제든, 수익성 문제든. 그리고 그렇게 취소된 공연은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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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은 그렇게 문화생활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아티스트들에게는 그저 한 번의 공연일 뿐이지만, 지역주민에게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기회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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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Group Sound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액 환불을 하고도, 대관료와 장비 대여비를 내면서… 그들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공연을 펼쳤다. 형식적인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날 공연에 오지 못한 모든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을만한 스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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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가 이런 일을 그저 ‘그럴 수도 있지’ 라며 받아들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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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물결은 단순히 지역 언론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점점 넓어지고 커지며, 잔잔하지만 단단한 파장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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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할’… 밴드 Group Sound, 천재지변으로 인한 공연 취소에도 불구하고 무료 공연으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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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분들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Group Sound 하수연, 무료 공연의 취지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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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밴드 전국 투어 근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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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보면 단지 무료 공연을 1회 해준 것에 불과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료 공연’을 해주었다는 것 보다는 ‘공연 취소가 자기들 책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어야 한다고 무료공연을 개최’한 것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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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Group Sound의 선행은, 다양한 경로로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뉴스, 라디오 뉴스, 지상파 한 꼭지,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판 등… 헤드라인을 지배할 정도로 떠들썩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 ‘아 Group Sound라는 밴드가 좋은 일을 했구나’라고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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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밴드 Group Sound 및 [레이블 에코사운드]에 감사장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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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밴드는 지방문화활동의 증진을 위해 힘써주는 활동으로 지방의 다양한 음악문화를 증진하는데 귀여한 공이 크므로 이 감사장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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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와 같은 감사장을 대리로 누군가가 수여받을 때 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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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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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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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미 제주로 가는 배에 몸을 싣고 있었다. 상당히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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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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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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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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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지… 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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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절로 가,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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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걷어차다시피 그를 밀어낸 서하. 그는 서러워하면서도, 저절로 굴러가 옆에 자리를 잡았다. 어지러워 죽을 것 같으면서 토할 것 같으면서도 또 묘하게 토는 안 나오는 이런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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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멀미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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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자고 한 것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서명전’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심야 선박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배를 타고 갈 필요 없이 부산에서 전날 짐을 보내놓고 그들은 비행기로 가도 되는 일이었으나, 그는 “배 타는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하며 일행들이 배를 타게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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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결과가 이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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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굴러다닐거면서 배 타자고는 왜 했냐? 그냥 편하게 자고 내일 비행기 탔으면 훨씬 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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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들려오는 서하의 핀잔. 평소같았으면 뭐라고 이야기라도 했겠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시름시름 앓으며 객실에 처박혀 천장을 보고 있다가, 다시 또 밀려오는 구토감에 괴로워하다가, 다시 또 누웠다가를 반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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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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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지난 후, 자정을 넘긴 시각. 그는 괴로움에 굴러다니면서도 어떻게든 멀미약을 사다 먹고 일어났다. 괴로워하고만 있으면 그가 이 여행을 택한 목적이 없어진다. 힘들더라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밤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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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밤의 배를 둘러본다. 매점도 가 보고, 1등실도 가 본다. 크루즈마냥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고 그저 실용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는 배지만, 그는 그것이 좋았다. 한참 차이나긴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감성이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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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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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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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 구토감을 필사적으로 참아가며 갑판으로 향한다. 도착하자 뻥 뚫린 검은 하늘이 그를 반겨준다. 주위에 보이는 것은 수평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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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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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 그가 어릴 적에나 볼 수 있었던, 이제는 도시의 불빛 덕에 보지 못한 지 수십년이 넘은 그런 별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살짝 싸늘한 공기와, 배에 부딪혀 철썩대는 파도. 휘청대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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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평선. 아득한 망망대해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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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장소는 다르지만. 바다가 아니라 산이었지만. 풍경은 같다. 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 싸늘한 공기. 이 세상에 마치 나 혼자밖에 없는 듯한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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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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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지금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데도 즐거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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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걸 알지 못했으니 오히려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음악을 순수하게 즐기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냥 좁은 우물에서 내가 최고다 라고 하며 살았으면 행복했을텐데. 더 높은, 절대 닿을 수 없는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 있음을 깨달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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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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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얻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르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음악이 즐거웠다. 이 순간과 같은 풍경을 보던 바로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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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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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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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며 일정을 읊는 고경민 팀장. “일정 하나 외에는 전부 다 관광이니까요. 부담없이 노시면 됩니다.” 라는 말에 이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옆에서 수연도 뭔가 호응을 해 주려고 했던 것 같지만, 멀미의 여파인지 “그에에엑” 같은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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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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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으욱. 엑.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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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일정은… 이제 저희가 송악산이랑 가파도 쪽에 가서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MV 소스 촬영을 할 예정입니다. 장비랑 허가는 이미 다 나 있는 상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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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등을 잠시 토닥거려 준 후, 이서는 이전에 고경민이 말해주었던 것을 떠올렸다.아직 명확하게 어떤 곡의 MV를 만들지는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소스로 활용할 수 있게끔 좀 촬영을 하려고 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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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다큐멘터리 팀의 협조를 얻어서 좀 다음 곡에 대한 기대감도 살려본다, 뭐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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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면 장비 설치되어 있다고 했었지. 즉석으로 공연도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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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연을 들고, 마련된 차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는 처음이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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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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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의 바닷가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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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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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의 바닷가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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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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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에도 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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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 즐길 수는 없었지만, 이서와 아이들(수연 제외)은 필사적으로 제주도를 즐겼다. 현무암이 가득한 바다. 그리고 싱그러운 자연. 일본과 비슷하게 지평선이 보이는 그런 이질적인 풍경. 말고기. 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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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즐겁게 몇 시간 정도의 여행을 즐기면서 도착한 곳은, 송악산이었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 촬영을 하기 위해서인지 꽤나 정돈된 곳에 앰프와 이것저것들이 미리 날라져 있었다. 그리고 와서 무슨 일인지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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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대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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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이대로 가는 걸까? 그런 시선으로 스태프 중 한명을 쳐다보았더니, 스태프가 “사람들이 있어야 좀 그림이 나온다네요.” 라는 설명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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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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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기웃대던 관광객 사이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 애 한명이 슥 빠져나와 그들에게로 왔다.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이 “재후야!!”라고 소리를 치는 사이, 그 아이가 이서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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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룹사운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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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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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엄마! 이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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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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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사인을 받겠다느니, 사진을 찍겠다느니 해서 슬금슬금 모여드는 사람들. 이서는 수연을 바라보았고, 수연은 고경민 팀장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라는 그의 말에 밴드는 어느정도 팬 서비스를 해 준 후, 악기를 잡고 잠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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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뭐 어떤 식으로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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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곡을 쳐 보시면, 저희가 한번 잡아보고 필요한 구도가 있으면 어떻게 잡아달라 뭐 그런 식으로 주문을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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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단 아무거나 쳐 볼까요? 혹시 저희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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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가 그렇게 질문을 던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함께 신청곡이 튀어나왔다. 다들 아는 [공중정원]과 같은 것들. 그 중에 [잿빛의 나날들]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수연이 “잿빛의 나날들 하자.”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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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럼 한번 쳐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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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잠시만요. 사람들 좀 물리고… 저희가 신호 드리면, 그때 연주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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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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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루어진 즉석 콘서트. 촬영을 하거나 그녀들을 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가운데, 이서는 한 곡을 마치고 물병을 들이켰다. 으프프픕. 급하게 마셨더니 물이 이리저리 흘러, 약간이지만 옷이 젖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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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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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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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을 건네주는 수연. 물을 닦느라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사이, 이서는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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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스태프들, 저 멀리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회사 사람들. 그리고 티셔츠를 거의 나시처럼 만들어 입고도 “더워!”라고 외치는 서하와, 말 없이 그냥 해파리처럼 늘어져 있는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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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연이. 분명 더운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아무런 변함 없이 가만히 서 있는 아이. 그녀는 미동도 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뭔가 떠올리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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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너는 안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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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고 말할수록 더 더운 법이야. 안 덥다고 생각하면 안 더워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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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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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를 하냐, 라고 말하려는 순간. 예고도 없이 수연이 기타를 튕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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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말은 해 줘야 시작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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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이서는 베이스라인을 떠올리려고 했다. 어떤 곡이었더라. 대충 이렇게 울리면서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라고 하며 치던 근음. 하지만 생각나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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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곡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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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했다, 그 멜로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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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쓸쓸하면서, 혹은 황량하면서. 마치 홀로 아무것도 없는 집에 남아 가만히 손을 쳐다보는, 그런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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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기대감이 드는. 지금까지의 여정은 힘들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은 왠지 모르게 희망찰 것 같은 그런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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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근음을 계속 울렸다. 마치 멜로디가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는 듯 해서. 건너편에서 고민을 하고 있던 서하도 드럼을 조금씩 울리기 시작했다. 현아 또한 마찬가지로, 낮게 깔리는 피아노 소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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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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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지속될 것 같던 그 멜로디는, 어느새 음을 닫으며 끝나버렸다. 작은 박수가 이어지는 사이 그녀는 참고 있던 숨을 뱉어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곡. 완전히 새로운 곡을 맞춰가는 것은 처음 겪어본 일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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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곡…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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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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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질문에 수연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뭔가 고민하는 것 같을 때면 나오는, 늘상 있는 그녀의 손버릇. 그렇게 꼬아놓던 머리칼을 풀어낸 다음, 수연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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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곡… 이라고 하긴 애매하지. 만들고 있는 곡이지. 방금 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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