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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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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를 든 채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옆의 와이프가 “먼지 날린다!” 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무시한 채, 그는 맥주를 한잔 들이키고는 리모콘을 잡았다.오늘 방송을 한다고 하도 호들갑을 떨던 바로 그 프로.

‘밴드 오브 기타리스트라고 했던가…’

같은 직장인 밴드 동료들이 “무조건 봐야 된다!”라며 호들갑을 떨던 방송. 아마추어긴 해도 나름 기타리스트인지라 흥미는 있었지만, 딱히 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워낙 주위에서 호들갑을 떠는 데다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중 한명도 나온다고 하여… 와이프의 리모콘까지 뺏어가며 시청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오빠 뭐볼라고.”

“기타치는 사람들 나오는거.”

“하… 그 밴드 그거 안하면 안되나? 아들 봐줄 시간도 없으면서.”

“일주일에 얼마나 한다고.”

“락 무슨 좋지도 않은 노래인데 그걸 한다고 맨날천날… 노래가 좋기라도 하든가. 시끄럽게 막 지지고 볶고 난리…”

“전에 말했잖아? 그냥 이야기 그만하자.”

그는 아내의 말을 바로 끊고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밴드 동료들의 [시작한다] 등의 카카오톡. 그는 그것을 보며, 과연 프로 기타리스트들의 연주가 그에게 어느 정도의 영감을 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소리 좀 줄여주면 안 되나?”

“그럼 니가 들어가든가.”

또 한 곡의 연주가 끝나고. 아내의 말에 퉁명스럽게 답을 하고는, 그는 카카오톡으로 답장을 보냈다.

[저정도 할 수 있음?]

[한 10년 박으면 될 것 같은데]

[10년 ㅋㅋ 우리 다 늙어죽겠다]

[그쯤되면 윤환형님 드럼도 못 칠듯 ㅋㅋ]

[근데 저정도에 10년이면 빠른거아님?]

[ㄹㅇ]

세대를 막론하고 나오는 기타리스트들. 20대도 있고, 60대도 있다. 서로의 곡을 쳐 가며 애드립도 하고, 정석대로 치기도 하는 모습.

별 기대 안 했지만 뭔가 눈이 뜨이는 느낌이 있긴 했다. ‘저기에서 저걸 저렇게 친다고? 같은 생각이 드는 장면들. 그가 연습했던 곡도 몇개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저게 잘치는거가?”

“잘치는거지. 내가 할라면 10년은 걸릴걸.”

“그래 오래 걸린다고? 그짓말 아이가? 저게 뭐라고 10년이나 걸리는데.”

원래 쳐 보기 전에는 모르지, 라고 생각하며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방송 화면을 보았다. 방송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면 이제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올 것 같았기에.

‘그 정도로 잘 할까?

아내한테는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이 다음 차례에 나올 사람에게는 그도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긴 했다.

‘하수연’.

현재 한국 음악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밴드 Group Sound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하지만 그로서는 [공중정원], [별이 되어가는 것] 모두 잘 듣긴 했으나… 인터넷에서 그렇게 막 극찬을 하고, 그가 자주 가는 뮬과 같은 곳에서도 [2020년대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는 이미 나와버린 것 같습니다] 같은 글이 올라올 정도인가… 싶은 느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MC의 멘트를 들었다. “하수연 기타리스트님 모시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쏟아지는 박수. 특별취급인지 백밴드들과 아까 연주했던 기타리스트까지 한명 나와있는 가운데 하수연이 등장해 자리에 앉았다.

“와 쟤 아이돌이가? 아이돌도 나오나?”

“아니, 그냥 기타치는 애.”

“저런 아가 기타를 친다고?” 라는 와이프의 말을 흘려넘기며 그는 방송을 계속 보았다. 근황 이야기. 이번 프로그램 준비 단계 이야기. 그리고 어떤 곡을 할지 묻는 이야기 등.

[“어떤 곡을 하실 건가요?”]

[“어… 조금 긴 곡이 될 것 같은데… Sultan of Swing이라고 합니다.”]

라고 말하며 하수연이 말해준 노래는, 그가 모르는 것이었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음악은 시작된다. 드럼 스틱의 신호와 함께, 흥겨운 멜로디로 출발하는 음악.

노래한다기보다는 흥얼거림에 가까운 보컬. 하지만 쾌활한 느낌의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리드 기타에 의해 연주되는 흥겨운 멜로디가 그런 단점을 덮어준다. 옆에 앉은 아내에게서 느껴지는 미약한 리듬이 그를 증명하는 듯 했다.

"와, 이 곡 좋은데?”

솔로가 잠시 연주되며, 줌인되는 하수연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 중지로 피크 없이 핑거피킹을 하고 있는 모습에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핑거피킹이야 할 수 있다지만, 저 경력에 저런 게 가능하다고? 그리고 마치 핑거피킹으로만 쭉 기타를 쳐 온 사람마냥 저런 표현이 가능하다고?'

그러는 사이 노래는 끝난 것 같았으나…

다른 악기들이 조금씩 연주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전면으로 기타가 맹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넥 위에서 펼쳐지는 손가락의 발레. 리듬감 있게 몰아치다가도 어느샌가 물러서있고, 속주인가 싶다가도 흔들리는 음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연주. 화면 속의 모든 사람은 뛰거나, 춤을 추거나, 박수를 치거나 하고 있다. 베이스도, 리듬 기타도, 드럼도, 피아노도, MC도, 관객들도, 카메라조차.

그런 움직임을 이끌어내고 있는 리드 기타리스트 하수연도 마찬가지다.

소리를 듣지 않아도 흥겨움이 느껴질만큼 팔짝팔짝 뛰며 기타를 연주한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연주를 하면서도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었다. 녹음인가 착각할 정도로.

그리고 클라이막스에 다다라, 결국 마무리와 함께 연주가 끝났을 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10분 이상 지나버린 시간. 카톡도 마찬가지. 마치 저 음악을 듣는 동안,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

“아니 뭐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그랬던 것은 그 뿐만이 아닌 듯 했다. 음악을 듣는 동안 내내 고요했던 아내의 외침. 아내는 부산을 떨며 뭔가를 준비해야겠다며 일어나려다,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정도 할라면 얼마 연습해야되노?”

“…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

“그라믄 죽었다 깨어나도록 연습해래이.”

그 말을 듣고 울컥하던 그의 마음은 함의를 깨닫자마자 사라졌다. 저렇게 될 수 있을때까지 연습하라는 건, 밴드를 계속 하라는 것 아닌가. 고맙습니다 하수연 씨. 당신은 저의 귀를 정화시켜주셨고, 가정의 평화조차 지켜주셨군요…


시계를 조금 돌려서, 그날.

연주가 끝난 직후 무대 뒤 대기실.

공연을 끝낸 뒤 돌아온 그를 반겨줬던 것은 ‘무수히 많은 악수의 요청’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기타를 잘 치냐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핑거피킹은 언제 배웠냐, Sultan of Swing은 좀 오래된 노래인데 혹시 서명전 선생에게 배운 것이냐, 나랑 같이 올드 블루스 트리뷰트 밴드 꾸려볼 생각 없냐 리드 기타는 네가 해도 된다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연습하면 된다.”류의 이야기를 남기고, 그 외의 제안은 일단 다 보류한 채 빠져나왔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있었기에. 하지만 보류는 거절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연락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네, 아무래도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음 저도 밴드를 하고 있는지라. 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현재는 조금 힘드니, 다음에 한번 연락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뭐야?”

전화를 끊자마자 질문을 던져오는 이서. 그는 대답 대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때 무대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 문제는 한 사람이 계속 거는 게 아니고, 거기 있던 사람 대부분… 혹은 그 사람에게서 연결된 사람, 그리고 방송을 보고 또 물어보고 어쩌고 저쩌고. 아무튼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서 “아 그만걸라고요!”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에 그 방송 괜히 나갔다 싶네.”

“이게 일중독이라는게 고쳐지기가 힘들거든. 그래서 막 일을 안 하면 손발이 벌벌 떨려서 자기 스스로 막 일을 찾아다니는…”

한가하게 자신을 놀려대는 서하를 한번 째려보고는, 그는 커피를 홀짝 들이켰다. 그런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생긴 것을 제외한다면, 방송의 효과 자체는 좋았다. 유튜브 조회수의 상승이라던가, [공중정원]이나 [별이 되어가는 것]의 순위 상승이라거나(Sultan of Swing과 Dire Straits, Mark Knopfler에 대해서 언급하는 한국인이 많아진 건 예상 외였다) 하는 일들.

그리고 그것보다 고무적인 것은,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의 빈도인가 하면, 이제는 버스를 타면 꼭 그를 알아보는 척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도 많았다. 바로 지금처럼.

“어, 저, 저기! 하수연 기타리스트님 맞으시죠?!”

“아, 네. 혹시 어떤 일로…”

커피를 내려놓자마자 들려온 질문. 그는 고개를 돌리며 최대한 상냥한 표정을 짓고자 했다. 옆에서 그 표정을 본 이서가 못 참고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고, 그는 탁자 아래로 손을 슬쩍 내밀어 이서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탄탄해서 잘 꼬집히지 않기에 세게 콱 잡았더니, “크아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이서.

“헉! 무, 무슨 일…”

“아니, 별 일 아니에요. 뭐 혹시 사진… 같은 거 필요하신 건지.”

“네!!”

어느샌가 세명으로 늘어나버린 사람들. 그는 일어서서 한명씩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 중 한명은 Group Sound의 팬이고, Group Sound Premium을 들기까지 했다기에 멤버 전원과 사진을 찍고 사인까지 해주었다. (이서는 기념이라며 자기 가방에 달려있던 열쇠고리까지 내주었다)

“방송이 진짜 위력이 미친 것 같아. 이제 티비 보는 사람 많이 없지 않나?”

“그렇긴 한데… 이제는, 티비 방송도 유튜브에, 올리니까요…”

그렇게 막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그는 대충 흘려들으며 유튜브를 틀어보았다. 뭔가 재미있는 것이 없을까 해서.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왠지 모를 유튜브 영상이었다. 익숙한 사람이 찍혀 있는, 그리고 영어로 제목이 되어 있는.

[Sultan of Swing Korean girl Cover - Best one EVER!!]

조회수 42만회

[One of the Finest covers Ive heard of this song. Damn solos!!]

(내가 들은 이 곡 커버 중에 제일 훌륭한 커버다. 솔로는 그냥 개쩐다!!)

[The lead guitarist executed his part flawlessly. Outstanding cover.]

(리드 기타리스트는 자기 파트를 완벽하게 해내버렸다. 경이로울 정도의 커버다.)

[Guitar solo was just insane. I thought he was reincarnated.]

ㄴ [he not dead]

(기타 솔로가 미쳤다. 나는 그가 환생한 줄 알았다.)

ㄴ (걔 안 죽음)

“이거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