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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앰플리파이어 나우(Amplifie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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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EBS의 간판 음악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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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을 넘게 진행해 오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음악 프로그램에 비하면 짧은 역사라고 할 수 있지만, 이쪽은 나름의 강점이 있다. 교양 방송국인 EBS에서 주관하는 만큼 수익과 화제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제작진의 주관과 소신대로 아티스트들을 부른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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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약 200석가량의 아주 작은 공간.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뮤지션의 모공까지 볼 수 있는 인접한 거리에서, MR 하나 틀지 않고 모든 것을 라이브로 진행한다. 어찌 보면 강박에 가까운, 어찌 보면 순수한 뮤지션의 기량을 테스트하는 그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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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초대형급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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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Mraz, Twenty one pilots와 같이 월드 스타로 뜨기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는 해외의 아티스트, LOUNDESS나 Fourplay와 같이 해외에서는 유명하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뮤지션들. 아직 빛나지는 못했으나 곧 성공할 것이 분명한 인디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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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부르는 것으로 유명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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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역으로 말하자면, 기회이기도 했다. 교양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공중파. 게다가 이미 양질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프로. 메이저 입성을 위한 한 발자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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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Amplifier Now는 그런 위치의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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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레이블과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한 후, 그는 전화를 끊었다. 이런 기회를 회사가 반대할 리가 없으니, 그의 결정이 곧 밴드의 결정이며 회사의 결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확신은 없지만 아무튼) 굳이 회사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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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렇게 한 것은, 그가 답변을 잠시 미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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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프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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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해 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는 꽤 많이 들었던 프로그램. 10년대 음악계에 인디 붐이 잠시 일었던 때에도, 앰프나우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지금은 워낙 미디어가 많아 그 정도의 위세는 당연히 없겠지만, 레거시 미디어에 출연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파괴력이 있는 법. 듣는 사람들도 없을 것 같은 라디오 한번 출연했다고 올라간 인지도를 보라. 그런 점에서 보면 그냥 고민할 필요 없이 당장 수락해야 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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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상태로 나가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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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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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시장에 발매된 것은 단지 신곡 하나, [공중정원]. 앨범의 제목조차도 ‘Album 1(가칭)’인 상태고, 나머지 곡들은 한창 작업 중. 편곡과 재녹음, 구성 변경 등을 거듭하며 어떻게든 작업은 이루어지고 있고, 합주와 공연 자체는 가능한 상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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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번 일정을 잡게 되면, 일정이 더 빡빡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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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집에 가는 일이 드물 정도였다. 적정 수면 시간과 조깅과 같은 간단한 컨디셔닝 운동을 제외하고는, 그는 혜인이 제발 집에 들어오라고 할 정도로 내내 회사 작업실에 박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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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나는 할만한 여지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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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며 개인의 삶을 거의 포기한 채로 따라오고 있는 아이들. 물잔에서 물이 흘러넘치기 직전까지 아이들을 밀어붙여 놓았는데, 여기서 물을 더 넣을 수 있을까. 폭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니, 아마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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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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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민과 정유영, 밴드 멤버들만을 불러놓고 열린 임시 회의. 관련 사항을 알려주자 고민하는 듯한 두 명.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이서는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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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하는 데 별 문제 없어. 야 왜 그런 걸 걱정해. 그냥 하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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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도 괜찮, 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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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문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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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는 달리 너무나도 흔쾌하게 동의하는 아이들. 그는 잠시 당황했다. 아무리 아이들이 밴드에 진심이라고 할지라도 십 대. 얼마 되지 않는 기간이라고 하지만 시간을 다 뺏어가는 일을 저렇게 흔쾌히 동의할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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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경향이 크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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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반쯤 죽어있는, 영혼이 없는 눈. 현아가 자주 보는 콘텐츠에서 나온 표현으로는 ‘하이라이트가 사라진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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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할 수 있어! 문제될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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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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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중얼거림은, 이서의 외침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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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잠이야 죽어서 자면 되는 거고 노는 거야 나중에 놀면 되는 거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연습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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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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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문제 없어, 아무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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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이라는 게 없던 시대의 말을 하는 아이들. 서하는 약간 정신이 나간 것 같기도 하고. 고 팀장과 정 과장이 너무나도 대견하다는 듯 멤버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그는 천장을 잠시 바라보았다. 지금 밴드 멤버들이 말하고 있는 것들은, 죄다 그 자신이 이야기했던 것들이다. 아이들을 몰아붙여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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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내가 미안해… 이 정도까지 원하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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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없이 그에게 채찍질 당한 결과 반쯤 세뇌된 상태의 아이들. 영혼 없는 호두까기 인형처럼 “할 수 있다”만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창밖을 잠시 바라보았다. 나는 도대체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하는 것인가. 어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그런 죄책감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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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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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쪽은 하수연 기타리스트님이실거고. 여기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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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 정유영 과장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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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유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여기 명함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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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고마워요 고마워요. 아니 일단 자리에 앉으시고. 커피 다 식는다 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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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내의 작은 회의실. 아메리카노 몇 잔과 다과가 올라가 있는 테이블에 그는 자리를 잡았다. 정유영 과장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명함을 줄 기세였다. 심지어는 딱 봐도 잡무 하고 다니는 인턴과 청소 아주머니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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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전에 이야기는 얼추 들었죠? 우리 직원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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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사항까지는 듣지 못했고, 출연 일시와 시간 정도만 들었습니다. 다른 것은 들은 게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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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피디는 이마를 살짝 매만졌다. 어디부터 말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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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시는 이전에 들은대로가 맞고. 시간은 이번에 그룹 사운드 특집을 할 거니까 1시간 그대로 쓸 수 있어요. 실제로는 뭐 좀 편집 들어가고 이러다 보면 세팅이다 뭐다 해서 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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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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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머리칼을 살짝 꼬았다. 2시간이면 그들이 가진 곡을 전부 내놓아도 채우지 못하는 시간.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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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곡이나 라이브 버전으로 길게 연주하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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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건 당연히 가능하지. 그러고 보니 그룹 사운드가 곡이 그만큼 있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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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희 정식 릴리즈곡은 저번 Ep랑 이번 싱글, 그리고 오디션에서 내놨던 곡 정도입니다. 그래서 아마 곡 수가 부족하니, 미발표곡과 커버곡을 사용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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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피디는 머리를 긁적이며 침묵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한 시간이 지나간 이후, 반쯤 벗겨진 머리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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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어차피 우리가 풀방송 떼어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고, 커버곡 같은 거 걸릴 거 있으면 그냥 떼서 유튜브 올리고 이러면 되니까. 별 문제 없지. 게다가 미발표곡을 우리 쪽에서 공연해주는 건 오히려 우리가 고마운 부분 아닌가? I’m Yours처럼 될 지 누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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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Mraz의 히트곡, I’m Yours. 그 곡이 전 세계 최초로 공식 송출된 곳이 바로 EBS였다는 것은 한국 음악 팬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만한 일화다. 피디가 말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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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술을 직접 하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이제 플랫폼… 이라고 할까. 뭐 잡지나 신문이나 유튜브나. 우리는 방송이지. 그런 이제 언론? 언론이라고 하긴 좀 그런가. 아무튼 일종의… 미디어 종사자들한테도 약간 그런 게 있거든요,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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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는 그렇게 말하며 이마를 살짝 쓰다듬었다. 왠지 모르게 그의 머리에서는 땀이 묻어나왔다. 원래 열이 많은 체질일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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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는 다양한 게 있겠지만, 저한텐 그런 게 있습니다. 마치 “내가 말했지!”라고 하고 싶은 그런 느낌. 내가 얘 뜰꺼라고 했지! 내가 뜬다고 했잖아! 일종의 안목 자랑이라고 해야 하나. 어, 뭐라고 해야 하나. 저점매수? 그래, 저점매수. 내가 이 사람을 제일 저점에서 매수했다. 얘는 이제 상승밖에 안 남은 애라서, 내가 제일 쌀 때 매수했다. 이런 내 안목을 증명하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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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며 피디는 그를 쳐다보았다. 조금의 오만과 약간의 자신감을 담은, 세월에 의해 날카롭게 단련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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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는… 뭐 곡 자체는 그렇게 많이 낸 건 아니지만. 이렇게 성장세가 빠른 밴드는 별로 없었어. 보통 인디밴드들은 그래도 음반 내고 한 3~4년 정도는 그냥 막 바닥 닦으면서 돌아다니는데. 이 정도로 빨리 올라온 밴드는 손에 꼽지. 특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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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길이 가닿은 곳은 노트북의 재생 화면이었다. [공중정원]. 인기 급상승 음악 #6. 피디는 다른 화면도 보여주었다. 멜론 실시간 차트 맨 밑에 슬쩍 보이는 그들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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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지 1년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 그야말로 단기간에 메이저 데뷔를 눈 앞에 둔 밴드는, 한국 역사를 뒤져봐도 드물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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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료를 툭툭 쳤다. “이제 실무적인 거 좀 이야기해볼까.”라는 말에, 정유영 과장이 “감사합니다! 저 그럼, 무대 구성이랑 연출 범위가 어느 정도 되는지까지 제가 혹시 알 수 있을까요…?”라는 말이 이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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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여길 왜 와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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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왔으면 그냥 아가리 여물고 그냥 봐. 자꾸 징징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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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투덜거림에, 옆에 있던 그녀의 친구가 어깨를 팍 쳤다. 친구는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공구로 진행했다던가 뭐라던가 하는 검은색 오버핏 하프집업 플리스에는, 대문짝만하게 ‘Group Sound’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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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야구팬이냐? 그런 거 입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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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이 뭘 안 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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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대는 친구. 그녀는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카페에서 할 거 없다고 징징대다가 무슨 이상한 밴드 곡 하나 발견했다고 소리 지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굿즈니 뭐니를 사고 이제는 자기가 어디 공연에 당첨됐다며 같이 가자고 막 소리를 지르는 열성 팬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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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은근 사람 많네.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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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신청자가 4천명이 넘었다고. 내가 진짜 너 표 완전 만들어준거나 다름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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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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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런 공연에 4천 명이나 신청하는가. 그녀는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중정원]인가하는 노래는 분명 좋았고 그녀의 친구가 막 들이밀어서 들은 다른 노래들도 분명 좋긴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인가, 그렇게까지 응모가 몰리고 할 정도인가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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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입장 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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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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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따라가면서 행렬을 주의 깊게 쳐다보다, 뭔가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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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락이니 밴드니 하는 것들은 태반이 늙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일 줄 알았는데. 지금 모여있는 사람들은, 글쎄. 딱 봐도 30대를 넘는 사람이 드물 것으로 보이는 분위기. 대부분이 다 10대 20대. 남녀 성비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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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안녕하세요! 저는 그룹 사운드 팬클럽 회장, 김아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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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자,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와 박수 소리. 옆쪽을 보니 세 명 정도의 남녀가 종이가방 몇 개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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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룹 사운드 공연을 기념해서! 저희 팬클럽에서 비공식 굿즈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혹시 이걸 나눠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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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에 서 있는 대부분이 “네~!”를 외치는 동안, 그녀는 줄을 다시 한번 쓱 쳐다보았다. 남매로 보이는 두 명. 왠지 번듯한 직장인일 것 같은 여성. 친구들끼리 같이 온 게 분명해 보이는 여고생 집단 등. 다양한 구성의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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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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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와중에 그녀의 친구는 회장이라던 여성에게서 ‘굿즈’를 받아 들고는,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보니 꽤 잘 디자인된 애니메이션풍의 캐릭터였다.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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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받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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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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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또한 굿즈를 받아들었다. 반쯤 깐 머리를 하는 기타를 든 캐릭터. 그에 질투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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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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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거랑 안 바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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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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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을 들이미는 친구를 무시한 채, 그녀는 굿즈를 주머니에 넣었다. 마침 입장할 시간인지 스태프가 줄을 들여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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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한 공간은 매우 어둑했다. 무대 앞쪽으로는 아예 보이지 않게 어둠으로 가려진 상황에서, 보라색 스포트라이트가 드문드문 관객석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관객들은 의자를 더듬고 표시등을 찾아가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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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분위기 개쩔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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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두워서 불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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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발 예술도 모르는 년” 같은 타박이 친구에게서 날아왔지만, 그녀는 아주 간단히 무시했다. 하루 이틀 있는 일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어둠을 더듬어 앉은 자리는 우연히도 무대 정면이었다. 라이브를 확실히 볼 수 있는 자리. 행운에 환호하는 친구를 두고, 그녀는 눈앞의 어둠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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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속에서 한 명이 걸어 나오자, 그녀는 흠칫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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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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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것은 그녀뿐만이 아닌 듯했다. 순간적으로 얼어버린 분위기. 하지만 어둠에서 걸어 나온 사람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평이하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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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 하수연입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오디션 이후로 얼마만인지, 여러분을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EBS 및 스태프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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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알 수 없는 어미. 관객석에서 까르르 웃음이 터졌지만,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게 무슨…? 하지만 그녀의 친구는 이미 약간 영혼이 나간 듯 “씨발… 존나귀여워…”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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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아무튼. 오늘의 공연은… 특정한 순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여러분들이 방금 전까지 듣고 계셨을 곡. 그리고 듣고 오셨을 곡. 그 곡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저는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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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과 함께, 무대 저 뒤에서 빛이 달려든다.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환경, 눈이 부셔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별빛을 뒤에 둔 아이들이 무대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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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작합니다. [공중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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