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13 lines
17 KiB
Markdown
213 lines
17 KiB
Markdown
|
||
“… 자! 그럼 잠시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2부에는, 깜짝 놀랄만한 게스트 한분이 계시니까! 많은 청취 부탁드리겠구요. 어떤 분이냐는 질문도 들어오네요. 제가 당장 말씀드리는 것은 조금 그렇고, 조금 있다가의 즐거움으로 남기겠습니다. 벌써 누구인지 맞추신 분도 계시네요. 네!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
||
|
||
별 일 없이 마무리된 방송의 1부. 문을 열고 나온 수경은 명전을 보고 입을 열었다.
|
||
|
||
“이번 곡은 좀 기니까, 들어가서 세팅 하고 있으면 될 거에요.”
|
||
|
||
“알겠습니다.”
|
||
|
||
기타를 멘 채로 들어가 있으니 세팅을 도와주기 위해서 엔지니어와 스태프 한명이 들어왔다. 이것은 여기에 연결하면 되고, 이것은 여기… 들고 온 페달보드와 기타가 척척 연결된 후 명전은 가볍게 기타를 튕겨보았다. 완전히 흡족한 사운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그런 소리.
|
||
|
||
“자, 그럼 이제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해볼 시간인데요. 여러분, 알고 계신가요? 2024년은 락의 원년이라는 것을? 아하하, 농담입니다. 2024년에는 딱히 별 일 일어나지 않았죠. 하지만 대한민국 락에 지각변동이 일어날만한 해인 것은 분명합니다…”
|
||
|
||
거창한 스케일의 소개문을 읽어내려가는 최수경. 명전은 어처구니없다는 감정을 숨긴 채로 수경을 바라보았다. 방송국 한번 나갔다가 “연예계에는 빈말 하는 사람 밖에 없어요!” 하면서 질질 짜던 시절이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저런 말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버렸구나.
|
||
|
||
“수많은 락 리스너분들에게 기대를 받고 있는! 화제의 밴드 그룹 사운드! …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이자, 리더인… 하 수 연 기타리스트 모셨습니다!”
|
||
|
||
“반갑습니다. 기타리스트 하수연입니다.”
|
||
|
||
“아~ 반갑습니다. 가수 최수경이라고 합니다! 혹시 제 노래 들어보신 적 있나요?”
|
||
|
||
“네. 몇곡 들어봤습니다. ‘남은 것들에 대하여’라거나.”
|
||
|
||
“와! 제 노래 들어봤다는 학생은 처음 봅니다. 엄청 신기하네요.”
|
||
|
||
너스레를 떨며 코너를 진행해나가는 수경. 명전은 가만히 대본에 따라 이야기를 해 가며 수경의 이야기를 맞받았다. 별 문제될 것 없이 진행되던 방송.
|
||
|
||
“그러고 보면 저랑 수연 학생은 일종의… 뭐라고 해야 할까요. 동문? 그 무협지에 보면 나오는. 그런 거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
||
|
||
“아뇨, 전혀 몰랐습니다.”
|
||
|
||
“3514님, ‘거짓말 치지 마세요.’ 라니, 진짜라구요. 2456님, ‘수경님이랑 저분이랑 나이 한 50살 차이는 날 듯.’ 이라니! 50살은 아냐!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러는 거야. 50살까지는 아닙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저를 가르치신 ‘서명전’ 기타리스트가, 하수연 학생도 가르치셨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동문 관계라는 거에요.”
|
||
|
||
그렇게 말하고는 수경은 너스레를 떨었다. 자기가 예전에 ‘서명전’ 기타리스트에게 뭐 이런저런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고 이해가 되던 것도 있는데, 참 어릴때는 고생 많이 했다느니. 그 양반 참으로 고약했다느니 등등.
|
||
|
||
‘맨날 뭐라고 하기만 하면 어디 뒤에 가서 울고, 울지 말라고 뭐라 하면 미성년자인데 술 먹고 담배피고 와서 나한테 “아저씨는 맨날 뭐라그래요!!”하고 소리지르던 녀석이…’
|
||
|
||
명전은 “스승님이 저한테는 그러시지 않으셨습니다.”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신세를 원망했다. 뭐 어떻게 할 것인가. 갑자기 자신에게 ‘서명전’이 빙의했다는 설정으로 “네이놈 수경아!! 거짓말을 일삼는 네년의 입을 꼬매버리리라!!” 이런 소리를 할 수 없는 것이고 말이다.
|
||
|
||
* * *
|
||
|
||
“그럼, 마지막으로… 이런 곳에 나왔는데 라이브 한번 안 들어볼 수 없겠죠. 한곡, 아니 두곡. 세곡? 글쎄요… 네곡? 시간이 약간 있긴 한데. 가능하실까요?”
|
||
|
||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
||
|
||
명전은 그렇게 말하고는 피디를 쳐다보았다. 부스 바깥에서 나오는 오케이 사인에 명전은 잠시 기타를 튕겨보았다. 별달리 튀지 않고 잘 나오는 사운드.
|
||
|
||
“첫 곡은 어떤 것으로 하시겠어요?”
|
||
|
||
“밴드 차원으로 나왔다고 하면 밴드 곡을 바로 연주를 할 텐데… 멤버들도 없고, 저희가 현재 발표된 자작곡이 그다지 많지 않다보니. 일단은…”
|
||
|
||
어떤 곡을 연주해야 할까. 그는 머릿속에서 곡의 리스트를 살짝 뒤져보았다. 앞서 그의 기타실력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가 된 것을 생각하면, 그래도 좀 실력을 내보일 수 있는 곡을 선정해야 할 텐데. 그러면서도 무식하게 그냥 갈기기만 하지는 않는…
|
||
|
||
‘The Messiah Will Come Again로 갈까.’
|
||
|
||
그 뒤, 명전은 전조 없이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라기보다는 그냥 막연한 읇조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는 스태프들과 놀란 눈을 하는 수경을 무시한 채. 아주 작게 기타를 울리며 조금씩, 그냥 말을 했다.
|
||
|
||
읇조림이 끝난 후 울리는 기타. 뭐라 말 못할 감정을 담은 음 하나하나가 퍼지며, 아까 전까지만 해도 쾌활했던 스튜디오를 순식간에 침묵속으로 몰아넣었다. 소리 하나라도 섞여 들어가는 것을 자제하게 만드는, 그런 엄숙한 분위기.
|
||
|
||
별 일 없이 흐르는 강물은 겉으로만 보면 잔잔해보인다. 하지만 그 표면에는 무한대의 움직임이 있다. 지금 스튜디오에 울려퍼지는 소리도 그러했다. 수면 아래 수천미터는 넘어가는 고래가 잠자고 있는 것처럼. 손으로 튀어오르는 힘은 그 잔여물에 불과한 것처럼. 직선적인 음인 것 같아 보여도, 자세히 들어보면 끊임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며 청자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다주는 연주.
|
||
|
||
‘이건…’
|
||
|
||
그 연주를 들으며 수경은 생각했다. 자신의 스승, ‘서명전’이 가끔 가다 치던 곡. 읇조리는 가사와, 날카롭게 청자의 심장을 후벼파는 기타 사운드가 특징적인 바로 그런 곡. ‘가장 위대한 백인 무명 블루스 기타리스트’의 곡.
|
||
|
||
Roy Buchanan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
|
||
|
||
넥의 중반부부터 끝까지. 레가토로 그 전체를 훑어버리는, 손을 혹사시키는 부분이 연주된다. 저 아이는 그러면서도, 단 하나의 노트도 놓치지 않고. 단 하나의 표현도 얼버무리지 않은 채… 평이한 모습으로 연주를 했다.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그냥 일상적인, 바람 하나 소박히 불고 넘어간 거리의 풍경처럼.
|
||
|
||
마치 그녀의 스승과도 같이.
|
||
|
||
“네, 첫 곡 잘 들었습니다. 어유, 청취자 분들 반응이 엄청 쏟아지고 있네요. 4233님, ‘정말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526님, ‘혹시 녹음해놓은 거 튼 거 아닌가요? 라이브라는 게 믿기 힘드네요’ 아유, 전혀 아닙니다. 제 바로 앞에서 치셨어요. 그 외에도 청취자들의 문자가 엄청 오고 있는데요, 일단 곡 소개를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
||
|
||
“이 곡은, Roy Buchanan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이라는 곡이고…”
|
||
|
||
불과 몇분 전, 듣는 사람들의 귀와 취향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그렇게 테크니컬한 연주를 펼쳤다고는 믿지 못할 모습으로. 자신은 아무 것도 한 적이 없다는 듯 얌전하게 곡을 소개하는 하수연.
|
||
|
||
그 모습을 보며, 최수경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
||
|
||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
||
|
||
자신이 해낸 일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런 건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하는 듯한. 오히려 이런 일을 하지 못한 너희들이 이상한 것 아니냐? 라고 해석될 수도 있을법한, 그런 태도.
|
||
|
||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그녀의 스승 ‘서명전’과 닮은 모습이었다.
|
||
|
||
‘사제지간은 닮는다고 하던데, 결국은 그렇게 된 걸까?’
|
||
|
||
수경은 쏟아져 들어오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어주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동안 봐 왔던 ‘서명전의 제자’들은 확실히, 명전과는 완전 다른 느낌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늘그막에, 죽기 직전에… 그 자신과 똑같은 사람 한명을 만들고 만 것인가.
|
||
|
||
“어우, 문자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다 읽지를 못하겠네요. 아무튼 다들 감사합니다. 반응이 너무 격렬하신데, 문제는 저희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에요. 아직 한 곡 더 남았거든요. 그렇죠?”
|
||
|
||
“네, 맞습니다.”
|
||
|
||
최수경의 물음에, 하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어떤 곡일까. 수경은 대본을 읽으며 하수연을 슬쩍 쳐다보았다. 눈가에 내려앉은 속눈썹이 처연하리만큼 길었다.
|
||
|
||
“그럼 다음 곡은… 이번에는 어떤 곡인지 소개부터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
||
|
||
“어, 죄송합니다만… 이번 곡은 아직 어떤 곡인지 이름을 붙이지 못해서요.”
|
||
|
||
“음? 그럼 혹시…”
|
||
|
||
“네. 저희가 이번에 정규 앨범을 내기 위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
|
||
그 말이 들리자, 스튜디오 한쪽 구석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경은 그 쪽을 이상하다는 눈치로 쳐다보았지만,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다.
|
||
|
||
“이번 곡은, 아마 정규 앨범에 수록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명확하게 완성된 곡은 아니지만… 가사도 정말 일부분만, 초본으로만 붙었지만요. 어찌되었든 기타로 들려드릴 수 있는 부분만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
||
|
||
“오오… 그럼 완전, 영어로 하면 익스클루시브(Exclusive)라고 하죠? 저희 라디오에서 독점 공개를 하는 거네요.”
|
||
|
||
“네, 맞습니다.”
|
||
|
||
“정말 영광인걸요. 아까 그 곡을 듣고 나니까 더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곡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
|
||
최수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마이크를 자신의 입에서 슥 치웠다. 이후 스튜디오는, 다시즘 정적. 들리는 것은 수연이 연주를 준비하는 듯 부스럭대며 앰프와 기타를 매만지는 소리.
|
||
|
||
그 이후 손 끝에서 풀려져나오는 기타 소리에, 최수경은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
||
|
||
‘이게…’
|
||
|
||
고개를 번뜩 쳐든 것은, 그녀 뿐만이 아니다. 녹음실 밖에서 녹음을 하고 있던 피디도. 메인 작가도.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서브작가도. 엔지니어도. 모두 다 고개를 들어 수연을 바라보았다.
|
||
|
||
분명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똑같은 형태의 기타. 똑같은 앰프. 세팅값은 조금 다를 수 있으나 음색 또한 비슷하다. 하다못해 피크조차도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앉은 자세 정도일까.
|
||
|
||
하지만 하수연의 손에서 펼쳐진 음은, 아까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생동감이 더해졌다는, 아니 어쩌면…
|
||
|
||
‘감정이 들어갔다는 느낌.’
|
||
|
||
나는 오늘도 저 열차에 타서
|
||
|
||
흘러가는 강물도 저 멀리서
|
||
|
||
만월의 흐트러짐도 하나도 다
|
||
|
||
상관없이
|
||
|
||
알 수 없는 노랫말. 의미보다는 음운을 더 강조한 듯한 가사. 기타도 가사도 목소리도 발구름도, 모든 것은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이.
|
||
|
||
미망의 저편 숲속의 어딘가에서
|
||
|
||
너의 위에 세워진 회색 십자가
|
||
|
||
은빛 안개는 너를 위한 건 아냐
|
||
|
||
단지 목소리 뿐
|
||
|
||
성희는 눈을 감았다. 서브 작가로서 라디오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봐야 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
|
||
지금 듣고 있는 이 노래가 중요했으니까. 이 기타가, 이 보컬이, 이 분위기가… 그런 것들이 중요했으니까. 다른 것이 아니라.
|
||
|
||
‘너무나도 달라졌어.’
|
||
|
||
사실은, 이제까지는 현장에서 듣던 것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혹은 단지 이전에 부르던 노래가 지금과는 다른 것이라서 그럴지도. 혹은… 이유는 많다. 가져다 붙이려면 어떤 것이든 붙일 수 있다.
|
||
|
||
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지금 성희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
||
|
||
‘호소력.’
|
||
|
||
최수경은 생각했다.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가수로서 충분히 성장한 지금에는 알 수 있는 것. 그녀의 스승, ‘서명전’이 끝까지 가지지 못했던 것.
|
||
|
||
기계처럼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선보이던 그녀의 스승이 힘들어하던 것. 그녀 최수경이 수십번을 조언했지만, 결국 그들의 사이만 멀어지게 만들고 말았던 것. 그럼으로서 스승의 죽음을 알게 하지 못했던 것.
|
||
|
||
하지만 스승의 마지막 제자는, 스승이 가지지 못했던 것을 마음대로 풀어내고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발전할 여지는 충분히 많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
||
|
||
‘저게 재능인가.’
|
||
|
||
수경은 잠시 눈을 감고 노래를 감상했다. 이제까지의 모든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그저 노래를 듣기만 했다. 나비의 첫 번째 날갯짓을 감상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생각했기에.
|
||
|
||
저것은 곧 바다를 건너가, 지구 반대편에서 폭풍이 될 것이다.
|
||
|
||
* * *
|
||
|
||
주말.
|
||
|
||
명전과 아이들은, 리모델링한 신사옥의 1층에 모였다. 라디오의 홍보효과도 모니터링할 겸, 혜인이 “그룹 사운드의 레이블 관련 건으로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있단다.” 라는 말을 듣기도 해서.
|
||
|
||
“무슨 일이지? 그보다 수연이 너 라디오 나간거…”
|
||
|
||
“왜?”
|
||
|
||
“그거 완전 대박이더라.”
|
||
|
||
“그 정돈가?”
|
||
|
||
“그 정도라니까. 조금 있다가 보여줄게.”
|
||
|
||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들어간 신사옥. 아이들이 “와 엄청 좋아졌어.” 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명전은 안에서 걸어나오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하수연’의 어머니, 이혜인과… 한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
|
||
|
||
“왔니?”
|
||
|
||
“네.”
|
||
|
||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명전과 아이들. 혜인은 인사를 받아주고는, 90도로 깍듯이 절을 하고 있는 여성을 일으켜 소개를 했다.
|
||
|
||
“오늘부터 이제 우리 레이블의, 특히 너희들의 마케팅을 도와주실 정유영 과장님이야.”
|
||
|
||
“안녕하세요~ 정유영입니다! 와! 다들 정말 이쁜 애들밖에 없네요. 눈이 완전 호강하는 느낌? 이전 회사에서도 이런 애들은 진짜 보기 드물었어요!! 사장님, 혹시 우리 회사 밴드는 기준이 외모인 건가요?”
|
||
|
||
“전혀 아닙니다. 아무튼 정유영 과장님은… 기획사 아이돌 파트에서 마케팅 담당하시다가, 이제 우리 회사로 이직하게 되셨어.”
|
||
|
||
“잘부탁드려요! 그리고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여러분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제가 그런 거 엄청 좋아해서~”
|
||
|
||
혜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말을 쏟아내는 ‘마케팅 담당’. 다른 아이들이 어버버대며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나가는 사이, 명전은 한 발짝 떨어져 질린듯이 ‘정유영’을 쳐다보았다. 소개받은 지 몇초 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사람의 기를 빨아들여버리는 그런 느낌의 사람.
|
||
|
||
“수연 학생~! 어, 혹시 수연 학생은 MBTI가 어떻게 되나요? 저는 ESFP인데!”
|
||
|
||
하지만 그런 명전에게 따라들어오며 갑자기 MBTI인지 뭐시깽이인지를 묻는 유영. 명전은 “아, 제가 그런 걸 해 본적이 없어서요.” 라고 하며 유영을 떨쳐내려 했다.
|
||
|
||
“MBTI 검사 해보신 적 없나요? 그럼 이 참에 해보면 되겠다! 마케팅적으로도 그런 건 해 봐야 한다고요. 왜냐하면 이제 팬층이 다들 MBTI를 향유하는 그런 타겟이다보니까!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다 MBTI로 스몰톡을 시작하잖아요. 나는 I야, 나는 E야… 뭐 그런 이야기들! 그런 거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
||
|
||
‘누가 살려다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냐…’
|
||
|
||
그런 명전의 속마음은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다. 저 멀리 뒤에서, 나머지 세 명이 ‘나는 살았다’ 라는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비겁한 배신자 녀석들. 이 고난에서 빠져나가면 반드시 복수하리라…
|