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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 씬의 주류가 음반에서 다운로드로,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전환된 이후. 이제는 초대형 메이저 가수, 혹은 전직 아이돌 출신들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던 초동 음반 1만 장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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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에게는 뚫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고 건드릴 생각도 없었던 그런 벽. 누가 뚫을지도 관심이 없었던 벽을 뚫은 것은… 혜성같이 나타난 여성 4인조 밴드, [Group Soun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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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성공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사례에 적용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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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들이 분석해 낸 결과는,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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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디밴드 씬 및 관련자들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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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공전절후의 실력을 갖춘 기타리스트 ‘하수연’을 필두로, 죄다 기본 이상은 하는 4명의 멤버들. 게다가 연주 실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곡 및 작사, 편곡 실력까지 상당히 훌륭하다. 순수하게 곡만 봐도 충분히 흥행이 가능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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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수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테일러드’의 김철연부터 해서 수많은 사람이 Group Sound의 앨범을 홍보해 주었고, 수많은 인디 리스너들이 앨범을 사주었다. 이들로 인해 인디 밴드 씬의 중흥이 다시 이루어지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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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적절히 형성된 팬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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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인디밴드라면, 1년 차에는 팬은커녕 알아보는 사람도 한 명 없어야 한다. 하지만 Group Sound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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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갑작스럽게 인디밴드 씬에 나타나더니, 클럽 파라독스의 정기공연 TO를 꿰차고. 그 다음 정부지원사업인 밴드 파이오니어에 참가해서 높은 순위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들의 서사를 마무리 지은 것은. [인베이전 2024]였다. 결성된 지 1년밖에 안 된 밴드라고는 믿기 힘들만 한 실력. 그리고 그들의 서사. 특히 ‘하수연’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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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소리 소문 없이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팬층이 만개하지는 못했으나, 이미 기반은 형성된 상태. 그리고 계속되는 ‘하수연’의 개인 활동과 때마침 만들어진 자체 콘텐츠, [공중정원]으로 생겨난 유입은… Group Sound의 팬층을 견고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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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앨범 구성품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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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음반에만 수록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들을 수 없는 한정 트랙 ‘日暮途遠’. 그냥 평범한 트랙이면 모르겠으나, ‘하수연’의 ‘기타력’이 최고로 발휘된 트랙이라는 김수렬 평론가의 평론은 사람들의 호기심에 불을 붙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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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누군가가 립을 따서 유튜브에 불법으로 올려도 금방 신고로 격추되는 상황. Group Sound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피지컬 음반을 살 수밖에 없었다. 4명의 포토 카드와 포스트 카드는 기본이며, 폴라로이드 카드, 스티커 등등. 굿즈로 사용할 수 있게끔 패키지의 형태도 통상적인 패키지와 다르게 조금 잘 꾸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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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초회 한정판은 어떤가. 멤버들의 친필 사인이 포함된 카드 한 장을 얻을 수도 있으며, 리믹스나 따라 부르기가 가능하도록 전 곡의 Instrument와 작곡자 ‘하수연’의 곡에 대한 해설, 그리고 ‘작사가’ 최이서의 가사에 대한 해설. 게다가 각 앨범마다 랜덤하게 들어가 있는 미발표곡(발표 예정 없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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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효과적으로 발휘된 상술은, ‘한정트랙’ 이었다. 일반판에 들어간 ‘日暮途遠’ 뿐만 아니라… 한정판에 들어간 미발표곡들은 사람들이 지름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내가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고? 내 옆의 다른 사람은 들었는데? 그런 심리를 부추기는 수법. 아이돌 업계에 있었던 ‘정유영’의 노하우가 극한으로 발휘되었다고 할 수 있는 앨범 구성품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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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논한 요인은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분석을 시도한 사람들은, 머지않아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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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는 따라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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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영 팀장이 사용한 프로모션 방법은, 살짝 색다르긴 하지만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 마케팅 방법을 변용한 것일 뿐 새로운 마케팅에 패러다임 쉬프트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고,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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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수연’과 Group Sound는,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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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급 기타리스트들조차 입을 모아 “나와 비슷하다” 혹은 “나보다 더 잘 칠수도 있다”라는 말을 하게 하는 기타 실력. 트렌드를 능숙하게 따라가며 옛 장르와 적절하게 조합해 새로운 해석을 끌어내는 프로듀싱 능력까지. 게다가 그런 하수연을 보좌하는 3명의 밴드 멤버 또한,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슈퍼밴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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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모션은 따라 할 수 있다. 마케팅 방법도 따라 할 수 있다. 팬층 형성 방법도 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은 따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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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Group Sound의 정규 1집은 그저 특수 사례만으로 남게 되었다. ‘실력이 안 되면 시도조차 하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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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밴드를 꼽을 수 있겠지만, 현재 가장 인디씬을 달구고 있는 밴드라고 하면 당연히 Group Sound의 이름이 맨 처음 나올 것이다. 어쩌면 한국 음악씬 전체를 두고 물어봐도 같은 답변이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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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tic Nostalgia] 이후 근 1년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인 [별이 되어가는 것]. 얼핏 보면 주제 없이 난잡하게 펼쳐져 있는 것 같고,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을 모아놓은 것 같다. 심지어는 해설조차 없는 불친절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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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분히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새 청자는 자신의 내면에서 주제가 슬그머니 부상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의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는, 치기어릴수 있는 주제이나 연령대를 생각하면 흐뭇해질 수 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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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그 곳에]와 [Chromatic]는 최근 유행하는 J-Rock의 문법을 따라 다양한 베이스 주법을 선보인 곡이다. 선공개 싱글이었던 [공중정원]은 슈게이징에 대중성을 부여한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 낸 트랙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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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틀 곡 [별이 되어가는 것]은 밴드 사운드의 극한을 추구한 듯한 느낌을 준다. 맥시멀한 악기들 위에 얹혀진 랩하는 듯한 톤 다운된 보컬. 블루스 풍의 기타는 살짝 지칠 수 있는 분위기에 감정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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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히든 트랙, [日暮途遠]은 기타리스트로서의 ‘하수연’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여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살짝 난잡한 듯 나열되었던 10개의 곡은 히든 트랙에서 하나로 모아진다. 日暮途遠, 倒行逆施. 해석은 각자에게 넘길 수 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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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록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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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쩌면 그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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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rom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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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중정원(선공개 싱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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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벨몬트 유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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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저녁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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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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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Value of a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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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별이 되어가는 것(타이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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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까마귀의 깃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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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느날 너는 내게 돌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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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日暮途遠.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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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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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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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써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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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핸드폰에서 눈을 뗐다. 평론 웹사이트는, 이제는 젊어져 버린 그의 눈으로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촘촘하고 늙은 UI를 가지고 있었다. 무슨 글자가 이렇게도 빼곡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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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그거 이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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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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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거 있잖아. [까마귀의 깃털]. ‘언어의 비열한 융합과 섬세한 현실의 접점, 그리고 존재의 손실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이 곡은…’ 이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데. 좋게 써주긴 했지만, 나이 드신 분이라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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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쉽게 쓰는 법을 모르시나 봐, 하고 중얼거리는 이서. 그는 반사적으로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저런 식으로 의미를 알 수 없고 모호하게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변호할 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멈추었다. 한두 번 당한 것이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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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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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려던 사이 갑자기 걸려 온 전화. 모르는 전화번호에 그는 일단 경계부터 했다. 이번엔 또 어떤 스팸이고 보이스피싱인지. 하지만 전화 내용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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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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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하수연 학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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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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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이펙터집 사장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에 그 스승님 유품이라고 하는 그거! 그 이펙터 중에 하나가 들어와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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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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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서는 당황한 듯 눈을 잠시 굴리다가, 뭔지도 모른 채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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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맞지요? Electric Mistress V1. 1976년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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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의 말을 무시한 채, 그는 이펙터를 들어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여러 가지로 남겨져 있는 무늬, 개조 흔적까지. 그의 것이 정확하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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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찾던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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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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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는 듯 가게를 둘러보고 있는 이서를 내버려둔 채,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그의 플랜저인가. 그의 시그니처 톤을 결정짓는 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던 장비. 이제는 정말 그의 장비를 다 되찾기까지 얼마 안 남은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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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찾는데 사연이 정말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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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긴 합니다.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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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점장은 잠시 머리를 긁었다. 할 말이 있는 듯한 눈치. 그는 입을 닫은 채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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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얼마 전에 누가 찾아와서 그걸 팔려고 하더라고. 근데 Electic Mistress길래 이제 찾아봤는데 학생이 그때 지정해 줬던 그 물건이더라고? 그래서 사는 김에 이야기나 좀 했지. 이게 누구 유품이라더라. 그래서 누가 찾고 있다. 그러니까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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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은 화들짝 놀란 얼굴을 묘사하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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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이러면서, 그게 누구냐는거야. 그래서 솔직히 말해주면 안 되긴 하지만, 학생 이름을 말해줬어요. 그러니까 이제 자기는 이거 돈 못받겠다면서, 그냥 그 학생한테 전달해달라 이러고 갔어요. 얼마전에 방송인가 거기 나왔다면서? 학생 알아봤고, 그거 생각나서 팔러 온건데… 뭐 어쩌고 저쩌고. 자기 이름은 말하지 말라고 하고, 그러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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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서 이거는 가격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점장의 말에, 그는 묘한 기분이 되었다. 고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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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얘가 말해주던데 도난장비라던데. 그러면 그 사람은 그냥 원래는 말 없이 쓱싹해버리던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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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고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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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심정도 그랬다. 애초에 유품을 멋대로 가져가 놓고서는 이제 와서 저런단 말인가. 뭐, 돌려받았으니까 괜찮긴 하지만. 아무튼 이번 앨범은 꽤 성공적인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이런 일도 일어나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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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판매량은 현재 순항중입니다. 초동 판매량정도의 그런 수치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충분히 팔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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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판매, 음원 수익, 유튜브 및 방송 출연, 기타 등등… 수많은 경로를 통해서 얻은 수입들. 고경민은 그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혜인에게만 건네주었다. 다른 회사 직원들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혜인은 자료를 건네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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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회사는 순항중이네요. 앨범도 괜찮게 팔리고, 음원 수익도 있고… 그럼 고 팀장, 그러면 이제 전에 말했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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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원래는 다음 단계에서 앨범 및 각종 비용 등을 회수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좀 절약한 그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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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민은 새로운 PPT를 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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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꽤 많은 돈을 쓸 수 있게 되었죠. 좀 더 다양한 곳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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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 PPT의 정중앙에는, 타이포 하나가 떠 있다. 누구나 알 수밖에 없는 그 단어. 밴드라면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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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삶의 그가 그토록 원했던. 그러나 하지 못했던. 단지 무대 옆 변두리에 서 있을 뿐, 주인공은 한 번도 되지 못했던… 바로 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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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콘서트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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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전’의 삶의 목표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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