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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해야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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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네 차례야. 너 밖에 남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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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에 비장하게 고개를 젓고는, 대답을 해 주는 이서. 그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왜 내가 이렇게 되고 말았는가. 이런 일을 굳이 겪어야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세상이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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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삶에서는 겪지 않았던, 그리고 겪을 생각도 없었던 일들이다. 하지만 단지 세상이 이렇게 바뀌어버렸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하수연’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을 겪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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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간단하게, 남의 의견을 무시해도 되는 걸까. 참으로 비정하고 무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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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빨리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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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컨텐츠 3화의 촬영 현장. 테마는 바로 ‘놀이공원 체험기’. 공원 운영 측의 협조를 받아 그들은 다양한 기구를 경험했다. 그 중 백미는 2가지였다. 자이로드롭과,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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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으햐아아아악! 어어억! 아악! 크억컥으헉헉으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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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에 할당된 컨텐츠는 바로, ‘누구의 비명이 가장 높은가?’.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다들 정현아, 혹은 최이서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면, 그냥 안 봐도 하수연이 우승할 것으로 보였다. 지상까지 다 들릴 정도로 찢어지는 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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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원래 이런 거 싫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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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잘은 기억 안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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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살장인지, 아니면 놀이공원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쳐다보는 가운데 그들은 롤러코스터가 끝나길 기다렸다. 기구가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빠져나가버리는 일반인들 뒤 쪽에는, 만년 전에 영혼이 악마에게 먹혀버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하수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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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찮, 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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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하수연’. 그는 생각했다. 예전의 삶에서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높은 것 무서운 것을 싫어하게 된 것은 ‘하수연’의 영향인가. 분명 죽을 일도 없고 무섭다는 것도 그냥 인위적으로 사람을 놀래키려는 것임을 머리로 잘 알고 있는데도, 몸 자체가 반응해버리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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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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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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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죽었으면 왜 안 일어나. 촬영하러 가야지. 시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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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말하는 서하를 힐끔 노려보고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후들거리는 다리에 휘청이는 몸. 이서가 빠르게 그를 잡아주는 사이, 그는 하늘을 쳐다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세상사 참 오래 살아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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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고 가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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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는 한명밖에 손을 들지 않았다. 유서하. 이서는 잠시 입을 삐죽대더니 다시 한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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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집에 가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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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두 개의 손. 정현아와 ‘하수연’. 배신당했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이서를 둔 채로, 서하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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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 왔으면 놀고 가야지 왜 벌써부터 집에 가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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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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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집에 가서도 힘들다고 할 거고 가는 길에도 힘들다고 할 거잖아. 맨날 하는 말이라곤 힘들어요~ 지쳐요~ 집에가고싶어요~ 이 말 밖에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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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오는 거… 제일 싫어,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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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에 침묵해버린 서하. 그런 서하를 내버려둔 채 그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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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에 가자. 나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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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언니 말이 맞아. 이런 데 언제 와보겠어. 이제 좀 있으면 우리 더 유명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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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는 사이, 갑자기 누군가가 다가와 이서에게 “혹시 그룹사운드 아니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맞다고 하고 네 명이 모여 같이 사진을 찍어준 다음, 이서는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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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처럼 나중에는 아예 발도 못 들인다니까. 그런 말도 있잖아. 유재석은 가족여행도 못 간다고. 사람들이 다 와서 막 말걸고 사진찍어달라 이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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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뭘 어떻게 해도 더이상 놀이공원은 안 올건데. 나 아까 그러는 거 보고도 내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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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불닭볶음면도 먹는 사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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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눈 새에 시간은 지나간다. 어느덧 태양이 잠에 들려고 하는 시기. 저물어가는 주황빛 구름들이 공중을 메우고, 붉은 물감이 푸른색 하늘에게로 점점 퍼져나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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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여기 왔는데, 그래도 사진이라도 찍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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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며 이서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한참 오래되어보이는 스마트폰. 그는 이전에 이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런 오래된 옛날 기기가 사진도 잘 나오고, 감성도 있다고 그랬던가. 전혀 아닌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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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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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봉을 든 채 알아서 포즈를 취하는 세 명. 그 사이에서 그는 작게 손을 들어올렸다. 아직은,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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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 릴리즈된 곡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잊혀져버린 곡도 있고 대중들에게 각인된 곡도 있다. 널리 불려지는 곡도 있고 그저 누군가의 만족으로 끝난 곡도 있다. 음원차트 1위를 한 곡도 있고 차트에 들지조차 못한 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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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중에서 떠들썩했던, 영향력이 있었던, 그리고 화제가 되었던 곡을 꼽으라면… Group Sound의 [공중정원]은 무조건 들어갈 것이었다. 사람들의 기준에 따라서는 세 손가락 안에도, 혹은 첫 번째로 꼽힐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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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은, 그 정도의 임팩트를 가진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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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를 역행해버리는 듯한 밴드 음악. 메이저판에는 전례가 없었던 여성, 그것도 여고생 밴드. 자체 프로듀싱.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 하지만 누구보다 대중적인 프로모션 방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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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런 [공중정원]을 보고 그 뒤의 것들을 기대했다. [공중정원]은 단지 선공개 싱글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보다 더 신경을 쓴 것이 확실할 ‘타이틀’은 도대체 어떤 곡이 될 것인가? 비슷한 풍일 것인가? 아니면 완전 다른? 어떤 퀄리티? 어떤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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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Amplifier Now에서 유출되었던 곡들과 현장 관람객의 발언 등을 들어보면, 대략적인 유추는 가능했다. 그야말로 ‘칼을 갈고 나왔던’ [공중정원]과는 다르게 소신을 지킨. 하지만 완전히 메인스트림과 괴리가 있지는 않은. 아니 어쩌면, 그렇게 하였기 때문에 더 듣고 싶은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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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한명씩 늘어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되고 있었다. Group Sound 정규 1집, ‘별이 되어가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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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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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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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더이상 바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아니 사실, 좀 더 고민하고 싶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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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는 고경민. 그는 잠시 침묵했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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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으니까요. 이젠 찍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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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있었다. 더 좋은 앨범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 더 좋은 음원 소스를 뺄 수는 없었을까. 믹싱과 마스터링이 끝난 다음에도 결국 그는 수록곡에 손을 댔다. 그 결과 앨범에 들어가게 된 곡은 총 11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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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쩌면 그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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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rom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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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중정원(선공개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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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벨몬트 유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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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저녁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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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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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Value of a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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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별이 되어가는 것(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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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까마귀의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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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느날 너는 내게 돌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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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日暮途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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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11번 트랙은 피지컬 음반용 히든 트랙이었다. 그러므로 대중에게 공개될 곡은 총 10곡이며, 선공개 싱글을 제외하면 9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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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가 계획했던 것은, 12곡에서 15곡 사이의 앨범이었다. B-Side까지 넣어 수록곡 자체를 엄청나게 늘리려고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마치 글을 퇴고해서 점점 깎아내듯이, 이번 앨범 또한 점점 깎아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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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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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의 성공이 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 다음부터, 정규앨범부터 거짓말처럼 내리막을 탈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자신이 선택한 것을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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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삶에서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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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이라도 미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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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깨운 것은 고경민 팀장의 말이었다. 마주본 고경민의 얼굴에서는 불안감이 살짝 묻어나오고 있었다. 확신할 수 없다는, 여기서 진행시켰다간 되돌이킬 수 없다는 그런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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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이대로 갑시다. 이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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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런 그가 흔들리면 다른 사람에게 동요만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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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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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가 살아왔던 시간과, 수없이 많은 음악을 들어왔던 세월… 그리고 그 모든 것들과, ‘하수연’의 재능이 합쳐진 결과를. 그럼으로서 그가 이뤄낸 것들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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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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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의 분위기는 굳어 있다. 그동안 다른 소속 인디밴드의 앨범을 발매하긴 했지만, 그것은 전통적인 인디밴드의 앨범 발매 방식에 따른 것으로서… 딱히 회사의 역량이 투입되었다거나 하는 그런 업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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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Group Sound의 정규 1집은 이야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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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첫 Ep, [Plastic Nostalgia]의 앨범 판매량은 현재까지 총 4천여 장. 적은 판매량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첫 EP는 MV도 찍지 않았고 직원도 따로 쓰지 않았다. 앨범 아트 디자인만 대충 한 정도일 뿐, 나머지는 전부 밴드 멤버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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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별이 되어가는 것’은 다르다. 전격적인 프로듀싱, 외주 마스터링, MV제작, 외부 프로모션 등. 본격적인 아이돌 제작비 정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은 돈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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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초동 판매량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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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직후 1주일 안에 판매된 앨범의 물량을 지칭하는 '초동 판매량'은, 팬덤의 규모를 측정하는데 아주 좋은 지표 중 하나다. 열렬한 팬이 아니고서야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여기서 측정된 팬덤의 규모는, 앞으로 Group Sound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말해주는 지표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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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1집의 초동 판매량은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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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은 손을 꽉 부여잡았다. [레이블 에코사운드]는 그녀가 운용하는 회사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의 기업이었다. 기껏해야 하나의 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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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도 팀 규모로 먹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다면, 그 돈은 고스란히 회수불능채권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녀의 원래 기업은 사업 하나가 무위로 돌아간다 해도 나머지 잔재를 어떻게든 써먹을 방법을 찾을 수라도 있지만, 음반의 경우는 아예 그냥 쓰레기더미가 되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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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러지만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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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의 딸도 상처를 입고 말 것이다. 그녀는 그게 제일 싫었다. 돈을 얼마 회수를 하고 하지 못하고를 떠나서, 자신의 결과물이 세상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그런 감정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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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47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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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은 순간 적막에 빠져들었다. 다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정확히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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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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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혜인도 마찬가지였다. 잘 감이 오지 않아서. 저번 앨범은 4천장을 팔았다. 이번 앨범은 1주일동안 10,447장을 팔았다. 이렇게 보면 10배 정도 증가한 것이니, 확실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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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치입니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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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을 끊어낸 것은 고경민 팀장이었다. 그는 안경을 살짝 밀어올리고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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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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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성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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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대 후반 이후, 어떤 인디밴드도 초동 2천장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음악 듣는 사람이면 모두나 알만한 대형 메이저 밴드도요. 현재 우리보다 유명하다는 밴드들도 다 천장 미만의 초동 판매량을 보였죠. 오늘날의 음반 판매라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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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첫 EP에서 초동 1천장을 넘겼고, 두번째 앨범에서는 1만장을 넘겼다. 대형 기획사를 뒤에 낀 보이밴드들이나 가능할만한 수치, 웬만한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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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이돌들만은 못하다고 볼 수 있죠. 심심하면 1만장 2만장을 넘어버리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쾌거입니다. 그리고 인디밴드의 주된 수익원은, 사실 공연과 투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음반으로 수익분기점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다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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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민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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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그냥 버는 게 다 수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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