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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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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면… 일단 언플러그드 음반 제작은, 성공을 노리는 것 보다는 실험에 가까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경민의 말은, 정유영 과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게끔 만들었다. 성공을 노리는 것이 아닌 실험에 가까운 시도라니. 이제 정규 1집을 만든 밴드가 그런 시도를 할 여력이 있는가.
하지만 그런 의문이 곧바로 질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따라붙는 정유영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 고 팀장님이 이전에 말해주셨다시피 저희의 주요 소비층은 10~20대에요! 그리고 그 소비층들이 구매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고. 그렇다면 우리는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정유영은 그렇게 말하며 PPT를 띄웠다. ‘아이돌 산업’과 ‘밴드 산업’이 비교된 PPT.
“아이돌은 팬층 장사를 활용하죠! ‘가챠’라던가. 그런 방법은 저희도 좀 활용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방법은 ‘음반 판매’에는 효과적이지만 ‘공연 수익’에는 효과적이지 않아요. 한 사람이 음반 100장을 살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이 티켓 100장을 사거나 100명치 입장을 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지방 공연 같은 걸 해버리면 더더욱 그렇겠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우리의 주요 소비층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아이돌식 앨범 판매가 매출은 많이 나올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건전하지 못한 방법이에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제일 좋은 것은 앨범 수익보다는 공연 수익으로 돈을 버는 겁니다. 뭐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이니 중요하지 않고, 아무튼 언플러그드 앨범이 중요한 이유는…”
고경민은 그렇게 말하며 수치를 하나 제시해주었다. 방송사를 통해서 제공받은 ‘김지연의 음악편지’ 언플러그드 공연 유튜브 데이터. 이것 하나 제공받는데 정말 고생했다고, 고경민은 푸념을 하며 말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저희 주요 소비층… 여기 보이시죠. [공중정원], [별이 되어가는 것]. 둘 다 1~20대 소비자가 주력인 영상이지만, 언플러그드 공연 버전은 달라요. 반반입니다. 게다가 언플러그드 공연의 경우에는 간접 유입으로 들어와서 머무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저희 본채널의 [공중정원]과는 다르게 말이죠. 이런 것들을 볼 때…”
“저희가 내린 결론은! ‘언플러그드’ 공연은 ‘확실하게’ 논타겟 소비자, 그러니까 주요 시소비자층이 아닌 사람들을 불러모으는데 유효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어요! 이번 음반 제작은 이것이 단지 지상파 방송으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인지, 아니면 소비자층 확대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그걸 알아보기 위한 시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살짝 긴장된 느낌으로 말을 마친 두 사람. 혜인은 그 둘을 바라보고는, 잠시 노트에 뭔가를 끼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무슨 말인지 잘 들었어요. 그러니까 내가 이해한 걸 이야기를 해 보자면, 결국 소비자층을 늘리자는 거네. 그런데 이제 그 ‘논타겟 소비자층’은 우리가 지금 주요 소비자층으로 잡고 있는 ‘앨범 몇장씩 사 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듣기만 하는 사람들이니까 음원 실적이 뽑힐지는 몰라도 음반 판매 실적은 안 뽑힐 거고, 그러니 단기적인 성공이나 매출을 보장할 순 없다. 이 이야기네.”
“…네! 맞습니다!”
“덧붙여서, 이제 언플러그드 공연은 차후 연계될…”
프로젝터의 PPT가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계획 3. 라이브 투어. 고경민은 그 중 한 부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라이브 투어에서도 도움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일단 ‘제 생각’으로는, 저희가 다닐 투어 지역에 장비를 전부 펼칠 수 없을 수도 있고 그렇거든요. 예를 들어 자그마한 라이브 카페. 노상 공연장. 노인정이라던가…”
“노인정이요?”
차마 참지 못한 듯, 이서는 뜨악하다는 목소리로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고경민은 당연하다는 듯 답변했다.
“저 멀리 지방에서는 노인정 외에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뭐 일단 이건 과장이고,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하진 않을거지만.”
이서와 다른 멤버들이 노인정 안에서 악기를 뜯는 자신들을 상상하는 사이, 고경민은 자료를 혜인에게 건네며 말을 끝맺었다.
“아무튼 일차적으로는 언플러그드 음반의 제작이 시급합니다. 현재의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이왕 이렇게 된 것, 다들 열심히 해보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습니다.”
* * *
하지만, 예상외로 언플러그드 음반 제작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것도 생각치도 못한 부분에서 방해를 받고 말았다.
“없다고요?”
“네. 제가 듣기로는 그렇습니다.”
그게 없다니. 다른 것도 아니고, 그게 없다면 그냥 음반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는 그 말을 믿지 못하고 다시 한번 물었다. 고경민은 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짜 없대요?”
“네. 저희 방송분 오디오 녹음 데이터는 따로 없다고 합니다.”
그는 그 말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고경민 또한 상당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럴 만 했다. 그도 한때 사운드 엔지니어에 몸담았던 사람이기에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
“안녕하십니까 피디님.”
“오! 오랜만이에요. 일은 잘 되가나? 완전 대박 쳤던데 말이지.”
“신경써주신 덕분에 잘 되고 있습니다.”
고경민은 선물을 사들고 ‘김지연의 음악편지’ 피디를 방문했다. 언플러그드 음반의 제작을 위해 데이터를 받고자 해서. 하지만 그런 경민의 제안에 피디는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 있냐고? 아니, 우리는 그런 거 안 만들지.”
“어… 네?”
“아, 고 팀장이 사운드 쪽에만 있었어서 잘 모르나보네. 우리는 최종 아웃풋이 비디오인데 왜 그런 걸 녹음하겠어요. 나는 그렇게 아는데.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긴 하지만. 그런데 그건 왜?”
“어, 저희가 이번에 반응이 좋아서… 라이브 음반으로 좀 출시를 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소스가 좀 필요한데…”
“오, 그거 엄청 좋은 아이디어네. 옛날 MTV처럼 하려는 거지? 그런데 내 기억에 따로 녹음 안 했던 것 같아. 이거 우리 음감 연락처인데 한번 물어봐요.”
음악감독 또한 마찬가지로 그러한 데이터는 없다고 답변을 해 주었다. 있다 한들 마스터에서 아웃풋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녹음한 정도가 있을 뿐, 각 채널별로 녹음을 뜨지는 않는다는 설명까지.
문제는 그들이 그 데이터를 구매해서 라이브 음원을 제작할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데이터를 적법한 방법을 거쳐 구매한 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재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칠 예정이었는데, 그 방법 자체가 아예 날아가버린 것.
“정 필요하면 저작권 클리어한 다음에 마스터 오디오 소스 줄 수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그거 그냥 무편집본 말하는 거죠?”
“맞습니다.”
그는 질끈 눈을 감았다.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것은, 글쎄. 누가 칼 들고 협박하면 쓸 수야 있겠지만, 그 말인 즉슨 누가 칼 들고 협박을 하지 않으면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음반이니 그런 걸 그냥 써도 될지도 모르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러면, 이거 어떻게 하지.”
“재녹음을 들어가는 건 어떨까요?”
“그것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긴 한데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꼬았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 최초부터 들었던 생각. 4곡이 아니라 6곡, 7곡 대상이라면 라이브 음원을 살릴 게 아니라 재녹음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왜냐하면 라이브 음원은 4곡인데, 나머지 3곡은 새로 녹음할 예정이니까 서로 안 어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는 금방 그 생각을 접었다. 이미 사람들이 만족하는 쪽의 소스가 있는데 굳이 재녹음을 할 이유가 없다. 그냥 추가녹음 느낌으로 해서 음원 릴리즈하는 쪽으로 가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면 아예 다른 문제 아닌가.
“할 수는 있는데, 그때 그 분위기가 안 나올 걸요.”
가장 큰 문제. 아이들의 반쯤 악에 받친, ‘인정받겠다’ 혹은 ‘제발 끝나라’라는 그런 분위기. 그리고 그가 듣기에도 귀신 들린 듯 연주를 했던 그의 기타 등. ‘음악편지’의 라이브 연주에는 그런 재현이 힘든 요소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점 때문에 사람들이 그 연주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건 확실히…”
“지금 애들 이제야 막 쉬고 있는데, 불러다가 그때 그 느낌으로! 라면서 몰아붙여봐야 뚱땅거리는 소리밖에 안 날 걸요. 그럼 사람들이 음원 듣느니 그냥 라이브 듣겠다고 그럴 거고, 심한 경우에는 녹음한 게 왜 이러냐고 말 나올 수도 있고.”
어려운 이야기. 고민에 빠진 고경민을 슬쩍 쳐다본 후, 그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아무래도 애들이랑 이야기를 좀 해 봐야 될 듯 했다.
* * *
“힘들 것 같은데…”
“흐… 역시 그렇겠지?”
수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말에 이서는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음에도, 왠지 모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더 도와줘야 하는데 못 해주는 그런 기분.
“큰일났네. EP를 안 낼 수도 없고.”
“방송 음원으로는 안 돼?”
“가능하긴 한데… 그러고 싶지는 않어. 굳이 그럴 거면 그냥 EP를 낼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고민에 휩싸인 수연을 보고, 이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너무 고생한다는 생각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그동안 자신을 굴렸으니 업보라는 생각도, 그 외 다른 것들도.
‘하지만 진짜, 너무 바빠보이긴 해.
이서는 요즘 수연에게 뭘 하러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못 꺼내고 있었다. 학교/밥/잠 외에는 모두 작업에 투자하는 사람에게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하겠는가. 양심이 있으면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좀 숨을 돌렸으면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렇게까지 자신을 혹사할 필요가 있을까. 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수연이 요즘 하는 ‘전투적으로 휴식하기’가 아니라, 진짜 기분도 전환하고 마음도 놓는 것 말이다.
“아예 새로운 느낌으로 가는 건 어때?”
“응?”
그녀는 그런 느낌으로 수연에게 말을 던졌다. 무슨 이야기냐는 듯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는 수연. 살짝 당황하면서도, 이서는 제스쳐를 해 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기분전환 좀 한다고 생각하고! 라이브때는 우리 말이지, 솔직히 너무 비장했잖아. 막 응? 이거 안 먹히면 안 된다. 승리 아니면 죽음뿐이다. 그런 느낌으로 막 칼 잔뜩 갈고 나와서. 근데 이제 이런 방향이 먹히는 것도 알았으니까, 응? 좀 즐겁게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서는 당황했다. 그녀의 말에, 수연이 눈을 번쩍 뜬 채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괜찮은 것 같은데…” 라고 중얼거린 후 수연의 입이 열린 방향은, 이서가 아니라 다른 쪽이었다.
“현아. 부탁이 있는데…”
“으… 응?”
* * *
“안녕하세요~!”
“와, 넓다!”
“아니 좀 좁지 않나?”
“이정도면 엄청 넓은거지. 안녕하세요~ 어디 가! 너도 인사해야지.”
“아니… 나는… 멤버…”
녹음실에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사람들. 뒤에 따라오다 잡힌 현아는, 자신의 동료 멤버에게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고 말았다. 그 모습에 깔깔대던 여대생들은, 현아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이리저리 만지거나 작업실이 신기한 듯 구경을 하거나 했다.
“최이서! 맞죠! 베이스 하시는 분. 이 분은 유서하! 드럼!”
“네, 맞아요.”
“저 베이스 완전 좋아하거든요. 특히 그 악세사리! 그거 그거 맞죠? 저도 좋아해요. 야 너도 이거 봤어?”
“아니, 뭔데?”
“이거 엄청 귀엽지 않아? 이 분이 달고다니는 거잖아.”
“와 개좋아. 혹시 이거 어디에서 사셨어요? 이름이 뭔가요? 혹시 이런 거 파는 마켓 같은 데가 있는 거에요? 패션 센스도 좋으신데, 편집샵 같은 거 다니시는 거에요? 여기 옆쪽 분도 옷 엄청 잘입으신다. 무늬 너무 이뻐요. 혹시 그거 브랜드가…”
이서와 서하에게 인사를 한 후. 그래도 한 ‘인싸력’ 한다고 생각하던 이서가 스몰토크의 세례에 파묻혀 바스스 사라져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쯤, 녹음실로 들어온 수연.
“안녕하세요. 하수연입니다.”
“와! 리더 분이시죠! 안녕하세요!”
“엄청 이쁘시다~”
“대박. 초 미녀.”
“아이돌이네 아이돌.”
이서와 서하를 잡고 말로 후드려패던(물론 본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타겟이 전환된 사이, 이서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쉬었다.
“너도 저래.”
“나는 저 정도는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며 이서는 수연이 당하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머리 제품 뭐 쓰냐, 얼굴 너무 이쁘다, 진짜 귀엽다, “혹시 볼좀 만져봐도 돼요?” 등등.
‘어떻게 저렇게 완전 다른 사람들을 데려올 수가 있지?
현아와는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아닌가. 아니, 그 때문에 현아의 친구가 된 것일지도. 아무튼 이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들이 내려놓은 짐을 바라보았다. 바이올린, 콘트라바스, 클래식 기타 등.
이번 언플러그드 음반 재녹음을 위해 찾아온, 현아의 친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