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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를 든 채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옆의 와이프가 “먼지 날린다!” 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무시한 채, 그는 맥주를 한잔 들이키고는 리모콘을 잡았다.오늘 방송을 한다고 하도 호들갑을 떨던 바로 그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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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브 기타리스트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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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직장인 밴드 동료들이 “무조건 봐야 된다!”라며 호들갑을 떨던 방송. 아마추어긴 해도 나름 기타리스트인지라 흥미는 있었지만, 딱히 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워낙 주위에서 호들갑을 떠는 데다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중 한명도 나온다고 하여… 와이프의 리모콘까지 뺏어가며 시청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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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뭐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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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치는 사람들 나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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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 밴드 그거 안하면 안되나? 아들 봐줄 시간도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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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얼마나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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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무슨 좋지도 않은 노래인데 그걸 한다고 맨날천날… 노래가 좋기라도 하든가. 시끄럽게 막 지지고 볶고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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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말했잖아? 그냥 이야기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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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내의 말을 바로 끊고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밴드 동료들의 [시작한다] 등의 카카오톡. 그는 그것을 보며, 과연 프로 기타리스트들의 연주가 그에게 어느 정도의 영감을 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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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좀 줄여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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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니가 들어가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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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곡의 연주가 끝나고. 아내의 말에 퉁명스럽게 답을 하고는, 그는 카카오톡으로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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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정도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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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 박으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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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ㅋㅋ 우리 다 늙어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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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쯤되면 윤환형님 드럼도 못 칠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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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정도에 10년이면 빠른거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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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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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막론하고 나오는 기타리스트들. 20대도 있고, 60대도 있다. 서로의 곡을 쳐 가며 애드립도 하고, 정석대로 치기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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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안 했지만 뭔가 눈이 뜨이는 느낌이 있긴 했다. ‘저기에서 저걸 저렇게 친다고?’ 같은 생각이 드는 장면들. 그가 연습했던 곡도 몇개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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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잘치는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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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치는거지. 내가 할라면 10년은 걸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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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래 걸린다고? 그짓말 아이가? 저게 뭐라고 10년이나 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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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쳐 보기 전에는 모르지, 라고 생각하며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방송 화면을 보았다. 방송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면 이제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올 것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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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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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한테는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이 다음 차례에 나올 사람에게는 그도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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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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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음악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밴드 ‘Group Sound’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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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로서는 [공중정원], [별이 되어가는 것] 모두 잘 듣긴 했으나… 인터넷에서 그렇게 막 극찬을 하고, 그가 자주 가는 뮬과 같은 곳에서도 [2020년대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는 이미 나와버린 것 같습니다] 같은 글이 올라올 정도인가… 싶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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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MC의 멘트를 들었다. “하수연 기타리스트님 모시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쏟아지는 박수. 특별취급인지 백밴드들과 아까 연주했던 기타리스트까지 한명 나와있는 가운데 하수연이 등장해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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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쟤 아이돌이가? 아이돌도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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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기타치는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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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아가 기타를 친다고?” 라는 와이프의 말을 흘려넘기며 그는 방송을 계속 보았다. 근황 이야기. 이번 프로그램 준비 단계 이야기. 그리고 어떤 곡을 할지 묻는 이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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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곡을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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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조금 긴 곡이 될 것 같은데… Sultan of Swing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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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하며 하수연이 말해준 노래는, 그가 모르는 것이었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음악은 시작된다. 드럼 스틱의 신호와 함께, 흥겨운 멜로디로 출발하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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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한다기보다는 흥얼거림에 가까운 보컬. 하지만 쾌활한 느낌의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리드 기타에 의해 연주되는 흥겨운 멜로디가 그런 단점을 덮어준다. 옆에 앉은 아내에게서 느껴지는 미약한 리듬이 그를 증명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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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곡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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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 잠시 연주되며, 줌인되는 하수연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 중지로 피크 없이 핑거피킹을 하고 있는 모습에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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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피킹이야 할 수 있다지만, 저 경력에 저런 게 가능하다고? 그리고 마치 핑거피킹으로만 쭉 기타를 쳐 온 사람마냥 저런 표현이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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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노래는 끝난 것 같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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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악기들이 조금씩 연주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전면으로 기타가 맹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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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 위에서 펼쳐지는 손가락의 발레. 리듬감 있게 몰아치다가도 어느샌가 물러서있고, 속주인가 싶다가도 흔들리는 음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연주. 화면 속의 모든 사람은 뛰거나, 춤을 추거나, 박수를 치거나 하고 있다. 베이스도, 리듬 기타도, 드럼도, 피아노도, MC도, 관객들도, 카메라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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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움직임을 이끌어내고 있는 리드 기타리스트 하수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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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지 않아도 흥겨움이 느껴질만큼 팔짝팔짝 뛰며 기타를 연주한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연주를 하면서도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었다. 녹음인가 착각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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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클라이막스에 다다라, 결국 마무리와 함께 연주가 끝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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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10분 이상 지나버린 시간. 카톡도 마찬가지. 마치 저 음악을 듣는 동안,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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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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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것은 그 뿐만이 아닌 듯 했다. 음악을 듣는 동안 내내 고요했던 아내의 외침. 아내는 부산을 떨며 뭔가를 준비해야겠다며 일어나려다, 그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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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도 할라면 얼마 연습해야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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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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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믄 죽었다 깨어나도록 연습해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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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울컥하던 그의 마음은 함의를 깨닫자마자 사라졌다. 저렇게 될 수 있을때까지 연습하라는 건, 밴드를 계속 하라는 것 아닌가. 고맙습니다 하수연 씨. 당신은 저의 귀를 정화시켜주셨고, 가정의 평화조차 지켜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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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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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조금 돌려서,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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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끝난 직후 무대 뒤 대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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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끝낸 뒤 돌아온 그를 반겨줬던 것은 ‘무수히 많은 악수의 요청’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기타를 잘 치냐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핑거피킹은 언제 배웠냐, Sultan of Swing은 좀 오래된 노래인데 혹시 서명전 선생에게 배운 것이냐, 나랑 같이 올드 블루스 트리뷰트 밴드 꾸려볼 생각 없냐 리드 기타는 네가 해도 된다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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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습하면 된다.”류의 이야기를 남기고, 그 외의 제안은 일단 다 보류한 채 빠져나왔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있었기에. 하지만 보류는 거절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연락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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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무래도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음 저도 밴드를 하고 있는지라. 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현재는 조금 힘드니, 다음에 한번 연락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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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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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자마자 질문을 던져오는 이서. 그는 대답 대신 한숨을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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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무대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 문제는 한 사람이 계속 거는 게 아니고, 거기 있던 사람 대부분… 혹은 그 사람에게서 연결된 사람, 그리고 방송을 보고 또 물어보고 어쩌고 저쩌고. 아무튼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서 “아 그만걸라고요!”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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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그 방송 괜히 나갔다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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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일중독이라는게 고쳐지기가 힘들거든. 그래서 막 일을 안 하면 손발이 벌벌 떨려서 자기 스스로 막 일을 찾아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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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게 자신을 놀려대는 서하를 한번 째려보고는, 그는 커피를 홀짝 들이켰다. 그런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생긴 것을 제외한다면, 방송의 효과 자체는 좋았다. 유튜브 조회수의 상승이라던가, [공중정원]이나 [별이 되어가는 것]의 순위 상승이라거나(Sultan of Swing과 Dire Straits, Mark Knopfler에 대해서 언급하는 한국인이 많아진 건 예상 외였다) 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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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보다 고무적인 것은,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의 빈도인가 하면, 이제는 버스를 타면 꼭 그를 알아보는 척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도 많았다. 바로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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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저기! 하수연 기타리스트님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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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혹시 어떤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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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려놓자마자 들려온 질문. 그는 고개를 돌리며 최대한 상냥한 표정을 짓고자 했다. 옆에서 그 표정을 본 이서가 못 참고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고, 그는 탁자 아래로 손을 슬쩍 내밀어 이서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탄탄해서 잘 꼬집히지 않기에 세게 콱 잡았더니, “크아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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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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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별 일 아니에요. 뭐 혹시 사진… 같은 거 필요하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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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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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세명으로 늘어나버린 사람들. 그는 일어서서 한명씩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 중 한명은 Group Sound의 팬이고, Group Sound Premium을 들기까지 했다기에 멤버 전원과 사진을 찍고 사인까지 해주었다. (이서는 기념이라며 자기 가방에 달려있던 열쇠고리까지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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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진짜 위력이 미친 것 같아. 이제 티비 보는 사람 많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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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한데… 이제는, 티비 방송도 유튜브에, 올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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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막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그는 대충 흘려들으며 유튜브를 틀어보았다. 뭔가 재미있는 것이 없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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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왠지 모를 유튜브 영상이었다. 익숙한 사람이 찍혀 있는, 그리고 영어로 제목이 되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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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ltan of Swing Korean girl Cover - Best one 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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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2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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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e Finest covers I’ve heard of this song. Damn so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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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은 이 곡 커버 중에 제일 훌륭한 커버다. 솔로는 그냥 개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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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ad guitarist executed his part flawlessly. Outstanding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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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기타리스트는 자기 파트를 완벽하게 해내버렸다. 경이로울 정도의 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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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 solo was just insane. I thought he was reincarn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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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he not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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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솔로가 미쳤다. 나는 그가 환생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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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걔 안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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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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