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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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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앨범 하나 내지 않고도 오디션을 우승한 밴드’라는 타이틀을 가졌던, 그리고 그런 타이틀을 가지고도 몇 개월 동안 휴식기를 가지며 잠적해 버렸던 밴드 Group Sound.

멤버 전원이 미성년자에다가 현업 여고생이기 때문에 학업 문제로 활동할 수 없다는… 너무나도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의 활동 중단. 그러한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활동 중단에 대해서 대놓고 불만을 토해내기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악의를 토해내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었다.

[아니 오디션 우승해놓고 활동 안 할거면 도대체 왜 나온 거임?]

[곡이라도 내든가]

[그럴거면 그냥 Mystica 우승 주지]

[얘들 원래 활동 안 하는 밴드임?]

[진짜 아쉽네 그때 활동했으면 지금쯤 팬 많았을 것 같은데]

[솔직히 그냥 이기적인 행동이지]

소위 힙스터. 한국 인디 락의 발전 기회를 망쳤다고 보는 사람들부터 그냥 자신이 좋아하던 밴드가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유까지. 그들은 신나게 Group Sound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그중 몇몇은 정말로 어처구니없고 악의적인 이유 - 그냥 마음에 안 든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등 - 으로 Group Sound를 음해하고 중상모략했다. Group Sound가 인디 락 힙스터 커뮤니티의 공적 아닌 공적이 되고, 인디 락의 부흥 기회를 날려버린 밴드가 될 때까지는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다.

Group Sound의 정규 1집… 그 앨범의 선공개 싱글, [공중정원]이 발매되기 전까지는.

[이거 곡 미쳤다 진짜]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킬 것만 같은 요소들.

재즈마스터에서 나오는 노이지(Noisy)한, 슈게이즈(Shoegaze) 풍의 몽환적인 멜로디와 사운드.

그와 반대되는 Rickenbacker 4001에서 뿜어져나오는 빈티지한 사운드와 J-Rock 내지 재즈스러운 베이스 연주.

아름다운 백그라운드 키보드 멜로디와 곡 내에서 빈 공간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삽입된 신디사이저와 사운드 샘플.

곡 제일 아래에서 신나게 연주되며 때로는 곡을 전체적으로 리딩해나간다는 인상을 주고, 때로는 시기적절하게 기본 리듬을 깔아주며 자신의 몫을 다하는 드럼.

마지막으로 나지막하게 읊조리다가도 청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정확하게 고음을 질러주며, 듣는 사람에게 방긋방긋 웃는 듯 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추게 하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보컬까지.

5개의 구성요소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누구나 들어도 ‘이건 계속 듣고 싶은데?’라던가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게끔 만드는 곡.

락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불타올랐다. 정통 락 밴드가 한국 음원시장 1위를 ‘잠시나마’라도 차지한 것이 언젯적 일인가. 연 단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일이며, 순위권 내에 장기간 머무는 것은 대중들에게 많이 들려져 ‘너무나도 메이저해진’ 곡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락의 부흥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저 한 번씩 터져주는 시기에 ‘이번엔 진짜 붐이 오나? 싶었다가, ‘그러면 그렇지’ 하고 돌아설 뿐.

하지만 [공중정원]은 달라 보였다.

명백히 중흥기를 끌고 오거나… 혹은 그 불씨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곡.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을 만들어버릴 수 있는 곡.

[드디어 붐 오냐]

[이게 음악이지]

[솔직히 나 요즘 새 밴드들 너무 곡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진짜 놀란듯…]

[곡 하나만 들었는데 음반사야겠다고 생각한거 완전 처음임]

[팬클럽 가입해야겠다]

[얘들 라이브 들어보신 분? 잘하나요?]

ㄴ[완전 개잘함]

그 결과 [공중정원]은 일반 락 리스너들의 호평을 넘어서…

[노래는 좋네]

[갓반인들은 좋아할 곡이긴 함 ㅋㅋ]

[변절 아니냐?]

[얘들도 메이저 노리는가보네]

힙스터들조차도 굴복시켰다. 그리고 음원 릴리즈 2일차. 아직 프로모션 단 하나 돌리지 않은, 입소문조차 퍼지지 못한. 순수한 유입으로 도달한 수치는…

[인기 급상승 음악 #8]

조회수 6.5만회

본격적으로 프로모션이 시작되고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기대를 하게 되는 정도의 지표였다.


회의실에 침묵이 감돈다. 프로젝터로 띄워진 화면은 검은색. 정유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천천히 마우스를 옮겨 메뉴를 하나씩 클릭해 갔다. 마지막으로 클릭한 것은,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정유영은 휠을 휙 돌려 맨 밑으로 향했다. 100위부터 천천히 올라가는 사이 긴장감은 더해진다. 그리고 90위쯤 봤을 때, 위쪽에 친숙한 글자가 보였다.

“72위!”

비명을 지르듯 내뱉는 이서. 그녀가 가리킨 프로젝터 화면에는, 선명하게 [공중정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 아주 난리가 난 최이서. 박수를 치는 유서하. 혼자서 흐흫흫 웃음을 흘리고 있는 정현아. 주먹을 쥐고 기뻐하는 고경민 팀장과, 서로 정말 힘들었다며 위로를 하는 직원들. 당장 케이크를 사러 뛰어나갈 기색인 이혜인 사장까지. 하수연은 사장님의 손에 휘둘려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리고 있었다. 어지럽지도 않은가.

정유영 과장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전 회사에서 마케팅 팀에 있을 때에는, 그저 팀원으로 지내며 열심히만 일할 뿐 책임을 지지는 않는 삶이었다.

하지만 책임을 지는 자리란 이 얼마나 무거운가. 그녀는 이전 회사의 팀장이 보고 싶었다. 입은 험해도 잘해주는 사람이었는데.

“멜론 차트도 보죠!”

“멜론은 지금 봐도 별 소용 없을 거예요. 무조건 안 올라가 있을 테니까.”

신나서 외치다가 시무룩해진 최이서를 보고는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을 보여주는 하수연. 새끼를 잡아먹으려는 뱀을 본 어미의 눈빛에, 정유영은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멜론 차트는 비수기 제외하면 아이돌들이나 트로트 가수들이 내내 스트리밍 돌리고 있는 곳이다. 특히 지금 시즌에는 컴백한 사람들도 많아서 빈집털이도 불가능할 것이다… 라는 이야기.

“그럼 저번에 올라갔던 건 운이었나.”

“과오 말씀하시는 거죠? 그건 오디션도 있었으니까! 그 화력도 좀 더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네요! 그리고 아무래도 오디션 주최 쪽에서 프로모션을 좀 돌려줬을 것 같구요!”

하수연의 물음에 답하며, 정유연은 자신이 선택했던 방식을 되돌아보았다. 표준 지표가 된 멜론 쪽을 노리는 것이 음원 마케팅의 정석이긴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순위가 몇 위니, 지표가 얼만지를 두고 싸우는 아이돌들과 다르게, 지금 이 [Group Sound]는 음악 소비층에 실제로 다가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찌됐든 주류음악인 아이돌 노래… K-POP과는 달리, 밴드 사운드는 아예 외따로 떨어진 영역이니까. 식탁 위에서의 자리싸움을 걱정하기보다는 식탁에 올라가는 것부터 걱정해야 하는 장르.

그녀가 택한 방법은 바로 유튜브였다.

쇼츠와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유튜브 뮤직 내부의 프로모션. 차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류의 프로모션은 하지 않는다. Top 100을 돌리는 멜론 사용자들과는 다르게 유튜브 뮤직 사용자들은 알고리즘이나 플레이리스트를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 방식의 결과는 뭐… 지금 눈앞에 있다.

‘곡이 좋아서 그런 거긴 하지만.

아무리 프로모션을 퍼부어도 망곡을 명곡으로 올려놓을 수는 없다. 기껏해야 평곡 수준일까. 하지만 프로모션을 안 한다 해도 명곡은 결국 명곡.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이제 앞으로 더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요! 정규앨범 발매 기간까지, 열심히 해봅시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 주 내내 틀어줄 테니까 기회를 잘 잡아야 돼. 알겠어?”]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선생님한테 하고. 나는 그냥 같은 사람한테 배운 인연으로 해 주는 정도니까. 별 다른 의미는 없어. 알겠지? 그럼 끊을게요.”]

“네, 들어가십시오.”

그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 MV 촬영 중에 전화를 받아서 그런지, 스태프와 밴드 멤버들이 죄다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군데?”

“수경ㅇ… 최수경 씨… 가 아니라, 가수… 어… 디제이님. 디제이님?”

“너 전에 라디오 나갔던?”

이서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옛 제자, 최수경. 라디오의 인연으로 가끔 카카오톡이나 전화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 상태.

딱히 이번 선공개 싱글 건으로 연락을 한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들었는지 그에게 전화가 와서 “라디오에서 송출해 주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오… 좋네. 대박 아냐?”

“그렇지, 뭐. 상당히 도움이 되겠지.”

“별 감흥이 없어 보이네.”

“아니, 뭐… 그런 건 전혀 아닌데. 엄청 고마운 기회고.”

그는 머리를 살짝 꼬았다. 최수경이 충분히 좋은,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그런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은 맞다. 심야 라디오지만 송출도 해 주고, 곡에 대해 특별히 소개까지 해 주고. 아직 이야기는 안 했지만, 주말에는 밴드 전원을 불러 라디오에서 토크까지 하겠다고 하니 수경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기회를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방방 뛰면서 기뻐하기에는, 이번에 그가 받은 기회가 너무나도 많았다.

느닷없이 자기 콘서트 투어에서 “이거 커버 한번 해도 되나?”라고 물어본 테일러드의 김철연. SNS에 [제가 최근 즐겨 듣고 있는 곡이에요~]라며 곡 링크를 올려주었던 발라드 가수 주현. 팬들과 함께 하는 라이브 방송때 “요즘 좋은 곡이 있어서요!” 라며 홍보 아닌 홍보를 해 주었던 Projeckt 6의 류진. 유튜브 방송때 은근슬쩍 홍보를 해준 전직 아이돌 유나.

그 외에도 그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Group Sound의 신곡 [공중정원]을 자발적으로 홍보해 주고 있었다. 셀럽들은 SNS나 라이브 방송 같은 것으로, 세션이나 일반인들은 주위에 입소문을 내는 것으로.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기도 하고, 얼떨떨한 일이기도 했다.

‘내가 좀 착하게 살았나…’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그 말을 믿지 않는 대표적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일이 이즈음 되자, 그는 그동안 지켜왔던 신념을 깨고 최대한 착하게 살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아무튼, 일단 MV 촬영부터 해야지.”

“아, 그랬지.”

이서의 이야기에 그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쏟아지는 예민한 눈길에, 그는 자신이 MV 촬영 중이었다는 것을 깜빡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다시 들어가겠습니다. 옷매무새 좀 정돈좀 하고 갈게요.”

뮤비 감독의 말에 다시금 들어오는 스태프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고, 각도 슬쩍 잡아주고. 아무 소리 내지 않고 쓱쓱 옷을 정리해 주는 폼이 매우 능숙했다.


“그래서 말인데… 괜찮은 마스터링 스튜디오 없을까요.”

“그건 갑자기 왜요. 싱글은 나온 거 나름 나쁘지 않던데?”

“그건 제가 한 거라서, 별로 마음에 안 들어가지고.”

그의 말에 준홍은 고민에 빠진 표정을 했다. 쉽사리 나오지 않는 대답. 물론 기대도 그다지 크게 하지 않았다. 준홍이 세션계에서 잔뼈가 굵다지만 음반의 최종 작업인 마스터링(Mastering. 믹싱 이후 최종적으로 음원을 조정하는 과정)에 참여를 하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그럼 믹싱도 수연 학생이 했어요?”

“네. EP때는 그냥 대충 했고. 과오는 뭐… 거기서 해 줬고. 이번 곡은 시일이 급해서 일단 제가 감각적으로 막 짜맞추긴 했는데… 앨범 릴리즈 될 때는 제대로 된 스튜디오에 맡겨서 해결하려고요.”

“이야, 그냥 본인이 배우는 게 낫지 않나?”

“이런 일에 시간 들여가면 공수가 안 맞죠. 믹싱은 몰라도 마스터링은 좀.”

그 말에 준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어 사용이 묘했지만, 하수연이 저러는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마 서명전 선생님께 영향을 크게 받은 모양이리라.

“아, 잠시 전화 좀.”

핸드폰 화면에 뜬 모르는 전화. 명전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단 바깥에 나가서 받기로 했다. 070이었다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끊어버렸겠지만… 핸드폰 번호인 만큼 일단 받아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네, 전화받았습니다. 하수연입니다.”

[“아 여보세요? 하수연 선생님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들려온 목소리는 꽤나 앳되었다. 살짝 맹맹대고 어린 것이, 마치 저번에 전화를 했었던 라디오 서브 작가 느낌이었다. 목소리 자체는 엄청 다르지만.

[“아, 어… Group Sound에서 기타 치시는, 하수연 선생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아, 네… 어, 저는… EBS 앰플리파이어 나우, 에서 섭외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 강성윤이라고 하는데요…”]

그 말에 그는 눈이 확 뜨였다. EBS? 앰플리파이어 나우? 분명 들어본 적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상대가 입을 떼기 전 그는 필사적으로 기억의 창고를 뒤졌다. 그러니까 어… 거의 한 십 년 정도 계속 방송하는, 상당히 호평받는… 그런 음악 라이브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가 이번에, Group Sound 편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혹시 가능하신 부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