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6 KiB
“자, 다시 한번 소개할게요.”
완전히 리모델링이 끝난 건물. 깔끔하고 나즈막한 카페의 분위기를 내는 앞쪽 스토어와, 늦은 가을 오후 5시 경 나른한 햇빛을 받으며 고양이들이 꾸벅꾸벅 잠들것만 같은 느낌의 사무실.
그런 사무실 안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수연’의 어머니 ‘이혜인’과 못 보던 사람들 몇명. 그리고 그룹 사운드 일행까지. 혜인은 그룹 사운드에게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주었다.
“일단 여기 분들은 전에도 봤겠지만, 에코사운드 분들. 먼젓번에 한번 보셨죠 여러분도? 일전에 말했다시피 이제 회사의 운영방식도 많이 바뀔 거에요. 그렇다보니까 여러분들도 아티스트를 잘 알아두셔야 할 것 같고.”
“반갑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직원들. 명전도 덩달아 ‘그룹 사운드’의 리더 격으로 맞답했다. 그리고 나머지 아직 소개받지 못한 두 사람.
“정유영 과장님은 아까 말씀드렸지? 이제 저희 [레이블 에코사운드]의 마케팅 영역을 담당해주실 분이에요. 아이돌 기획사 출신이시고, 앞으로 이제 마케팅 관련해서 실무적인 부분이나 뭐 그런 거는 다 이 분이 담당하실 거에요.”
“반갑습니다! 정유영입니다! 아 제가 과장이라니, 약간 실감이 안 되는데! 그래도 이제 여러분하고 친해지고 그러면서 제품 홍보도 하고, 우리 레이블 홍보도 하고 그러려고 노력을 해야겠죠. 저는 원래 아이돌이 주력인 기획사에 있었어서 이제 인디 밴드라는게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잘은 모르긴 하는데 그래도 이제 조금씩 노력을 하다 보면…”
“네 그만. 아무튼 정 과장님이셨고. 이 쪽은… 고경민 부장님. 이제 저도 다른 회사 사장이고 하니까, 이 회사에만 신경을 쓸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전반적인 운영이라거나 하는 부분은 다 이제 고 부장님에게 위임을 할 겁니다. 그렇게 다들 알아주시면 될 것 같고.”
“네 안녕하십니까. 고경민 부장입니다.”
마케팅을 담당한다는 정 과장… 그야말로 인간 자체가 요란하고 활기찬 그런 사람과는 다르게, 고경민 부장은 상당히 차분한 느낌이었다 딱 할 말만 하고 다닐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직장인. 안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왠지 쓴다면 날카로운 스타일을 쓸 것 같은 사람.
‘저 둘은 잘 맞긴 할까?’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되는대로 말을 주워섬기는 스타일은 아니고, 중간에 말을 고르기 위해 한 템포씩 쉬어가는 느낌.
“저는 원래 다른 인디 레이블… 위저드레몬 쪽에서 기획, 총무, 프로듀싱… 관련으로 일을 했었습니다만. 이번에 이혜인 사장님께서 같이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좋은 오퍼를 주셔서.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 좋아요. 그럼 이제 다 같이 박수~ 네~”
박수에 고개를 꾸벅 숙이는 고경민 부장과, 같이 고개를 숙이되 살짝만 숙인 후 두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반응하는 정유영 과장. 반응도 완전 다르다고 생각하며, 명전은 이어지는 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이제까지 진척된 앨범의 상황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셨어서요. 멤버들에게 여쭤보라는 말만 하시더라고요.”
“네. 현재까지의 상황은…”
고경민의 말에, 명전은 현재까지 진척된 상황을 설명했다. 컨셉은 명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아무튼 ‘우리의 이야기’ 라는 느낌으로 가는 중. 수록곡은 12곡에서 15곡.
현재 완전하게 작곡이 끝난 곡은 없다. 3곡 정도가 시안이 잡혀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 발매시기라거나 다른 건 다 미정.
“어…”
찬란히 빛나던 정유영의 눈에서 광도가 조금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경민은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평범하게 진행되고 있네요. 음…”
“평범하게요?”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하는 정유영의 말.
“평범합니다. 메이저 기획사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인디 레이블이니까요. 프로듀싱을 맡아주는 사람도 없이 멤버들이 직접 다 했을테니까,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죠.”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타인의 손이 닿는. 아이돌이 개입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그게 화제가 되고 세일즈포인트가 되는 게 K팝이고 아이돌 음악.
밴드는 그와 다르다. 물론 아직도 기획사의 철저한 설계 아래 태어나는 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 인디판에서는 그런 밴드들이 매우 드물었다.
“그리고, 앨범 프로듀싱이라는 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구요.”
“네?”
“아이돌이랑 다르게 밴드는, 만듬새가 미흡하더라도 밴드 구성원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것… 그런 느낌이 나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음, 적절한 설명을 하자면…”
고경민은 턱을 잠시 쓰다듬다가,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 순대국밥집이나 곰탕집. 그런 곳을 간다고 쳐요. 정 과장님이 정말 마음에 드는, 백일 중에 백일 끼니를 때우고 싶은 그런 집을 발견했다고 칩시다. ‘할머니 손맛!’ 이러면서 광고하는. 그런데 거기가 알고 보니까 기업에서 만드는 곰탕 키트 떼와서 만드는 곳이었어요. 그럼 기분이 좋을까요?”
“어, 그다지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뭔가 좀 속은 느낌도 날 것 같네요.”
“그런 겁니다. 사실 밀키트는 대기업이 맛 비율을 정확하게 신경써서 만든 거니까 그게 더 맛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그냥 맛이 없어도 할머니가 만든 진짜를 원하는 그런 사람들인 거죠.”
고경민의 그런 설명에 명전은 좀 미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들 뭐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사실은 그냥 누가 작곡했는지는 별로 신경을 안 쓸텐데. 하지만 뭐 남이 다른 식으로 생각은 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기획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었다! 라고 하면 오히려 위화감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는 리스너들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저희는 그냥 도와주는 사람들인 거죠. 물론, 이제 저희가 붙었으니까 작업속도는 빨라져야 하겠지만요.”
“빨라져야 한다고 하면…”
고경민의 마지막 말에, 최이서가 우려섞인 질문을 던졌다. 경민은 그 질문에 머리를 슬쩍 긁은 후 대답을 했다.
“일단 다음 앨범의 완성이 어느 정도 걸릴지를 알아놓고 싶은데요. 언제까지 완성 가능할까요?”
“글쎄요. 지금 진척 속도로 보면 좀 오래 걸릴 것 같긴 한데.”
앨범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현아의 입시가 끝난 다음에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슬 합격자 발표가 날만한 시기. 그 동안 완성된 것이라고는 단 한곡도 없는 상황.
“하염없이 시간을 내버릴 수는 없으니 일단은 6개월 안에 최종본을 만드는 걸로 하죠. 최종본이라는 건, 앨범이 디지털이든 실물이든 재생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는 걸 말합니다.”
6개월인가. 명전은 머리를 꼬며 생각했다. 촉박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촉박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시간. 딱 적당한 정도. 다른 아이들의 기색 또한 비슷했다. 목적 없이 교양으로 영어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토익시험을 쳐야 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는 것 같은 그런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
“저희도 열심히 한번 서포트를 하겠습니다. 혹시 작곡에 필요하신 자료라던가, 샘플이라던가. 협업하고 싶은 작곡가도 좋습니다. 곡 제작에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고경민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명전은 작게 박수를 쳤다. 그 박수는 조금 뒤, 약간 더 커진 형태로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이제는 제 차례네요!”
고경민의 말이 끝난 후. 정유영 과장이 아이패드를 든 채로 쾌활하게 외쳤다. 그녀의 뒤에는 이미 프로젝터가 켜지고 있는 상태였다. 고경민 부장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것.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 건 오늘이긴 한데! 그동안 여러분들이 해 온 활동을 보면서… 저는 생각했어요. 왜 이런 아이들이 뜨지 않았을까? TOP 100위에 들어간 곡도 많고! 앨범도 어, 인디밴드 치고는 꽤나 팔았고! 게다가 오디션에서 우승까지 했는데.”
정유영의 큰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명전은 좀 시끄럽다고 생각하면서도, 턱을 괴고 그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명전 자신도 의문이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죠! 제가 그걸 바로 맞출 수 있다면 저는 연봉이 엄청나게 높지 않았을까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니까! 여러분과도 일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고. 어떻게 보면 다행이네요! 여러분과 일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어서. 아무튼…”
그녀는 살짝 뜸을 들이고는, 아이패드를 움직여 프로젝터에 그림 하나를 띄웠다. 뭔가 복잡한 그래프가 들어가있는 그림. 특정 시기마다 치솟았다가도, 그 이후 확 내려간 그래프.
“제가 분석한 결과는 바로, 여러분들이… 흔히 말하는 ‘노를 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를… 안 저었다고요…?”
자신이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냐는 듯, 질문을 던지는 현아.
“네! 맞아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정유영은 그 뒤로 복잡한 그림들을 몇가지 띄우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자기 주장의 근거가 될만한 자료들. 명전이 보기에는 전반적으로, 특정 시기에 그룹 사운드가 만들어냈던 버즈량을 나타내는 자료들이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오디션 이후에!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요. 다에요! 이거 엄청 귀여웠어요! 아무튼 다에요 이후에! 이렇게 버즈량이 확 뛰어오르면… 이제 컨텐츠를 만들어내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을 유도하고, 관련해서 컨텐츠를 찾는 사람들을 유도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는 거죠.”
유영의 주장은 이러했다. 오디션 같은 기회들을 잡기 위해서는, 후속으로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EP의 경우에는 페스티벌로 관심도를 끌고 나갔고, 오디션에 참석함으로써 충분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오디션이 끝난 다음이다.
‘자신(정유영)이 생각하기에는’ 자체컨텐츠라던지 방송 출연이라던지 섭외라던지 하다못해 싱글 발매라던지.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관심을 유도했어야 하는 시기였는데…
그룹 사운드는 공연 한번 한 다음 일본에 휙 가버리고 그 이후에는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디션 당시에 얻었던 버즈량이 사그라들어버렸다. 그렇게 되다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다… 라는 게 유영의 말.
‘말은 되긴 하네.’
명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일어난 현상을 설명하기에 저것보다 적합한 논리는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사람들이 소식을 궁금해 할 시기에 갑자기 사라지면, 다들 쟤는 뭐 아무것도 없나보다 할 것 아닌가.
‘이거 뭐, 인기가 있어봤어야 알지…’
그는 머리를 살짝 꼬았다. 이 부분에서는 사실 명전의 탓도 컸다. 다들 밴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 자신이 잘 이끌었어야 하는데. 그런데 뭐 성공을 해 봤어야 성공을 어떻게 하는지 알 것 아닌가. 만약 그가 저런 것들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인기가 없진 않았겠지…
“아무튼! 이제는 정규앨범을 발매하고, 콘서트도 하고! 그럴 테니까 별 문제는 없어요. 지나간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자고요. 그런데 우리가 가진 또 하나의 문제는!”
“또 문제가 있어요?”
“있어요. 그것도 아주 심각한 문제! 정말로! 정말 심각한 문제!”
이서의 질문에 정유영은 몸서리를 치는 시늉을 하며 아이패드의 자료를 넘겼다. 또다시 제시되는 그래프.
“야! 이거는 진짜 심각하네. 저게 말이 되나요? 이거 뭔가 문제 있는 거 맞는 거 같아.”
“맞아요. 문제 있어요! 제 생각에는 이런 결과가 나오면 안 되면서도, 사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이제까지 진행이 되어 온 일들이 있으니까.”
프로젝터에 비춰진 자료는, ‘하수연’, ‘최이서’, ‘정현아’, ‘유서하’ 등, 밴드 멤버들의 이름. 밴드 관련 키워드들의 버즈량을 시각화한 것이었다. 상당히 높은 버즈량으로 화제도가 높다고 생각될 수 밖에 없는 ‘하수연’.
그에 반해, 바닥을 치는 나머지 멤버들의 버즈량. 그나마 ‘최이서’는 좀 형편이 나았으나, ‘정현아’와 ‘유서하’는 누가 낮다고 하기에도 좀 그럴 정도로 상당히 버즈량이 낮은 모습.
“내가 꼴등이네?”
“어이, ‘2등’인 이 몸이 보기에는 그게 그거인 것으로 보인다만… 왜 ‘범부’끼리 순위를 나누고 있는 거냐.”
“그게 2등이냐? 어차피 별 차이도 안 나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나는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는다.”
이서의 머리채를 잡으려고 하는 시늉을 하는 서하와, 낄낄 웃으며 일어서서 도망가는 이서. 명전은 한심하다는 듯 둘을 쳐다보고는 머리를 꼬며 말했다.
“확실히 방송 같은 곳에 출연한 것은 저 밖에 없으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나봅니다.”
“정확해요! 뭐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제 생각에는 밴드라는 게… 기타와 보컬이 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지 않나 싶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명전은 그렇게 말을 했다. 원래 밴드는 기타와 보컬이 다 해먹기 마련인 집단이다. 그 유명한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베이시스트를 하고 싶다는 사람은 우리 중에선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베이시스트란 항상 제일 뒤에서 연주하는 뚱뚱한 녀석이였다’ 같은. 굳이 베이스가 아니더라도 드럼이나 키보드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도 없다.
Beatles의 Paul McCartney나, Pink floyd의 Roger Waters. The Who의 John Entwistle처럼, 베이스인데도 부각이 되는 게 특이한 사람들인 것이다. 아니면 Motörhead의 Lemmy Kilmister처럼 본인이 리더를 하던가.
“아무튼 간에 이렇다고 해서, 출연 요청이 없는데도 갑자기 우리가 멤버분들을 막 방송에 들이밀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가 밴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아이돌은! 멤버의 인기가 고르게 분포되는 게 좋아요. 그래서 말인데…”
정유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사무실 안의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한명씩 눈동자를 맞추며 신뢰감을 주려는 듯한 모습.
“자체 컨텐츠를 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